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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구름산(237미터) 신선이 됩시다(詩山會 제365회 산행)

구름산(237미터) 신선이 됩시다(詩山會 제365회 산행)

일시: 2019. 7. 28.(일)

모이는 곳: 철산역 2번 출구

기자: 이승렬

준비물: 편하게

 

1.시가 있는 산행

 

참회록
- 윤동주(1917~45)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ㅡ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ㅡ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는 여전히 피 흐르는 우리의 상처다. ‘이다지도 욕됨’으로부터 그를 지켜줄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비 노릇을 참칭하며 창씨를 강요하던 군국 일본은 젊은 그를 후쿠오카 감옥으로 잡아가 군수 의약품용 생체실험으로 죽였다. 바로 오늘이 그의 기일이다. 이 시는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이 불가피하던 1942년 1월 말의 시이자 조국에서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슬픔 속에서 그러나,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으며’ 치욕에 맞섰던 저 선량함과 신실함이 결국 세상을 살리는 힘임을 믿고자 한다. 일본의 적반하장이 도를 넘는 것을 속수무책 본다. 이렇게 만만한 나라가 된 것인가.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64회 삼성산 산행기<2019. 07. 13.(토)> / 박형채

◈ 월일/집결 : 2019년 7월 13일(토) / 1호선 석수역 1번 출구 (10:30)

◈ 코스 : 석수역-돌탑-헬기장-신랑각시바위-건물지-제2우물지-석구장-불영암-호암산능선길-잣나무약수터-호암늘솔길-호압사-호암산문-뒤풀이장소

◈ 참석 : 11명 (갑무, 삼모, 종화, 형채, 윤환, 경식, 동준, 문형, 양기, 천옥, 황표)

◈ 동반시 : 좋은 언어 / 신동엽

◈ 뒤풀이 : '쌈밥'에 소·맥주 / ‘쌈도둑’ <안양시 석수동, (031) 471-7675~6>

 

오늘 날씨는 산행에 적합한, 구름 낀 날씨로 11명의 산우들이 석수역에 모였다. 인심이 좋은 황표 친구가 아이스 빨대과자를 사서 친구들에게 빨아먹는 즐거움을 주시었다.

 

들머리에서 둘레길이냐, 등산길로 가느냐를 협의 끝에 곧장 등산길로 올랐다. 아직은 청년 시산회원의 기질이 남아있는 듯하다. 내가 지난번 ‘호명호수’ 산행기자로 선정이 되었는데, 전체 카톡 기사를 못 보고 고 총장님께 불참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혼란을 야기했다니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위윤환 산우가 지인 결혼식도 불참하고 고 총장님의 권유로 산행기자 임무로 왔는데, 나를 보고는 얼른 기자를 맡긴다. 요사이 산행 참석인원이 제한적이어서 산행기 담당기자 선발이 어려운 형편이라서 고 총장님이 임무수행에 어려움이 많을 듯하였다.

 

시산회 참석과 협조에 미흡한 점을 이 기회에 반성해 본다. 각설하고 조금 오르다가 무거운 짐을 덜기 위해 오이, 자두, 빵, 커피, 과자 등이 친구들의 배낭에서 나왔다. 입맛을 다시고 천천히 또 오른다.

 

두 번째 쉼터에서 전남 나주 문평이 고향인 전주 이 씨와 서울이 고향인 평강 채 씨인 두 여인을 조문형 산우가 1일 시산회원으로 영입하였다. 모두들 동창인 심원식이를 닮았다고 전주 이 씨 분에게 집중하며 관심을 보였다.

 

언젠가 맛있는 것 가지고 광명시 ‘구름산’에서 만나자고 하니 기대해 봅세. 신랑각시바위 전망대에서 금청구 방향의 탁 트인 경치를 조망하고 또 오른다.

 

석구상을 지나 불영암 근처에 불경소리를 들으며 돗자리를 폈다. 실상 배낭에서 내어 놓은 먹을거리가 빈약했다. 먼저 내가 동반시(‘좋은 언어’/신동엽)를 두 번이나 읽었다. 준비가 안 된 기자라서 시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죄명으로 다시 읽었다.

 

좋은 언어 / 신동엽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 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구 기다려 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구비돌아 적셔 보세요.

 

하잘 것 없는 일로 지난 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

 

이미 두 차례의 휴식자리에서 모두가 짐을 풀었기에 막걸리 1병, 홍주 1병, 마오타이주 1병에 토마토, 떡, 빵, 과자 등으로 조촐한 중식을 마쳤다. 오랜만에 친구의 접대가 소홀한 느낌이었지만, 적당히 배를 채웠다.

 

삼성산 산행은 삼막사를 지나 서울대학정문 쪽으로 가는 긴 코스가 제격인데, 우리는 호압사에서 관악역 쪽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호압사는 조선 태조가 경복궁 창건에 관련하여 삼성산의 호랑이 기운을 잠재우기 위해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500년 고목 두 그루가 이 절의 역사를 증명하는 듯 상처를 안고 서 있었다. 조금 내려오니 ‘잣나무약수터’가 있었다. 약수물을 받아 마시고 팔각 정자에서 11명의 산우들의 좌담이 있었다.

 

우리가 앞으로 더 늙어 미래에 닥칠 요양병원의 생활과 요양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는 차이점이 있고, 앞으로 부부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좋을 거라는 것이 중지이다.

 

한참 수다를 떨다가 둘레길을 따라 하산하였다. 마을버스를 타고 양기 산우가 추천한 쌈도둑식당에서 배를 채웠다. 다리의 힘이 떨어지지 않게끔 늘 걸으며 건강한 시산회 회원이 되십시다. 시산회 회원여러분! 늘 고맙고, 사랑합니다.

2019년 7월 14일 박형채 씀.

 

3.오르는 산

산을 모르니 소개가 불가능함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다니니 구름 위를 잘들 보시라. 장마철이니 전체가 흐리면 구름 전체가 신선가 동일체라고 보면 좋을 듯. 훌륭한 인격의 대표인 전작 산우가 드디어 은퇴했으니 위로 겸 축하를 드린다. 그동안 수고 많았고 여생 설계 잘 하여 건강하게 보람 있는 삶을 지내시라. 50만 톤의 배를 몰고 다니던 경륜이면 못 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배도 하나의 세계이므로 세상이 배보다 작다고 생각하고 살아보시게. 나도 작은 시의 세계이지만 7개월 동안 이것만 붙들고 사니 더 큰 세계가 있는지, 내가 세계인지 구분하지 않고 살고 있네. 잘들 다녀오시라. 비가 오면 견산만 하시고 맛난 것 싫컷 먹고 마시고 전 산행 때 박형채 산우가 두 번이나 읊은 시에 담은 '좋은 언어'로 떠들고 오시라. 하루가 즐거우리.

 

4동반시

동반시 모집을 했더니 박형채 산우가 조용히 두고 가셨다. 정약용에 관한 나의 시 중에서 인용한 적이 있다. 이승렬 산우가 읊는다니 활 쏘는 솜씨가 늘었는지 궁금하다. 40파운드를 당길 힘은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나로서는 어림도 없다. 남산 활터의 회원이지만 가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멋있게 읊으시라. 조금은 안타깝게.

 

홀로 웃노라 獨笑 / 정약용

 

먹을 사람 적은 집에는 곡식이 많고

자식 많은 집안은 꼭 주릴 근심 있다네

높은 벼슬 하려면 어수룩해야 하건만

진짜 재주꾼은 써 먹을 데 없다네

모든 복을 두루 갖춘 집안은 적고

극도의 높은 도리는 언제나 쇠퇴하지

아비가 인색하면 자식은 방탕하기 마련

아내가 지혜로우면 사내는 꼭 어리석지

만월 때가 되면 구름이 자주 끼고

꽃이 피면 바람이 휘저어 놓네

세상만사가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웃노라

 

2019. 7. 27.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