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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제2시집 <시인의 농담> 시인의 말 / 도봉별곡

제2시집 <시인의 농담> 시인의 말 / 도봉별곡

 

시인의 말

 

시는 시인의 실체적 삶과 겪지 못한 것의 상상력으로 쓴다. 허구의 부담이 소설보다 덜 하다.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나의 시가 불교적 성향이 짙다 해도 나는 5계를 지키는 재가불자가 아니다. 많은 시 중에서 골라 탈고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는 시집이다. 계단에서 사고가 났는데 경추에 문제가 생겨 죽다 살았다.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만큼 후유증도 크다. 입원하고 수술해서 일부 회복 때까지 지낸 신경병동은 비정상이 정상일 정도로 신경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뿐이었다. 어렸을 때 단명할 거라는 예상을 뒤집고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 아직 살아있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주변에서 덤으로 사는 삶이라 생각하라는 데 착안하여 시집의 이름을 ‘시인의 농담’이라 붙인다. 남은 생을 무거운 농담처럼 자유와 겸손을 내포한 검소와 함께 살 생각이다. 시가 길어진다. 내 안의 다른 내가 쓰는 것 같다. 그치지 않는 통증과 시에 대한 열정, 쓰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글 등이 버무려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농담처럼 무겁게 때로는 삶처럼 가볍게 생각한다. 이것 또한 시풍과 더불어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