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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환생역還生驛

환생역還生驛

 

 

 

안개 속 한 모퉁이 같은 환생역을 앞두고 차라리 탈선하기 바라는 두근거림과

두근거림 앞에서 부끄러웠던 자괴自愧를 거침없이 무너뜨리며 그 역을 지난다

 

6호선과 2호선은 순환선이니 다시 옴에 어김없을까

내 생은 과연 실다웠을까, 선악은 동전의 양면인데

한 순간도 의미 있는 적이 있었을까를 되새기고는

선택의 거짓과 부끄러움 앞에서도 당당했던 내 젊은 날의 혁명은 가고

 

홀로 신당동 목로주점 한구석에서 졸고 있는 주모酒母와 농하며

지난여름 소낙비 퍼붓던 날

내 사랑은 진실했을까 진실한 사랑이란 것이 있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목로주점은 더웠고 지나가는 시간들은 남의 일상처럼 한가했다

 

환승하러 갔다가

역이 되어버린 촛불처럼

촛불이 옮겨가면 같은 불인가

바다와 파도는 같은 것인가

바람 없는 바다란 존재 하겠는가

실재적 존재는 용도 때문에 항상 가볍고 생은 때때로 지루해서 무겁다

 

순환열차를 타고도 ‘언제 다시 와질까’를 궁금해하며 의심하며

환생은 육신에 옷 한 번 갈아입는 것에 지나지 않거늘

떠난 열차의 뒷모습은 더 아름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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