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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두 번째 수학여행을 갑니다. 경주. 울산. 포항. 장생포 등/光州高 졸업 50주년 기념(詩山會 제443회 산행)

두 번째 수학여행을 갑니다(詩山會 제443회 산행)

때 : 2022. 9. 22~24

곳 : 경주, 포항, 울산, 장생포 등 영남지역 일원

 

1.시가 있는 산행

 

금강경의 7중주 – 7중주를 위한 妙音/知音/指音

 

그대 나를 포함한 모두여
우리 모두는 꿈을 꾸며 산다오
꿈은 행진곡을 닮아 경쾌하고 때로는 패잔병의 걸음을 닮아 무겁소
꿈속에서 보는 신기루는 마치 장자의 나비 같다는 생각이 드오
꿈속에서 현실을 조정하는 더블이렉션을 쓴 작가의 상상력은 꿈을 뛰어넘소
물거품은 물을 따라 흐르다 물이 되고 마오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고 말 거라면 왜 거품을 만들었죠?
당신은 그림자를 따라갑니까 그림자가 그대를 따라옵니까

풀잎의 아침 이슬은 바람이 데려갑니까 새벽이 데려갑니까 해가 데려갑니까 

번개불을 잡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늘을 나는 광자가 잠을 자는 사이 생기지 않는 그림자를 당신은 볼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대의 法眼은 天眼이라 하겠지요

 

不如非二不異不一

같지도 둘도 다르지도 하나도 아닌 것은 무엇입니까

夢幻泡影露電 그리고 霧

꿈과 신기루,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 그리고 안개
바람과 구름, 풀과 나무와 하늘과 땅, 불과 물 '모두는 하나다' 사자후를 토하며
잠시 풀 위에 조용히 쉬어가는 달빛은 무엇과 누구를 위한 몸짓입니까
모든 것은 찰나 찰나 생성되고 사라지며 다시는 같은 몸을 보지 못합니다
일란성쌍둥이도 똑같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며 똑같은 원자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변하므로 허무한 것들이 모여 세상을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세상이 허무한 것은 아닙니다

 

2.산행기

올림픽 공원을 소요하다(詩山會 442회 산행기. 2022. 9. 12) / 남기인

참가자 ; 갑무, 세환, 동주, 삼모, 정남, 종화, 진오, 기인, 형채, 정우, 재홍, 윤환, 경식, 윤상, 재웅, 삼환, 일정, 문형, 영훈, 광일, 근호, 양기, 황표, 승렬(이상 24인의 시산인들)

뒤풀이 : 수라연(한정식 1인당 19,000원)

길라잡이 : 남기인

 

추석 연휴에 산행 예정일이 겹쳐서 끝나는 날로 정하다보니 월요일 2022. 9. 12,에 산행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산회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 24인이 참석하게 되었다. 내가 회장 역임 중이라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총장인 이경식 산우의 열성에 힘입은 바 크다.

 

잠실역에서 21인의 시산인이 모였다. 공시한 대로 이경식 총장이 방풍 재킷을 가지고 나왔다. 실물을 받아보니 디자인과 칼라가 좋다. 가슴에 SISAN이라는 마크가 큼직한 훈장처럼 붙어있는 것도 좋다. 모두 입이 귀에 걸린다. 내가 낸 회비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내 돈으로 산 것이지만 공짜로 느껴지니 세상사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다. 방풍이 되므로 늦가을과 겨울의 중심을 피하고, 초겨울과 늦겨울에 입으면 좋을 듯하다. 일부에서 옷이라면 더 좋은 조건이 있다고 아쉬워하는 산우가 있었으나 그 또한 그때 되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소. 이 총장 수고 많았소. 동주와 세환은 평화의 문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출발한다. 승렬은 뒤풀이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올림픽 공원을 걸어본 적이 없어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석촌호수 동호를 돌아 걸어가는데 삼삼오오 짝을 지어 대화를 나누며 간다.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에서 동주와 세환을 만났다. 해맞이 명소에서 간식을 먹기로 했으나 수가 많아 생략하고 각자 편하게 행동하기로 하였다. 길은 편하게 이어졌으며 중간에 공연의 장에서는 고려대 학생들이 민속공연이 진행하고 있어 잠시 들렀다. 조선시대에는 하층민인 사당패가 팔도를 돌아다니며 굿을 보여주고 생계를 이어갔으나 이제는 세상이 변하여 대학생들이 클럽활동으로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간다. 물론 계급사회인 조선시대와 달리 현대에는 전통의 사당패는 없어지고 대학생들의 클럽활동으로 전통을 이어나간다.

 

여러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나온 얘기들이다. 내가 봉사활동을 하는 캄보디아는 60년대와 70년대에는 우리보다 나은 때도 있었으나 현대에 이르러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에 이르렀다. 여기에 5대 군사강국이니 미국의 견제를 잘 피해가면 미국과 양강을 이루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80년대의 일본은 반도체 강국으로 도쿄의 땅을 팔면 미국의 땅 전체를 살 수 있을 만큼 미국보다 탄탄한 경제구조를 가졌으나 미국의 견제로 반도체에서 몰락하면서 지금은 저물어가는 나라가 되었다. 반면 우리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배터리, 가전, 철강에서 세계적인 강국이 되어가고 있으나 벌써부터 미국의 견제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은 경제계에 몸조심의 사인을 주고 있으나 현재의 정권은 그것을 견뎌낼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런 우려에 대한 척도로 1위에서 5위까지 순위를 매긴 매체가 있으니 객관성은 고려하지 않고 냈으나 잘도 생각해낸다는 생각은 든다. 1위는 5년 전의 촛불혁명으로 박근혜를 쫓아낸 국민이다. 2위는 경제인들이다. 3위는 군인, 4위는 검찰과 법원 공무원과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인, 내각제를 도모하는 모사꾼들이 모인 국회의원 5위는 굥 대통령이다. 다른 것은 이해가 되는데 군인이 3위를 차지한 것은 특이하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찬탈한 군부정권 시대를 지나 지금의 세계 5위의 강군을 이룬 군인 그룹을 칭찬한 것이다. 이 정도면 미국을 빼고 맞장을 뜨면 진다는 보장은 없다. 설령 지더라도 그 나라 또한 함께 망할 것이 분명할 만큼 강군이다. 노태우는 개과천선하여 일부에서는 정치를 잘한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꼽는다. 요즘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보도에는 잘 나오지 않으나 변방에서 주류로 진입 중인 유투브 그룹이 주로 보도하는 것을 보면 국방과학연구소의 개발 주도 및 방산업체의 열성과 방위사업청의 국가적 책무가 협치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엄청난 무기 수출이 진행 중이다. 방사청의 비리는 옛말이 되었고 비리의 온상이었던 국방부에서 방사청이 독립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하여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것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를 재직했던 이윤상, 김정남 두 산우의 주장이기도 하다. 정치에서 시작한 화제는 무기 수출로 꼬리를 물며 재미를 더해갈 즈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모두 해맞이 명소에서 모여 뒤풀이 장소인 수라연으로 가기 위해 낮은 동산을 넘어가는데 마침 너른 곳이 보였다. 오늘의 기자인 내가 수라연은 번잡하므로 여기서 동반시를 읊자고 제안하여 시를 낭송하는데 마침 동반시 배급자인 박형채 산우가 시낭송과 낭송을 경청하는 장면을 김정남 산우가 잘 포착하여 둘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 명장면이다. 인상 깊었다. 몽촌토성까지 가지 못한 것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는다.

 

내가 계절이다 / 백무산

 

여름이 가고 계절이 바뀌면

숲에 사는 것들 모두 몸을 바꾼다

잎을 떨구고 털을 갈고 색깔을 새로 입힌다

나도 머리가 희어진다

나이도 천천히 묽어진다

먼지에도 숨을 수 있도록

바람에도 나를 감출 수 있도록

나는 계절 따라 생멸하지 않는다

내가 계절이다

 

늙지 마라

어둠도 태어난다

 

‘나이도 천천히 묽어진다’에 방점을 찍으면서 그에 대한 해설이 분분하다. 시인인 정남이가 나서서 ‘비유법의 일종인 은유로 보면 된다.’ ‘은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것에는 정답은 없고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고 해석해준다. 역시 시는 어렵다. 수사법이 80가지 안팎이라는데 언제 그것을 다 배우랴. 그래서 모든 예술가 중 유독 시인에게만 사람 인(人)이 붙는다고 한다.

 

수라연에 도착하여 보니 24인이 들어갈 방은 없어 16인과 8인이 따로 앉았다. 마침 주류와 비주류로 나눈 경우가 되었다. 비주류 그룹에는 주류계의 왕자 그룹에 속하는 진오가 끼어있어 승렬과 교체하려 했으나 모르는 말씀, 승렬이도 비주류는 아니고 은근히 술을 즐기는 타입이라 강렬하게 거부, 역시 세상살이에는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격언이 여기에도 부합하며 존재하였다. 주류그룹에서 여러 차례 건배가 터지며 흥을 이어가는데 비주류 그룹에는 진오만 홀로 술을 마시자니 흥이 나지 않는지 그쪽으로 배당된 술은 남아서 주류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역시 뒤풀이 때는 술이 주류를 이룬다. 앞으로도 줄을 잘 서야겠다.

 

한정식의 반찬은 맛있었고 푸짐했다. 김동주 회장이 추천하고 부담했다니 감사의 건배가 빠질 수 없다. 동주의 폐회사를 끝으로 즐거운 연회를 마감하고 강동구청역 지하철 역사를 지나는데 약간의 싱거운 주사가 있었으나 노년의 과음은 자신이 잘 조절하고 앞으로도 조심해야 할 일이다.

 

김동주 회장, 잘 먹고 마시고 즐거웠소. 이에 더해서 두 번째 수학여행 비용도 부담해준다니 회장의 입장에서 말년에 무슨 복인가 싶소. 좋은 업을 지어가니 언젠가는 그에 합당한 보은을 받을 거요. 이것은 불가의 업보설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아니고 모든 인간에게 대를 이어 계속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아니겠소. 매우 고맙소.

 

2022. 9. 12. 남기인 올림

 

3.오르는 산

이번 434회 산행에는 경주, 울산, 포항, 장생포 등 영남 일원을 도는 두 번째 수학여행을 겸한 행사가 되었다. 고교 수학여행은 2학년 대인 18세였으니 지금 71세로 계산하면 53년 만의 수학여행이니 늘그막의 복이다. 이름을 짓는데 ‘마지막 수학여행’은 퇴짜를 맞았으니 당연하다. ‘70의 수학여행’도 여러 이유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두 번째 수학여행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부디 안전하게 다녀오기 바란다. 조문형 산우가 수고가 많으니 이 또한 복 받을 일이다. 자넨 동창회 총장직을 맡으면서 충분히 복덕을 쌓았으니 조금씩 나눠주소.

 

4.동반시

423회 프롤로그 시에 소개한 시다. 그것으로만 남겨두기에는 시가 무척 좋아 동반시로 승격시킨다. 쉬운 듯 어려울 수 있는 시다. 시인들은 이런 시를 좋아한다. 이렇듯 복잡한 중의적 시를 좋아한다. 그들의 특권이며 숙명이다.

 

낮은 곳으로 /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2022. 9. 22.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