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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아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35회 산행)

아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35회 산행)

집결일시: 2018. 5. 27.(일) 10 : 30

집결장소: 전철 5호선 공나루역 대합실

참석자; 9명. 천옥, 문형, 삼환, 윤환, 경식, 종화, 양기, 황표, 원무 등

산행기자: 임삼환

 

1.시가 있는 산행

꼬리
-고성만(1963~ )


시아침 5/24

누구는
척추가 길어진 거라 했고
누구는 창자가 빠져나온 거라 했는데
면접시험 칠 때
애인과 마주 앉을 때
존경하는 시인을 만날 때는
밟히지 않도록 조심했고
돈 많은 사람
낯 두꺼운 사람

 


여유 넘치는 사람 앞에서는
슬쩍 꺼내어 살살 흔들었던,
차마 내키지 않는 일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일
참을 수 없이 화나는 일에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파르르르 떨리는 그것

꼬리뼈도 꼬리의 일종이다. 퇴화해 볼품없는 꼬리뼈는 진화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건 동물의 특성과 인간의 특성이 거기 함께 섞여 있다는 뜻. 긴장해야 할 땐 감쪽같이 숨고, 뭐든 아쉬울 땐 꺼내 흔들고 싶고, 분개할 땐 몸이 달아오르게 찔러대는 꼬리뼈. 왠지 파르르 떨던 때가 더 많았을 것 같은, 인간의 꼬리.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제 334회 산행 (국립중앙박물관 관람) / 위윤환

 

산행일 : 2018/5/12(토)

참석자 : 13명 (고갑무 나양주 남기인 위윤환 이경식 이승렬 이윤상

임삼환 정동준 조문형 한양기 한천옥 홍황표)

동반시 : 회색인의 전설/ 도봉별곡

 

오늘은 재경 광주고 총 동창회 상반기 산행을 겸한 청계산 산행 일정이다.

어제 일기 예보에 의하면 오늘 비가 온 종일 많은 비가 내릴것이라 하여

내심 걱정을 하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꽤 굵은 비가 내리고 있다.

시산회 단톡방에는 참석 여부로 설왕설래 했지만 한 회장의 의견대로

일단 집합 장소인 대공원역에서 모여 일정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모임 장소인 대공원역 역사 안에서 조금 늦는 산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회장이 총 동창회 산행 일정이 우천으로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모두 잘 되었다는

반응이다.

 

모두 오늘 산행기자인 나에게 산행을 하지 않으니 별로 쓸게 없어서 좋겠다고

복도 많다고 덕담(?)을 건넨다.

내 마음속은 마라톤 중계하는 아나운서가 더 힘들 듯이 오히려 산행을 가는 것이 더 쓸 소재도 많아 더 좋을 텐데하고 생각해 보았다.

 

오늘 참석하기로 한 13명의 산우가 모두 모이자, 오늘 일정을 한양기 산우의 제안을 모두가 찬성하여 이촌역 부근에 있는 국립 중앙 박물관을 관람한 다음 사당역 부근의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자는 결정을 내리고 전철로 이촌역으로 이동하였다.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작년에 65세 이상 어르신 우대용 교통카드를 받고 나서 전철로 다닐 수 있는 서울 & 근교 여행지(고궁, 박물관, 미술관, 왕릉, 사찰, 공원, 아름다운 길 등)를 2-3개월 동안 작정을 하고 여행하면서 관람을 하였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이 박물관은 1945년 덕수궁 내 석조전에서 처음 선을 보인 후 경복궁으로 이전되었다가 2005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박물관 내부의 전시품도 많지만 외부에도 볼거리가 다양해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가 벅찰 정도로 규모가 광대하다.

박물관 입구에서 비를 맞아 운치가 느껴지는 대나무 가로수길을 지나 1층 전시관으로 들어가니 웅장한 경천사 삼층석탑이 우리를 반긴다. 우리의 제한된 일정으로 실내 전시품만 대충 훑어보고 나왔지만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내어 박물관 내외부와 근접해 있는 국립한글박물관 관람과 용산 가족공원도 산책을 즐기면 어느 등산 못지않게 운동이 되리라 생각되어 모든 산우에게 꼭 권유하고 싶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1층의 선사·고대관과 중 근세관2층의 서화관과 기증관 3층의 조각 공예관과 아시아관을 시간에 쫓기어 서둘러 둘러 관람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출입구로 모였다.

 

나양주 산우의 제안으로 한 회장이 미리 예약한 죽순 추어탕집 주문을 취소하고 사당역 부근의 옻닭·옻오리 전문 식당 “약초마을”에서 뒤풀이를 하기로 하여 미리 주문을 하고 다시 전철로 이동하여 식당에 도착하였다.

밖은 봄비치고는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고 전라도 남자 사장의 구수하고 정겨운 입담과 맛있는 옻오리를 안주로 막걸리 소주를 주고받고 담소를 하니 취해갈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양기 산우의 해박한 지식에 의한 입담과 문형 산우의 며누리 자랑(?)등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한 우리 산우들의 우정은 더 더욱 돈독해져 가고 있구나 싶다.

 

동반시 도봉별곡 김정남 시인의 “회색인의 전설”은 오늘의 산행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회색인의 전설 / 도봉별곡

 

밤이 되면 전설이 되는 이의 뒷모습에서

발견한 뒤꿈치가 닳은 등산화는 아름다워도

그 눈물겨움에 무거워진 달빛 받으며 내려가는 산길

누울 자리가 없어 동굴을 찾아 헤매다

 

아무도 가지 않은 검은 산길로만 가던 폭우 내리치는

밤이 흐르고 비와 구름 사이로 비치는 카시오페이아의 전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닮았다

 

이분법이란 허망해서, 회색은 비겁해서 양쪽에서 받는 혐오

산 벚꽃 벗겨져 내리고 순간 숨이 멎고 영원과 찰나,

시작과 끝이 상극이 아닌 하나가 된다 환상이다

 

내 눈의 인식작용을 부인함으로써

산에 굴복하여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나는 북극성의 주인이어야 했다

반대편 북두칠성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비록 청계산 산행은 못했지만 양기 산우 제안으로 박물관을 관람하게 되어 우리 시산회의 품격이 기분상 upgrade 된 것 같아 좋았고 양주 산우 덕분에 흡족한 뒤풀이를 하였다고 모두가 만족스러워 하였다.

 

이젠 정남 산우도 가벼운 둘레길 걷기로 재활운동을 시작했다고 하니 어서

정상으로 돌아와 함께 산행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지금 투병중인 원우와 영훈 산우도 빠른 시일 안에 완쾌되기를 기원해보네.

2018. 5. 15. 위윤환 올림

 

3.오르는 산

나보다 원우는 매우 걱정되는 상태고 영훈 산우는 회복중이라니 반가운 일이다. 쉽지 않겠지만 빨리 일어나서 재활하고 산에 함께 다니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내가 재활을 시작했는데 1년 반을 꼬박 집에만 박혀있다가 시작했지만 근력이 너무 떨어져있다. 걸을 때는 몰라도 1시간을 운동하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는 상황이니 아직 산길을 걷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여러 산우들이 열심히 다니는 것을 보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는다. 1,000회 산행을 목표로 잡고 부디 이루기 바란다.

 

4.동반시

 

 

청산도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 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2818. 5. 26.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