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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 둘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41회 산행)

관악산 둘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41회 산행)

때 : 2022. 8. 28(일) 10 : 30

곳 : 신림선 관악산(서울대)역 한 곳뿐인 출구

길라잡이 : 서정우 대신 김종화 산우

현재 12인 참석 예정

 

1.시가 있는 산행

 

8월 한낮 / 홍석하(김종화 배급)

 

밭두렁에 호박잎

축 늘어져 있는데

 

사철 맨발인 아내가

발바닥 움츠려 가며

김장밭을 맨다

 

느티나무 가지에 앉아

애가 타서 울어대는

청개구리

 

강물에 담긴 산에서

시원스럽게 우는

참매미

 

구경하던

파아란 하늘도

하얀 구름도

강물 속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인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내가 사철 맨발로 다닌다고 무난하게 말한다. 그러니 시인이다. 물리학을 주제로 한 시집을 낸답시고 물리학 등 과학을 공부했더니 뇌가 초롱초롱하다. 그래서는 시를 못 쓴다. 몽롱해야 시를 쓴다. 둘째 손녀를 대상으로 날짜를 정했으나 아직 시가 되지 않고 버무린 상태로 남아있다. 아무래도 명상센터에 들어가야 몽롱해질 텐데 두 손녀를 키워야 하므로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술 생각이 나면 술 마시고, 그러다 심심하면 책 읽고, 더 심심하면 산에서 헤매고, 더 심심하면 삼매에 들어가 보다가 문득 시를 쓰곤 하던 그때가 나의 황금기였던가.

<도봉 생각>

 

2.산행기

시산회 440회 '광교호수공원 둘레길' 산행기<2022.08.13(토)> / 정일정

◈ 산행일/집결 : 2022년 8월 13일(토) /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4번 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2명 (갑무, 세환, 종화, 진오, 경식, 승렬, 재웅, 전작, 동준, 일정, 문형, 양기)

◈ 산행코스 : 광교중앙역-원천호수-Freiburg Observatory(프라이부르크 전망대)-카페(라미테)-신대호수-광교 카페거리의 뒤풀이식당-광교중앙역-집

◈ 동반시 : "깨끗한 영혼" / 이성선(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코다리정식, 황태해장국(냉면 포함)에 막걸리와 소·맥주 / '하태우노란황태' <수원시 영통구 광교센트럴파크로길, (031) 211-7087>

 

2022년 8월 13일(토) 10:30분에 집결, 시산회(詩山會) 440회는 오늘 11시부터 4시까지 폭우가 예보된 우중충한 아침이었지만, 광교중앙역(4번 출구)에서 집결, 당초 광교산으로 가려던 산행길을 폭우가 우려된다는 종화 산우의 제안으로 '광교호수공원 둘레길'을 걷기로 변경을 하였다.

 

이는 당초 광교산행 길라잡이로 지정되었던 천옥 산우의 사정으로 본인(정일정)에게 임시 변경 지정되어 밤새 둘레길 코스와 점심 식당 안배까지 급하게 추진되었으나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둘레길은 무난히 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가성비가 좋은 식당으로 입성이 까탈스런 11명 산우들의 걱정으로 코스를 선정하는데, 고심하였다. 별 수가 없어 흥사단아카데미 후배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뒤풀이 장소를 선정해 두고, 산행 코스대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시에 출발한다. 원천호수를 돌면서 어차피 걷기 운동이 익숙해진 산우들이므로, 전철역에서 호수까지 시내 거리를 너무 많이 걷는다는 한 친구의 푸념을 무시하고, 가볍게 출발해 원천호수를 돌았고, 프라이부르크 전망대를 가는 중 수원 지역에 80년 만에 처음이라는 폭우로 일부 통행구간이 막혀 약 5분 돌아가는 해프닝에서도 한 친구의 푸념도 뒤로 하였다. 무슨 푸념이 그리 많은지, 내원참. 방구가 잦으면 뭐가 나온다고, 너무 잦은 푸념이 습관이 되면 곤란혀!

 

전망대에서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전경을 돌아보고서 내려와 경식 총장님이 카페(라미테)에서 冷커피와 冷복숭아 라테로 잠시 숨을 고르고. 원천호수에서 신대호수로 나가는 길목에서 신대호수를 배경으로 오늘 특별히 준비해 온 세환 산우의 골뱅이무침과 산우들이 가지고 온 귤, 복숭아, 참외 및 각종 떡, 과자, 쐬주, 막걸리를 먹고, 마시기 전에 오늘 동반시인 이성선 시인의 '깨끗한 영혼'을 낭송하였다.

 

깨끗한 영혼 / 이성선

 

영혼이 깨끗한 사람은

눈동자가 따뜻하다.

 

늦은 별이 혼자 풀밭에 자듯

그의 발은 외롭지만

가슴은 보석으로

세상을 찬란히 껴안는다.

 

저녁엔 아득히 말씀에 젖고

새벽엔 동터오는 언덕에

다시 서성이는 나무.

 

때로 무너지는 허공 앞에서

번뇌는 절망보다 깊지만

목소리는 숲속에

천둥처럼 맑다.

 

찾으면 담 밑에 작은 꽃으로

곁에서 겸허하게 웃어 주는

눈동자가 따뜻한 사람은

가장 단순한 사랑으로 깨어 있다.

 

이슬비가 내리는 신대호수의 휴식터에서 산우들이 준비해 온 간식을 맛있게 먹고, 신대호수에서 뒤풀이를 예약한 식당까지는 1.6km(약 20여 분 내외)의 거리이다. 하지만, 간식을 먹었으니 뒤풀이 장소로 빨리 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신대호수의 휴식터에서 잠시 쉬면서 시산회 산우들의 좋은 추억을 담은 여담을 주고 받으며, 약20~30여 분을 쉬었다가 뒤풀이장소를 찾아 가면서 거리를 헤맸다. 헤매면서 식당도 Brake time인데 포기를 해라, 앞으론 일정이를 길라잡이 시키면 안 나오겠다는 등등 오랫동안 닥달을 해댄다.

 

20여 분 이내로 갈 수가 있는 거리를 40여 분씩이나 걸려서 뒤풀이집에 들어서니 2시 예약손님이 3시까지 오지 않으니 뒤풀이 식당의 종업원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휴식시간이라 술도 안준다는 걸 노인네들 챙겨 달라고 사정을 하였다.

 

산우들은 배가 고팠는지 말도 않고, 술도 안 찾고 코다리와 황태해장국 흡입에 정신이 빠진가했더니 “그래도 음식은 맛있네.” 경식 총장은 시산회 산행 중 가장 적게 술 마신 날(쐬주 1병, 맥주 2병, 막걸리 3병)로 기억될 거라 하며, '허허'하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 찾아가는 길 물어물어 가는데 짜증을 못 견디는 산우들이 ‘아직도 한참 젊구나’라는 생각에 히히 속웃음 삼키며 이젠 서로 좀 아우르고 서로가 배려도 하는 심성 좋은 산우들로 바뀌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폭우 예보가 부슬비로 바뀌어서 걷기 좋게 적당히 내리므로,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도 많이 하고, 술은 적당히 들세나.

 

짜증으로 속을 풀었을(?) 산우들이여! 그래도 식당 찾느라고 광교길 좀 익혔을 거고, 운동량도 많아져서 더 많이 건강해졌을 것으로 위안을 삼길 바라네. 이렇게 적당하게 뇌에 자극을 주는 날이 추억에 남는다네. 자아! 우리 시산회의 산우들도 오늘·내일도 무탈하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시산회 440회 '광교호수공원 둘레길'의 산행기를 마치네.

 

2022년 8월 14일 정일정 씀.

 

3.오르는 산

2013년에 공정위 출신 양주 산우의 제안에 따라 오대산을 갔다. 그때는 너나없이 산을 잘 탔다. 겨우 9년이 흘렀는데 벌써 7학년이 되어 이제는 모두 둘레길을 원하는 것을 보면 隔世之感이라는 사자성어가 딱 어울린다. 그때 보았던 지리산의 반야봉은 여인의 둔부를 닮았지. 산을 좋아하려고 그래서인지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대신 산에 관한 기억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생생하다. 행복총량의 법칙이 있다더니 기억에도 그 법칙이 적용되는가 보다. 연구소 시절 산악회 활동이 무척 활발하였다. 연구소에서 국방기획과 전략분석이 주업무였던 체계분석실과 전산실 일부가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국방연구원으로 분할되었다. 그에 따라 4대 1의 비율로 산악회도 분할되었다. 그들이 산에 갈 때 설악산과 지리산, 오대산, 덕유산 등은 연구소 산악회에 리더(지금은 길라잡이)를 요청했다. 그때 오대산과 덕유산은 내 몫이 되었다. 한국산악연맹에 가입했었고, 결혼하지 않고 산에서 살고 싶었던 시절의 한 조각 단편이다. 그때는 20대였고, 지금은 70대다.

 

4.동반시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지금을 받아들이고 지금에 존재할 수만 있다면 변화와 치유는 저절로 찾아와 삶과 마음을 어느새 감사와 평화로 가득 채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마음에서 비롯되는 모든 심리적인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김기태 『지금 이 순간이 기회입니다』

 

사랑이 다하면 미움이 되고, 미움이 다하면 그리움이 된다. 그리움이 다하면 다시 사랑이 될까. 어느 시인 스님은 ‘먼 나라의 나뭇가지라도 될까’, 라고 노래했다. 너도 나도 가을이 오면 귀뚜라미 소리에도 50년 전 그 여학생이 생각난다. 어느 산우는 만나는 것은 아니 만나는 만 못하다고 했지만, 죽을 때까지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으련만, 만나고 후회하는 것이 끝내 만나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고 볼 수 있으므로 하마 할 소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먼 나라의 사람은 아니다. 오래 살면 죄업이 늘어가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삶의 한 조각이라고 해야 하나? 太初有業, 불가에서 자주 쓰는 화두다. 업은 선업과 악업이 있으며, 한편 현대적 용어로는 정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리학에서 우주의 사건은 빅뱅(급격한 팽창)으로 시작했다고 본다. 그것이 138억 년 전의 일이었다니! 불가에서는 하나의 우주의 하늘과 땅이 시작하고 끝을 봐야 한 겁劫이라고 했다.

 

물가에서 / 김영현(박형채 배급)

 

몇 겁의 생 흘러가야

이 마음속 미움 다 지워질까

 

몇 만 번의 환생을 거쳐야

이 마음 속 그리움 다할까

 

물가에 앉아 하염없이 생각합니다.

풀잎 따다 던지며 생각합니다

 

물은 소리 내어

아래로 아래로 흘러갑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시간 속으로

우리도 따라 흘러갑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물만 바라봅니다

 

나이 들수록

하는 일 없이 죄만 늘어나

마음의 병 깊어갑니다

 

2022. 8. 27.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