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마장지 출렁다리 소요유(詩山會 제356회 산행)
일시 : 2019. 3. 24.(토) 10시 30분. 10시까지 오면 승용차로 편하게 갈 수 있음.
모이는 곳 : 전철 3호선 구파발역 2번 출구. 704번 버스 이용.
1.시가 있는 산행
시의 시대
-이창기(1959~ )
시아침 3/12
라면이 끓는 사이 냉장고에서 달걀 하나를 꺼낸다. 무정란이다. 껍데기에는 붉은 핏자국과 함께 생산일자가 찍혀 있다. 누군가 그를 낳은 것이다. 비좁은 닭장에 갇혀, 애비도 없이. 그가 누굴 닮았건, 그가 누구이건 인 마이 마인드, 인 마이 하트, 인 마이 소울을 외치면 곧장 가격표가 붙고 유통된다. 소비는 그의 약속된 미래다. 그는 완전한 무엇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날아오르기를 꿈꾸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누군가를 애끓게 사랑했던 기억도 없다. 그런데 까보면 노른자도 있다. 진짜 같다.
부화하지 못하는 무정란은 시답지 않은 시, 시 없는 시에 가깝다. 그것은 누군가에게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악화처럼 함부로 유통된다. 무정란과 유정란이 육안에 분간되지 않듯이 시와 시 아닌 시의 구분도 쉽지 않다. 일회용 시가 허술히 넘쳐나는 세태를 꼬집는 시다. 은연중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이기도 하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55회 ‘관악산’ 산행기<2019. 03. 09.(토)> / 한양기
◈ 산행일/집결장소 : 2019년 3월 9일(토) / 4호선 과천역 7번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4명 <갑무, 삼모, 종화, 진오, 양주, 창수, 형채, 윤환, 경식, 윤상, 양기, 천옥, 황표 및 문형(뒤풀이 참석)>
◈ 산행코스 : 과천역(7번 출구)-구세군회관-과천향교 앞-케이블카능선-연주암-연주대-바위절벽 능선-관악사지-사당방면 능선-남현동-사당역(8번 출구)-뒤풀이장소
◈ 동반시 : "가보" / 이행숙
◈ 뒤풀이 : 추어고추튀김, 추어탕 등에 소·맥주 및 막걸리 / "구름산 추어탕"<사당역 8번 출구, (02) 588-1562>
우리 시산회는 다복한 모임인가 보다. 고농도 미세먼지로 연속 6일간이나 뿌옇게 뒤덮였던 하늘이 등산 당일에는 거짓말같이 밝아졌으니 말이다.
모임 이틀 전까지는 참가희망자가 2~3인에 그치더니 하루 전 기상예보를 접하고서는 13인으로 불어나서 당당한 시산회의 모습을 나타내게 되었다. 등산코스를 논의하던 중 무리한 나홀로 산행 후유증으로 반년 만에 참가한 홍황표 산우가 사당역까지의 강행을 건의한다.
평소의 호쾌한 기운이 발동한 모양인데, 이내 자신 없어 하면서 주저함을 나타낸다. 사당역까지 가는 코스가 확정되었다면 정동준 산우가 추천해 준 과천향교 옆 능선 등산로를 이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천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했기에 그 코스는 하산길로 활용하기로 하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정상까지 밟기로 한다. 과천지역에 거주하면서 코스에 정통한 삼모 산우와 양주 산우가 선도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구세군회관 뒤쪽 케이블카 능선으로 오르게 되었다. 곧바로 등성이로 오르기 때문에 청계산까지의 시원스런 경관을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약 40여 분쯤 오르다가 널따란 바위언덕에서 새참을 곁들인 오늘의 동반시를 낭송하게 되었다. 천리향 김종화 산우가 보시한 백운산 고로쇠 약수가 달달하다. 캐나다의 메이플시럽용 수액맛과 비교하면 어떠할까?하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해박한 체험지식으로 답변해 줄 정한 산우가 불참하여 아쉽기 그지없다.
오늘 낭송할 동반시는 숙고하면서 선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전철역에 전시된 시화작품 중에서 수집하였다. 당일 09:52분에야 고 총장님으로부터 기자 위탁통지를 받았는데, 마침 금천구청역에 도착시점이었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조문형 총장의 어부인 이행숙 원장님의 창작시이다. 우리 회원들도 모두 각 가정의 가보에 상당하는 것 같기에 축원삼아 낭송해 드리기로 한 것이다.
가보 / 一紅 이행숙
마음 깊이 홀로 자란
초록의 눈부신 소나무
한세월 정점 지나
굴곡진 삶을 끌어안은 통증의 시간
노을꽃으로 박혔네
까만 인화지에 남은
추억의 편린
짓무른 노안 닦으며
애틋한 마음 다독이고
순한 눈빛을 보내며
꼿꼿한 청빈으로
묵묵한 아름드리 나무
가족의 밑동이 되신 이름
아버지
케이블카 능선길 옆으로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는 관광용과 똑 같다. 사람들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기상관측소의 관계인 빽이면 일반인도 이용 가능한 모양이다. 우리 모친 생전 시에는 화물용 무개차만 움직였는데, 지금 같은 시설이었으면 연주대 구경도 할 수 있었을 것을...... 오르락내리락 걷다보니 종점인 연주암이다.
연주암에서 너럭바위 정상이나 연주대까지 오르는 길에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예전에 비하여 편리하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내려다보이는 연주암 뒤쪽 계곡, 우리 고교총산악회에서 시산제 지내던 관악사터에도 몇 동인가 신축건물이 들어서고 있어서 공터가 없어졌다. 건물이 완성되면 청계사에서 독립하여 그 옛날의 관악사로 재탄생할는지......
오늘은 정상까지 올랐다는 만족감을 만끽한다. 정상에서 사당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바위절벽길로 자연스럽게 진행한다. 위험구간 곳곳에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예전에 비하면 훨씬 안전하다. 산등만 걷다보니 하산하기가 싫어지나 보다. 모두들 과천하산길을 외면한다. 걷다보니 사당역이다.
이경식 산우의 스마트폰이 계산한 오늘의 기록내역은 15km, 24천보 이다. 사당동의 많은 음식점 중에서 낙점된 곳, “구름산 추어탕”식당! 나양주 산우가 취식 후 적극 추천한 곳이다. 추어탕에 돼지수육이 써비스로 제공된다. 오이고추 추어튀김이 일품이다. 미식가는 인정한다. 가성비 만점이다.
2019년 3월 20일 한양기 씀.
3.소요유 내용
처음에는 북한산에 빡세게 오르자고 했으나 조문형 산우가 자비로운 보시행을 하겠다니 변경하면서 인원이 20명까지 늘었다. 배낭이 필요없는 평탄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30분 일찍10시까지 오면 편하게 갈 수 있다니 경쟁율 2 : 1이다. 뒤풀이로 생선회를 준비하겠다니 이 아니 즐거울손가. 하루쯤 소요유를 즐기자.
4.동반시
봄날 같은 사람 / 이해인
힘들 때일수록 기다려지는
봄날 같은 사람
멀리 있으면서도 조용히 다가와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드는 사람
소리를 내어도 어찌나 정겹게 들리는지
자꾸만 가까이 있고 싶은 사람
솔솔 부는 봄바람같이 자꾸만
분위기를 띄워주는 사람
햇살이 쬐이는 담 밑에서 싱그럽게
돋아나는 봄나물 같은 사람
온통 노랑으로 뒤덮은 개나리같이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사람
조용한 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처럼
꼬-옥 또 보고 싶은 사람
어두운 달밤에도 기죽지 않고 꿋꿋이
자기를 보듬는 목련 같은 사람
봄소식들을 무수히 전해주는 봄 들녁처럼
넉넉함을 주는 싱그러운 사람
너무나 따스하기에,
너무나 정겹기에,
너무나 든든하기에,
언제나 힘이 되는 사람
그 사람은
봄날 같은 사람입니다
2019. 3. 23.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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