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자국 / 도봉별곡
1
깊은 못 자국 속에
사랑이 뜨듯 쌍무지개 무늬 지고
산새는 달과 바람을 먹고 나른다
도봉에서 흘러온 모래 살에 발을 담근 쇠백로는 텃새가 되어
알을 슨 잉어와 모래무지와 함께 아침 해와
새벽 물안개 한 끼로 버틴다
몸피를 키운 키 큰 은행나무는
다람쥐와 더불어 오백 년을 비밀을 마시며
산은 침묵의 언어를 안고 산다
침묵을 참지 못해 바람을 토하지만
그러나
항상 부끄럽다
2
그믐달은 밤늦게 뜨지 않고
새벽에 잠시 얼굴을 비치다 새벽안개와 더불어 길 떠나고
초승달은 동산을 넘어와
낮에 울 엄마 백설기를 먹고 지내다가
밤에만 화장을 마치고 서산 모퉁이로 마실 나간다
모두 자는 밤에 시계가 시간을 먹을 때쯤
거미줄을 토하듯 시를 늘어놓고 먹이를 기다린다
그러나
못자국은 항상 부끄럽다
처참한 농담처럼
3
큰이모 모시개떡을 좋아하던 나는
울 엄마 백설기를 먹기 싫었다
저잣거리에 사는 사람인
시인市人은 이제 도시를 포기하고 모르쇠가 되어 산으로 간다
별과 산바람과 놀 나이가 된 까닭이다
먼 곳 선인봉에서
몸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했어도
해탈하지 못한 스님은
소신공양燒身供養하는 마음가짐으로
몸매무시 반듯이 하고 목탁새로 울다가
해를 보고는 눈 뜬 장님이 된다
사랑이 지듯
쌍무지개 사라진다
못 자국이 사라진다
부끄러움은 불이 되어 탄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