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깊이 간직한 무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9회 산행)
때와 모이는 곳곳 : 2019. 5. 11.(토) 7시 양재역 1번 출구에서 100미터 앞 SH수협 앞 1호차 혹은 죽전
1.시가 있는 산행
얼음 호수
-손세실리아(1963~ )
시아침 2/19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해본 적 있던가
한 사나흘 죽어본 적 있던가
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남의 흠결을 입에 담는 것은 옳지 못하다. 흠결은 그의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처럼 다루고 사용하는 건 잘못이다. 나의 소요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소요는 내 것이다. 내 것을 남의 것처럼 허술히 취급하는 건 못난 짓이다. 호수는 잔잔한 물결조차 염하듯 얼리어 여밀 줄 안다. 얼어붙었던 것만이 녹고 풀려 흐를 수 있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 산행일/집결장소 : 2019년 4월 28일(토) / 도봉산역 1번 출구(10시 30분)
◈ 참석자 : 9명 <이원무, 고갑무, 정한, 한양기, 염재홍, 정동준, 홍황표, 한천옥, 이윤상>◈ 산행코스 : 도봉산역-도봉분소-도봉사-능원사-천진사-우이암-원통사-우이동입구-뒤풀이장소◈ 동반시 : "널 위해 피고 싶어" / 이경옥
◈ 뒤풀이 : 참돔회 등에 소·맥주, 막걸리 / "완도 아구와 코다리찜" <강북구 우이동, (02) 987-8687> - 이윤상 산우 협찬
한마음 체육대회 뒷날이라 참석자가 적을 것 같아 일찍이 도봉산역에 도착하여 1번 출구 어렵게 찾아가니 갑무, 재홍이 벌써 기다리고 있네. 반갑게 인사하니 총장님이 오늘 기자하라고 하네^^ 처음 해보는 기자라 걱정이 많아지네. 우선 참석자 이름에 성을 포함해서 적고 시작해본다.
10시 30분에 1층으로 내려와 오는 친구들 기다리며 양기 이야기 즐겁게 듣고 있는데 황표가 근처 가게에서 호떡을 사와 하나씩 주니 조용해지네. 호떡에 깊은 뜻이 있었나 보다.
10시 50분경에 서서히 도봉산역을 출발하여 모처럼 우이암을 가보기로 하였다. 매번 둘레길 코스와 정상으로 가는 등산코스 중 어디로 갈까 고민했던 기억이 많은데, 오늘은 수가 적어서인지 날씨가 좋아서인지 이견이 없다. 능원사, 천진사를 지나 간단한 간식을 나누고 마지막 가파른 우이암을 오르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우이암에서 보는 오봉, 자운봉, 인수봉이 진달래꽃과 더불어 한껏 계절의 멋을 자랑하고 있다. 우이암에서 진달래꽃을 친구삼아 천옥이 모두에게 찍어준 사진이 기억에 많이 남을 듯하다. 우이암(牛耳岩)의 명칭은 봉우리의 모습이 소의 귀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본래는 바위의 모습이 부처를 향해 기도하는 관음보살을 닮았다 하여 관음봉(觀音峰)이라고도 하고, '사모관대를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사모봉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우이암을 지나 10여 분을 내려가다 넓은 공터를 만나 점심시간을 갖기로 하고 자리를 폈다. 천옥, 양기가 가져온 홍주, 감태지, 황표가 담근 포도주 그리고 김밥, 떡, 빵, 과일 등 산우들이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며 산뜻한 4월의 마지막 주말산행의 맛과 멋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의 동반시 ("널 위해 피고 싶어" / 이경옥시인)는 내가 낭독하였다.
"널 위해 피고 싶어" / 이경옥
아직은 몸을 움츠리며
세상을 향한 몸짓은 못하지만
내가 피어난다면
널 위해 피고 싶어
얼음이 온 몸을 덮어 와도
널 향한 마음은
따뜻하기에
베시시 웃을 수 있어
깊은 밤 잠 못 들어 헤매어도
원망은 하지 않으리
너에게 다가갈 날이
서서히 오고 있는 걸
침묵의 시간이 흐르면
동동 거리는 발걸음 멈추어 질 때면
하늘 바라보는 여력도 있을 테니
아직은 봉오리 몸짓이지만
14시경에 점심을 마치고, 하산하기 시작하여 약 10여 분 만에 천년고찰 원통사에 도달하였다. 원통사는 신라 경문왕3년 서기 864년에 도선 국사가 창건하였고,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기도를 하였다는 석굴도 경내에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무너진 축대도 보수하고 멋있게 단장하고 있는 원통사에서 우이암이 바로 보인다. 원통사는 예로부터 좌우에 수락산과 삼각산을 거느리고 한강을 바라보는 최고의 길지에 자리 잡고 있다.
연둣빛 가득한 4월의 마지막 모습을 가슴과 눈에 새기고 하산길을 재촉하여 먹거리마을을 지나니 “완도 아구와 코다리찜”이 나온다. 고향사람이 하는 식당이라 더욱 정감이 느껴진다. 한이 단골집인 듯 직접 참돔을 골라주니 푸짐하고 맛있는 회가 준비된다. 옆 식탁에 앉은 동향 여성산우들과도 즐거운 대화가 오고가서 갑무, 황표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17시 30분경 저녁을 마치고 자유롭게 커피숍으로 향하고 일부는 먼저 출발하였다.
정다운 시산회 산우들이여,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면서 다음 산행에 함께 합시다. 항상 작별은 아쉽지만 다시 만나면 더 반갑다. 5월 11일 무등산 산행을 기대하면서...
2019년 4월 29일 이윤상 씀.
3.오르는 산
재경 산악회에서 무등에 오른다. 1년에 두 번 개방한다는 정상에 오르려 했으나 수가 많아 제약이 있어 그곳은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무등산은 아픔이거나 희망이거나 든든함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시 공모작 응모를 한 번 해보고는 그만 둔 뒤에 마침 5.18문학상 시 부문 공모가 있었다. 문학작품 응모야 '그들만의 리그'인 것을 여러 번 들은 터라 마땅히 앞 길이 창창한 젊은 사람들이 당선되어 상금을 길을 개척해야 할 몫임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무등산에 관한 시를 두 편을 써놓아서 몇 편을 써서 응모하려고 무등산에 가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무위에 그쳤다. 아직 때가 익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던 까닭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번에 올라 무등이 내게 다가오면 마음에 넣어두었다가 써놓고 다듬고 고쳐 마음에 찰 때 그때 다시 생각해볼 짓이다. 광주에 정경도 회장과 오창훈 총장이 회덮밥을 준비한다니 고마운 일이다. 작년에는 보냈지만 올해는 거의 남지 않아 보내지 못한 시집을 드려야겠다.
4.동반시
종화가 추천한 시가 있지만 이원무 산우가 카톡방에 슬그머니 올려놓은 시를 보니 시의적절한 시라 종화 산우의 시는 한 번 더 미루고 동반시로 올린다. 종화 산우의 이해바란다.
초록 바람의 전언- 고재종
뒷동산 청솔잎을 빗질해 주던 바람이
무어라 무어라 하는 솔나무의 속삭임을 듣고
푸른 햇살 요동치는 강변으로 달려갔다 하자.
달려가선, 거기 미루나무에게 전하니
알았다 알았다는 듯 나무는 잎새를 흔들어
강물 위에 짤랑짤랑 구슬 알을 쏟아 냈다 하자.
그 의중 알아챈 바람이 이젠 그 누구보단
앞들 보리밭에서 물결치듯 김을 매다
이마의 구슬땀 씻어 올리는 여인에게 전하니,
여인이야 이윽고 아픈 허리를 곧게 펴곤
눈앞 가득 일어서는 마을의 정자나무를 향해
고개를 끄덕끄덕, 무언가 일별을 보냈다 하자.
아무려면 어떤가, 산과 강과 들과 마을이
한 초록으로 짙어 가는 오월도 청청한 날에,
소쩍새는 또 바람결에 제 한 목청 다 싣는 날에.
2019. 5. 10.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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