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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장마 / 도봉별곡

장마 / 도봉별곡

 

 

 

밤새 내린 비에 현장 공치고

 

비가 되지 못한 숙맥 몇이 목로주점에 둘러 앉아

 

감자전을 시켜놓고 찬비 닮은 술잔을 든다

 

막걸리는 찬비가 된다

 

점점 커지는 빗소리에 넋을 잃었다

 

술각시라도 있으면 신바람을 내겠는데

 

자작으로 잔을 비우면서

 

옛 철학자의 비 오는 시를 겨우 생각해냈지만

 

굵은 비 내리는 밖은 허황한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은 나처럼 가난해서 저

 

럴까

 

갈 곳을 잊은 사람일수록 빨리 걷는다는데

 

주점에서는 시간을 밖으로 내쫓고

 

나만 부끄러운 건 아닐진대

 

모든 게 거꾸로 돌아가며 작아지는 세상 속

 

깜깜한 노래를 부르던 학교 앞 그 각시가 생각나는

 

오후

 

 

배호의 삼각지가 생각나며

 

귀가 윙윙거린다

 

빗소리조차 가슴에 추적거린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