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34회 산행 겸 2018년 재경광주고총산악회 상반기 산행)
일시 : 2018. 5. 12.(토) 9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과천대공원역 2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시아침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쨍하게 갠 날 읽어야 할 것 같은 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면, 기꺼이 필요가 되는 것이 사랑이다. 멋진 '필요'가 되려면 온전해야 한다. 그녀의 말에서 사랑을 확인한 이 사람은 겁쟁이에 바보가 된다. 사랑의 바보는 난생처음, 제가 세상에서 제일 귀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비 오는 날 읽어도 좋을 시다. 그가 빗방울을 저렇게도 두려워하니, 아무렴 빗방울도 두려워서 그를 피해 내릴 테니까.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33회 도봉산 산행기 / 김진오
참석자 : 임삼환, 한양기, 이경식, 이원무, 김진오, 한천옥, 전작, 염재홍, 김종화, 홍황표(이상 10인)
10시 반에 도봉산역 반가운 산우들이 모였다. 조금 늦은 들 대수냐. 전에는 7호선 대합실에 모였는데 오랜만에 보니 깨끗하게 단장한 1호선 도봉산역이 소녀들 마음처럼 깨끗하다. 항상 그랬듯이 올라가는 길옆의 음식들이 코를 자극한다. 그 중에 홍어는 회를 동하게 한다.
보리수나무를 지나 아시아나항공의 조상들을 모셨다는 광륜사 삼거리에서 잠시 마음을 정하고 매년 3월 초 시산제를 여는 우측 길 다락원 방향으로 길을 접었다. 조금 지나 등성이에서 한숨을 돌리고 에너지 보충 시간. 얼마나 왔다고.
능선을 다라 오르다 평소에는 지나쳤던 은석암에 들러 약수물 한 잔씩. 부처님 탄신일이 가까워선지 연등이 즐비하게 걸렸다. 연꽃은 진흙에 묻히지 않아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불경이 불현 듯 생각난다.
무소유를 옹골지게 실천하신 법정 스님이 읊은 구절을 잠시 소개한다. 우리도 이처럼 살 수 있다면 뭐가 걱정일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사귀는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기고,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이다.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中에서 .
능선길을 힘차게 오르면서 죽어 인간의 몸을 받아 다시 태어나면 혼자서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여러 사람의 뜻임을 확인한다. 그처럼 우리들 삶이 힘들었을까! 하기는 인생은 고해고 우리들 삶은 거친 바다에 홀로 떠있는 섬 같다지 않는가.
마침내 다락능선에 오르니 맞은 편 포대능선 아래 차분하게 앉은 망월사가 보인다. 자운봉이 어서 올라오라고 아쉬운 듯 손짓한다. 전망대에서 망월사를 배경으로 인증샷.
자리를 잡고 기자인 내가 동반시를 읽고 싸온 음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채운다. 이 바위 이름은 도봉 거사 정남이가 회복해서 나왔으면 알 텐데 누구도 모른다. 오늘은 333회 산행이니 숫자상으로 각별한 의미를 가진 산행임을 자랑스러워한다. 처음 도봉산 산행부터 벌써 몇 년을 세월을 지나왔는가. 횟수로 15년이 지났다. 시산회는 대견한 모임이라고 한 마디씩 거든다.
그의 일만은 아니듯 모두 영훈이 걱정을 한다. 영훈이 탈탈 털고 얼른 일어나소.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포대능선 등 도봉의 암봉들을 뒤로 하고 다락원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도봉산과 이별 준비를 한다. 초파일도 가까워오고 나옹 선사의 시심처럼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해 올린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내려가는 능선길에서 계곡으로 접어들어 탁족을 즐기고 하산은 항상 설레는 마음을 갖게 한다. 즐거운 뒤풀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생대구탕집에서 아구찜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으로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했다.
정다운 산우들이여, 우리 모두 저 산같이 살면서 다음 산행 때 건강한 몸으로 보자. 작별은 아쉽지만 만남은 늘 반갑다.
2018. 5. 11. 김진오 올림
3.오르는 산
내일 비가 내릴 예정이라지만 내일이 되면 어떻게 바귈지 아는가. 여태 비와 와도 강행했던 예가 있으니 상황을 봐서 간산만 하고 다른 게획을 잡아도 늦지 않다. 가령 영화관에 가서 관람하고 뒤풀이를 하거나 박물관이나 요즘 한창인 청와대 소장 그림 전시회를 가도 좋겠다.
나도 만만치 않아 산에 오를 형편이 못 되지만 영훈이가 걱정된다. 진오 말을 들으니 내일 일반병실로 옮긴다니 위급한 상황을 잘 넘긴 모양이다. 104살 노인이 안락사를 택하면서 무섭지 않다고 했으나 우리 나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으니 건강에 유의하자. 산행도 무리하지 말고 전체의 의견을 잘 조율해서 헬기를 타는 일이 없도록 당부한다. 토일에는 우리집 위로 헬기가 여러 번 왔다갔다 한다. 마침 중랑천 옆에 있어서 항공로인 탓이다.
4.동반시
회색인의 전설 / 도봉별곡
밤이 되면 전설이 되는 이의 뒷모습에서
발견한 뒤꿈치가 닳은 등산화는 아름다워도
그 눈물겨움에 무거워진 달빛 받으며 내려가는 산길
누울 자리가 없어 동굴을 찾아 헤매다
아무도 가지 않은 검은 산길로만 가던 폭우 내리치는
밤이 흐르고
비와 구름 사이로 비치는 카시오페이아의 전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닮았다
이분법이란 허망해서, 회색은 비겁해서 양쪽에서 받는 혐오
산벚꽃 벗겨져 내리고
순간 숨이 멎고 영원과 찰나, 시작과 끝이 상극이 아닌
하나가 된다
환상이다
내 눈의 인식작용을 부인함으로써
산에 굴복하여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나는 북극성의 주인이어야 했다
반대편 북두칠성이 눈에 들어왔다
*카시오페이아의 전설 : 카시오페이아는 에티오피아에 위치한 페니키아 왕국의 왕 케페우스의 아내이자 안드로메다의 어머니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으나 자만심과 허영심이 강하였으며, 이러한 성격 때문에 파멸에 이르게 되었다.
카시오페이아는 자신과 안드로메다의 미모가 해신 네레우스의 딸들인 님프 네레이데스보다 아름답다고 자랑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바다를 지배하는 신 포세이돈은 크게 노하여 홍수를 일으키고 괴물 고래를 보내어 에티오피아 왕국을 파괴하기 시작하였다.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는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딸을 해신에게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신탁을 듣는다.
케페우스의 결정으로, 안드로메다는 해변의 바위에 쇠사슬이 묶인 채로 괴물에게 바쳐지는 제물이 될 운명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때 마침 메두사를 퇴치하고 페가수스를 타고 돌아가던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발견하였다. 안드로메다에게 반한 페르세우스는 결혼을 조건으로 괴물을 무찔러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후 아내로 삼았다.
포세이돈은 카시오페이아의 허영심에 대한 처벌로, 그녀가 죽은 뒤에 별자리로 만들어 의자에 앉은 채 거꾸로 매달려 있게 하였으며, 계속하여 천구의 북극을 돌게 하였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 동굴에 사는 속박된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실체'의 '그림자'이지만, 그것을 실체라고 믿어 버리고 있다. '실체'를 옮겨 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동굴의 안쪽에 반향하고, 이 믿음은 확신으로 바뀐다. 똑같이, 우리가 현실에 보고 있는 것은 이데아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다고 플라톤은 생각한다.
2018. 5. 11.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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