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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오대산에 오릅니다(詩山會제338회 산행)

오대산에 오릅니다(詩山會제338회 산행)

집결일시 : 2018. 6. 30(토) 오전 7시

집결장소 : 잠실 상징탑 및 사당역 1번 출구

코스 : 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정상) 또는 상원사-적멸보궁-상원사-월정사와 전나무숲길-소금강(시간 여유 있을 때)

 

1.시가 있는 산행

중환자실
-오창렬(1963~ )

시아침 6/29

넘어질세라
내 어린 손 놓지 않으셨을
아버지의 손을

주사바늘 또 뽑으실세라,
간호사님들이 혈관 못 찾으실세라,

 


-ㄹ세라, -ㄹ세라,
핑계의 힘줄로
팔목 째 병상에 묶어대던,
혼수의 아버지보다 먼저 혼미해지던,
내 손들

위중하던 겨울밤들

'ㄹ세라'는 염려의 뜻을 가진 연결어미다. 시는 아버지의 염려와 자식의 염려를 견준다. 즉, 두 손을 견준다. 자식은 자신의 염려에,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묶던 손길에 일말의 자신이 없다. 같은 듯하지만 그의 손은, 아버지의 고통을 쥐고 있는 것이다. 붙잡으면 더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팔목을, 그러나 놓고 싶어도 놓을 수가 없다. 한 번 놓아버리면 다시 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북한산 산행기 / 임삼환

일자 : 2018년 6월 17일

모임장소 : 북한산우이역 3번 출구

참석자 : 종화, 형채, 재홍, 원무, 삼환, 양기, 천옥, 황표(8명)

 

오늘은 시산회에서 북한산을 가는 날이다

왠지 아침부터 여유가 있다.

우리집에서 걸어서 30분, 차로10분이면 우이역에 갈수 있다.

집 앞 정류소에서 버스를 타고 우이역에 내리니 9시50분이다.

모임 장소에 가보니 아무도 없어 왠지 이상하여 핸드폰을 열어 확인하니 약속시간이 10시 30분이다.

요즘 가끔 이렇게 깜빡깜빡하는 경우가 있어 걱정이다.

주변에 마땅히 앉을 자리도 없고 해서 배낭을 멘 채 이리저리 서성이는데 저 멀리서 원무 총장이 보인다. 얼마나 반가운지.

원무 총장은 키가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10시가 지나자 지하철입구에서 회원들이 나왔고 10시 40분경 황표가 도착하여 모두 출발 준비를 했다.

예전에는 북한산도 도봉산만큼 잘 다녔는데 도봉산역지하철이 생긴 후

부터는 주로 도봉산으로 가는 바람에 오랜만에 북한산을 가는 것 같다.

6월17일이면 아직 한여름은 아닌데 오늘은 매우 덥다.

벌써부터 땀이 흐른다.

버스 종점을 지나 많은 등산객이 길을 메우고 있는데 강북구 보건소에서 건강진단서비스를 하고 있다.

즉석에서 손끝혈액을 채취하여 고지혈이나 혈당치 등을 알려주었다.

나도 조사했는데 모두 정상이라 기분이 좋았다.

 

원무 총장과 나는 진단소 안으로 들어가 혈압등 기타 체크를 하고 나오니 우리 일행이 보이질 않아 부지런히 쫓아가니 우리를 기다리며 쉬고 있었다.

북한산 우이분소 사무소 앞을 지나 백운대 쪽으로 가는 길은 별도의 보행로를 만들어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탐방로 안내도 앞에서 오늘의 산행코스를 백운대로 하고 도선사로 향하는데 붙임바위란 안내판과 함께 커다란 통바위를 만났다.

예전기억에 없는 일이라 들여다보니 붙임바위는 오래전부터 도선사를 찾는 신도들이 중간에 쉬어가는 바위로 큰 바위에 작은 돌멩이를 붙이며 마음속에 간직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몇몇 등산객들이 돌멩이를 가지고 바위에 붙이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서 중생의 아픔을 공감했다.

도선사 입구에 이르기까지 새로 설치된 인도를 따라 걷는데 계단이 많아서 인지 굉장히 힘이 든다.

도선사 입구 광장을 지나 옛날의 산길을 따라 걷는데 갈수록 경사가 심해지면서 땀이 솟는다.

중간에 쉴 때마다 먹고 마시는 것을 자꾸 내놓아 배낭을 가볍게 하는 영리한 산우들이 생겨났다.

북한산의 악명 높은 깔딱고개 옆 하루재를 넘을 땐 정말 숨이 차고 땀이 비 오듯 한다.

깔딱고개 정상에 올라서니 바로 앞에 인수봉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인수봉 중간 중간에 암벽을 타는 등반가들이 개미처럼 붙어있다

잠깐 숨을 돌리고 보니 허기가 져서 밥 먹을 곳을 찾는데 바로 앞 산딸나무 아래에 4인승 벤취 2개가 비어 있어 바로 자리 잡고 앉았다.

아이구, 다리야!!!!!!!

 

아까 처음 만날 떄 기자 얘기가 나왔었는데 나는 지난번 2회에 걸쳐 산행 펑크를 낸 바람에 기자를 못했으므로 오늘 기자를 하라고 한다.

오랜만에 산행기를 쓰는 것이 부담은 되지만 1년에 한번 오는 기회를 놓치기도 아까웠다.

모두들 배낭을 털어 음식과 술을 내놓았다.

나는 얼마 전 고향 담양에서 보내온 죽순회와 초장을 꺼내놓고 산행시를 낭송했다.

 

정남진 바닷가 / 박정순

 

해협을 잇는 은빛 모래톱.

조가비 껍질의 휘휘한 이야기들이

사그락 사그락 추억으로 밟힌다.

도르르 밀고 온 외로운 파도 포말이

슬픈 사연의 해당화를 붉게 토해내면

수평선너머 마음의 응어리가 밀려가고

지난날 그리움이 예서 머물며

이별을 고하는 연인의 망연한 눈물같은

갈매기 울음소리 푸르고 아득한 물결에

추억을 더듬어 출렁인다

떠나간 그대 떠올리며

파도 소리에 목이 메어

울컥, 영혼 같은 바람에 흔들리면

나처럼 어느 바닷가를 서성일 그대에게

저 멀리 부서지는 햇살

은빛 물결 일렁이는 사연을 담아

흩어지는 바람편에 모래편지를 쓴다

 

푸짐한 안주와 막걸리, 한 회장의 진도홍주, 황표의 어성초주가 어울려 얼큰해진다.

마지막으로 오미자 차 한 모금 씩 마시고나서 백운대를 향해 가려는데 모두들 힘들어 한다.

결국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원점회귀 코스를 택했다.

내려오는 길은 오르기보다 한층 수월했다.

 

도선사 입구 광장을 지날 때 먹은 아이스케키는 그 어느 것보다 맛이 있었다.

한참 내려오다가 품바대공연 간판을 내건 각설이 아저씨를 만났다.

얄궂은 옷차림에 화장을 하고 엿가위를 흔들며 엿을 팔고 있는데 형채 산우가 엿을 사서 나누어 주었다. 엿 무라!!!!!

산두부집에서 손두부, 홍어삼합, 두부전골에 소주, 맥주, 막걸리로 맛있게 먹었다.

오랜만에 올라본 북한산, 그 동안 많이 변하였고,

오늘 하루 행복 했네, 다음번은 오대산에서.

임삼환 씀

 

3.오르는 산

이번 산행은 오대산 정상 비로봉에 오른다. 다만 20번은 오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1563미터의 고봉이라 여름철에는 고생이 많을 것을 염려한다. 젊은 날 2시간 30분을 올랐으니 지금은 3시간 반은 걸릴 거다. 북한산 하루재(깔딱고개는 왼쪽으로 가야 나온다)를 오르고도 힘들어 했다니 오대산은 거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춥거나 시원할 때는 괜찮으나 체력이 좋은 사람만 가니 나이는 둘째로 치더라도 한여름이고 습도도 높아 고생할 것이 눈에 선하다. 그러니 적멸보궁만 올라도 오대산 전경이 보이니 만족하고 내려와 월정사를 들르고 전나무 숲길을 걸어도 만족할 것이다. 최근에 가족과 갔는데 정비가 잘 돼있어 탁족도 하고 신앙과 관계없이 유서 깊은 절이니 들렀다 오면 좋은 것이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차를 타고 소금강을 가도 좋다. 참고하고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바람 부는 날의 풀 / 윤수천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 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2019. 6. 29.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