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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43회 산행)

북한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43회 산행)

집결일시 : 2018. 9. 8.(토) 10시 30분

집결지 : 전철 4호선 길음역 대합실

1.시가 있는 산행


-허영자(1938~ )

시아침 9/5

돌아보니

 

가시밭길
그 길이 꽃길이었다

아픈 돌팍길
그 길이 비단길이었다

캄캄해 무서웠던 길
그 길이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시련은 복일까. 지친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목에 깁스라도 한 듯 지나온 길을 차분히 돌아보지 못한다. 지금 가시밭길에, ‘돌팍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캄캄한 길도 길이다. 어쩌면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길은 아늑하고 검댕 같은 어둠들이 다 빛의 씨앗이었다고, 오래 걸은 사람 하나가 말한다. 세상은 늘 앞을 똑똑히 보라고 하지만 거꾸로, 앞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42회 ‘청계산’(옥녀봉) 산행기<2018년 8월 26일(일)> / 최광일

 

◈ 월일/집결 : 2018년 8월 26일(일) /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2번출구 (10:30)

◈ 산행코스 : 청계산입구역-원터골입구-진달래능선-원터골쉼터-옥녀봉-제2솔밭쉼터-제1솔밭쉼터-화물터미널-뒤풀이장소

◈ 참석자 : 9명 (종화, 양주, 경식, 윤상, 동준, 정한, 광일, 양기, 황표)

◈ 동반시 : "고백" / 박지영

◈ 뒤풀이 : 염소수육·탕에 약주 / '수만리염소탕'<역삼동, 501-3404>→ 나양주 산우 협찬

 

태풍 제 19호 솔릭(SOULIK)이 지난 주말에 매우 느린 속도로 우리나라를 빠져 지나갔다. 태풍의 영향인지 구름이 잔뜩 끼인 날씨다. 집결장소인 청계산입구역 대합실에는 10시 전 후 부터 대부분의 산우들이 집결하였다. 모두 부지런한 산우들이다.

 

당초 5명만이 참석, 산행할 예정이었으나 오늘 아침에 4명의 산우들이 참석 하겠다고 연락이 왔었고, 집행부 역할을 맡은 동준이는 열성적이다. 시산회 회장님과 총장님이 참석을 못해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원터골 입구의 보호수 옆 큰 이정표 앞에서 오늘의 산행코스를 협의 하였다. 옥녀봉까지만 오르고 양재 화물터미널 쪽으로 하산하여 뒤풀이 장소는 강남역 근처(역삼동) 염소탕 식당을 양주 산우가 적극 추천을 하여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을 하였다.

 

옥녀봉의 코스는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어 산책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하며, 높이는 매봉보다 낮다. 가파르지 않은 계단과 평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청계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코스이다. 옥녀봉에는 오래 머물며 쉴 수 있는 의자와 탁자도 많이 있다. 다만 청계산은 물이 없는 게 아쉽다.

 

옥녀봉 산행코스는 언뜻 보면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것 같다. 나무가 빽빽한 숲도, 쓰레기 하나 없는 등산로도 모두 사람의 관리를 받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것이 나쁘다기보다는 오히려 쾌적하다. 숲도 관심과 애정을 많이 받으면 더 예뻐지는 것 같다.

 

일요일 공휴일에는 많은 산객들이 팀을 이루어 오르내리며 산길을 가고 있다. 계곡에는 비가 조금 내렸는지 물이 제법 흐르고 있다. 계곡의 넓은 한 곳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수행되고 있는 기공의 하나인 파룬궁 수련자들이 건강 향상을 목적으로 도를 닦고 있다.

 

진달래능선을 따라서 올라가다 원터골쉼터 육각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산우들은 최근의 무더위와 건강관리에 대한 주의점을 주고받는다. 서둘러서 옥녀봉에 오르니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며, 가지고 온 음식을 먹고 있다.

 

청계산은 청룡산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옛날 옛적 푸른 용이 산허리를 뚫고 나와 승천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옥녀봉이라는 이름은 어느 산에서나 있는 흔한 이름이다. 전국 각지의 수많은 산에 옥녀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존재하고 내려오는 전설도 많다.

 

청계산의 옥녀봉은 봉우리가 예쁜 여성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라는데, 옥녀봉의 예쁜 모습을 보니 맞는 것도 같다. 옥녀봉의 전망대에서 보면 과천경마공원, 과천정부청사 및 서울대공원 등이 보인다.

 

옥녀봉을 넘어 밴취의자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며, 가지고 온 먹을거리를 끄집어내었다. 막걸리를 마시기 전에 오늘의 동반시를 낭송하자며, 오늘의 기자인 내게 낭송 권한을 주신다. 동반시는 박지영 시인의 "고백"이다

 

고백 / 박지영

 

기다리라고는 않으셨지만

가라는 짧은 한 마디도 않으셨으니

차마 가지 못하여

이렇게 기다립니다

 

사랑한다 하지는 않으셨지만

미워한다고 않으셨으니

그 마음 나에게로 향할까

이렇게 기다립니다

 

나의 기다림이

탄생을 기다리는 어미처럼

거룩하지는 않겠으나

조금 모자란 거룩함으로

그대를 기다립니다

 

나의 그리움이

삶마저 놓아버린 베르테르만큼

애절하지는 않겠으나

조금 덜한 애절함으로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한결같음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신의 사랑만큼은 아니겠지만

조금 부족함으로 그대에게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동반시 ‘고백’은 정남이 친구가 추천한 모양이다. 함께 시 공부를 하고, 시집을 낸 분이라고 하며 믿기지 않을 만큼 얼굴이 곱고 마음씨가 하도 착해 마치 천사와 같다고 한다. 그런 분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겠지......

 

산행 도중에서부터 비가 내릴 것 같더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릴 모양이다. 맨 처음 산행코스를 정한 대로 양재 화물터미널 쪽으로 하산한다. 옛날 양재 화물터미널 쪽에서 옥녀봉으로 오른 적이 있어서 산행코스가 새롭다. 양재대로 쪽으로 하산 후, 강남역 근처에 있는 뒤풀이집인 ‘수만리염소탕‘(흑염소요리 전문점)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수만리염소탕’ 식당 이름은 전남의 무등산, 안양산과 만연산의 사이에 있는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를 따온 것 같았다. 수만리는 물촌(水村) · 새터(新村) · 만수·중지 등 4개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녹색 농촌체험 마을로 지정된 수만리 들국화 마을은 광주광역시에 인접한 입지적 조건, 천혜의 자연환경, 친환경 약초 재배와 흑염소 농장 등을 관광 산업과 연계한 자연생태 우수 마을로도 유명하다.

 

식당 문을 들어서니 "花香百里 酒香千里 人香萬里(꽃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훌륭한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글이 창문에 붙어 있다. 또 三枝九葉草酒를 큰 병에다 담가 창가에 많이 배열해 놓아 있었다. 三枝九葉草는 한방에서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생풀인 음양곽(淫羊藿)이라고 칭하는 강장재로 원기부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간혹 한 번씩 들렸었다는 양주 친구가 9명의 손님을 모시고 와서 염소수육과 들깨염소탕을 시키니 藥酒(三枝九葉草酒)를 내어 놓는다. 흑염소 요리는 들깨 외에 부추, 깻잎 등의 향채를 많이 넣어 끓여내므로 흑염소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깍두기 등의 반찬을 곁들여 먹었다.

 

뒤풀이를 맛있게 한 후 헤어지는데, 정한 등 몇몇 친구들은 ‘소화도 시킬 겸 신사역(논현동)에 까지 걷기 운동을 하자’ 하며 아구찜의 맛집 ‘첨벙 家’로 이동하잔다. 그곳은 우리 시산회에서 원거리산행(대둔산, 태백산)을 한 후 아구찜을 맛있게 먹은 장소로써 정한 친구가 옛부터 간혹 한 번씩 애용한 곳이다.

 

오늘 비록 날씨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이슬비가 조금씩 온 적이 있었으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산행의 더위를 식혀 주었으며, 뒤풀이도 양주 친구의 협찬으로 맛있게 하여 감사합니다. 다음 산행 때에는 더 많은 산우들이 함께 하시길 기원하면서......

 

2018년 8월 27일 최광일 씀.

 

3.오르는 곳

이번 산행은 벌초와 관련하여 참석인원이 적어 집행부 걱정이 많으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많이 참석해주기 바란다. 코스가 같다고 똑같은 산행은 없다. 어느 코스로 변할지 맛난 굴전집이 뒤풀이 장소가 될 수도 있다. 회장님은 벌초를 일찍 마치고, 진도, 그 먼 곳에서 밤을 새서라도 운전하고 와서 참석할 것 같다. 부디 조심해서 오기 바란다. 나도 몇 년째 벌초를 못했다. 유언으로 화장하고 평장하라 했다. 공원묘지도 수목장도 신경 쓰이는 짓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동반시

올해 안에 설악산 가장 쉬운 코스 중 하나인 백담사-수렴동대피소(1박)-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대피소(1박)-설악동계곡-설악동-주문진-서울, 역시 설악산 코스 중 수렴동대피소(1박)-대청대피소(1박)-화채능선(휴식년제로 산행금지), 지리산종주, 한라산 백록담 코스와 영실 코스 등 5곳을 혼자 다녀오려고 마음 먹었다. 누군가와 함께 갈 때는 완전히 민폐를 끼칠 것이 뻔하니 사양한다. 특히 화채능선은 과태료 50만 원을 각오해야 한다. 그때 동반할 시는 년말에 낼 시집 안에 포함한 시다.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1902~1963)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2018. 9. 7.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