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채로 산다는 것은 - 기억의 거짓말 / 도봉별곡
굳이 잊은 것을 생각해내고는 힘들게 살지 말자
기억도 거짓말을 하며
거짓말을 있는 그대로보다
더 잘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기억들이 용광로에 들어가서
나올 때는 비싼 합금이 되고
강철이라도 되면 좋으련만
별 쓸모없는 잡철이 되어 나온다면
그대여
우리는 잡철을 모으는 그 먼 옛날의 엿장수가 될까
오늘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 중에 값나가는 비철합금을 고르는
고물장수의 한여름 노동자가 되어야 할까
그대에게는 비싼 기억이라도
내게는
그냥 흘러간 것들일 수도 있으니까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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