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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올림픽공원으로 산책갑니다(詩山會 제442회 산행)

올림픽공원으로 산책갑니다(詩山會 제442회 산행)

때 : 2022. 9. 12.(월) 10 : 30

곳 : 잠실역 2번 출구

준비물 : 간식, 간편복

코스 : 석촌호수 동호-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올림픽공원 해맞이명소-수라연(뒤풀이장소)

길라잡이 : 남기인

 

1.시가 있는 산행

 

낮은 곳으로 /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우리는 단 한번 이 세상에 태어나며 두 번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다음에 영원한 시간을 통틀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은 항상 제때를 놓치고 일을 뒤로 미루며, 단 한 번도 미래의 주인이 되지는 못한다. 주저하는 동안 삶은 흘러가 버리고, 우리들 모두는 바쁘게 일만 하다가 죽어간다.-에피쿠로스

 

노자에 나오는 ‘上善若水’, 곧 물처럼 몸과 마음을 낮출 줄 아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마음가짐이라는 뜻의 사자성어를 생각나게 만드는 시이다. 붓다는 ‘如實知見’, 곧 ‘있는 그대로’ 眼耳鼻舌身意/눈귀코입몸과 마음을 바르게 작용하여 행동하라고 말씀하였다. 그는 지혜를 승화하기 위해 8가지의 행동지침을 설정했는데 그것이 八正道다. 그중 맨 앞이 正見이다. 이것은 여실지견과 맥락을 같이 하며,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보는 지혜라는 뜻이다. 명상센터(마하시 선원)에서 수행을 하면서 간절하게 바라는 여실지견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한 경우, 묘하게 상대방의 행동에 대하여 七情(유교 : 희로애락애오욕. 불교 : 희노우구애증욕<喜怒憂懼愛憎欲> )의 감정이 생기지 않아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애를 들어 대화 도중 상대방이 예를 들어 설명하려는 경우, 그 예가 자신을 자랑하는 경우라도 그것이 흑심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참’이면 자랑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겪게 되었다. 나에 대한 비방과 욕도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기묘한 경험을 겪었다.

ㅡ도봉생각

 

2.산행기

“시산회 441회 ‘관악산’(계곡 나들길) 산행기”<2022.08.28.(일)> / 서정우

◈ 산행일/집결(시간) : 2022년 8월 20일(토) / 신림선 관악산역 1번출구 (10시 30분)

◈ 산행코스 : 관악산역-서울둘레길-관악산계곡(신림계곡)-무장애숲길-<원대복귀>-관악산역-당곡역-뒤풀이장소-신림역

◈ 참석자 : 12명 (세환, 삼모, 종화, 기인, 정우, 재홍, 윤환, 경식, 승렬, 원무, 문형, 양기)

◈ 동반시 : "우리들의 산" / 박두진(김종화 산우 추천) 및 "물가에서" / 김영현(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한정식, 참숯구이에 소·맥주(막걸리) / '미가할매집' <관악구 신림동, (02) 886-6940>

 

8월 28일(일), 시산회 441회 관악산의 산행날이다. 오늘 참석한 산우들은 관악산역 1번출구에서 10시 30분에 집결, 관악산둘레길을 산행하였다. 한 친구 빠짐없이 집결시간의 이전에 도착,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늘 관악산 산행의 들머리는 서울대정문옆 '관악산공원' 입구이다.

 

산우들은 먼저 관악산계곡 나들길 무장애숲길을 걸었다. 가을철엔 항상 많은 등산객으로 북적이는 관악산에 유모차를 끌고 올라가는 부부, 등산복이 아닌 일상복으로 가볍게 산책 나온 주민들이 많아 화제가 되고 있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장애인, 노약자 등 보행약자들도 산에 편히 올라와 숲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관악산 제2광장에서 열녀암(烈女巖)까지 8% 미만의 평평한 목재데크숲길 1.3 km로 산책을 하듯 숲을 즐길 수 있는 순환형 숲길과 지그재그형 오르막길을 따라 산을 오르며, 전망할 수 있는 등반형 숲길로 나뉜다.

 

순환형 숲길은 750m로 잣나무 숲속 사이로 거닐며, 산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숲길 곳곳에는 책을 볼 수 있는 책읽는 쉼터와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잣나무 쉼터 등이 있어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홀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였다.

 

특히, 순환형 숲길에 조성된 하트바위 쉼터는 오랜 세월을 거쳐 풍화작용으로 하트모양을 한 바위가 있어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트바위 쉼터뿐만 아니라 바위쉼터, 도토리 쉼터, 사이쉼터, 전망쉼터 등이 있었다.

 

등반형 숲길은 하트바위 쉼터에서 전망쉼터까지로 550m 이다. 지그재그형 이지만 이곳 역시 경사도 8% 미만이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쉽게 오를 수가 있다. 정상 전망쉼터에 오르면 서울타워와 63빌딩까지 한눈에 들어와 장애인뿐 아니라 등산객들도 자주 찾는 공간이다.

 

무장애숲길 전구간은 설계단계부터 이용객 편의를 위해 휠체어 규격, 회전 시 소요공간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 휠체어, 유모차 등이 서로 지나칠 수가 있다.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점자안내판, 휠체어 급속충전기 등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관악산공원 무장애숲길 전망대 쉼터에는 관악산과 서울대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멀리에는 남산, 북한산, 도봉산과 수락산, 불암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관악산 무장애숲길 전망대는 ‘서울 사색의 공간’ 87곳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이에 앞서 ‘2018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는 기록이 있었다.

 

무장애숲길을 걷고, 열녀암(烈女巖)의 아래에서 좌측 길은 모자봉이고, 우측 길은 깃대봉이란 안내판이 있고, 넓고 깨끗한 6각정의 쉼터가 있다. 산우들은 쉼터에 자리를 잡고, 배낭에 준비한 간식을 먹기 전 동반시를 낭송하였다. 내가 낭송한 시는 김종화 산우가 추천한 ‘우리들의 산’(박두진 시인)이었고, 남 회장이 낭송한 시는 박형채 산우가 추천한 ‘물가에서’(김영현 시인) 이었다. 시기(8월)와 장소(산)에서 낭송하는 적합한 시(詩) 였다.

 

"우리들의 산" / 박두진

 

내 마음이 약해 질때

어쩐지 자꾸만

흔들릴 땐

이내 나는 너를

생각하마,

산아

 

찌를 듯 하늘로

머리를

솟쳐 들고

몸은 묵중히 온

대지를

타고 앉아

 

언제나 의젓하게

언제나 깊이 깊이

사색에만 잠겨 있는

 

어질고 의지 굳센

아,

옛날의 크낙한

철인 같은

너의 모습

 

 

"물가에서" / 김영현

 

몇 겁의 생 흘러가야

이 마음속 미움 다 지워질까

 

몇 만 번의 환생을 거쳐야

이 마음 속 그리움 다할까

 

물가에 앉아 하염없이 생각합니다.

풀잎 따다 던지며 생각합니다

 

물은 소리 내어

아래로 아래로 흘러갑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시간 속으로

우리도 따라 흘러갑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물만 바라봅니다

 

나이 들수록

하는 일 없이 죄만 늘어나

마음의 병 깊어갑니다

 

박두진(朴斗鎭, 1916~1998)은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1939년 문예지 “문장(文章)”에 시가 추천됨으로써 詩단에 등단하였다. 1946년부터 박목월(朴木月)·조지훈(趙芝熏) 등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활동을 한 이래, 자연과 신의 영원한 참신성을 노래한 30여 권의 시집과 평론·수필·시평 등을 통해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연세대·우석대·이화여대·단국대·추계예술대 교수와 예술원 회원을 역임했다.

 

박두진의 시는 자연에 대한 감각적인 기쁨을 정신적인 경험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대비하여 존재의 의미를 추구한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인간에게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 일종의 메시아의 상징이며,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매개적 존재로 표현된다.

 

김영현(1955~)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창비신작소설집에 단편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해남 가는 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일락 향기’, 장편소설 ‘풋사랑’, ‘낯선 사람들’, ‘폭설’, 시소설은 ‘짜라투스트라의 사랑’이 있다.

 

그리고 시집 ‘겨울바다’, ‘남해엽서’,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 기행문 ‘서역의 달은 서쪽으로 흘러간다’, 철학 산문집 ‘죽음에 관한 유쾌한 명상’,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가 있으며, 1990년 한국일보문학상, 2007년 무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명지대, 한신대, 국민대 등에서 소설 창작을 강의하였고,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과 실천문학 대표를 역임하였다. 지금은 경기도 양평에서 창작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간식을 맛있게 먹고, 6각정 쉼터 옆의 흐르는 계곡에서 발을 씻고 숲속생태체험관 쪽으로 이동하였다. 가는 곳마다 쉼터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사)바르게살기 운동중앙협의회에서 설치한 ‘바르게 살자’라는 암석 옆 쉼터에는 통키타를 치며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악산통사모’라는 프랜카드를 걸어놓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관악산통사모'는 매월 넷째 일요일날, 관악산 제2광장에서 통기타와 7080음악 ‘순수동호회’이며, 관악구청에 정식 등록된 봉사단체이다. 따라서 유로의 레슨(개인레슨)을 하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서로 도와가며,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냥 갈 수가 없어 잠시 동안 공연을 구경하다 노래를 권하지 않아 더 이상은 기다릴 수가 없어서 뒤풀이를 하기 위해 관악산역으로 복귀하였다. 잠시 참석한 산우들의 요청에 따라 들머리인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단체로 증명사진을 남기고, 뒤풀이를 위해 관악산역에서 신림동 맛집을 찾아갔다.

 

맛집이 어정쩡한 위치에 있어서 신림역을 지나 당곡역에서 내렸다. 신림역 쪽으로 한참을 걸어 '미가할매집' 식당을 찾아 갔다. 한정식 참숯구이 전문점에 맛집이라 여러 가지 안주로 소·맥주 및 막걸리를 양껏 마셨다. 수산회의 모임 등 시산회를 위해 좋은 곳의 산행, 수학여행 등을 협의하고 산행 일정을 마쳤다. 다음 442회 산행을 기대하면서...

 

2022년 8월 29일 서정우 씀.

 

3.오르는 산

서울에 살면서 남산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람이 있듯이 나 또한 올림픽공원을 온전히 돌아본 기억이 없다. 이번 산행은 길라잡이 남기인 산우가 4일간의 추석연휴 뒷날을 감안하여 적절하게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산행을 감안하여 골뱅이통조림은 미리 사놨는데 마침 추석장을 보러 갈 일이 있게 되어 깨강정 가게를 지나쳤는데 여름 내내 문을 닫았던 가게를 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반갑게 다가가서 왜 문을 닫았느냐고 물었더니, 접착제로 꿀과 조청을 섞는데, 여름에는 날씨가 덥고 습기가 많아 접착제가 흘러내려 팔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봉을 사서 하나는 먹고 하나는 산에 가져가려고 했다. 참석자가 많은데다 양은 적으므로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속담에 맞는 상황이 되었다. 거기에다 간식을 놓고 막걸리를 마실 공간과 시간도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때는 삭히지 않고 싱싱한 상태의 홍어까지 준비해야겠다.

 

4.동반시

80살이 되기 전에는 자신이 죽을 때를 대비하여 언제 깨끗하게 죽겠다는 유언과 다짐, 당부의 말을 남기는데 정작 그때를 넘기면 그것들을 보류 또는 파기하면서 우선 조금이라도 더 살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흔히 80살 언저리에 깨끗하게 죽으면 좋겠다는 계획(?)을 한 경우에 80살을 넘기면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에 자신을 계절이라고 은유하여 설정한 시인의 예사롭지 않은 마음이 보인다. 그 또한 사람이리니.

 

내가 계절이다 / 백무산

 

여름이 가고 계절이 바뀌면

숲에 사는 것들 모두 몸을 바꾼다

잎을 떨구고 털을 갈고 색깔을 새로 입힌다

나도 머리가 희어진다

나이도 천천히 묽어진다

먼지에도 숨을 수 있도록

바람에도 나를 감출 수 있도록

나는 계절 따라 생멸하지 않는다

내가 계절이다

 

늙지 마라

어둠도 태어난다

 

2022. 9. 12.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