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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雲岳山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5회 산행)

雲岳山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5회 산행)

산 : 운악산(가평,포천 945 미터)

코스 : 운하교(해발 170미터)-갈림길-눈썹바위-입석대-정상(만경대)-

절고개-갈림길-운하교(1안)

운하교-현등사-정상(만경대)-현등사-운하교(2안)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림 1시간 20분

일시 : 2005년 5월 15일 (일) 8시 30분

모이는 장소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곰돌이상 앞

준비물 : 중식,정상酒,유류대 약간

연락 : 한양기(017-729-3457)

 

<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김 현 승 --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라 했는데

우리도 아버지이니 우리가 마시는 술에도 우리들의 눈물이 고여있겠지요.

힘들고 어려웁고 어깨가 무거워 아버지이기를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 어려운 때를 가고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며 읇조려 보았습니다.

사업이 힘들고 어려워지면 자수성가하여 남에게는 강해보이는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지면서 12 남매 중 저를 끔직히도 예뻐해주셨던 아버지가 그리워져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합니다.

 

변변한 여자친구 한 명도 없었으니 즐거이 추억할 것도 없고 악독한 유신정권에

진저리를 치면서 대학로의 골방 같은 주점에서 "언젠가는 우리들의 시대가 온다"고

울부짖으며 신 김치를 앞에 두고 막걸리잔을 들기도했고 치열했던 데모의 와중에서

닭장차에 갖혀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했지만 방관자, 기회주의자, 회색분자 등의

불명예스런 호칭도 들어가며 8학기 중 4학기를 휴교령으로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은 리포트로 대체할 수 밖에 없었고 대학생활의 거의 전부를

우울하게 보냈던 시절은 우리 세대가 겪었던 우리 모두의 아픔이지요.

학우들 중 누가 밀고자인지도 모르는 불신의 시대에 살았지요.

누구나 밀고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의 시대를 살았지요. 졸업 후에도

각자의 길을 가다보니 법대동창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으니

참여할 수도 없지요.

 

법과대학 4학년 졸업시험의 마지막 날 法哲學시험을 보던 중

'부친사망 급히 귀가요망'이라는 한 장의 전보로 사랑하는 아들로부터 멀어져가신

당신은 내게 만큼은 항상 웃음 자체이셨고 그렇게 내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다른 형제와는 달리 나를 향해 험악한 인상 한 번 찌그리지 않으셨기에

나는 당신의 무서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해서 나는 당신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웃는 얼굴을 생각하며 나도 웃음지며 행복해집니다.

내가 죽을 때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나를 떠올리려면 항상 나의 웃는 모습만을

기억해주라"고 떠나렵니다. 그러려면 앞으로는 가족들에게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주어야겠지요.

그렇다고 '엄한 부모 밑에 효자난다'는 선현들의 가르침을 우리가 모르지는 않죠.

'귀할 수록 엄하게 키워라'는 격언을 우리들은 알지요.

 

'계절의 여왕' 5월의 첫 날

강변역에서 반가운 친구들은 어김없이 정시에 도착. 예봉산으로 즐거이

출발하고 처음에는 부드러운 비알길을 오르면서 정담도 나누고 지난

산행의 검단산도 뒤돌아 보면서 쉬이 오르는데 추천한 위윤환 산우의 말대로

정상으로 가까이 갈 수록 된비알길이 시작되면서 숨이 가빠지고 마침내는

철밧줄을 잡고 올라가며 역시 모든 산은 산대로 그 값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능선에 올라서니 저 멀리 우리보다 먼저 올라온 산객들로

정상이 꽉 차있었고 땀을 흠뻑 적시고 올라선 정상에서 멋진 배경으로 어김없이 한 컷.

 

산우들은 내가 '정상까지 2시간이 걸린다'하면 자기들은 3시간이 걸린다하고

내가 '힘들지 않다'고 해도 믿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 차이는 백지 한 장의

차이입니다. 자주 다니다보면 근력이 키워지고 단전호흡을 할 수 있다면

그 호흡법을 적용해보십시요. 체력이나 근력의 범위내에서 쉬지 않고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쉬운 등산법이나 단체등산은 혼자만의 페이스로 가기가

쉽지는 않죠. 단전으로 호흡하는 방법도 코로만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뿜는 응용방법이 더 쉬울 수 있습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최소한 전 날만큼은 절주를 하여

컨디션을 조절하는 자세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조문형 산우는 내친 김에 운길산까지 가자했는데 우리가 누구입니까!

먹으면 내려가는 사람들입니다. 남아도는 힘을 맛난 점심을 준비해주시는

마나님에게 마음껏 힘껏 쏟으십시요. 더욱 사랑받을 겁니다.

즐거운 점심시간! 예봉산 산신나무 옆의 시원하고 너른 공터에 자리잡고

점심보따리를 푸는 순간 마나님들의 음식솜씨 경연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색깔도 찬란한 진수성찬과 산해진미가 눈 앞에 차려졌는데 위윤환 산우의 살얼음이

낀 시원한 서울막걸리에 혼이 빠져 "크---좋다" 소리도 못하고 정신없이

먹고 마시다보니 시낭송도 생략했더이다. 바쁜 일정에 지도를 복사하는 것도 잊고

시를 쓰고 복사하는 것도 잊어 새벽에 육필로 시를 쓰고 한 장만

가져왔으니 미안했습니다. 도움쇠가 매력적인(?) 허스키한 목소리로 폼잡고

낭송하고 그 한 장은 시를 맛있게 경청한 이경식 산우의

몫이 되었는데 궂이 가져가는 이유는 가보로 삼으려는지 잘 쓴 글씨도

아닌데....착각은 나의 자유이고 권리입니다. 하하하!

살얼음이 낀 시원한 막걸리와 날이 갈 수록 푸짐해지는 안주와 맛나고 정성이

담긴 음식들, 멀리 보이는 도봉산과 북한산, 좋은 친구들...그날도 내내 행복했습니다.

하산의 시간! 내려와보니 날머리와 들머리가 같은 원점회귀 코스였습니다.

 

길가의 가게에서 시원한 맥주와 멸치로 간단한 뒤풀이를 하고 다음 산행지를

정하고 헤어졌습니다. 조문형 산우의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학원에 15인승

승합차가 있어 일요일에 빌릴 수 있다면 운악산으로, 빌릴 수 없다면

도봉산의 정상인 자운봉코스로 정했습니다. 자운봉은 자일을 탈 수 있는

알피니스트들이나 암벽점문가만이 오를 수 있어 바로 옆의 신선대에

오르는 것으로 정상에 올랐다고 간주됩니다. 국방과학연구소시절 반은 테니스에

미치고 반은 산에 미쳐 연휴 때는 무작정 설악으로 향했고 그러한 열성때문에

한국산악회에 가입했었는데 '암벽타자'는 권유에 겁이나 슬그머니 탈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용감하게 암벽타기에 도전했더라면 지금은 자운봉을 오를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후회도 됩니다. 그때 용감했던 후배들은 히말라야를

올랐다는 기사를 훗날에 신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임용복 수석이 개발(?)했다는 환상적인 북한산코스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도움쇠의 온천에 25인승 버스가 있으나 2년전 정부의 백화점 등 셔틀버스

운행정지 방침에 따라 방치되어 있는데 활용하면 좋겠으나 조문형 산우가

대형면허가 있어 기사월급을 빼더라도 보험료, 세금, 수리비등이 년 300만원이

소요된다니 회비도 걷지말자는 시산회의 방침에도 반하고 걷는다해도 부담이 많아

곤란한 일입니다. 전용차량은 앞으로는 論外입니다.

 

이번 산행은 다행히 조문형 산우가 15인승 승합차를 빌릴 수 있다기에

이번에도 위윤환 산우가 추천한 운악산을 가도록 합니다. 운악산은 가볼만한

산이 많은 가평과 도움쇠의 온천이 있는 포천의 경계에 있는 산인데

경기 5악 중의 하나로 현등사를 품에 안고 있어서 현등산이라고도 합니다.

젊은 날의 봄날에 가족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한 잔씩 하고 온 적이 있으며

2년전 여름에 갔다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기사가 있어서 가평 쪽으로 올라가서

포천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3년 전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 포천의 운악산

휴게소쪽 에서 올라간 적이 있는데 너무 가파르고 험하고 위험해서 이름모를

음산한 절까지만 가고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가평군 산림과에 알아보니 현등사 방향의

원점회귀 코스만 허용된답니다.

입산금지된 입석대코스가 약간 험하지만 절경이니 상황을 봐서 몰래 올라가봅시다.

산도 입산금지된 코스가 좋은데 사랑도 몰래한 사랑이 재미도 있고

짜릿함도 있다는데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임용복 수석! 반백의 나이에 오는 사랑이란 시골의 5일장처럼 때맞춰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무더운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갑작스레 오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랑은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경기 5악은 화악산(1,468 미터),감악산(675 미터),관악산(632 미터),운악산,

개성 송악산(489 미터)인데 송악산은 북녁땅에 있어 갈 수 없는 곳이고 도움쇠는

남녁땅의 4 악은 가보았습니다. 통일이 되는 날 송도 삼절의 하나인 황진이의

무덤도 가보고

그 무덤에 한 잔 술을 치면서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가 누웠는가

홍안은 어디 가고 백골만 묻혔는가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이를 슬퍼하노라"

 

라고 노래했던 白湖 임제처럼 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최고의 名妓 黃眞伊와

詩도 읇고 한 잔 술도 주고 받읍시다.

계절이 봄이어서 그 술이 진달래술이면 술맛이 더욱 화사하겠지요.

가을이어서 들국화술이면 가을바람의 운취도 있겠지요.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호방하고 즐거운 꿈도 이루워집니다. 기다려봅시다. 통일이 되는 날

한강이 용솟음친다고 '상록수'의 심훈이 노래했지요.

 

산을 오를 때 시를 외우며 가노라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움으로

힘든 것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위윤환 산우가 참여시도 좋지만 서정시를 가져와 달라해서

황지우 님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동반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가져간 시 중에 순수 참여시는 없고 느끼기에 따라 서정적

참여시였겠지요. 이 시도 느끼기에 따라 '너'를 자유나 희망, 독재자의 죽음 등으로

생각한다면 참여시가 되겠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너'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한계를 정해봅니다. 하여 이 시를 가슴이 찡해오는 순수 서정시로 정합니다.

그날 모두 모여 음미해봅시다. 얼마나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시입니까!

순수 우리글의 아름다움도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겠지요.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 지 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등산 도움쇠 金定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