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권의 명상심리로 풀어보는 불교교리
- 입력 2018.01.24 14:15
- 붓다는 위빠사나로 깨달음 성취하지 않았다
-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남방 상좌부의 위빠사나 수행법이나 티베트불교의 명상법을 비롯한, 대승의 간화선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승려나 재가자들이 상당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위빠사나는 붓다가 완전한 깨달음(무상정등각)을 이룬 직접적인 수행법으로 간주되어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붓다, 고행주의 수행 버리고
색계 4선 통해 완전히 정각
요가 사마타 수행 기반으로
새로운 불교 지관수행 확립
일부에서는 상좌부 계통의 위빠사나 수행법들이 바로 붓다의 수행법과 동일시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붓다의 깨달음에 매우 긴밀한 수행법이나 초기불교의 수행체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붓다의 정각 이전 수행방식이나 붓다가 정각을 이루게 된 배경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아함경’이나 ‘사분율’ 등의 기술에 따르면, 붓다는 정각을 이루기 전에 알라라 칼라마와 웃다카 라마풋타라는 요가의 두 스승으로부터 각각 사사하여 무색계의 무소유처정과 비상비비상처라는 깊은 선정에 통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붓다는 요가의 선정주의적인 수행방식으로는 완전한 해탈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그들의 곁을 떠난다. 그 이후 붓다는 약 6여년을 고행한 끝에, 결국 고행주의적인 수행방식도 버리고 색계의 4선을 통해 ‘숙명통·누진통·천안통’이라는 3명(三明)을 얻고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초기불교의 가장 원초적인 수행법은 보리수 아래에서의 붓다의 정각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색계의 4선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색계의 4선은 요가적인 사마타 수행을 기반으로 새롭게 불교적 지관수행이 확립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가장 초기형태의 지관수행으로서 상좌부 전통의 위빠사나 수행체계와는 어느 정도 구별될 것이다. 예컨대 남방불교의 위빠사나는 ‘청정도론’을 기반으로 더욱 체계적으로 정립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남방 상좌부계통의 위빠사나가 바로 붓다의 수행법과 동일시되는 점은 지양해야함을 밝혀둔다.
이와 관련하여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불교의 명상법 등 수행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관련 주제에 따라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다만 불교의 명상법이나 수행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서 명상과 수행에 대한 기본개념을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명상과 수행이라는 용어는 동일한 의미로 혼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명상과 수행은 어원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다르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용어상으로 명상은 ‘요가․선정․묵상’ 등에서 유래된 것이고, 수행은 ‘수습(修習)·닦음’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 ‘bhāvanā’에서 유래된 것이다.
요컨대 명상은 명상적인 요소를 지닌 것을 포함한 다양한 명상법을 의미한다. 반면에 수행은 명상을 포함한 심신을 정화하거나 닦는 기도와 절, 진언(다라니) 수행 등의 다양한 수행법이나 수행체계를 광의적으로 포괄하는 점에서 명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서 불교의 명상이란 다양한 수행법 가운데 심신의 정화와 안정, 그리고 궁극적인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명상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명상은 대․소승을 막론하고 주로 수행적인 특성에 따라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그것은 사마타(止·samatha)를 위주로 하는 집중명상과 위빠사나(觀·vipassanā)를 위주로 하는 통찰명상으로 구분된다.
사마타는 어원적으로는 ‘고요․평온․집중’을 의미한다. 집중명상은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고정시키거나 집중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마음을 고요히 하고 번뇌를 제어하는데 힘이 있다. 이러한 집중수행은 고요, 평화, 깊은 선정을 가져오고, 분별심을 그쳐 마음과 대상이 하나가 되는 심일경성(心一境性·cittaikāgratā)이라는 선정삼매를 계발하는 것이다.
위빠사나는 어원적으로는 ‘통찰․내관․지혜’를 의미한다. 사마타와는 달리 내적으로 변화하는 심리현상이나 경험을 무상․고․무아라는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혜를 계발하여 완전한 해탈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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