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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 육봉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9회 산행)

관악산 육봉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9회 산행)

산 : 관악산

코스 : 청사역-중앙공무원교육원-육봉능선-549고지-안양유원지

일시 : 2005년 7월 9일(토) 9시 30분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2시간

모이는 장소 : 과천 제2청사역 7번 출구

준비물 : 중식,충분한 물,살엄음 낀 서울막걸리 1병씩,우천시는 우의

연락 : 한양기(017-729-3457)

넓은 들판에

태양열보다 더 세차고 뜨거운

농부들의 숨결이 끓는다

농부들의 땀을 먹는 곡식

알알이 야물게 자라

가을걷이 때면

황금빛으로 찰랑거리며

세상의 배를 채울 것이다

그런 기쁨 잉태되는 칠월

우리네 가슴속 응어리진

미움, 슬픔, 갈등 같은 것일랑

느티나무 가지에

빨래처럼 몽땅 내걸고

얄밉도록 화사하고 싱싱한

배롱나무 꽃향기 연정을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안재동님의 <七月>이라는 시입니다.

가을이 풍성하려면 7월과 8월의 여름이 무덥고 햇볕이 많아야겠지요.

무더위에 갑짜기 내려주는 소나기는 짜증나는 세태에 열받는 우리의 뜨거운

마음과 따가운 햇볕에 후끈 달아오른 땅의 열기를 시원스레 식혀주기도 합니다.

어떤 산우는 우요일(雨曜日)에는 꼭 한잔 술이 생각난다는 고운 여인에게

우향(雨香)이라는 호를 지어 줬더니 어린애처럼 마냥 즐거워하며 예쁘게

웃더라고 전언합디다.

웃는 자도 웃기는 자도 복이 있나니...

7월의 계속되는 장마비에 어린 시절의 아린 추억을 기억해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침에는 말짱하던 하늘이 하교 시간쯤부터 비가 쏟아지던 날

친구 엄마들은 우산을 들고 교문 앞에 나왔는데 아무리 둘러 보아도 엄마는 없어

홀로 비를 온 몸에 다 맞고 오던 날

왠지 내리는 비보다 마음 더 서글퍼서 눈물을 훌쩍거리며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집에 있는 걸 알고는 투정을 부렸습니다

엄마는 꼭 안아주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다음에는 꼭 마중가마!" 했지만

늘 바쁘시던 엄마는 다시 비가 내릴 때도 교문 앞에 없었습니다

나는 다시 내리는 비 맞고 눈물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에 내리는 소나기를 창 밖으로 바라보며

오실 수 없어 더 애타고 안타까웠던 당신의 슬픈 마음을 헤아려보니

비가 오는 날은 당신이 더욱 보고싶어집니다.

6.25전쟁 55주년의 무더운 아침!

우리들은 의정부방면 망월사역 앞 신흥대학 정문에서 9시 30분에 모이기로 했으나

가까운 곳에 사는 이경식산우가 약간 늦고 박형채부부가 약 20분 늦었어도

규율반장 나원장이 없어서 벌금은 무시하고 이제는 준회원으로 자리잡은 秋田을 비롯한

12명의 산우가 정상인 자운봉을 향하여 보무도 당당하게 산뜻하게 출발!

박형채산우는 충분히 뒤따라갈 수 있다고 먼저 출발하라 했으나 우리가 누구입니까!

의리의 시산회입니다.

예비역 해군중령 나원장은 자기가 참석하면 확실하게 군기를 잡겠답니다.

 

햇볕은 없으나 높은 습도에 바람조차 불지않아

무척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맑은 날보다 이런 날이 더 덥죠.

예정된 최고온도는 31도였으나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35도쯤,

불쾌지수는 무척이나 높았습니다. 연락쇠가 불참하여 망월사매표소에서

마도로스 전 작이 표를 샀으니 다음의 원정산행때 교통비는 감면합니다.

내가 앞장 서서 쉬지 않고 덕제샘까지 치고 올라갔는데 출발이 예정보다

20분이 늦어 12시에 정상에 오르고자 약간 서두른 것인데 자운봉 못 미쳐

왕복 1차선의 암릉은 12시가 넘으면 오고 가는 산객들로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곳이어서 부득이 서둘렀습니다. 덕제샘에서 시원하게 한 모금하고

산우들이 내놓은 포도와 개살구가 아닌 참살구가 맛났습니다.

살구는 하우스 재배가 안 되는 계절음식이라 다음에는 먹을 기회가 없겠지요.

 

가물어도 여간해서는 마르지 않는 계곡물이 말랐으니 위 쪽의 민초샘도

말랐을 것같아 충분히 수분을 보충하고 출발.

민초샘의 유래를 이경식산우가 설명해 줬는데 YS의 민주산악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도움쇠도 처음 알았습니다. 망월사 갈림길에서 자운봉으로

가는 왼 쪽 길로 접어들면서는 약간의 비알길인데 밟히는 까만 색의 흙은 시산회원들의

마음만큼이나 부드러웠고 기름졌습니다.

도움쇠가 좋아하는 당단풍나무가 울창한 코스인데 다른 활엽수도 많아

산림욕으로도 적합하고 가을에는 단풍나무의 밀도에서 비교하면 설악의 백담계곡이나

십이선녀탕계곡의 단풍나무 밀도보다 높아 계곡길이 빨갛게 물들어 더 볼 만합니다.

잊지 말고 가족들과 가을에 단풍산행을 해보십시요.

 

산림욕은 오전 8시에서 12시 사이가 좋은데 이 시간에는 나무에서 '피톤치드'라는

살균효과가 있는 방향제가 가장 왕성하게 품어져 나온답니다.

특히 소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이 가장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발산하는데

솔밭에 가면 특유의 솔향과 더불어 향긋한 내음을 맡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피톤치드'이고 식물 중에서 구상나무가 가장 많이 분출한다죠.

 

20 여분을 오르다가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잠깐 망설이다 이경식산우가

가리키는 왼 쪽으로 전진,오른 쪽 길은 민초샘으로 가는 길인데 민초샘은

말랐을 테고 볼거리도 별로여서 능선으로 가는 길로 결정하고 계속되는

단풍나무길을 오르며 가다보니 어렵지 않게 임용복수석이

좋아하는 코스인 다락능선에 올라섰고 항상 푸짐하고 특별한 음식보따리를

무겁게 지고오는 위윤환산우의 짐을 가볍게 해줄 겸 목도 마르고 위산우의 살얼음

낀 막걸리와 마도로스 전의 오이로 가볍게 한 잔하고 오르는 길은 쉬운 능선길.

그 날 등산의 백미였던 가파른 암릉으로 이루어진 유격코스를 오르는데

손잡고 오를 수 있는 쇠줄이 있어 오히려 쉬울 수도 있죠. 가파른 코스를 지나면서

이윽고 포대능선의 끝인 옛날의 토치카(진지)가 나오고 암릉길을 계속 전진하다가

716봉 고지에 오르자 나타나는 도봉의 웅장하고도 멋드러진 봉우리들!

왼 쪽부터 선인봉,만장봉,정상인 자운봉,신선대가 펼쳐지는데 언제 보아도

멋진 봉우리들입니다. 만장봉에서 자일타고 암벽등반하는 젊은 산악인들도 보이고...

 

도움쇠는 북한산의 백운대,인수봉,만경대의 삼각 봉우리보다 도봉의 봉우리들을

더 좋아하는데 우월의 비교가 아닌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북한산의 봉우리들은 서로 멀리 산개해 있어 한 눈에 보기가 쉽지 않고

도봉의 봉우리들은 가까이 있어 멋있는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좁은 암릉길의 앞에서 세 여인이 가고 있어 체증이 심했는데 이경식산우는

'산도 고속도로처럼 최저속도 제한제도를 둬야한다' 했는데 넓은

마음으로 그냥 봐줍시다. 우리네 마나님들의 또래입디다. 토요일도 이러한데

일요일은 이 코스는 체증이 너무 심해 피해야합니다. 그래도 체증때문에 쉬엄쉬엄

가며 힘도 안 들었으니 이 또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드디어 신선대에 올라 어김없이 멋진 기념사진 한 컷!

바로 옆의 정상인 자운봉을 오르지 못해 아쉬운 듯 쳐다보는 산우들이 많았으나

신선대를 오른 것으로 도봉을 올랐다고 간주하니 그만 아쉬워하소서.

오르지 못할 바위 쳐다보지도 마소서.

 

즐거운 점심시간!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하산하는데 박형채산우가 발목을 삐끗하여 보행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관음암 갈림길의 넓은 공터에 자리잡고 보따리를 푸는데

秋田과 도움쇠의 홍어,위산우의 삶은낙지와 방울토마토가 들어간 모듬 샐러드,

박형채산우의 양파김치,기산우의 유부초밥등 기억할 수 없는 진수성찬이

준비되고 시원한 막걸리로 건배를 하는데 그 순간부터 시산회가

먹산회(먹는 것을 밝히는 산사람들의 모임)로 바뀌었습니다. 집에서 정성들여

준비해준 부인들께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밥과 반찬의 양이 너무 많아 도움쇠는 김밥이

남아 집에서 저녁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많던 막걸리가 조금은 부족했으나

서로 양보하는 미덕도 보기 좋았는데 그것은 우정의 또 다른 표현이고

즐거움이었습니다. 이원무산우의 과일도 맛났고 추전의 수정과는 시원했으며

정해황산우의 쿨커피의 향은 지금도 코끝을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배가 불러도

그 많은 음식을 거의 먹었으니 먹산회임에 틀림없습니다.

다음 날 이동석교우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한양기산우의 말대로 주왕산에 갔어도

시산회 생각만 났다는 것은 즐겁고 푸짐한 식사시간 때문였겠지요. 하 하 하...

이틀 후 이동석교우는 전화로 시산회 회원들이 모두 참석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전 날 등산 때 보고도 그 날 보니 참 반가웠습니다. 우리 회원들이 동창회의

중심축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도움쇠의 보람도 큽니다.

 

시낭송의 시간!

낭송은 오랜만에 참석해준 이창우산우의 몫이었습니다. 시낭송에 가장 어울리는

맑은 목소리로 판단되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광고 3회 선배이신 故박봉우시인의 무거운 주제의 시였는데 읽고 나서 주제가

너무 무겁다는 산우가 있었고 그 날이 6.25전쟁 55주년의 날인지 모르는 산우가

많았는데 그 만큼 잊혀진 전쟁이라는 반증이겠죠.

그 전쟁에 관하여 도움쇠의 집안에서는 뼈아픈 기억이 많으나 여기서 언급해서는

안 되겠죠.

 

뒤풀이의 시간!

시낭송을 마치고 하산하는데 박형채산우의 발목이 걱정되어 무수골로 결정된 하산코스를

간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습니다만 이경식산우가 가장 가까운 주차장코스로

앞장서서 가기에 다행스러웠습니다. 이심전심! 염화시중의 미소!

우이암을 지나 무수골을 가려면 관음암을

경유해야 하는데 부상자가 있을 때는 너무나 긴 코스입니다. 박산우가 미안해

할까봐 코스를 변경했다는 말도 못하고 주차장코스로 내려가는데 말 없이 따르는

산우들의 깊은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해졌는데 우정의 깊이도 그 만큼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배가 불러 하산길에 풀어놓은 전작산우의 찹쌀떡 맛을 못 본 것이

아쉬웠습니다.

내려오는 길의 왼 쪽에 김수영시인의 <풀>이 새겨진 詩碑를 보았는데

시산회 제14회 예봉산 산행 때 정상에서 읊은 시죠. 그 시는 바람부는

스산한 날에는 마음조차 더 무겁게하는 아주 무거운 주제의 참여시인데

등산길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거기에 세워진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겠죠.

내려가면서 뒤풀이 맥주를 먹자는 사람과는 앞으로 말도 하지 않겠다는

기산우의 반어법에 이창우산우가 멋지게 화답을 하고 등나무가 멋있게

하늘을 가리고 있는 호프집에서 '레드락'이라는 붉은 빛깔이 도는 생맥주를

시원하게 마셨는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위산우의 남겨진 모듬 샐러드에

골뱅이 무침도 좋았습니다.

이창우산우가 자칭 감리교의 광신도(?)라 일요산행에는 참석을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시산회원들이 의정부까지 와 줬는데 당연히 자기가 대접해야한다고

하기에 고맙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사람들!!! 그 날도 내내 즐거웠습니다.

 

사랑의 시작

모든 일이 그렇듯이

사랑도 첫술에 배가 부르길 바랄 수는 없다.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녀가 내게 다가올

때까지, 그녀가 마음을 열 때까지, 그리고 그녀가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한 발자국씩

한 발자국씩 천천히 다가서야 한다.

우리들의 사랑이 아름다워지는 것보다 상처받는

일이 더 많은 것은 성급한 사랑의 열정이 칼과

가시가 되어 우리들의 사랑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다시 기다리는 것!

그러다 그 기다림마저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시작이다.

사랑의 열매도 기다림 끝에 열립니다.

조급하거나 성급하면 열매가 채 익기 전에

떨어집니다. 사랑은 무한한 기다림입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사랑을 시작할 때

기다릴 줄 모르면, 나중에 더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반백의 나이에 오는 사랑이라도 열매가 익기까지 마냥 기다릴까요?

그러한 사랑은 시골의 5일장처럼 때 맞춰 오고 가는 것이아니라

무더운 7월의 소나기처럼 갑짜기 올 수도 있죠!

우산이야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없는 것이니 시원스레 소나기를 맞아야죠.

사랑의 소나기...

 

이번 산행은 사랑의 전도사 조문형산우가 추천한 코스입니다.

조산우와 연락쇠는 운악산산행 때의 가파른 병풍바위 하산코스를 내려올 때

꼭 다시 오겠다고 공언했는데 어김없이 6월 19일에 다녀왔답니다.

남근석코스를 오를 때보다 쉬웠다는데 체력이 증진되었거나

혹 즐거운 동반자 덕분이었을까요! 철손잡이나 발받침대 때문이었을까요? 하하하...

관악산은 도봉산,북한산,수락산을 합쳐 서울의 4 대명산이므로 더 설명이 필요없죠.

정상인 연주대나 삼성산은 이미 여러 번 가 봤으므로 이 번에는 안 가 본 코스를 택했고

아기자기한 육봉의 봉우리들을 넘는 것인데 힘이 남으면 팔봉능선도 넘어 봅시다.

 

산을 오를 때 시를 동반하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운 감정들로

힘듬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간혹은 시가 날개로 다가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비얍게 해주기도 하죠.

오래동안 아껴둔 시입니다. 계절과 상관이 없고 잘 음미해보노라면

아련한 옛 추억의 그림자가 느껴질 겁니다. 못 느끼는 산우라면 더 늙기 전에

지금이라도 거침없는 사랑을 해보십시요.

사랑이야 부처님의 도덕, 예수님의 계명, 공자의 도리등을 따지지 말고

감정에 충실하여 거침없이 해야죠.

사랑이야 거침없는 사랑이 최고죠!

육봉능선의 정상에서 이 시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음미해 봅시다.

 

 

사랑의 허물

--윤 후 명--

태어나면서 사랑을 하고 싶었다

나이 들어서도 변하지 않는

오직 하나의 마음

그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헤어지는 연습만으로만 살아 왔다

헤어져서는 안 된다 하면서도

그 나무 아래

그 꽃 아래

그 새 울음 소리 아래 모두

사랑의 허물만 벗어 놓고

나는 어디로 헤매고 있을까

언제까지나 이루지 못할

하나의 마음을 알아

나로부터 영원히 떠나야 할까

그래야 할까 사랑이여.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

 

*임용복수석은 5년 전, 23년 간의 길고 긴 병고 끝에 가신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었습니다.

23년간을 변함없이 간병한 사람입니다. 5년 전,나는 세브란스 병동 로비에서의 그토록

처연했던 그의 눈빛을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하여 그는 이제는 행복해져야할 사람입니다.

고심 끝에 2005년 7월 10일(일) 3시 상록회관에서 힘찬 새출발을 합니다.

우리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 줍시다.

*다음 산행은 7월 24일(일) 가까운 불암산 예정입니다만 이 번 산행 때 상의합니다.

오대산은 모두 참석할 수 있을 때로 미룹니다. 꼭 권하고 싶은 명산인데 함께 가야죠.

*산행에 관한 연락을 받으시면 폰 문자나 메일로 답신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