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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으로 갑니다(詩山會 제401회 산행)

관악산으로 갑니다(詩山會 제401회 산행)

코스 :

모이는 날 : 2020. 1. 9.(토) 10 : 30

모이는 곳 : 사당역 4번 출구

동반시 : ‘내일 보자’ / 김화연(기세환 산우의 마나님)

 

1.시가 있는 산행

 

겨울기도 /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2.산행기

"시산회 400회 '남산둘레길' 산행기"<2020.12.27(일)> / 김종화·홍황표

 

◈ 산행월일 / 집결 : 2020년 12월 27일(일) / 3호선 충무로역 4번 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9명 <갑무, 세환, 종화, 형채, 경식, 문형, 근호, 양기, 황표>

◈ 산행코스 : 충무로역-기억의 터-북측순환로-석호정-남산둘레길-안중근의사기념관-백범광장-이시영동상-남대문시장-뒤풀이 장소-서울역고가도로 공원-서울역

◈ 동반시 :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 뒤풀이 : 도가니탕, 소머리수육에 소·맥주 및 막걸리 / "은호식당"<남대문시장 내, (02) 753-3263>

 

숨 가쁘게 달려온 2020년 한해도 이젠 4일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을 보내면서 한해를 살았다는 것은 넘치는 행복이고 한량없는 감사이다. 세월은 흐를수록 아쉬움이 크지만, 세상은 알수록 만족함이 커진다. 함께 지냈던 시산회 산행은 모두가 즐거웠고 행복하였다. 그동안 협조를 하여주신 시산회 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금번 산행은 2020년도의 마지막 산행으로 산행지의 결정부터 여느때 보다 코로나의 압박감이 강했다. 금년 한 해 동안 산행의 공고를 할 때에는 코로나의 위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번 400회는 더욱 위험해진 상황을 고려하여 취소를 고민했고, 그래도 진행을 해야 한다는 산우들의 의견이 있어서 강행을 하게 되었다.

 

총무로써는 단 한 명의 산우라도 참가를 하겠다면 동행을 해야 하는 의무감도 있었다. 그래서 지난 12월 22일(화)엔 3명의 회원(종화, 형채, 황표)이 남산(262m)을 사전 답사하였다. 첫째 의도는 코로나 방역수칙에 의거 5명 이상의 집합 금지를 준수하고, 뒤풀이 때에 식당에서 취식금지를 통한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날 미리 먹어 보기로 한 햄버거집은 힐튼호텔 앞에 있었는데, 3명은 동대입구역에서 늦게 출발하여 서울N타워를 거쳐 쉬지를 않고 뛰다시피 하여 오후 2시전 힐튼호텔 앞에 도착하려 했지만, 늦고 말았다. 점심식사는 별 수가 없어 대신 회현역 및 남대문시장 근처의 신의주찹쌀순대집에서 늦게 하였다.

 

TV 뉴스에서는 12월 24일부터 1월 3일까지 정동진, 남산공원 등이 패쇄 된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시산회에 대한 마누라의 평소 불만이 뉴스를 듣는 순간 극해 달하였다. 산행 시는 늘 듣던 잔소리라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대체 산행지를 종화 등 산우들과 협의 양재천·여의천으로 정하고, 남산공원에 전화로 확인하였다. '남산둘레길은 걸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다시 남산공원에 전화를 확인해 보니 패쇄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이었다.

 

당일 집결시간 30분 전에 충무로역에 도착, 근처에 도시락집을 알아 봤지만, 초밥집은 없었다. 산우들이 충무로역에 도착, 도착한 순으로 4명의 산우는 남산골 한옥마을 쪽으로 먼저 가고, 3명은 서울유스호스텔, 일본군위안부기억의 터 방향으로 간 뒤, 고 회장과 홍 총장(2명)은 책무로 힐튼호텔 앞 햄버거집으로 출발을 하였다.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니 길 바닥에 노랑나비가 이정표 역할을 해 준다.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를 지나 왼쪽으로 꺾어지자마자 남산 '기억의 터'가 있다. 여기가 '기억의 터'인 이유가 있다. 일본군위안부기억의 터가 조성된 이곳은 이완용과 데라우치 통감이 한일강제병합조약을 체결한 통감관저가 있었다. 조선총독부가 세워지기 전 일제의 수탈이 자행되었던 곳이다. 일본군위안부기억의 터에서 부터 남산공원 북측순환로로 올라 순환로 산책길을 걸었다.

 

남산공원 북측순환로는 3.3km로써 남산의 대표적인 산책로이며, 전 구간을 재정비 하였다. 북측순환로는 목멱산방에서 남산케이블카를 지나 국립극장에 이르는 길로써, 남산의 북쪽 허리를 감싸고 도는 산책로다. 차량과 자전거의 통행이 전면 금지되어 있고,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많은 시민들이 산책, 운동, 휴식 공간으로 찾고 있다.

 

석호정(국궁장)과 남산 소나무 힐링숲 인근에는 서울시에서 보기 드물게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천연황톳길(215m)이 조성되어 있다. 세족장과 신발장 등을 설치해 황톳길을 걸으며, 남산에서 힐링을 체험한 이용객이 간단히 발을 씻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팜사를 깔아 걷기에 편하도록 조성해 놓았다.

 

제일 먼저 앞서 간 산우들은 북측순환로 남산야외식물원 근처의 서울N타워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하면서 모든 산우들은 코로나 방역수칙을 중요시 하며, 앞,뒤로 1·2조로 나뉘어 남산둘레길을 걷는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산우들은 조별로 사진을 남기고, 잠시 누워서 쉴 수 있도록 해 놓은 울창한 숲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고 회장님과 홍 총장님이 기다리는 백범 광장의 이시영 선생님 동상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옆에서 서울N타워를 배경으로 한 '2021 Happy new year!' 홍보글씨가 아름다워 증명사진을 남기고, 곧장 백범광장으로 이동하였다. 백범광장은 일제강점 시에 조국의 광복을 위해 일생을 바친 백범 김구선생을 기념하기 위하여 1968년 8월 23일에 개설된 광장이다. 이시영선생 동상은 그 옆에 있고, 그곳에서 집행부를 만났다.

 

이시영 선생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당시 형재들과 전 재산을 바쳐 독립운동에 투신한 명문가 출신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신 그를 기리기 위한 동상이 남산공원 백범광장 내에 있다. 1919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법무총장, 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1945년 해방 시까지 임시정부를 끝까지 지켰으며, 광복 후 환국하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1947년 성재학원 신흥대학(현 경희대)을 설립하였다.

 

우리를 기다리던 고 회장님과 홍 총장님은 야식(감귤, 곶감 등)을 제공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였고, 점심식사는 간단히 햄버거로 해결하려고 하였으나 햄버거집에 가보니 문은 닫혀 있었단다. 영업을 한다고 했는데, 남산공원도 년말에 페쇄로 휴업을 하나보다. 뒤풀이는 오후 1시가 넘어서 남대문시장 쪽으로 가다 순대국밥식당에 들렸으나 인원이 5명 이상이라 코로나 방역수칙에 위반되어 손님을 못 받겠다는 뜻인가 보다.

 

식당을 하는 사업자들도 코로나 확진 때 서로가 공존하기에 식객이 거의 없는 남대문시장의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4명씩 저만치 떨어져 안전하게 착석을 하였다. 홍 총장님은 옛부터 맛있다는 도가니탕, 소머리수육 안주에 소·맥주와 막걸리를 한 잔씩 마셨다. 산우들은 배부르게 점심식사를 하고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으로 이동하였다.

 

서울역 공원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바꾸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말하며,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를 통제하고, 2015년 11월부터 보수・보강공사를 거쳐 2017년 5월 20일 ‘서울로 7017’이란 이름으로 개장했었다. 전망이 아름다운 곳의 쉼터에서 준비한 동반시 '겨울 들판을 거닐며'(허형만 시인)를 낭송하였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임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허형만 시인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 국어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삶에 대한 통찰과 관용의 정신으로 자연과 삶과 죽음을 포용하며, 삶의 고단함과 존재의 무게감을 노래하고 있다. 허형만 씨는 남도 시인으로서 남도의 진솔한 삶의 역사와 향토적 서정을 보여주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가도로 공원에서 전망할 수 있는 서울역 전경은 다시 봐도 아름답다. 1978~1983년 까지 근무하였던 수산청 19층, 벌써 약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서 감회가 새로웠다. 1호선(서울역~청량리역) 밖에 없었던 전철도 동안 2~9호선, (신)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신분당선, 우이신설선, 공항철도, 인천1·2, 경강선, 용인에버라인, 의정부경전철 등 전철의 승하차 역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 버렸다.

 

오늘 참석했던 산우들과 서울역에서 헤어지고, 집으로 가기 위해 4호선을 승차하여 금년 시산회 활동자료를 핸드폰 다음카페(daum cafe)로 확인하였다. 코로나 방역수칙 때문에 납회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홍 총장님은 회비를 잘 관리하여 잔여 회비중의 일부를 회원들에게 상품권(신세계)으로 지급하여 주신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1년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삶의 여건이 여러모로 변화한 것 같다. 시산회 산우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마음이 변하여야 할 것만 같다. 모두 내년 신축년에도 시산회 집행부에 적극 협조하시길 부탁하면서 산행기를 맺는다. 항상 건강하시길 빌면서 시산회 화이팅!

 

2020년 12월 28일(화) 김종화 · 홍황표 씀

 

3.오늘의 산행

코로나 때문에 나라가 숨을 죽이고 있다. 시산회도 더불어 숨죽임에 동참해야 한다는 총장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4인의 팀으로 산행하는 산우들이 있으니 마음 모아 즐거운 산행이 되기를 축하하며 미리 고지한 대로 동반시는 올린다. 무릇 인간의 세포는 6개월이면 거의 소멸과 생성을 거듭한다. 길어야 7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 상식이 된 지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러므로 100조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은 연속성은 유지하지만 동일성은 끊겼다고 한다. 다만 기억의 기능을 하는 뇌세포 중 시냅스라는 신경접합부가 기능을 계속하므로 연속성은 유지한다. 다른 종교는 비교종교학 공부를 하면서 발견하지 못했지만 불가에서는 9식 중 제8아뢰야식이 그 기능을 담당하므로 역시 연속성은 유지한다. 이런 이유로 시산회에 대한 걱정을 해본다. 초기 발기인과 초대 회장을 2년을 지낸 책임감이 나를 자주 불안하게 한다. 해체는 쉬워도 모이기는 힘들다. 부디 홍황표 회장님을 중심으로 400회나 이어온 역사를 잘 유지하고 만약 흐지부지하면 내가 다시 회장 및 총장을 하더라도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나서겠다. 부디 최후의 1인까지 1000회를 달성하기 바란다.

 

4.동반시

기세환 산우의 아내 김화연 시인이 제2시집 ‘나하고 놀래’를 냈다. 반갑고 축하할 일이다. 오늘 그가 참석하면 마땅히 축하주를 내야 한다. 기 회장이 얼마나 잡아두었으면 그런 제목을 냈을꼬. 심히 걱정스럽다. 같은 시인인 나라도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나도 5집을 준비했다가 내용이 3집과 비슷하여 마뜩지 않아 주제를 달리 하여 전면 수정 중이다. 김 시인의 건필을 빈다.

 

내일 보자 / 김화연<기세환 배급>

 

어느 날은 비가 내리고

또 눈이 쌓인 짙푸른 나무들이 있는 내일

내일 보자라는 인사의 유래는

오늘의 햇살 아래서 자란 말투

 

내일은

잠의 신과 내가 하는 일

누가 먼저 잠 깨느냐가 아니고

그 잠 속에서 꿈을 챙겨

꿈 밖으로 나오는 일

 

내일은

방금 헤어진 사람이

오늘을 버리고 돌아올 거리는

설레는 끈을 놓지 않은

그다음 날인 날

 

내일 보자

몇만 년 후의 얼굴로

판도라에서 꺼낸 말

듣기만 해도 좋은, 한쪽 눈이 방긋한

스무 살 눈동자의 웃음.

 

2021. 1. 9.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