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역사 11
column 6
사는 것 그 자체가 '힘에 대한 의지'이다
과학이 발전한 근세 · 근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나 실체가 존재하지 않아 관찰이나 실험을 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는 과학 철학의 연구 대상에서 차츰 제외되고 고려하지 않게 되었다. 한편 과학기술에 의해 사회가 발전해 감에 따라 사회의 구조를 지탱하고 있던 가치관 그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된다.
선악의 근원이란?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선악이 어디서 생겼는지를 생각한 철학자이다. 그는 약자의 강자에 대한 질투나 원한[르상티망(ressentiment)]이야말로 선악이라는 가치의 기원이라고 했다. 그리고 본래의 가치 판단은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관계의 우열에 의해 생기며, 선악의 판단을 내리는 신은 애당초 필요 없다(신은 죽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신봉되었던 가치관은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니힐리즘'이라고 한다.
라인강 가에 있는 바젤 대학, 졸업생으로 심리학자 융 등이 있다. 니체는 24세에 스위스 바젤 대학에 초빙되어 고전 문헌학 교수에 취임했다.
니체는 자신이 태어난 프로이센 왕국에서 스위스로 옮겨 여러 도시에서 활동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악의 피안> 등의 저작을 남겼다.
살아가는 것은 힘에 대한 의지이다
니체는 다른 한편으로 '생' 그 자체가 '힘(권력)에 대한 의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생 그 자체는 본질적으로 타자나 약자를 내가 물체에 하는 것처럼 침해하거나 압박하거나 착취를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나아가서는 이런 생의 본질은 도덕성이나 배덕성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고뇌는 인간관계에서 생긴다.'고 말한 심리학자 알프레트 아들러는 니체의 이 '힘에 대한 의지'라는 생각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인간관계(형제자매의 관계 등)에서 힘에 대한 의지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관찰함으로써 표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의 증상을 분석했다.
column 7
독자적인 철학을 전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일본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
일본 이시가와현 출신. '니시다 철학'이라는 독자적인 사상 체계를 만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고난과 좌절을 많이 겪은 니시다는 슬픔에서 철학이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철학의 동기는 경이로움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깊은 비애여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일본 철학자가 있다. 20세기 전반에 일본 교토 제국대학(현 교토 대학) 철학과 교수였던 니시다 기타로(1870~1945)이다.
니시다는 동양 사상과 서양 사상을 융합하려고 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니시다는 어릴 적부터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는 등 고난과 좌절을 많은 겪은 뒤, 20대 후반부터 '선(禪, 禪宗)'에 몰두하게 되었다. 이 선 사상이 '니시다 철학'이라는 독자적인 철학 체계의 기반이 되었다.
니시다의 대표적인 사상에 '절대모순적자기 동일'이라는 것이 있다. 절대모순적자기 동일이란 '자기 안에 있는 모순이, 모순을 남긴 채 자기 안에 계속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전쟁에 협력해 비판 받은 '교토 학파'
니시다의 철학 연구를 물려받은 교토제국대학 철학과 출신의 철학자들을 '교토 학파'라고 한다. 니시다가 교토 제국대학에 초빙한 다나베 하지메(1885~1962)도 그중 한 사람이다. 다나베는 훗날 니시다 철학을 격렬하게 비판했는데, 그 대립과정에서 양쪽의 철학이 발전했다. 다나베는 과학의 방법론과 수학의 기초에 대해 고찰했는데, '일본 최초의 과학 철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니시다에게 배운 미키 기요시(1897~1945)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에 의해 교토 학파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미키는 <기술 철학> 등의 저작으로 일본의 '기술 철학의 시조' 중 한 사람이 된 철학자이다.
제2차 세계 대전(1939~1945) 때 교토 학파는 일본 내각의 협력 요청에 따라, 동양 여러 나라가 전쟁을 통해 서양을 극복한다는 주장을 긍정하는 논지를 펼쳤고, 이에 따라 전쟁이 끝난 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어두운 역사가 있지만, 니시다 기타로에서부터 이어지는 교토 학파의 독자적인 사상은 일본 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교토 학파의 사상은 현대에도 철학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다나베 하지메 (田邊元)
일본 도쿄 출신. 니시다의 초청으로 교토 제국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니시다와 함께 교토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인데, 훗날 니시다 철학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미키 기요시(三淸)
일본 효고현 출신, 교토 제국대학에서 철학을 배운 후 독일에 유학해.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 등에게 배웠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많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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