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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광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2회 산행)

광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2회 산행)

일시: 2019. 6. 23.(일) 10시 30분

모이는 곳: 광교역(경기대) 2번 출구

준비물: 하시던 대로

기자: 서정우

 

1.시가 있는 산행

종점
-최문자(1943~ )

시아침 3/5

사랑 없이도 고요할 줄 안다
우리는 끝없이 고요를 사랑처럼 나눴다
우리가 키우던 새들까지 고요했다
우리에게 긴 고요가 있다면
우리 속에 넘쳐나는 소음을 대기시켜 놓고
하루하루를 소음이 고요 되게
언제나 소음의 가뭄이면서
언제나 소음에 젖지 않으려고

 


고요에 우리의 붓을 말렸다
서로 아무렇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든 간에
시끄러운 가을 벌레들처럼
우리는 아주 오래 뜨거웠던 활화산을 꺼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고요는 침묵일 것이다. 아마 서로 강요하고 눈감아준 것이었겠지. 그런데 침묵은 사랑을 무마한다. 그때 사랑은 소음이란 뜨거운 대화를 통과했어야 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가을이 돼서야 활화산처럼 말문이 터지는 건 늦은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차에게도 사람에게도 아쉽고 부산한 종점 부근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61회 대모산·구룡산 산행기《 2019. 6. 8(토) 》/김진오

◈ 산행일/집결장소 : 2019년 6월 8일(토) / 3호선 일원역5번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3명 (갑무, 삼모, 종화, 진오, 형채, 재홍, 윤환, 경식, 승렬, 윤상, 동준, 문형, 양기)

◈ 산행코스 : 일원역-로봇고교-실로암약수터-대모산(정상)-구룡산(정상)-일원터널입구-대모산역-<전철로 이동>-가락시장역-뒤풀이장소(가락몰5관)

◈ 동반시 : "현충일" / 윤보영

◈ 뒤풀이 : '모듬회'에 소·맥주 및 막걸리 / "수동상회"<송파구 양재대로 가락몰 5관 (02) 403-1767>

 

대모산·구룡산 산행의 날이다. 집결장소에 도착하자 참석할 친구들이 다들 모여 있다. 난, 조금 늦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모두 착한 친구들이다. 일원역에서부터 출발이다. 벌써 여름철의 날씨인지 꽤나 무더운 날씨로 로봇고교를 지나 들머리로 들어서는데 땀이 흐른다. 실로암약수터가 있는 쉼터에서 옷을 벗어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대모산(정상)에 올랐을 때엔 많은 산객들이 지역운동을 하고 있었다. 잠시 증명사진을 촬영한 후 이정표(지도) 앞에서 오늘의 목표지점인 구룡산(정상)의 산행을 협의하였다. 다들 ‘아직까지는 한참 때라며 꼭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대모산 전망대인 헬기장에서 구경도, 휴식도 없이 곧장 구룡산 쪽의 둘레길을 걷는다.

 

앞서서 대모산을 내려가던 산우들은 계곡의 한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등산로 왼편에는 철 펜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세계문화 유산인 헌인릉의 지역과 국가정보원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기가 거북스럽게 설치되어 있다.

 

날씨도 무더워 땀도 제법 흐르고 12시가 넘었다며, 배낭의 무게를 줄이자고 한다. 한 쉼터 옆의 평지에 돗자리를 펴고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낸다. 먼저 동반시 낭송을 하잔다. 고 총장님은 돋보기와 폰에서 동반시(윤보영 시인의 ‘현충일’)를 찾아준다.

 

동반시는 짧지만, 현충일을 맞이하여 의미 깊은 시인 것 같다. 시를 낭송할 땐 누구나 다 목소리가 떨리고 긴장되는 것 같았다.

 

"현충일" / 윤보영

 

오늘은 현충일

마음에서 기쁨 한 조각 떼어 내

당신 생각하는데 보태겠습니다

 

후손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희생한

당신의 참뜻이 빛바래지 않게

떼어낸 자리에 사랑을 달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현충일은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행사를 하는 기념일이다. 현충일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으며, 국가가 존재하는 데에는 상당한 전란을 거치게 되어 있고, 모든 국가는 그 전란에서 희생된 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커피시인 윤보영 시인은 아름다운 시를 많이 남기고 있다. 월별, 계절별로 읽기 좋고 예쁜 시와 멋진 캘리그래피가 있어 좋은 시집으로 기억에 남는다. 시인은 6월을 맞이하며 ‘6월에는 주인공이 되겠다’고 아래와 같은 멋진 시를 남겼다.

 

6월 아침입니다. 늘 그랬듯 그대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웃으며 6월을 시작했습니다. 6월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선열들을 생각하겠습니다. 부족함이 없는지 돌아보고 한 해의 반을 마무리 하겠습니다.걸음을 멈추고 나무그늘에 앉아 하늘을 보겠습니다. 바람 소리도 듣겠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내가 더 많이 듣겠습니다.바쁘지만 여유를 갖고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워 7월에게 선물하겠습니다. 하지만 6월은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늘 그랬듯 사랑도 함께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동반시를 낭송한 후 산우들이 내어 놓은 먹을거리(김치, 김밥, 콩떡, 찰떡, 전복, 포도, 토마토, 사과 등)에 막걸리를 한 잔씩 나누어 마시며, 건강한 삶과 생의 즐거움 등을 대화로써 나누었다. 먹을거리를 제법 먹었으니 구룡산 정상에 까지는 오르며, 걷기 운동 겸 소화를 취하자고 한다.

 

대모산과 구룡산은 300m 내외의 낮은 산이지만, 한강과 강남구, 송파구 일대의 탁 트인 조망을 볼 수가 있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행거리도 길지가 않기 때문에 대모산·구룡산을 하나로 묶어서 다녀오는 것이 좋았다. 구룡산을 자세히 보면 9개의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구룡산 정상에 오르니 좁다란 헬기장이 있다. 서울 송파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실경기장을 비롯하여 주요 빌딩이 보이고, 우리나라서 가장 높은 제2롯데빌딩도 볼 수가 있었다. 산우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고 총장님은 아이스케이크를 하나씩 사서 주신다. 산우들과 단체로 증명사진을 남기고 하산이다.

 

구룡산 정상에서 서울둘레길을 따라 내려오자 산길에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행사를 금년 3월~11월 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맨발로 걷는 즐거움’을 찾는가 보다. 숲이 좋은 길을 따라 하산을 하자 일원터널이 나온다. 금년도의 첫 동반에도 이 산을 왔었지만, 뒤풀이는 모두들 가락시장 쪽으로 가서 맛있는 회를 먹자고 한다.

 

뒤풀이 장소는 가락시장역(1번 출구) 가락몰5관 ‘수동상회’이다. 대모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락시장역으로 이동하였다. ‘수동상회’는 내가 잘 아는 활어회, 해물탕 전문집이다. 모든 산우들이 회를 좋아 하였기에 시산회 319회(2017. 10. 7) 때도 이곳에서 뒤풀이를 한 적이 있었다.

 

모둠회와 생선매운탕 등에 소·맥주와 막걸리를 맛있게 먹고, 다음 산행을 약속하였다.

다음 산행 때도 건강하게 뵙기를 기원하면서...

2019년 6월 10일 김진오 씀.

 

3.오르는 산

아직 다리에 힘이 없는지 약한 운동은 꾸준히 하지만 다리에 힘이 붙지 않아, 가까운 도봉산 중턱까지만 다녀와도 녹초가 된다. 의사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할 것을 권한다. 문제는 아직도 설악을 오르고 싶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리산 종주를 꿈꾼다. 아무리 꿈이 희망의 행진곡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까! 그러나 버리지 않고 살겠다. 뭇사람들은 힘든 병을 앓은 사람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그래도 아직은 젊었을 적 운동을 많이 해 근육이 단단하니 크게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한다. 광교산은 밝은 산이라 가고 싶지만 우선 역까지 가는 시간이 두 시간이 넘는다. 그 시간이면 도봉산 중턱을 갈 수 있다. 의사의 강한 권고에 담배는 겨우 힘들게 끊었지만 술을 끊는 것은 아직 끊기가 쉽지 않아 조금씩 줄여가는 편이다. 그마저 끊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삶은 재미로 사는 것은 아니지만 양념은 조금 필요하다. 술빚을 갚아야 할 친구는 많아도 아직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산의 위치가 남쪽으로 치우쳐서 그런지 참석 인원이 적다. 그래도 부디 잘 다녀오시라.

 

4.동반시
천재 시인 랭보가 16세에 쓴 시다. 그는 이미 16세에 인생을 다 살아버린 듯하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기만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계적인 시가 되어버렸다. "밀 이삭에 찔리며 여린 풀 밟으며,// 들바람이 나의 맨머리"를 자극한다는 것이 감각적 표현의 전부다. 더구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자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말투인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진부한 단어인 '사랑'이나 '보헤미안', '여인' '행복' 마저 등장한다. 그러나 다 읽고나면 잉크병이 넘어져 하얀 교복에 밸 때 처럼 선명한 잉크가 스며든다. / 최호일 시인

감각 / 아르튀르 랭보

여름날 푸른 석양녘에 나는 오솔길을 걸어가리라.
밀 이삭에 찔리며 여린 풀 밟으며,
꿈꾸듯 내딛은 발걸음. 나는 산뜻한 풀잎들을 발에 느끼며,
들바람이 나의 맨머리를 씻게 하리라.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 아무생각도 하지 않으리,
그러나, 맘속에 솟아오르는 끝없는 사랑.
나는 가리라, 멀리 더 멀리 마치 보헤미안처럼
자연속을 여인과 함께 가듯 행복에 젖어.

 

2019. 6. 21.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