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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삼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39회 산행)

삼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39회 산행)

집결일시 : 2018. 7. 14.(토) 10 : 30

집결장소 : 경춘선 강촌역 광장

참석자 : 6명(천옥, 종화, 문형, 문형, 윤환, 양기, 원무)

 

1.시가 있는 산행

파손주의
-채재순(1963~ )

시아침 7/13

저기 깨지기 쉬운 사람이 간다

명예가 무너진
재산이 파손되고
건강이 부서진,

 

'파손주의'라고 써진 등짝을 보라

잔소리에 깨지고
뼈있는 말에 파손되고
속임 말에 넘어간,

가슴에 '취급주의'가 새겨진
사람을 보라

 


슬픔에 갇힌,
질그릇 하나가 간다

어느 때 사람은 유리 같다. 창졸간에 명예와 재산과 건강을 잃기도 하고, 무정한 말들에 찔리고 부서지기도 한다. 그는 걸음마다 피를 흘리는 것 같다. 어떻게 취급할까, 이 슬픈 질그릇을. 이 연약한 폭발물을. 우선, 모두가 생각보다 쉽게 파손되지는 않는다고 말해야겠다. 서로 어지간히는 '주의'하므로. 깨졌다고 그냥 주저앉으려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인간은 어떻게든 자기를 고치고 붙여서, 다시 걸으려 하니까.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제338회 오대산 산행기 / 이원무

산행일/모임장소 : 2018. 06. 30(토) / 사당역 1번 출구(07:10) 및 잠실역 3번

출구(07:30)

참석자 : 8명 (갑무, 원무, 형채, 경식, 종화, 동준, 문형, 황표)

산행코스 : 월정사 전나무숲길 ➡ 월정사 ➡ 상원사 탐방지원센터 ➡ 사자암

(중대) ➡ 적멸보궁 ➡ 상원사 탐방지원센터

동반시 : “바람 부는 날의 풀” / 윤수천

뒤풀이 : 강릉시 주문진 (033)661-4180, 꽁치회무침 및 대구탕, 곰칫국.

 

요즈음 초여름 날씨가 예년과 달리 한여름 고온, 다습한 아열대성 게릴라 집

중폭우가 쏟아져 산사태며 도로 유실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하절기 산행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대산 산행을 인원 미달로 한 번 연기하고, 재추진하려 하니 이제는 장마 일기예보가 있어 추진하는데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갑자기 취소하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현 여건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다행스럽게 별 사고 없이 잘 마무리 된 산행이 오대산 산행이 아닌가 한다.

 

아침 07시 10분 지하철 사당역 근처에서 5명을 태우고 지하철 잠실역 근처에서 3명을 태운 뒤 07시 30분에 출발하여 가는데 뜬금없이 마누라의 핀잔을 받은 조 산우의 마음이 아침부터 몹시 불편한 모양이다.

 

결론적으로, 홍어회 무침 때문이란다. 새벽에 며느리가 배달한 홍어회 무침이 원인이라는데. 조 산우, 연말에 집행부에서 회원에 대한 지대한 공로를 인정하여 무침상을 하나 만들어 놓았네. 기대하게나!

 

조 산우가 계속해서 울적한 마음에 참석률 향상에 대한 여러 방안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듣고 보니 수긍은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시산회 모임은 각자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심신의 건강과 우정을 돈독히 하는 순수한 모임이기 때문이다.

 

2시간여 달리는 차창에 몸을 기대어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그간 시산회 산행의 추억에 잠겨 있노라니 결론은 “건강하게 오래 살자” 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느새 해발 700m 이상의 고랭지 채소가 길 양쪽에 초록으로 넘실댄다.

 

오대산 입구 길로 접어들어 햇빛은 쨍쨍하고 산에는 쭉쭉 뻗은 푸른 소나무가 매우 멋있으며, 차창에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오늘 산행을 한결 부드럽게 할 것만 같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인지 회원 전체가 출발 전 매우 의기소침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오대산 전나무 숲길 입구에 들어서니 화창한 날씨와 전나무 숲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의 시원한 향에 회원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피톤치드는 편백나무, 구상나무, 삼나무 등 침엽수에서 많이 발생되는 천연 물질의 향이며 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인체에는 이로워 사람이 호흡을 통해 흡수하면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면역력과 심폐기능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약 1km 정도로 수령 80년 이상 된 전나무 1800여 그루의 피톤치드 향이 풍부한 흙길 산책길로 천년고찰 월정사에 이르기까지 선재길에는 곳곳에 잘 정리된 자연 설치미술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약 600년 된 쓰러진 전나무는 훼손 없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전나무는 상처가 나면 젖(우유)이 나온다고 하여 젖나무로 불리다가 전나무로 변화되었다고 하며 오대산은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월정사는 오색찬란한 등으로 극치의 미를 보여주고 있었으며 적광전 앞 8각 8층 석탑(국보 제48호)의 위용과, 지장전, 삼성각, 진영각 등 오대천 금강교와 어우러져 휠링의 맛을 만끽하며 둘레길을 걸을 수 있었다.

 

월정사를 나와 차로 20여분 이동하여 상원사 탐방센터 입구에 전원 하차하여 수십 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을 따라 쭉 산책길을 올라가니 상원사가 우측으로 보이고 비로봉(3km) 코스 안내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니 10여 년 전과 달리 말끔히 계단이 단장되어 있어 주변이 매우 산뜻하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니 다람쥐 여러 마리가 나와 우리를 정답게 맞이한다. 이것이 자연친화적 상생이 아닌가. 새삼 느낀다.

 

30여분 올라가 잘 단장된 사자암(중대) 암자에서 철철 흘러나오는 시원한 생수 한 바가지를 마시니 더위가 싹 가시고 온몸이 싸늘하다. 일부 회원이 비가 오니 빨리 내려가자 한다. 그러나 오늘 목적지(적멸보궁)는 찍고 가자고 독려하여 30여분 올라가 보수 중인 적멸보궁에 도착, 8명 전원 인증샷을 찍었다. 1.5km 더 올라가면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는 비로봉에 도착하게 되나 오후 폭우예보 관계로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다시 오던 길로 하산하여 상원사 계곡물가에서 점심을 하였다.

 

조 산우 며느리님의 홍어회 무침은 오늘 점심에서도 막걸리에 백미였다. 모두다 칭찬이 자자하고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오늘의 추천 시 윤수천 시인의 ‘바람부는 날의 풀’을 필자가 철철철 흐르는 오대산의 물소리에 맞춰 낭송하니 얼마나 즐겁지 아니한가?

 

바람 부는 날의 풀 - 윤수천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다행히 산행 마칠 때까지 날씨는 맑았다. 식사 후 상원사 탐방센터에서 차를

타고 주문진읍에 도착, 파도식당에서 꽁치회무침 및 대구탕과 곰칫국에 소주 한 잔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주문진 방파제로 나와 하얀 파도와 갈매기가 넘실대고 멀리 여객선이 보이는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고 끝없는 동해 바다와 멀리 보이는 오대산과 설악산을 보고 있노라니 자꾸 또 오라고 손짓하지 않는가!

2018. 6. 30. 이원무 올림

 

3.오르는 산

삼악산은 여름에 오르기에는 힘들지만 정상에 올라 춘천호를 내려다보는 맛에 오른다. 겨울은 겨울대로 얼음이 언 호수를 보는 맛 또한 만만치 않다. 젊은 날 삼악산에서 조카들과 함께 올랐다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매트를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한 탓에 바닥에 까는 매트를 조카들에게 양보하다가 후유증으로 불명열에 걸려 한참 고생한 적이 있다. 벌써 339회 산행이니 얼마나 많은 얘기와 곡절이 오고 갔을까. 새삼 감회가 일어나는 것은 내가 아직은 산에 오르지 못하는 까닭이다. 지난 일요일에 도봉산에 올랐다가 아직은 힘에 부침을 절감했다. 헬스센터에서 하는 재활은 재미가 없어서 오래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 하여 혼자 지리산 종주를 하려고 한다. 마나님은 그 나이에 무슨 모험을 하느냐고 반대가 극심하지만 강행하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니 딸들까지 동원하여 단체로 반대한다. 한 번 먹은 맘이니 강행하려 한다. 주중에는 예약이 어렵지 않으므로 대피소마다 1박을 하면서 가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산행을 무사히 마치면 백담사 옆 수렴동대피소에서 자고 다음 날에는 소청이나 대청대피소에서 자고 설악산 대청에 올라 평생의 소원인 화채능선으로 권금산성까지 몰래 내려오는 것이다. 과태료가 무서울 것도 없다. 큰 자산인 무소유이니까. 그것까지 마치면 배를 타고 5번을 실패한 한라산 백록담에 오를 것이다. 꿈은 아름다운 것이니 산우들까지 말리지 마시라. 동행은 사양한다. 민폐를 끼칠 것이 분명하니까. 더운 여름이니 삼악산은 잘 다녀오시라.

 

4.동반시

 

만남과 이별 - 조병화

만남의 기쁨이
어찌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나를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나를 슬프게 한 사람이나
내가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내가 슬프게 한 사람이나

인생은 그저 만났다간 헤어지는 곳
그렇게 만났다간 헤어져 가야 하는
먼 윤회의 길

지금 새로 기쁨으로 만났다 한들
머지않아 헤어져야 하는 슬픔
어찌 이 새로운 만남을 기쁘다고만 하리

눈물로 눈물로 우리 서로 눈물로
숨어서 울며, 웃으며 헤어져야 할
이 만남과 헤어짐

정이 깊을수록 더욱 마음이 저려지려니
이 인생의 만남을
어찌 그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2018. 7. 13.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