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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히말라야 성지 순례 / 도봉별곡

히말라야 성지 순례 / 도봉별곡

 

 

비바람 불던 오후

구도求道가 비처럼 하릴없이 내리면 문득

히말라야에 가고 싶어졌다

 

투명한 하늘 떠도는 바람의

손님으로

아무리 둘러봐도 망망한 바다 같은 고원에서

한 그루 소나무로 서서

길손들 이정표 되어

다시는 영영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혹은

룽다*로 가부좌 틀고

산을 부르는 깃발 다르초*와 말벗 되어

오고가는 사람들 반기며

손 흔들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바람에 젖으면

함께 젖어 웅얼거리다

바람이 훠이훠이 목 놓아 우는 날은

어우러지며 춤추며 하늘로 올라 마침내

히말라야 성전聖殿의 정수리에서

만년설로 자취 없이 사라지고야 마는

눈으로

또는

바람으로

 

황사 바람 부는 봄에는

성지 순례하는 고행자처럼 실크로드 지나

히말라야로 떠나봐야겠다

기어이 쉬지 않는 바람같이

 

 

*룽다 : 히말라야에 가면 돌무덤 옆에 세로로 길게 세운 깃발. 경전이 새겨져 있다.

*다르초 : 돌무덤 옆에 만국기처럼 네모난 깃발이 서있다. 경전이 새겨져 있다.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