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특이점, 그리고 시시한 / 도봉별곡
우주는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무한반복한다고 가정해보면
죽음 따위는
공空 사상조차 극복한
스님들만 두러워하지 않는다는 것
공을 죽음이 허무가 아니듯
허무주의로 오해하지 마시라
진공묘유가 따뜻한 사기의 술수
주었다 빼앗는데 돌아서면 손에 남아 있더라
하나의 특이점은 신을 포함한 시간과 공간이 모여서 신을 땔감으로 삼아 서서히 팽창해서 한 순간에 급격한 팽창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원자가 만들어지고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 생긴 공간으로 빛은 유유히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지금 여기에 있다 진정한 빅뱅이라 이름 붙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몸이다 물론 신이 즐기던 주사위게임의 주사위도 아직 그대로 있다 그러므로 죽음 따위 놀랄 일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나의 특이점은 사건의 지평선 너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블랙홀의 내부에 있다
굳이 하나 더 특이점을 든다면 진공 후의 묘유다
여기에 남의 얘기를 할 것 없이 중유가 있고 윤회가 있다 단세포동물에서 진화하여 숱한 진화적 윤회를 통과해 지금 여기에 있다
미국의 어두운 시인은 늘 자기 얼굴을 닮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유레카'를 외치다 뉴욕의 쓰레기더미에서 죽었다는데 그 순간 행복했을까만 궁금해야 할 짓은 아니다 이 모든 짓이 경이롭거나 놀랄 일은 아니다
아인슈타인과 점심을 자주 함께 먹었던 괴델은 무엄하게도 신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캄캄한 중세시대 같았으면 시시한 갈릴레오는 비겁했고 용감한 브로노과 함께 가장 괴로운 화형식을 당하고도 부관참시를 당할 이상한 수학자다
또 있다 뇌세포의 형상과 우주의 모양이 똑같다 그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도 특이점이 된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힘이 하나로 모아 통일장이론을 완성하여 저세상에서도 아직 잠 못 들어하는 아인슈타인을 영면하게 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생길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신조차도
나에게 신이란 메소포타지방의 수메르문명에서 발생한 신화, 여섯 째 전쟁의 신 야훼가 쿠데타를 일으켜 첫 번째 바람의 신 풍요로운 엘렐을 제치고 신 서열 순위 1위에 등극했기에 세상은 그 신들의 순위가 바뀌지 않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 생각을 바꿀 수가 없다 눈에 보이는 순간 신이 아니게 된다니 나 또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신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념론과 경험론의 주도권 다툼이다 서로 그럴 듯하니 각자 갈 길을 간다 우주가 먼저일까 신이 먼저일까, 궁금해지는 여름의 도서관 한 모퉁이에서 의뭉한 ‘지적설계론’의 즐거운 웃음꺼리를 본다
양자역학에서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있다고 한 지, 100년 지금은 그보다 하위개념인 소립자가 원자를 만든다 100년 후 소립자를 이루는 새 개념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궁금할 것 없으며 수상한 과학자 하이델베르크가 설정한 전자의 위치에 대한 불확정성의 원리가 풀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알 수 있을 때를 특이점이라 하겠다
이런 것들이 또 변할 것이다 마치 빅뱅 직후 몸부림치는 양자요동을 닮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아름다움
그러므로 지금은 모두 시시하다고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