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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삼성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4회 산행)

삼성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4회 산행)

일시: 2019. 7. 13.(토) 10시 30분

장소: 전철 1호선 석수역 1번 출구

산행기자: 위윤환(빠지지 말여!)

준비물: 하던 대로

 

1.시가 있는 산행

얼음 호수
-손세실리아(1963~ )

시아침 2/19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해본 적 있던가
한 사나흘 죽어본 적 있던가
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남의 흠결을 입에 담는 것은 옳지 못하다. 흠결은 그의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처럼 다루고 사용하는 건 잘못이다. 나의 소요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소요는 내 것이다. 내 것을 남의 것처럼 허술히 취급하는 건 못난 짓이다. 호수는 잔잔한 물결조차 염하듯 얼리어 여밀 줄 안다. 얼어붙었던 것만이 녹고 풀려 흐를 수 있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호명산 호명호수 산행기(시산회 363회 산행) / 김삼모

◈ 산행일/집결장소 : 2019년 6월 29일(토) / 경춘선 상천역 (10시30분)

◈ 참석자 : 5명 (갑무, 삼모, 종화, 원무, 황표)

◈ 산행코스 : 상천역-상천마을-상천루-호명계곡-호명호수-홍보관-호명공원-제1주차장-뒤풀이장소

◈ 동반시 : "그 해 여름밤" / 김홍표

◈ 뒤풀이 : '돼지고기' 등에 맥주, 막걸리 / "꽃담소"<가평군 청평면 상천리, (031) 585-0004>

 

오늘은 ‘호명호수(虎鳴湖水)’의 산행날이다. 호명호수는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 높은 산봉우리 위에서 하늘과 맞닿아 있는 해발 535m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 양수발전소인 청평발전소의 상부에 물을 저장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호수이다.

 

경춘선 상봉역에서 09시 25분까지 집결이다. 오늘 참석하기로 한 다섯 명의 산우들은 모두가 다 약속시간에 집결하였다. 카톡에다 출발할 때 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두 친구(갑무, 종화)도 09:28분 열차를 탔다고 연락이 와서 2-3호실로 오시라고 하여 모두가 만났다.

 

상봉역에서 상천(‘호명호수’)역 까지는 51분이 걸린다. 상천역에 도착한 후 ‘호명호수’로 가는 산행길은 종화 친구가 안내를 한다. 상천리 마을 길가엔 노랗게 잘 익은 살구나무가 있었다. 종화, 황표 친구는 먹음직스러운 살구 열매를 따 줘서 깨물었더니 달콤하여 침이 솟는다.

 

상천역에서 호명계곡으로 20여 분을 걸었을 때에 ‘상천루’라는 한옥마을관이 있었다. 가평군 호명산 기슭에 지붕만 보이는 한옥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서보니 웅장함은 더 하나 인적은 없었고, 스산한 느낌마저 든다. 가평군은 지난 2011년도 정부(농림부)로 부터 25억원, 도비 7억 5천만 원, 군비 94억 5천만 원 등 1차 사업비만 127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의 농촌테마공원이란다. 최초 사업비 보다 무려 100억 원이 더 투입이 되었다고 한다.

 

가평군은 이 농촌테마공원을 조성, 지역 주민에게는 여가선용을, 관광객들에겐 다시 찾고싶은 명소가 되기 위한 목적이었다. 호명호수와 호명산 아래로 길게 펼쳐진 계곡은 훌륭한 휴식처로서 등산과 함께 그 묘미를 즐길 수가 있을 것이다. 호명계곡을 오를 때는 잣나무숲이 있는 곳에는 숲속 캠핑장도 있었고, 계곡길도 잣나무숲길의 공원화를 공사 추진중에 있었다.

 

피톤치드(Phytoncide)가 풍부한 잣나무, 소나무의 숲길을 지나 호명호수(정상)에 도착하였다. 우린 먼저 최달수 씨가 운영하고 있는 ‘호명갤러리& Cafe집’ 위인 전망대를 맨 먼저 올라가 구름이 끼어서 날씨는 좋지 않았으나 ‘호명호수’의 전경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촬영하였다.

 

‘호명갤러리& Cafe집’ 전망대를 내려와 ‘호명산’ 방향으로 걸었다. 호명산으로 가는 입구엔 ‘호명호수’ 기념비가 있다. 호명산으로 가는 길에서 오른쪽 쉼터 방향으로 산책을 하였었다. 우리는 남쪽 평상이 있는 천상원 쪽으로 갔다. 호명산으로 가는 전망대의 벤치에 앉아 가지고 온 떡과 과일 등을 안주로 막걸리를 한 잔씩 하기 전에 오늘의 동반시(김홍표 시인의 "그 해 여름밤")는 내가 낭송하였다.

 

"그 해 여름밤" / 김홍표

 

반딧불 하나 둘

별이 되려고 사락사락

살찌는 들녘에서 피어나면

철둑길 따라 흐르는 봇물에

개구리 한바탕 울어댔지

코끝에 실리는 오이꽃 향

머리 푼 연기만 너울너울

담 밑에 함박꽃 함박웃음

박꽃은 달빛에 수줍은데

덕석에 누운 누나의 꿈은

오붓한 가슴에 소록소록

무섭던 아버지도 정다웠지

엄마의 몸에선 흙냄새가

뒤뜰에 돋아나는 감꽃 향기

단 수수 잎사귀 사각사각

힘없이 부채마저 잠이 들면

시름시름 여위는 모깃불

어머니 무릎에 잠든 동생은

봇물에 첨벙첨벙 뛰어드나 봐

처녀들 노랫소리 잦아들면

달은 새벽으로 기울어

풀벌레 찌르르르 코 고는 소리

뱃속에선 쪼르르르 시냇물 소리

아버지 엄마는 단잠이나 드셨을까?

긴 긴 여름밤 쓰르르르

아득한 가슴에 사무쳐라

 

김홍표 시인 시집 「뒤란에 서다」에 실린 '그 해 여름밤'을 음미하며 다시 한 번 되뇌어 보았다. 호명호수 옆에서 이 시를 읽으며, 55여 년 전으로 돌아가는 행복을 누렸다. 초등학교 시절의 여름밤에 모기장 속에서 아버지가 사 오신 수박 한 통과 참외 2개를 먹으며 행복했던 시간들을 반추해 본다. 이제 아버지는 그리움 저편, 내 삶의 뒤에 서 계신다.

 

시 한 편이 주는 아득한 그리움에 작가의 시선을 따라 나섰다. 언제부턴가 우리네 삶의 터전이었던 농촌은 아픔과 좌절의 그림자를 드리운 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비친 현실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시인의 눈에는 그리움으로 점철된 그날들이 새록새록 그려져 있어서 향수에 젖게 하는 시 임에는 틀림이 없다.

 

산우들이 가지고 온 간식을 먹은 후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에서 남쪽 천상원을 지나 호명호수를 볼 수가 있었다. 양수발전의 건물도 발아래 보인다. 이번엔 양수발전 홍보관으로 되어있는 팔각정으로 가 2층 난간 전망대에서 호명호수의 반대편을 볼 수가 있었다.

 

호명호수는 호명산의 수려한 산세와 어우러져 백두산 천지를 영상케 하는 대표적인 가평군 관광 명소이다. 호수의 면적은 15만㎡이며, 267만여 톤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 호수 둘레길은 1.9km을 갖춰, 전기자동차와 관광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라고 한다. 호명호수 주변에는 팔각정을 비롯해 위치에 따라 전망대가 세 곳이나 있었다.

 

급경사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기념탑이 자리하고 있다. 기념탑 뒷면에는 서정주 시인의 詩가 새겨져 있다. "어떤 이는 손을 어떤 이는 목숨까지를/ 거족적 발전의지에 고스란히 바치며/ 청평의 물을 끌어올려 호명호 만들어서/ 과학의 맨 처음 이 천지 이루어 놓았으니/ 앞으로 여기 올 영원의 자손들이여/ 이 앞에 옷깃 여며 이 뜻 받아서/ 이 겨레가 더 잘 살길만을 찾을지어다/ 찾아서 끊임없이 나아갈 지어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휘호를 써서 새긴 비석과 '자원개발의 새 기원'이라고 쓴 높다란 기념탑에서 1980년 이 인공호수를 만들 때 느꼈을 흥분이 전해져 오는 듯하였다. 윗물인 호명호수와 아랫물 청평호가 땅밑관으로 연결돼 있고, 이 시설들을 합쳐 청평양수발전소라 한 것 같다. 한국의 최초, 동양에서는 두 번째인 양수발전소(揚水發電所)였다니 얼마나 뿌듯하였을까...

 

이 기념탑은 약 40여 년 전 1980년 1월 16일 최규하 대통령 때에 (주)한전에서 세웠던 탑이다. 근처에 ‘호명정’(홍보관 겸 전망대)이 있었다. ‘호명정’은 2층으로 되어 있었고, 1층에는 발전소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고, 2층은 전시공간과 호명호수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는 양수발전소의 건설경위와 화력발전 원리, 수력발전 원리, 원자력 발전 원리, 한국남부발전설비 현황, 우리나라의 전력현황 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전망대로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다. 호명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호수 수면 한쪽에 설치된 거북이모양을 띤 하늘 거북이에는 태양열 집광판이 장착되어 있어 주변시설에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단다. 호수 위에 유유히 떠 있는 백조와 위령탑 입구 좌우에 호랑이의 조형물이 눈에 띈다.

 

오늘은 구름이 끼여 시야가 좋지 않아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가 없었다. 날이 좋으면 서울의 63빌딩도 보인다고 한다. 2층에서는 홍보 영상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호명호수 팔각정에서 내려다보는 청평호반은 역시 일품이다. 그래서 호명호수를 ‘가평8경’ 중에 하나라고 했던가.

 

호명정(홍보관, 전망대)에서 내려와 ‘한국전력순직사원위령탑’을 지나 호명호수 버스주차장에서 조금 더 걷고 싶었다. 아스팔트길인 호명공원길을 따라 ‘호명호수 관리사무소’가 있는 제1주차장 까지 걸었다. 뒤풀이 때문에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평으로 갈까를 고민하다가 모두 그곳 근처 가평의 맛집인 ‘꽃담소’에서 뒤풀이 할 것을 결정하였다.

 

꽃담소는 제1주차장에서 걸어서 약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꽃담소는 종화 친구가 지난달에 한 번 왔었던 곳으로서 주문을 하니 다양한 반찬들과 메인고기로 금방 상차림이 채비를 한다. 테이블이 넓어 다양한 종류의 밑반찬이 나옴에도 식탁이 붐비지 않는다. 맥주와 막걸리를 맛있게 한 잔씩 하면서 다음번 산행과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꽃담소에서는 다음에 또 오시라고 하면서 상천역 앞에까지 승용차로 데려다 주신다. 시산회 2019년도의 산행도 벌써 절반을 한 것 같다. 이젠 7~8월의 무더운 여름철인데, 계곡에 물이 흐르는 좋은 산을 찾아서 즐거운 산행이 되시기를 희망하면서 산행기를 맺는다.

2019년 6월 30일 김삼모 씀.

 

3.오르는 산

원래 삼성산은 임 수석의 전용구역인데 아직 무릎이 낫지 않아서인지 기별을 올리지 않는다. 나도 명상센터에서 3개월 반을 구상한 후, 2개월을 자료 수집하고 초안을 잡아가다가, 명상센터에 들어가서 작업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묘한 인연의 수상한(?) 한의사를 만나 2년 7개월을 전혀 모른 척하던 신경세포가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으니 이제야 주먹을 꽉 쥘 수 있다. 절대금주, 절대금연하라는 엄명에 금단현상과 싸우며 지내고 있다. 산행도 금하라는데 도봉이 도봉산을 오르지 않으면 집에서 시체처럼 지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원래 남의 말은 죽어서도 안 들을 거라는 위인인데 죽음도 두렵지 않으니 이걸 어쩌랴. 둘레길은 걸어도 좋다니 그런 기회가 오면 참석하겠다. 산우들을 카톡으로만 보니 자주 아쉽다. 부디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이번 시집은 겨울 동안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심심하면 음악을 들으면서 빈둥거리다가 문득 서사시 하나로 채우려는 마음을 가졌다. 200페이지를 서사시 한 편으로 채운다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하여 남의 것을 기웃거리다가 만나게 된 시집이 신동엽 시인이 동학혁명을 주제로 쓴 서사시 '금강'이다. 덤으로 접한 시 '좋은 언어'를 동반시로 올린다. 내게 남은 하나의 꿈은 문학지를 만들고 훌륭한 시인에게 매년 상을 수여하는 것이다. 참여시 계열의 돌아가신 시인이 제1의 조건이다. 상금은 적지 않게, 다만 자식에게는 주지 않고 부인에게만 드린다. 부인조차 서거하셨다면 가작 시인의 부인에게 드린다. 그 꿈이 내 삶의 조건과 가치로 남았다.

 

좋은 언어/신동엽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 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구 기다려 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구비돌아 적셔 보세요.

 

하잘 것 없는 일로 지난 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

 

2019. 7. 1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