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의 암기법. 어떻게 경전 통째로 암송했을까?
현재에도 인도인들은 뛰어난 암기능력으로 주목받는다. 어떤 인도 어린이는 힌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Bhagavad-gita) 정도는 통째로 외운다. 석가모니 당시에는 그 이전부터 전승되어 오던 방대한 문학들이 존재했는데, 그것들 대부분은 구전으로 전승되었다. 불경도 처음에는 그렇게 전승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석가모니 시대 이전인 베다 시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양상은 조금 달라진다. 베다 문헌들은 불경과는 달리 대체로 ‘한 구절도 어긋나게 암기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신의 계시 문학이었다. 따라서 당대의 베다 지식인들은 그 경전 구절을 정확히 암기할 수 있는 특정한 암기법을 고안해냈다.
문자가 없는 당시의 상황에서 경전을 통째로 암송한다는 것은 원래의 단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학습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다. 스승이나 아버지는 제자나 아들에게 무조건 자신을 따라 암송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민한 아이는 그것을 즉시 흉내내 아버지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암기해 낼 수 있다. 암송을 통해서 리그베다의 내용들을 전승한다는 것은 마치 어린 한국 학생이 영어 단어를 배우기도 전에 외국어 팝송의 ‘소리’만을 멋지게 따라 부르는 것과 같다. 그 팝송이 무슨 뜻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말이다. 퀸(Qeen)의 보헤미안 랩소디 가사를 리그베다의 한 구절이라고 생각해보자.
“마마 젓스킬더맨 푸러건어겐씨셋” (Mama, just ki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기록하지 않고 소리만 들을 때,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노래를 부를 때와 마찬가지로, 베다를 의례상황에서 실제 발성할 때는 본래의 각각의 단어들이 뭉쳐 흐르면서 덩어리 음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문장 형태를 상히따-빠타(sahit-pha)라 부른다. 상히따-빠타는 여러 형태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위의 가사는 “마마 저쓰킬더맨 푸러건어겐히데”와 같이 발음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소리내 외워서 전승해야할 학생들은 잘 외울 뿐만 아니라, 이 덩어리 음들이 본래 각각 무슨 단어들로 이루어진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 그 덩어리 음들을 잘라서 암송할 때의 흐름에서 떼어내 각각 따로 따로 발음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본래의 문장형태와 의미를 나중에라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의 보헤미안 랩소디 가사는 “마마 저스트 킬드 어 맨, 풑 어 건 어개인스트 히스 헤드” 이렇게 잘라서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빠다-빠타(pada-pha)이다.
문자 없이 암송으로만 지식이 유통되는 사회에서, 빠다-빠타는 전승의 내용이 되고, 실제 사용형태는 상히따-빠타가 되는 셈이다. 빠다-빠타 형태의 모든 경전구절들을 음절의 손상 없이 후세에 전달하기 위해 고대 인도인들은 독특한 암기법을 고안해냈다. 이것을 비끄리띠(vikti) 또는 즉 문장변형방식이라고 한다. 이 비끄리띠는 문장의 단어들을 빠다-빠타 형태로 각각 분리시킨 후, 여러 방식으로 뒤섞어 문장을 만든 다음 그것을 다시 외우는 여러 형식들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마마 저스트 킬드 어 맨”. 이것은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빠다-빠타이다. 이것을 기본으로 대략 10가지 방식의 뒤섞임 방식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인 ‘자따’(ja)-빠타는 다음과 같다.
“마마(A) 저스트(B), 저스트(B) 마마(A), 마마(A) 저스트(B), 저스트(B) 킬드(C), 킬드(C) 저스트(B), 저스트(B) 킬드(C), ....” 문장의 맨 앞 단어와 그 다음 단어를 병렬했다가(A-B) 뒤집고(B-A) 다시 원위치(A-B)시킨다. 그다음 세 번째 단어(C)가 등장하면 두 번째 단어와 이러한 방식을 반복한다. 이같이 한 문장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단어 섞음을 통해 연음의 상황에서 변화하는 단어의 형태뿐만 아니라, 단어의 원래 음가를 정확히 기억하도록 훈련하게 된다.
이러한 구전 문헌에 대한 보존의 집요함은 인류문명사 속의 어떤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2008년, 베다는 거의 3천년 동안 고스란히 전해진 구전문학의 결정체로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출처] 어떻게 경전 통째로 암송했을까?|작성자 양벌리독서실불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