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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오대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20회 산행)

오대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20회 산행)

산 : 오대산(1,563미터)

코스 : 상원사-적멸보궁-정상(비로봉)-적멸보궁-사자암-상원사(1안)

상원사-적멸보궁-정상(비로봉)-1531봉-서대염불암-상원사(2안)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05년 9월 4일(일) 7시

모이는 장소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출구 곰돌이상 앞

준비물 : 중식,식수,살얼음낀 막걸리,약간의 교통비

연락 : 한양기(017-729-3457)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고교시절에 한 번쯤은 읊조렸던 독일의 시인 릴케의 <가을날>입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후덥지근한 열대야가 많았는데 벌써 새벽은 쌀쌀하고

하늘은 높고 푸르르니 지금부터 가을이다고 생각하면서 가을을 즐겨봅시다.

가을의 문 턱에서 지난 여름을 돌아보며 가을의 수확을 헤아려보는

이 계절에 꼭 맞는 시입니다. 여름에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면 가을이 풍성하고

가을이 풍성하면 긴 겨울이 춥지 않겠지요. 눈 내리는 겨울밤에 고운 님과 함께

행복하게 마시는 한 잔의 포도주를 생각하며 이 가을이 더욱 풍요로울 수 있도록

알찬 수확을 거두어봅시다.

 

 

6.25의 날에 도봉산을 오르고 7월 9일에 관악산 육봉을 오르고자 했지만

장마비때문에 연기하다보니 무더운 복더위에 휴가철이 겹쳐 광복절 연휴의 끝 날인

8.15일에 모였으니 50 일만에 모였습니다. 정겹고 그리운 얼굴들을 보니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처음으로 세 산우도 나왔는데 보민약국의 이계신 산우,

주택관리사 이재웅 산우, 국민은행 지역본부장을 끝으로 금융계에서 은퇴하고

매 주 수요일에 산행을 한다는 김삼모 산우! 반갑고 반가웠습니다. 이날 모인

산우는 14명으로 지금까지의 산행 중 가장 많이 모였습니다. 장암역은 7호선의

종점으로 대부분의 차량들은 전역인 수락산역까지 오다가 되돌아 가고 3대 중에

1대꼴로만 오다보니 늦어진 산우들이 있었고 새 신랑 임용복 수석은 새벽에

새 신부에게 결재를 받다보니 30분이나 늦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만

규율반장 나창수 원장이 없으니 기강이 많이 해이해진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도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도 있다는데 오천원 낼 각오로 한 번쯤은

1시간정도 늦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민폐를 끼치는 일이고 나 원장이 있었다면

1분만 늦어도 어김 없이 오천원 벌금인데 1시간이 늦으면 만원은 받으려할 것이니

새 산우들은 유념하십시요.

 

드디어 14명의 대 식구들은 10시 30분에 힘차게 출발하여 완만한 경사의 시멘트

포장길을 올라 가는데 노강서원 앞까지 기세환 산우는 임용복 수석에게

30분이나 늦은 이유를 끈질기게 추궁하고 그래도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끝

까지 추궁할 작정이었을 텐데 머리좋은

임용복 산우는 순순히 기 산우가 원하는 사유를 자백했는데 새벽에 새 신부에게

결재를 받느라 그랬다는데 지치지 않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

믿거나 말거나 ..... Believe or not!

 

계곡의 휴식시간에 새 신부가 싸 준 포도로 입맛 다시고 추전의 수정과로 목도

축이고 올라 가다보니 곧 암릉과 전망대로 갈라지는 길이 나왔는데 전망대 길은

제8회 겨울산행 때의 하산코스로서 순한 흙길이고 암릉길은 험한 바위길로 처음

계획은 전망대 길이었으나 새 산우들도 나왔으니 수락산의 진수를 보여줄

생각으로 우측 암릉길로 갔는데 중간에 갈림길이 많아 계속 우측으로 가라

했더니 깔딱고개에 이르러서 왼쪽이 정상이니 왼쪽으로 가야하는데 거기서도

우측으로 갔으니..... 뒤 쪽에서 4명의 산우와 함께 올라간 나는 얼음과자로 더위를

식히며 깔딱고개에서 한참을 선두와 통화를 해야했는데 일행이 10명쯤이면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지만 14명의 대 식구는 선두와 후미가 많이 떨어지므로

갈림길이 있는 고개에서는 선두는 코스에 대해 확실한 약속이 없으면 후미를 확인하고

올라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원이 더 많아지면 무전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인데

국방과학연구소 시절 50 명이 산에 올라 갈 때는 5 대정도의 무전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시절 1977년 여름에 삼척의 두타산과 청옥산을 올라갔는데

10 미터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안개가 낀데다 길은 험하고 등산로도

희미해 선두와 후미가 많이 떨어져 통솔에 애를 먹을 때 유용하게 사용했던

군용 휴대용 무전기 생각이 납디다. 하산 때는 억수같이 비가 쏟아져 계곡물이

허리까지 차서 급류가 되어 흐르는데 비상용 자일이 없었으면 조난당할 뻔했습니다.

먹으면 내려가는 일명 먹산회지만 먹지도 않았는데 정상을

눈 앞에 두고 내려가는 길로 코스를 잡은 것은 조금은 너무한 감이 있습니다.

자기들 열 사람만 시원한 막걸리를 먹은 것을 압니다. 어찌나 서운했던지...

다음에 기회 있으면 가벼운 복수 들어갑니다. 하 하 하!

 

힘 들게 암릉길을 오르면서 수락산을 가벼이 생각했는데 쉽지 않다는

얘기도 나왔고 이렇게 멋있는 암릉이 있는 줄 몰랐다는 소리도 나왔지만 역시

임 수석이 지난 제8회때의 겨울등산때 너무 힘 들어 다시는 안 온다 했는데

또 왔다는 말을 다시 듣게 되고 산사람이 오른 산을 다시 안 온다는 말은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거짓말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만 수락산이

서울의 4 대명산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앞 산우 힘들여

밀어주고 뒷 산우 정겹게 잡아주며 암릉을 힘 들게 오르니 눈에 익은 정상이 보이고

먹거리 마당의 아래 쪽 너른 공터에 자리를 잡고 즐거운

 

식사의 시간!

추전과 내가 싸온 홍어안주에 살얼음 낀 막걸리를 반주로 시원하게 한 잔하고 요기도

하면서 예의 시끄럽지만 즐거운 식사를 즐기고 배가 불러올 즈음

 

시낭송의 시간!

관례대로 새 식구 이계신 산우가 진지한 태도로 잔잔하게 읊었는데 지금까지의

낭송 중 최고였다는데 이견이 없었습니다.사랑도 허물이 있어서 그 허물을

벗어야 어른이 되는가 봅니다. 마지막 행'그래야 할까 사랑이여.'를 지나갈 때는

가슴이 찡해오던데 내 사랑은 아직은 어리고 여려서 허물을 벗지 못 했나 봅니다.

마침내 그 허물을 벗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뒤풀이의 시간!

정상에서 어김없이 웃는 얼굴로 한 컷! 도봉산과 같이 정상은 좁고 오르기가

까다로워 정상바위를 배경으로 찍은 것으로 만족하고 한천옥 교장은 선약이 있어

수락산역으로 혼자 내려가고 뒤풀이는 새 산우 중 시를 낭송하는

산우가 베푸는 것이 관례가 됐는데 이계신 산우가 미리 작정한 듯 간단히

베풀기로 하고 음식점이 불암산 쪽에 있다기에 청학리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습니다.

하산길에 시원한 물가에서 옛날의 선비들처럼 탁족(濯足)도 하면서 내려오는데

기 산우는 오늘은 특별한 일이 많아 산행후기에 회장이 쓸 것이 많겠다

했는데 그날은 너무 더워 머리가 뜨거워져 많이 까먹었습니다.

서울의 산 중에는 물이 많기로는 이름대로 수락산이 으뜸이라 했는데

청학리계곡은 막바지 더위를 피해온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그 이름값을

합디다. 그 음식점의 봉고차에 더위에 퍼진 몸을 누이고 불암산입구의 음식점으로

갔는데 배나무숲 속에 조용하고 시원한 독실에 둘러 앉아 오리백숙과 찹쌀이 들어간

오리찜을 안주로 차가운 맥주와 소주는 분위기를 더욱 돋우고 내내 화기애애하고

즐거웠습니다.

 

새 산우들은 그날의 홍일점 추전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들의 사랑방 인사동

음식점 해인의 박현주사장인데 홍어 삼합이 맛나고 대구머리찜이 일품이고

모듬전도 먹을만 합니다. 막걸리맛은 더 좋고.....

준회원으로 추인받은 바 있고 그미의 후견인이 도움쇠이니 사귀고

싶으면 내 승락을 받아야 하겠지만 몰래한 사랑이 짜릿하고 더 맛나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 알겠죠.

 

오리는 특유의 냄새와 기름끼가 많은데 그 집의 오리백숙과 오리찜은 닭보다

단백했고 맛났습니다.

푸짐한데다 여름철 보양까지 배려해준 이계신 산우에게 또 한 번 감사드립니다.

미리 준비를 하고 메뉴와 음식점까지 생각하고 왔다는데 우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으니 복 많이 받으소서!

뒤풀이의 시간에 몇명의 산우를 거명했으나 다음 산행지를 선택할 때 자주

나오는 산우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 이상은 아니오니 오해는 마소서.

감히 산우들의 비중에 무거움과 가벼움을 누가 구별하고 또한 그럴 필요가 있겠나이까!

그날도 내내 즐겁고 행복했나이다.

 

 

 

나는 사랑을 찾아 헤매었다. 첫째는 그것이 황홀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 황홀은 너무나 찬란해서 몇 시간의 이 즐거움을 위해서는 남은 생애를 전부 희생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일도 가끔 있었다. 둘째로는 그것이 고독감-- 하나의 떨리는 의식이

 

이 세상 너머로 차고 생명없는 끝없는 심연을 바라보는 그 무서운 --을 덜어주기 때문에

 

사랑을 찾아 다녔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랑의 결합 속에서 성자와 시인들이

 

상상한 천국의 신비로운 축도를 미리 보았기 때문에 사랑을 찾았다. - B.A.W.러셀

 

 

인생에는 여행이든 연애든 행운이든

"아무런 맥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꿀처럼 달콤하고 풍요로운 순간"이 갑작스레

찾아 오기도 하는데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한다. 이를 놓치면 뒷 모습만 보게 된다.

불륜을 인생의 '마침표'로 보기는 커녕 '느낌표'라는 식의 호들갑도 떨지 않아야한다.

죽음이 삶의 일부이듯, 불륜 역시 여느 연애나 결혼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흐름이라는

담담한 태도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윤리,도덕,계율을 들먹이며 사려 분별있는 사랑을

하려는 따위의 남자는 사랑에 대해 손톱만큼도 알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사랑의 고뇌처럼 달콤한 것이 없고 사랑의 슬픔처럼 즐거운 것은 없으며 사랑의

괴로움처럼 기쁜 것은 없다. 해서 사랑에 죽는 것처럼 행복한 것은 없겠지요.

사랑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 들며 우리는 다만 그것이 사라져가는 뒷 모습만

볼 뿐이라는데 불시에 찾아오는 사랑을 잡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된 자세가 필요합니다.

준비된 자세란 '영원한 로멘티스트'가 되는 것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죠.

다만 실천을 하지 않으면서 달콤한 사랑만을 꿈꿀 뿐이죠.

반백이 넘어 찾아드는 사랑을 무엇이 무서워 애써 외면합니까!

여태까지 이루워 놓은 것을 잃을까 두려운 겁니까! 모든 사랑이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시작해 보십시오.

시산회에는 '사랑의 전도사'도 있고 '사랑의 궤변가'도 있으니

도움을 청하면 외면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 산행은 오대산의 정상 비로봉으로 합니다. 지난 겨울 동해안의

회를 먹기 위한 먹거리산행때 눈쌓인 오대산 노인봉을 오르기 전

산행안내도 앞에서 이경식 산우가 비로봉을 오르지 못 했다기에

내심 놀랐습니다. 오랜 산사람인 그가 아직도 비로봉을 오를 기회를

갖지 못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는데 마침내 그의 숙원을 풀어줄 기회가

왔으니 즐겁고 보람있는 일입니다. 예로부터 금강산(1,683 미터),

지리산(1,15 미터),한라산(1,950 미터) 등 삼신산과 더블어 국내

명산으로 손꼽혀 오던 곳입니다. 봉우리가 다섯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동서남북중 다섯 군데의 5대(臺)가 있기 때문에 즉

호령봉(1,560 미터),비로봉(1,563 미터),상왕봉(1,485 미터),

두로봉(1,421 미터),동대산(1,432 미터) 이렇게 다섯 개의 봉우리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진 산이기에 오대산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월정사는 큰 절이고 역사는 깊지만 갈 때마다 새 건물이 들어서서

옛맛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약간은 씁스레하나 주변의 전나무숲 길은

깊어가는 가을날 화려한 단풍과 함께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좋은 이와

같이 거닐면 좋은 길입니다. 비로봉 등산로 초입에 있는 상원사는

국보 36호인 상원사 동종(銅鐘)이 있으나 균열이 생겨 지금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 도움쇠는 젊은 날 점심 공양 때 그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6.25 사변 때 한국불교의 선맥(禪脈)을 잇는 고승 효봉스님이 상원사가 빨치산의

은거지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며 토벌대 중대장이 불을 지르려할 때 몸으로

막았던 일화로도 유명한 절입니다. 절은 크지는 않으나 내려올 때는

꼭 들러 국보의 모습이라도 봅시다.

 

40분쯤 오르면 풍수지리상 국내 치고의 명당이라는 곳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터는 초보자가 봐도 첫 눈에 봐도 알 수

있을만큼 주산(비로봉),안산(동대산),좌 청룡, 우 백호의 조건을 쉽고도 뚜렷하고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명당이니 그 방면에 관심이 있는 분을 모셔와도 좋습니다.

거기서 비로봉까지는 수목이 울창한 능선길로 대체로 무난한 능선길이니 초보인

마나님을 모셔와도 좋습니다. 도움쇠가 쉬운 길이라 해도 산우들은 믿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산은 들머리인 상원사 주차장의 해발고도가 840 미터로

800 미터의 능선길만 올라가도 되니 이 번만큼은 믿어도 좋습니다. 힘들면

쉬엄쉬엄 가도 좋은 산입니다. 꼬시기 힘드네...ㅎㅎㅎ

 

하산은 상왕봉이나 효령봉을 경유해도 좋으나 먹으면 내려가는 시산회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10 년 전만 해도 계단이 없어 눈 쌓인 겨울에는 비료푸대를

썰매 삼아 신나게 내려올 수 있었는데 자연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인공으로

계단을 만들어 불편하고 보기 싫는 것은 도움쇠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북한산

문수봉을 오를 때 사진으로 본 비교사진은 계단설치가 현상보존의 측면에서는

분명히 나아 보였습니다.

 

남한에는 1,500 미터가 넘는 산이 열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한라,지리,설악,무주구천동으로 유명한 덕유산,이승복 기념관과 천년 주목이 있는

계방산, 탄광지대인 함백산, 개천절의 제천의식과 관계 있는 태백산 다음으로

여덟 째로 높고 다음이 내 걸음으로 세 시간 반이 걸리는 가리왕산,

열 번 째가 설악산 장수대의 남 쪽에 있는 가리봉산입니다.

오대산은 한라,설악,지리,덕유,함백산과 같이 정상부근은 수목이 없어 수목한계선이

뚜렷한데 남한의 수목한계선은 해발 1,400 미터로 알고 있으나 태백산,가리왕산,

계방산 등은 정상부근에에 관목이 있는 걸로 봐서는 위도나 기온,토양, 바람 등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 가봅니다.

 

대학 2학년, 서울의 하숙비가 비싸 방학때는 고향집으로 내려갔는데

도움쇠는 영광의 포도 과수원 집에 있으면 앞에는 저수지가 있어 선선한 새벽과

석양무렵에는 낚시하고 무더운 낮에는 뒷 켠의 대나무 평상에 누워

대나무숲에 이는 시원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한가로이 누워 소설책이나 읽고

비님 오시는 날은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비소리를 들으며 그때 유행했던

포크송 "비의 나그네"를 비소리에 맞춰 따라 부르면서 한껏 게을러도 그만인 시절,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지 못하는, 지독하게 엉덩이가 가벼운 부지런한(?) 성격에다

가벼운 방랑벽도 있어 고시공부를 핑계로 베낭매고 헤매다가

오대산 관음암(東臺寺)에서 하루를 묵은 것이 오대산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고

강처럼 길따라 흐르다 강릉의 보현사에 여장을 풀고 고교동창 양인수를 불러

들였는데 거기서 만난 그 절의 주지의 법명이 도명(道明)으로 막히고 맺힌데가 없는

활달한 땡중이라 하루는 도움쇠의 두상이 잘 생겼으니 머리를 깎고 중질하면

잘할 거라고 아첨(?)하면서 하는 김에 자기 제자를 하라고 하도 권하기에

날도 덥고 머리 감기도 귀찮기에 머리를 밀었더니 승복까지 입히고는 기념으로

삭발식을 하자고해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을 가서 술과 고기로 포식하면서 함께

파계한 인연이 있었는데 훗날 월정사 주지가 되어 중앙일보에 칼럼까지

연재를 하던데 대필의 의심(?)이 가는 중으로 이판(수도승)과 사판(살림중) 중 사판에

해당되는 사람입니다만 중질의 본분이야 성불을 위한 수도이지만 "깨닭아서 뭐하는데,

한 소식 들으면 어찌 되는데"하며 수도승들에 대해 냉소적인 중이었습니다.

그 점은 도움쇠도 의기투합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의 허무함을 허무해 하면서

함께 밤새도록 통음한 적도 있었는데 젊은 날의 치기어린 행동이었슴을 고해합니다.

나 홀로 산행때 만난 하룻밤 풋사랑도 매표소 옆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에 막걸리로 이루워졌으니 오대산은 내게는 인연이 많은 산입니다.

 

이번 산행부터는 원정산행 때는 승합차가 아닌 25인승 버스(한빛관광)를 전세를 냅니다.

안전성과 안락감을 위한 결정으로 기세환 산우가 특히 강조했고 자기의 부담을

높여서라도 하고 싶다기에 반대할 이유도 없어 연락쇠와 함께 결정했으니 자리도

여유가 있으므로 마나님들이나 자식들을 동행해도 좋을 일입니다.

부담은 회원에 한 합니다. 전작 산우는 도봉산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미리 냈으니

약속대로 부담에서 뺍니다.

회비에 관한 안건인데 매회 등산의 참석자들은 만원씩 내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오천원정도로 우선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회비의 용도는 입장료,교통비,

뒷풀이 비용,장비구입비,사진인화비 등으로 사용합니다.

 

 

산을 오를 때 시를 동반하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운 감정들로

힘듬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간혹은 시가 날개로 다가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비얍게 해주기도 하죠.

시는 우리의 마음을 순화시켜 주면서 감정이 풍요로울 수 있게 도와 주기도

합니다. 외우려 하지 말고 잊으십시요. 언젠가는 소의 위처럼 다시 끄집어낼 수 있도록...

시인들은 그러한 능력이 우리보다 조금은 높기에 시인인 것입니다.

해서 우리도 언젠가는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름하여 老詩人!!!

시인은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국어선생을 하다가 전업작가가 되었습니다.

제 13 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하기도했는데 전형적인 서정시인입니다.

이 시는 그의 세 번 째 시집에 수록된 글인데 오대산의 정상에서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 오는지 음미하며 기대해 봅시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 도 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개 띄어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한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싶다.

 

2005년 8월 23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

 

*광고 20 회의 영원한 王회장 안순모의 큰 딸이 2005년 9월 2일(금) 오후6시

센트럴시티 웨딩(5층,체리홀)에서 결혼합니다. 그 때 봅시다.

 

*참석 여부를 메일로 남겨 주거나 문자 혹은 전화로 해주기 바랍니다.

모두에게 전화를 해야하는 연락쇠의 고충도 한 번쯤은 헤아려 주소서.

 

*오대산 예비산행으로 불암산을 갈 까합니다. 점심은 하산하여 파전,막걸리에

감자수제비입니다. 생각이 있는 산우는 도움쇠에게 연락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