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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42회 산행)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42회 산행)

집결일시 : 2018. 8. 26.(일)

집결장소 : 분당선 청계산입구역 대합실

 

1.시가 있는 산행

오래 침묵한 뒤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시아침 8/13

오래 침묵한 뒤에 하는 말:

 


다른 모든 연인들 멀어지거나 죽었고,
싸늘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 위에 드리웠으니
우리 이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말하고 또 말함이 옳으리라:
육체의 노쇠야말로 지혜; 젊은 날에
우리 사랑했지만 무지했어라.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연인들은 헤어지거나 죽어 땅에 묻혔다. 지금 등불은 빛나지 않으려 하고 커튼에 가린 밤은 무심하기만 하다. 시인은 이 쓸쓸한 늙음의 밤을 쓸쓸해 하는 대신에, 인생 지혜로 높이 들어 올려 찬양한다. 내일 모르고 달아오르던 젊은 날의 사랑은 그저 몽매한 것이었던가. 아니 그보다, 몸이 늙으면 뜨겁던 피는 식고 병이 낫기는 낫는가. 내일이 들려주는

말이니 믿어볼 수밖에.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제341회 “도봉산” 산행기

 

※ 산행일: 2018. 8. 11(토)

※ 참석자: 14인

고갑무, 김종화, 김진오, 나창수, 이경식, 이승렬, 이원무, 이윤상, 염재홍, 위윤환, 임삼환, 한양기, 한천옥, 홍황표, 김정남(하산 후 회식 참석)

※ 동반시: 빼앗긴 들어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 산행코스:

도봉산역-도봉사-금강암-구봉사-성도원-문사동 마애각자 계곡-성도원-

도봉서원터-도봉산역 인근 옛골토성(회식장소)

 

폭염이 두달째 계속되고 있다.

104년만의 기록적인 더위라니 5천만 동포 대부분이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여름철인가보다.

시산회 14년 역사상 계곡만을 목적지로 하는 행사도 처음으로 두번씩이나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도봉산 “용어천계곡”이 목적지다.

도봉탐방지원센터를 지나서 성도원까지 오르는 길 옆도 계곡이다.

시원스럽게 흐르지는 않지만 웅덩이와 그늘이 있는 곳이면 피서객이 선점하고 있다.

성도원 부근에 “문사동(問師洞)”이라고 초서체로 각자한 바위가 있다.

그 옆에 바위 그늘이 있는 널직한 공터가 있다.

“낙석위험” 현수막이 있는 곳이라선지 선점객이 없어서 우리들이

독차지할 수 있었다.

도봉산역부터 약 2KM정도 거리이니 쉬엄쉬엄 올라가도 채 한시간도 걸리지 않는

지점이다.

조그만 웅덩이도 있는데 오염되지 않아서 우리 모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었다.

지도상 표기로는 우리들이 정좌한 윗쪽이 용어천계곡에 해당되는 모양이다.

그 곳에 더 좋은 장소가 있을지라도 우리 모두 이곳에 만족하기로 한다.

오늘 행사에서 낭송할 동반시로는 고 이상화 시인이 1926년 6월에 발표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선정하였다.

남과 북이 지정한 국경일 중에서 유일하게 같다는 8.15 광복절을 앞두고 있다.

암울했던 그 시점을 상기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다. 시제만 읊어 보아도 가슴이 찌

르르 해진다.

독재정권하의 북한, 미제에 예속된 남한, 100여년전 일제 치하의 정지 상황과 현재

의 한반도 상황이 비슷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정해 보았다.

나라의 치욕적인 역사를 회고하기 싫어하는 회원에게는 이해를 바라면서...

2018.8.11 한 양 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 6 발표 이상화/시인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는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영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3.오르는 산

지리한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이다. 가을에는 기도를 해야 한다. 곡식이 무르익듯 사랑이 결실을 하는 계절인 까닭이다. 산행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열심히 준비눈동을 해도 아직은 모자란다. 부디 잘 다녀오시기 바란다

 

4.동반시

이원무 총장께서 오래 전에 동반한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추천하셨다. 그런 이유로 부득이 내가 시를 골랐다. 함께 시 공부를 하고 같이 시집을 낸 분이다. 믿기지 않을 만큼 얼굴이 곱고 마음씨가 하도 착해 마치 천사 같다. 그런 분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고백 / 박지영

 

기다리라고는 않으셨지만

가라는 짧은 한 마디도 않으셨으니

차마 가지 못하여

이렇게 기다립니다

 

사랑한다 하지는 않으셨지만

미워한다고 않으셨으니

그 마음 나에게로 향할까

이렇게 기다립니다

 

나의 기다림이

탄생을 기다리는 어미처럼

거룩하지는 않겠으나

조금 모자란 거룩함으로

그대를 기다립니다

 

나의 그리움이

삶마저 놓아버린 베르테르만큼

애절하지는 않겠으나

조금 덜한 애절함으로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한결같음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신의 사랑만큼은 아니겠지만

조금 부족함으로 그대에게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2018. 8. 25.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