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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홍릉수목원에 갑니다(詩山會 제395회 산행)

홍릉수목원에 갑니다(詩山會 제395회 산행)

일시 : 2020. 10. 10.(토) 10 : 30

모이는 곳 : 전철 고대역 3번 출구

참석 예정 : 14인

 

1.시가 있는 산행

 

다시 가을 / 김남조

다시 가을입니다
긴 꼬리연이 공중에 연필그림을 그립니다
아름다워서 고맙습니다
우리의 복입니다

가을엔 이별도 눈부십니다
연인들의 절통한 가슴앓이도
지금 세상에선 수려한 작품입니다
다시 만나라는 나의 축원도
이 가을엔 진심이 한도에 닿은듯 합니다
그간에 여러 번 가을이 왔었는데
또 가을이 수북하게 왔습니다
이래도 되는지요 빛 부시어 과분한거 아닌지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복입니다

 

시인은 교수다운 생활태도에 마음도 바른 분이라 얼굴도 곱게 늙어간다. 명상센터에 다니다보니 명상의 장단점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잠시 쉬어간다. 명상은 불교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아 보편적 수행법이 된 지 오래 되었다. 명상법에 자애수행을 하면 11가지 유익함을 얻게 된다고 한다. 종교적 입장을 떠나 일별해보시라.

 

수행자들이여, 자애심으로 마음의 해탈이 훈련되고 개발되고 숙달되고 탈 것이 되고 기초가 되고 확고해지고 견고해지면, 11가지 유익함이 기대된다. 무엇이 11가지인가? 1. 잠을 편안하게 자고, 2. 편안하게 깨어있고, 3. 악몽을 꾸지 않고, 4. 인간에게 사랑받고, 5.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서도 사랑받고, 6. 천신들이 보호하고, 7. 불, 독약, 무기로 해침을 받지 않고, 8. 마음이 쉽게 집중되고, 9. 얼굴빛이 밝고, 10. 혼란 없이 죽고, 11. 출세간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범천에 태어난다.

 

이와 같이 자애수행은 계. 정. 혜 삼학으로 대표되는 실천체계에서 시종일관 동반되는 중요한 수행임을 알 수 있었고, 수행의 완성을 이룬 성인들에게도 여전히 강조된 실천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혜에 의해 자신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자비행은 바로 지혜를 나누는 실천임을 깨어난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궁극적인 행복이란 괴로움이 소멸한 열반이며, 이 열반을 이루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비의 실천이므로 깨달음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깨달음을 이룬 후에도 자비행은 명상법에서 중요한 실천법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깨달음은 불교에서 많이 거론할 뿐 불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시인처럼 항상 감사하고 좋은 언어만을 사용하면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뉴스를 듣지 않고 살지만 남을 헐뜯는 언어는 자신의 결점을 감추는 마음에서 나오거나 남을 낮추고 자신이 올라가고자 하려는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흔히 수명과 직업의 관계에서 언론인의 수명이 가장 짧다지 않는가. 집안의 형님도 기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70살을 넘기지 못하고 가셨다. 그런 면에서 굳이 명상을 하지 않더라도 좋은 언어만 사용해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을의 중간에서 해본다.

 

2.산행기

제394회 관악산 산행기 / 이경식

 

◈ 산행월일/집결 : 2020년 9월 27일(일) / 2,4호선 사당역 4번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0명 (종화, 기인, 재홍, 윤환, 경식, 일정, 정한, 문형, 양기, 황표)

◈ 산행코스 : 사당역-관음사옆-국기봉-마당바위-제1,2헬기장-연주대(정상)-깔닥고개-서울대공대-뒤풀이 장소

◈ 동반시 : "가을산"/ 이수인

◈ 뒤풀이 : 낙지찜 및 아구찜에 소·맥주, 막걸리 / '당진아구찜'<낙성대본점, (02) 872-7978>

 

사당역 4번출구, 집결 10분 전인데 7명이나 모였다. 마지막으로 기인이 까지 도착, 신청자 10명이 전원 참석하였다. 관악산을 향하여 출발이다. 햇살 종고, 공기 종고, 친구 좋고, 발걸음도 가볍다.

남현동 빌라촌을 통과하여 본격적인 산행 시작. 바닥 암벽이나 튀어나온 돌 들이 조금 신경이 쓰이는 코스이다. 사실 우리나이엔 흙길이 편하고, 걷기에도 편하다.

요런저런 애기를 하다보니 헬기장에 도착, 넓은 공간이 지나치기엔 아쉬워 쉬어 가잔다. 깔판을 깔자마자 여기저기에 베낭을 풀었다. 문형 홍어, 기인 족발, 황표 김밥, 일정 가지나물, 양기 김치, 윤환 뻔데기, 그리고 출처 불명의 팥떡, 찹쌀떡에 막걸리, 소주, 머루주 등등

워~메, 먹거리 풍년이네. 먹고, 마시고, 낄낄거렸다. 시산회 답다. 이게 우리의 모습이다. 오늘의 기자로 임명된 난,는 오늘의 동반시(이수인 시인의 "가을산")를 낭송하였다.

"가을산" / 이수인

가을산은 말이 없다
그저 바람이 가는길에

억새풀 일렁이고 앞산에 그림자
제몸을 덮었어도 말이 없었다

비탈길위에 들국화 노랗게 사위어 가고
저녁노을 .... 빨갛게 애를 태워도
가을산은 아무 말이 없었다

배도 약간 부르고, 취기도 약간 오르고 이제 어디로 가나? 예전 같으면 즉시 하산길인데,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문형이가 연주대까지 완주를 하잔다. 산에만 가면 항상 선두에서 그만 가자고 조르던 문형이가 왠일인가? 모두들 폼을잡고, 허풍치는 소리로 생각하고, 그러자고 했다.

이게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암벽바닥 오르 내르기를 수 십번씩을, 저기 연주대는 우뚝 솟아 있는데, 몸은 지친다. 지친 친구들 일부가 과천쪽으로 빠지자고 강하게 주장을 했다. 그러나 그대로 연주대로 직행,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도착했다.

영국 등산가 '조지 맬러리'가 그랬던가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고", 정상에 서니 지친몸도 마음도 편안해지고 가을바람이 더 시원하게 느꼈졌다. 서울대 공대쪽으로 하산길을 정했다.

어렴풋한 기억에 의하면 이 길이 꽤 험난하고 위험한 코스다. 그래도 빨리 내려가겠다는 생각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최근 몇년 사이에 가장 어려운 코스였다. 암벽 봉우리를 몇개나 돌고 돌면서 거의 수직으로 낙하하고, 밧줄 잡고 미끄러 지기를 반복했다.

한이 친구는 연주대로 오를때 한 번 굴렀고, 홍 총장님은 깔닥고개를 하산할 때 발목을 약간 접질렀다. 그래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어느덧 평지가 나왔다. 서울대 공대 뒷산, 앞으로 여긴 못갈 것 같다.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뒤풀이는 낙성대역 근처에서 아꾸찜과 시원한 맥주 한 잔, 힘든 만큼 유난히 맛이 좋다. 오늘의 산행의 피로를 풀고 또 킬킬거리며 뒤풀이를 마감했다. 난 오늘도 열심히 참여했고, 땀방울도 제법 흘렸다.


사실, 주말은 가족끼리 점심 외출이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들내외가 다녀가는 것 외에는 대부분 별 일이 없다. 그래서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석을 하였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산우들의 건강을 빌면서...

2020년 9월 27일 이경식 씀.

 

3.오르는 산

계절이 수상하여 산은 오르지 못하고 나이 들면 몸을 낮추듯 낮은 곳으로 찾아든다. 그런 점에서 지난 관악산 정상행은 비록 총장님의 부상이라는 불상사는 있었으나 자랑스러운 일이다. 설악산 단풍의 절정일은 10월 10일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고 특히 시산회원들은 17번의 가을을 함께 지냈으므로 기억이 안다. 그런 이유로 나의 몸도 자주 근질거린다. 목을 다친 후로 가지 못했으니 마지막으로 간 것은 나 원장과 박수호가 대청봉을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고 하여 향도의 역할로 백담사-수렴동대피소-구곡담계곡-봉정암-소청-중청-대청-오색약수 코스를 함께 오르고 내려온 적이 있었다. 이때쯤이면 마음은 그곳에 있다. 내려와서 기사문항에서 방어의 일종인 마름을 먹고 온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침 형채 산우가 설악의 단풍이라고 정감을 빨갛게 물들인 사진을 보내왔다. 

 내일 가는 곳은 젊은 날, 경희대 4년과 국방과학연구소 6년 도합 10년을 보낸 곳이니 내 구역에 틀림없다. 그쪽에 있는 7개의 연구소 등의 출퇴근 버스를 공동운용하여 당시 KIST 운동장에 모여 각자의 회사로 또는 집으로 갔다. 그러나 아직 가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산림연구소에 계시는 선배와는 테니스를 치면서 무척 가깝게 지낸 기억은 몹시 새롭게 다가온다. 그분의 불행이 없었다면 지금도 가까울 사이였다. 하여튼 좋은 곳이니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비록 졸아서 전화를 받지 못했으나 세월을 잊고 사는 생활 덕분에 동반시를 포함한 산행 메일을 잊을 뻔했다. 여러 산우들이 좋은 시를 올려주므로 산행시와 동반시를 고르는 수고를 덜게 해줘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번 산행시는 홍 총장님이, 동반시는 형채 산우가 올려준 시로 정했다. 시인의 시심을 담아 여러 산우들에게 다시 감사드린다. 늦게 올린 것은 메일에 10. 10.을 꼭 찍고 싶었을 것이라고 이해바란다. 시집 준비를 하고 있지만 나는 이런 시를 쓰지 못하는 정서의 부족함을 매양 느끼고 산다. 또 다시 이해바란다.

 

구절초꽃 - 김용택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2020. 10. 10.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