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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33회 산행)

도봉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33회 산행)

집결일시 : 2018. 4. 29.(일) 10 : 30

집결장소 : 전철 1, 7호선 도봉산역 1호선 대합실

 

1.시가 있는 산행

 

옛사랑
-심재휘(1963~ )

시아침 4/24

 

도마 위의 양파 반 토막이
그날의 칼날보다 무서운 빈집을

 


봄날 내내 견디고 있다
그토록 맵자고 맹세하던 마음의 즙이
겹겹이 쌓인 껍질의 날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고 있다

사람 몸과 사람 몸이 부딪쳐 더 나아가지 못하는 곳이 사랑의 자리다. 그러나 이별이 오면 몸과 몸은 투명인간처럼 서로를 통과해 각자의 길로 간다. 사랑은 둘로 나뉜다. 칼날에 잘린 반 토막 양파의 시간을 살게 되는 것이다. 사랑의 속살들은 아무리 벗겨 봐도 껍질이 될 뿐 끝내는 빈손이 남는다. 젖은 마음에게 마르는 일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마르지 않으면 다시 젖을 수도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랑은, 어쩔 수 없이, ‘옛사랑’이 돼야 한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 산행기

시산회 제 332 회 인왕산(선바위) 산행기 / 정동준

▣ 일시 / 집결 : 2018년 4월 14일 (토) / 독립문역

▣ 참석자 : 7 명 ( 경식, 삼환, 양기, 갑무, 황표, 윤상, 동준 )

▣ 산행코스 : 독립문역 → 서대문형무소 → 3033부대(한성과학고)

→ 무악재하늘다리 → 선바위 → 인왕사 → 독립문역

▣ 동반시 : 엄마와 곤란 / 박 후 기

▣ 뒤풀이 : 대성옥 ( 도가니 수육, 도가니탕, 소주 )

 

( 인왕산에 대하여 )

서울시 종로구와 서대문구에 걸쳐있는 높이 338.2m의 바위산이다.

'인왕산 모르는 호랑이가 없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조선시대에는

호랑이로 매우 유명한 산이었다.

서울의 역사와 함께 하는 인왕산은 모나지 않은 바위가 아름답고

정상에서 도심을 내려다 보는 경관이 뛰어나다.

북한산에서 볼 때 북악산을 중심으로 좌측에 낙산, 우측에 인왕산이 있어

좌청룡 우백호를 이룬다. 특이한 형태의 암석과 암벽이 웅대하다.

산세는 정상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내렸는데 사직터널에서

자하문까지 능선을 따라 서울 외곽을 쌓았던 성곽이 현재 남아 있어

산은 낮지만 약수터가 많아 물걱정이 없고 능선 곳곳에는 전바위, 범바위,

치마바위, 기차바위, 모자바위, 매바위 등 볼거리가 많다.

가족끼리 가족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으로 종주하는데는 3시간정도 걸린다.

 

산행기점은 사직동, 무악재, 홍은동, 옥인동, 부암동, 청운동, 세검정 등 10여 곳이

산행기점이 된다. 사직터널에서 올라 세검정으로 내려가는 길이 가장 긴데

하산까지 2시간이면 된다.

사직터널에서 시작하여 성곽터와 정상을 지나 부암동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제일 좋다고 한다. 이 길은 청와대 앞길로 이어져 있어서 팔판로, 효자로,

경복궁까지 산책할 수 있다.

 

( 산 행 )

6시경에 기침하여 밖으로 나가 보니 비가 심상치 않게 내리고 있다.

어제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오후 5시까지는 강수확률이 30%라고 했는데

산행이 취소되거나, 다른 대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래도 산행준비를 마치고 TV와 함께 총장님의 오더를 기다리고 있다.

8시경부터 카톡방에서, 산행을 순연하자는 의견도 있고,

안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하자는 의견 등이 분분하여, 차기 총장으로 내정된

고갑무 회원께서 10시 30분까지 독립문역에 집결하여 안산을 가볍게 돌고

뒤풀이와 영화관람을 하기로 의견을 취합하였다.

 

독립문역에 한양기 회원을 제외한 6명이 10시 30분까지 집결하여

안산둘레길 - 대성옥 (뒤풀이) - 영화관람 (대한극장) 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한양기 회원은 전날부터 핸드폰이 말썽을 일으켜 카톡을 보지 못하여

원래 집결지인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 고아신세가 되어 있는 것을

황표 회원이 연락하여 독립문역으로 유도한 후 안산둘레길로 향하였다

 

* 밋밋한 산행에 큰 웃음을 안겨준 양기 회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대문형무소 옆길을 돌아 3033부대와 한성과학고등학교까지 오면

안산과 인왕산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있는데 여기서

무악재하늘다리를 발견하고 다리를 건너 인왕산쪽으로 산행키로 현지 수정하였다

하늘다리는 통일로 개설로 인해 단절되었던 안산과 인왕산을 45년만에 연결하여

야생동물의 이동과 시민편의를 위해 2017년 12월에 만들어 졌다고 한다.

 

* 무악재하늘다리 : 폭 11.7m 길이 80 m 높이 22 m

하늘다리를 건너 선바위까지 10여분 소요되었는데, 비를 핑계삼고서

한양기 산우가 독립문역에서 기다린다 하여 인왕사를 거쳐 하산하였다

뒤풀이는 미쉐린 가이드(여행 안내서)가 추천하는 (대성옥)에서

도가니수육과 도가니탕에 소주를 곁들이니 포만감이 100 % 다.

 

* 대성옥 : 독립문역 4 거리, 영천시장과 대각선을 이루는 곳에 자리잡음

뒤풀이후 대한극장에서 경로할인가로 영화감상을 하는데

소주발에 눈은 감기는데 폭발물 소리와 괴물들의 괴성이 오침을 방해하는

영화감상이었다.

 

( 영화 감상 ) : 램페이지

 

감독 : 브래드 페이튼

 

출연 : 드웨인 존슨, 나오미 해리스, 제프리 딘 모건, 말린 애커맨, 조 맨가니엘로

 

램페이지는 86년에 나온 동명의 아케이드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내용은 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하고 있던 유전공학물질이 지구에 떨어져

 

동물을 변이시키고, 그 변이된 동물중에 '데이비스 오코예'가 있는 샌디에고

 

동물원의 알비노 고릴라 '조지'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래 게임에선 인간이었던 '조지', '랄프', '리지'가 거대 괴수로 변해 도시를 파괴하는

 

내용인데, 극중에선 그냥 동물들이 '조지', '랄프', '리지'가 되어 도시를 파괴한다.

 

일단 원작 게임에 최대한 맞춰보려는 의지가 보이는데, 원작 게임이 도시의

 

빌딩을 기어 오르면서 부수고, 인간 군대를 파괴하는 등의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극중 영화에서도 똑같이 행동한다.

 

괴수의 스케일 자체는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세 마리나 되고, 이들이 작중 행적은

 

스케일이 크다고 전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원작 게임 자체가 별 스토리가 없는 아케이드이기 때문에 건물 부수기를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는 새롭게 창작으로 풀어낼 수 있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전개

 

시킬 수 있는데, 영화는 적어도 앞으로 전진하는 것 외엔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인간들이 보여주는 긴장감은 1도 없고, 그냥 괴수들이 보여주는 비주얼로 만족

 

해야하는게 전부인 영화이다.

 

원작 게임의 특성을 충분히 잘 살린 점도 있지만, 국내에선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아

 

그냥 넘어가더라도, '드웨인 존슨' 캐릭터에 방점을 찍는 또 하나의 영화이고,

 

약간이지만 동물보호에 대한 경각심도 있고, 고릴라 '조지'를 통한 소소한 재미가

 

있어서 여로모로 오락영화론 괜찮은 편이다.

 

(시가 있는 아침)

 

엄마와 곤란 - 박후기 (1968-)

 

엄마가 나를 낳을 때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나를 낳은 후의 기쁨도

 

나는 모른다

 

아픈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내가 퇴원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울다가 웃던 엄마의 기쁨을 나는 모른다

 

나는 언제나

 

엄마의 고통이거나 기쁨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나는 그것을

 

아주 곤란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식은 탄생에서 성장까지 어머니의 고통이자 기쁨이다. 사랑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너무 당연해서 자식은 그것을 알고도 모를 때가 있다. 오래

 

계속되는 병원의 신음과 어둠 속에서는 어머니의 병고가 어쩐지 번거롭고

 

난처하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곤란'이란 말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시인이 표 나게 내보이지 않은 고통과 눈물이, 그 말에

 

은은해 배어난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018. 4. 25. 정동준 올림

 

3.오르는 산

조영훈 산우의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졌다. 1년 4개월 전에 내가 다른 사람들의 애를 얼마나 먹였을 것인가. 나야 사람이 덜 떨어져 아는 촉하다 그렇게 된 것이고 영훈이는 마음이 아프다. 부디 병마를 이겨내고 일어서기 바란다. 우리 나이가 되면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고 하니 행여 그런 생각 말고 백세 근처까지는 가보세.

마침 333이란 숫자도 좋지만 나의 호와 같은 산을 오르니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원래 호는 추계이며, 아이디가 도봉별곡인데 마침 도봉구에 살고 주변에서 부르기 쉽게 도봉이라고 불러 호가 바뀌었다. 도의 봉우리로 착가하지 마시라. 이런 날은 함께 가서 즐기면 좋을 텐데 요즘 목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마나님이 토일은 과부가 되기 싫은지 외출금지령을 내려 문밖 출입이 어렵다. 허리와 달라 목은 생명과 관련이 있고 통증이 허리의 3배는 된다고 하니 특히 목을 조심하시라.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4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사연의 편지를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2018. 4.28.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