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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이야기

붓다의 십자가 1. 2/김종록

붓다의 십자가 1. 2/김종록

 

 

이 픽션소설은 진리의 등불을 전하기 위하여 별을 보고 눈을 밟으며 동쪽으로 온 사람들, 그 기억을 찾아 서쪽으로 간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경전을 목판에 새겨 후세에 남기려 했던 고려 지성들에게 바치는 찬가다.

당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인간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훗날 재구성된 역사만 남았다. 그 역사 어디에 사람의 체온과 열정이 남아 있으랴.

역사보다 인간의 기억이다.

신성보다 인간의 체온과 숨결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꿨던 이들의 열정이다.

나는 경계한다.

모든 신성은 찬양되는 그 순간이 곧 신성모독일 수 있음을!

(작가 서문 중에서)

 

"스님,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을 수가 있는 거예요. 그들과 우리가 믿는 신은 이름만 같을 뿐이에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우신가요? 그처럼 마음을 꼭 닫아걸고서 무엇이 보이기를 원하세요? 지금까지 눈이 보지 못한 것, 귀가 듣지 못한 것, 손이 만지지 못한 것, 마음에 떠오르지 아니한 것이 스님께 다가올 수도 있답니다."

(1/ p.162)

 

종교란 무지렁이들에게는 사실로, 현자에게는 웃음거리로, 통치자들에게는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법이다만 진실한 수행자는 누가 뭐래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그러다보면 높은 정신세계에 다다를 수 있겠지. 세상이 뒤숭숭하다. 어수선한 세상사에 휘둘리지 마라. 현실정치도 종교의 본령도 모두 잃고 허깨비 같은 인생이 되기 쉬우니라.’

(1/ p.248)

 

내 일찍이 저녁 달빛에 서린 삶의 비의(悲意)에 사무쳐 슬픔을 양식으로 자랐느니. 그리하여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의 서성거림이 인생임을 진작 알았느니. 슬픔은 내가 세상 살아가는 근원적인 힘이다. 새삼 죽음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주저할 까닭이 없다. 하므로 달게 마시련다. 이 향기로운 독배를 달게 마시고 저이의 손을 그러잡고 한 발 한 발 시퍼런 저승의 강물로 걸어 들어가리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이든, 악취가 진동하는 베다라니 강이든 거침없이 건너리라.

(2/ p.64)

 

"석가도 예수도 구세주, 해방자가 아니었소. 그분들도 당대에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단 말이오. 석가모니 붓다는 신분제도의 족쇄를 끊어낼 수 없었고, 예수는 로마 식민지로부터 민족을 벗어나게 하지 못했소. 사실 구세주, 해방자는 없는 거요. 인간은 자신을 스스로 해방시켜야 하니까. 석가나 예수는 우리에게 나약한 개체가 가야 할 길을 열어 보여준 선각자들일 뿐이오. 나는 약하고 힘없는 자들이 끝내 승리하리라는 예수의 자기암시의 서사(敍事)를 복음으로 여긴다오. 내 혁명은 거기서 싹텄소."

(2/ p.190)

 

저간 삼십여 년 동안, 차마 말 못 할 참사를 경험한 내가 아는 구원이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체험하고 확인한 진실을 오롯이 말하고 기록하는 일, 그 자체다. 그를 통해 마음 깊은 구석에 숨겨놓고서 애써 외면해왔던, 지지리도 못난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일이다. 내가 쓴 이 이야기는 물론 진리가 아니다. 세상을 저주하며 짐승같이 살아오는 동안 나는 진리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진리가 어디 나 같은 화상이 모독할 만한 그런 것이던가. 미욱하고 탐욕스런 인간이 실천하지 못해서 문제다. 설령 의도가 순수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결국 남는 건 진리를 찾아가는 모험의 역사, 그 기억들임을 나는 안다. 그렇다면 동기야 어떻든 몽골과의 전쟁 중에 다시 새긴 대장경 경판들이야말로 더러운 진흙 밭에서 피어난 연꽃이 아니겠는가. 잿더미 속에서 다시 피어난 불의 연꽃이 아니겠는가.

(2/ p.303)

 

나는 천명한다. 어떤 종교라도 타락한 세상을 향해 입바른 소리, 쓴소리를 할 수 없을 만큼 썩었다면 그 종교는 설 자리가 없다. 그건 더 이상 종교가 아니라 신을 팔아먹고 번지는 사특한 무리들이다. 그런 종교는 차라리 없어져버려야 세상이 더 평화롭다. 인간은 종교 없이도 충분히 평화로울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2/ p.304)

 

당연히 신과 종교는 나약한 인간이 통치수단으로 만들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훌륭하게, 더할 나위 없이 실패한 작품임을 인정할 때, 신과 종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종교에서 흔히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신화에 대한 다섯 가지 사실

1)신화는 본질적으로 역사적 사실과 직접 관계가 없다.

2)신화는 보통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진리를 표현하는 특수 표현 양식이다.

3)따라서 신화를 놓고 그것이 거짓이냐 진실이냐 하고 따져서는 안 된다. 즉 증명할 수 없다고 탈신화화, 신화를 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면 그만이다.

4)신화는 일차적으로 우리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기 위한 것이다.

5)신화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시원적인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단군이나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신화라는 것을 듣고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44.심리학자 융에 의하면 30대 초반이 되어야 인생사에서 참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2014.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