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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구룡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1회 산행)

구룡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1회 산행)

일시: 2019. 6. 8.(토) 10시 30분

만나는 장소:일원역 5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그 시를 읽은 모두가 울었다. 초등생 동시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2016년 우덕초 6학년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 유방암에 걸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사진 전북교육청]

초등학생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이 동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된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부안군 집에서 아버지 이성(53)씨와 오빠 이서인(17·부안 백산고 2학년)군과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 이성씨]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짜증 섞인 투정에도/어김없이 차려지는/당연하게 생각되는/그런 상/(중략)/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엄마 상/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슬양, 3년 전 쓴 '가장 받고 싶은 상'
"엄마 얼굴과 엄마가 차려준 밥상 함축"
조승필 교사 "SNS서 보고 감동해 작곡"
'무명 가수' 출신 아버지 감수성 닮아
김창완 '어머니와 고등어'가 부녀 애창곡

전북 부안군 부안여중 3학년 이슬(15)양이 우덕초 6학년 때 지은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의 일부다.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그리워하며 쓴 이슬양의 시가 동요로 재탄생했다.

전남 여수 여도초 조승필(47) 교사가 지난 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우연히 이슬양의 시를 보고 감동해 이 시를 노랫말로 곡을 만들었다. 노래는 부산 명진초 5학년 천보민(11)양이 불렀다. 보민양은 조 교사와 친분 있는 작곡가 이호재(45) 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이다.

이슬양의 시는 지난 2016년 11월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너도나도 공모전'에서 동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슬양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시는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엄마가 정성을 담아 차려주신 밥상과 엄마의 얼굴(상)이라는 중의적 표현을 담고 있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슬양은 "가난했지만, 엄마와 함께 지냈던 (시절과) 엄마가 차려주셨던 밥상이 그립다.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은 엄마의 얼굴"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우덕초 6학년 때 쓴 시 '가장 받고 싶은 상'으로 지난 2016년 11월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너도나도 공모전' 시상식에서 김승환(66) 전북교육감으로부터 동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고 있다. [사진 전북교육청]

김승환(66)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22일 본인 페이스북에 "이슬 어린이의 시가 노래로 나왔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김 교육감은 "당시 시상식에 참석하신 분들께서 이 시를 함께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조 교사는 노래를 만들기 전 이슬양 시의 저작권을 가진 전북교육청의 허락을 받았다. 그는 "이슬 학생의 시가 주는 감동을 노래로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방암 판정을 받은 이양 어머니는 5년 투병 끝에 2016년 4월 37세의 나이로 숨졌다.

이양은 어머니가 눈을 감기 전까지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이양은 도화지에 시와 함께 어머니와 본인 모습, 그리고 반찬들로 가득한 밥상을 그려 넣었다. '이제 제가 엄마에게 상을 차려 드릴게요(시 구절)'라는 바람이 커서일까. 이슬양의 꿈은 '요리사'다.

동요 '가장 받고 싶은 상' 악보. [사진 조승필 여수 여도초 교사]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 이성(53)씨는 아내가 숨진 뒤 홀로 이양과 오빠 이서인(17·부안 백산고 2학년)군 등 남매를 키우고 있다. 젊을 때는 화물차 운전을 했지만,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어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택했다고 한다. 이슬양의 남다른 글솜씨와 예술적 감수성은 어디서 나온 걸까. 초등학생 때부터 일기를 매일 쓴 덕분이라고 이씨는 말한다.

'싱어송라이터'였던 아버지의 DNA(유전자)도 물려받았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이씨는 총각 시절 서울에서 악기상을 하며 기타학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1998년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살기 위해 인척이 있는 부안에 내려왔다 아예 눌러앉았다. 띠동갑인 아내도 부안에서 만났다.

정착 초기 이씨는 부안읍내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했다. 회사 경리로 일하던 이양 어머니는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이씨에게 첫눈에 반했다. 아마추어 무명 가수와 팬으로 만난 두 사람은 2001년 결혼했다.

이씨는 요즘도 집에서 쉴 때는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이양과는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를 자주 부른다. 곡이 리드미컬하고 가사가 재미있어 딸과 웃으면서 부를 수 있어서다.

이양은 본인이 작사한 동요를 듣고 '자기 스타일'이라며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혼자 멜로디를 흥얼거릴 정도다. 이씨는 "요즘 애들은 가요를 따라 부르는데, 슬이는 목청이 동요에 잘 어울린다"고 했다.

이슬양의 시는 지난달 10일 출간된 에세이집 『내가 엄마니까』에도 실렸다. 이씨는 "책 판매 수익금을 미혼모들을 위해 쓴다고 해서 출판사에 시 게재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이들이 노래로 만들어진 슬이 시를 듣고 부모님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장 받고 싶은 상>우덕초등학교 6학년 1반 이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 섞인 투정에도
어김없이 차려지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

하루에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그동안 숨겨놨던 말
이제는 받지 못할 상
앞에 앉아 홀로
되내(뇌)어 봅시(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웠어요."
"엄마, 편히 쉬세요."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 상
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제 제가 엄마에게
상을 차려 드릴게요.
엄마가 좋아했던
반찬들로만
한가득 담을게요.

하지만 아직도 그리운
엄마의 밥상
이제 다시 못 받을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울 엄마 얼굴(상)

 

2.산행기

아차산 산행기 (시산회 제360회)

오늘 제360회 시산회 산행은 고구려 유적지로 유명한 ‘아차산’을 오른다. 인터넷으로 집결지인 광나루역을 검색해 보니 집에서 지하철로 77분이 걸리는 꽤나 먼 거리다. 아내가 오늘 날씨가 덥다면서 갈증 나면 산우들과 나눠 먹으라고 준비해 준 오렌지와 생수 2개를 등산 배낭에 챙겨 넣고 아차산을 향해 집을 나선다.

 

산우들과 만나기로 한 광나루역에 늦지 않게 도착하니 부지런한 몇몇 산우들이 먼저와 나를 반긴다. 약속한 시간을 전후로 하나 둘 낯익은 산우들의 모습들도 더해져 모두 16명이 오늘 산행에 참석한다.

 

아차산(阿且山)은 한강을 굽어볼 수 있는 해발 296m의 야트막한 산으로 고구려 군인들이 봉우리마다 보루(堡壘,군진지)를 조성했던 고구려 유적지다.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로 평강공주와 애틋한 사랑을 나눈 온달장군이 신라군의 화살을 맞고 전사했다고 전해진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광나루역 1번 출구로 나와 광장중학교를 거쳐 광장초등학교를 끼고 돌아 산행 입구를 찾아 나선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 빠져 나오니 잘 다듬어진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도로표지판을 보니 아차산 고구려역사길로 가는 길목이다.

 

아차산 고구려역사길로 가는 오르막길 옆으로 도심 텃밭인 주말농장이 이어진다. 서너 평 남짓씩 나누어진 농장은 각각 명패가 꽂혀 있고 정성껏 가꾼 상추, 감자, 토마토, 고추 등 밭작물이 잘 자라고 있다. 나 역시 10여 평되는 주말농장을 가꾸고 있는 터라 관심 있게 보며 올라간다.

 

주말농장을 지나니 파룬궁 무료연수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공터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의 정적인 수련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파룬궁은 1992년 중국 장춘에서 처음 일반에게 공개 전수된 것으로서 진(眞), 선(善), 인(忍)을 수련의 기본원리로 하여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 공법(功法)이라 한다.

우리는 아차산생태공원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공원에 들어서자 습지원의 인어공주상이 눈에 들어오고 가까이 가보니 이곳 습지에 연꽃들이 저마다 청결하고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름다운 연꽃을 뒤로하고 생태공원자료실로 향하는 테크 계단을 따라 올라 아차산 역사문화 홍보관을 지나니 생태공원의 잘 가꾸어진 수목들과 물레방아가 눈에 들어온다.

 

생태공원 이곳저곳을 눈으로 대충 훑어보면서 등산로에 들어서니 시원한 숲속길이 펼쳐진다. 앞서 간 산우들은 벌써 약수터 옆 정자에 등산화를 벗고 올라 자리하고 앉아 있다. 오늘처럼 날씨가 무덥고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곳에서 나는 아내가 챙겨준 달콤한 오렌지를 산우들에게 돌리고 배낭을 가볍게 한다.

 

우리는 정자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범굴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숲속 오솔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고 능선길을 따라 걷는데 발아래 가까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 되어 한강이 흐르고 멀리 검단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도심에서 조금만 올라도 이렇게 멋진 뷰를 만날 수 있으니 아차산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고, 미세먼지가 없는 청명한 날씨 덕에 눈도 호강한다.

 

범굴사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그늘만 있으면 앉아버려” 고 총장의 한마디에 우리는 범굴사 아래쪽 소나무숲속에 돗자리를 펴고 앉는다. 각자 가져온 먹걸리를 내어 놓으며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5월 그날의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시(詩) 도종환의‘오월 편지’를 소리 내어 낭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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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편지 - 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 자리로 바람이 가득가득 몰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건너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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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회 산행의 단골메뉴 중 하나인 맛깔스런 홍어무침 등 안주거리에 막걸리 한잔으로 정(情)을 나누다 보니 금세 시간은 흘러 오후 3시, 우리는 하산길에 나선다. 뒤풀이 장소인 ‘완도세꼬시’로 가는 강동역 방향으로 하산 ~~ 하산길에 ‘아차산 야외음악당‘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아마추어 가수의 노래도 잠시 감상한다. 이런 청량한 숲속에서는 대중가요보다는 클래식 연주라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도 든다.

 

강동역을 나와 뒤풀이 장소로 가는 길에 ‘콩국수’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데 침만 삼키고 그냥 지나친다. 여름철 산행을 마치고 나면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이다. 오늘도 정다운 산우들, 그리고 푸짐한 세꼬시에 민물새우로 맛을 낸 광어매운탕과 함께 즐거웠던 산행을 마무리 한다.

2019. 5. 26. 나양주

 

3.오르는 산

6월 6일이 망종이니 늦기 전에 논밭에 씨를 뿌려야 한다는 날이라는 의미가 있다. 더구나 현충일이니 구룡산과 옆의 대모산에 올라 아직도 노는 땅이 있으면 게으른 혹은 투기꾼 주인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줄 의무가 있다. 도봉은 한의원을 잘 만나 아주 조금씩 회복의 기미가 있으니 축하바란다. 다만 영원히 술담배를 끊으라니, 그 합리적 연유에는 그의 충정 어린 충고가 들어있으나 금주해야 하는 걱정이 하늘을 찌른다. 적어도 두 달은 다녀야 한다니 산행에 참가하는 것도, 명상센터 혜덕암에 들어가서 집필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또는 시산회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퇴출시킬까봐 겁이 덜컥 났다. 어쨌든 좋은 날 부디 즐겁게 잘 다녀오시라.

 

4.동반시

박형채 산우가 추천한 현충일을 기리는 시다. 잛지만 의미가 깊은 시이므로 깊이 새기시라. 짧다고 여겨지면 맨 위에 이슬 양이 쓴 시를 올렸다. 뒤풀이 때 한잔술을 마시면서 어머님 생각과 눈물을 안주 삼으시라.

 

현충일 / 윤보영

 

오늘은 현충일

마음에서 기쁨 한 조각 떼어 내

당신 생각하는데 보태겠습니다

 

후손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희생한

당신의 참뜻이 빛바래지 않게

떼어낸 자리에 사랑을 달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2019. 6. 7.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