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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으로 모십니다(2004년 산행을 마감하는 納會를 겸한 제6회산행)

북한산으로 모십니다(2004년 산행을 마감하는 納會를 겸한 제6회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진관사-선녀탕-비봉-진흥왕순수비-사모바위-

매봉-진관사(3시간소요)

일시 : 2004년 12월 25일 9시

모이는 장소 : 지하철3호선 구파발역 2번출구

준비물 : 물, 과일, 정상酒, 만원정도의 지폐

연락 : 한양기(017-729-3457)

 

12월 12일 관악산 산행은 도움쇠가 가보지 못한 코스였는데

서울대 입구를 들머리로 하는 코스만을 가본 저로서는 관악산을

지루하고 약간 힘든 산으로만 간주해왔는데 이번 남성대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관악산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암릉은 적당한 오름과 내림이 반복되면서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고 정상을 향하여 옆능선의 암봉들을 보면서 걷다보니

이런 절경도 있구나, 모든 산은 그대로의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생각이

들었습니다.산은 등급의 대상도 아니고 순위의 대상도 아닙니다.

名不虛傳, 경기오악중 하나라는데 과연 허명이 아니였습니다.

말고개 밑 안부에서 최용식산우의 강한 주장에 옆길로

우회하다가 10분간의 아르바이트(길을 헤매다의 등산용어)도

즐거웠고 산행이 거듭될 수록 산우들의 우정도 깊어져가는 것같아

도움쇠의 보람도 큽니다. 시산회 화이팅!

 

2시간 10분간의 산행 끝에 정상에 올라 연주대, 응진전의 절경에

감탄하고 헬기장에서 점심. 한천옥 산우가 그날의 동반시 이형기 님의

"落花"를 나지막이 낭송하고 정상주 한 잔씩, 위윤환 산우의 막걸리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막걸리 두 병 부탁합니다.

 

하산은 6봉능선-갈현동 통제소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점심을 먹으면

내려가야지 왜 오르막을 가느냐는 이경식 산우의 주장에 과반수가

동조하여 연주암의 밥줄행렬을 보면서 과천여고로 하산.하산길에

한양기산 우와 조문형 산우는 육봉코스로 못 간 것을 못내 아쉬워했으나

다음에는 도움쇠의 직권(?)으로 꼭 가보도록 하겠나이다. 그 아쉬움

때문인지 조문형산우가 한 잔쏘고 과천 그레이스호텔옆 두부집에서

답례로 위윤환산우가 또 쏘고 산행시간보다 하산주를 마시는 시간이

길었다는 이경식 산우의 질책성(?)메일에 실실 웃었더니 큰 딸래미가

아빠 웃는 모습을 오랫만에 본답니다. 요즈음 웃을 일이 없죠.

반성합시다. 그런데 분위기도 좋았고 맛도 있습디다.

 

이번 진관사코스는 임용복 산우가 납회장소로 적합하다고 적극 추천한

코스입니다.秘景이라는데 적극 참여바랍니다.비봉에서 그 유명한

신라 진흥왕순수비(국보3호)를 볼 수 있으며 이윽고 사모바위에

오르면 주봉인 백운대를 중심으로 인수봉 및 만경대가 삼각을 이루며

장엄하게 솟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명산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2번 출구에 모이면 흑돼지 숯불바베큐 고기집 봉고차가 기다리고 그차는

매표소를 그냥 통과할 수 있답니다.하산하면 그집에서 바베큐에다 막걸리나

소주를 곁들이면서 납회를 합니다. 이자리에 도움쇠는 3년전 중국에서

선물받은 중국 최고의 술 마오따이酒 두 병 中 한 병 가져가겠습니다.

알콜도수 53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먹기 위해 3년을 아껴둔 술입니다.

산우들이 첫 번째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남은 한 병의 주인은 당연 마나님이나

독한 술이라 아직 말을 못 꺼냈습니다.

 

사랑을 하며 삽시다.이제 우리들의 나이가 半百이 넘었습니다.

그 사랑이 山사랑이든 가족사랑이든 이성을 향한 사랑이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사랑이든 마지막 불꽃을 태울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거침 없는 사랑,바보같은 사랑,지독한 사랑,끝 없는 사랑,죽고 싶은 사랑,

죽을 수 있는 사랑,죽어줄 수 있는 사랑등 그러한 사랑이 어느 때

또 온다는 보장이 있겠습니까!그러한 사랑이 온다면 피하지 맙시다.

어느 詩人은 70이 넘은 <신곡>의 저자 단테와 18세의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들먹이면서 사랑은 죽을 때까지 오고 간다 했으나 그 말이 믿어질

말이겠습니까! 그 때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랑을 기다리며

현재의 사랑을 굶을까요!사랑이란 시골의 5일장처럼 때 맞춰 오고

가는 것은 아닙니다.무더운 여름 날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오고

갈 수 있는 것입니다.

 

토요일 새벽에 유명을 달리하신 유근수 학우의 명복을 빕니다.

장례식장에서 뵙고 수고하신 박형채, 기세환, 김시건, 김종국, 나창수,

임용복 산우에게 감사를 드리며 캐나다에서 토요일 밤에 도착해서

울부짖던 큰딸의 모습은 일요일 내내 우울하게 했습니다.

 

산을 오를 때 詩를 외우며 가노라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움으로

힘든 것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이번 산행의 동반시는 도종환의 '겨울나기'입니다.

납회 때 같이 음미해보기로 합시다.

 

겨울나기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도 종 환--

 

詩山會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