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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23회 산행)

북한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23회 산행)

일시 : 2015. 10. 16.

 

제 22회‘설악산(대청봉)’산행(2005. 10. 01 ~ 02 / 이경식)

▣ 산행코스 : 오색약수터(들머리) - 대청 - 중청 - 끝청 - 서북능선 - 한계령휴게소(날머리)

▣ 참석자 : 기세환, 김종국, 남기인,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전작, 조문형, 한양기, 한천옥 [ 계 11명 ]

▣ 동반시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 불행히도 시는 낭송하질 못했었다 >

 

2005년 10월 01일 밤 10시, 무박산행이 시작되었다. 저녁이 주는 평안함을 떨쳐 버리고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잠실에 도착했다. 우리를 기다리는 대형 리무진 버스는 인원 수에 비해 너무나 컸다. 뒤편에는 원탁의 좌석까지 있어서 지루함을 달래는 잡담좌석으로 딱 좋았다. 빙 둘러앉아 정담을 주고 받고 음담패설에 한번씩 웃으면서 오색으로 향했다.

 

이번이 대청봉에 몇 번째 이던가?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래 설악산을 참 많이 다녀갔으나 대청봉을 정복한건 딱 3번 이었다. 높은 산은 높은 만큼 부담스럽다. 설악산도, 지리산도, 한라산도... 높은 산들은 막상 오르면 그런대로 바람따라 친구따라 오르지만, 오르기 전에는 부담스럽다.

 

깔깔 거리던 리무진 버스안은 10시가 넘어서면서 부터 서서히 조용해 졌다. 넘치는 좌석을 주체하지 못해서 각자 눞는 모습도 각양각색 이었다. 상체 쪽으로 2석, 하체 쪽으로 2석, 합계 1인 4석씩을 찾이 하였다.

 

통로를 중심으로 상체족은 왼쪽, 하체족은 오른쪽을 향하여 길게 누웠다. 자리가 남으니 눕기도 특별하게 누웠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오색에 도착하였다. 오색 주변은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버스와 등산객들로 북새통 이었다. 아직 입장시간이 안되어 잠시 지체하면서 각자 준비한 헤드랜턴을 머리에 찼다. 마치 서독에 파견나간 60년대의 광부모습과 같다. 일렬로 쭉 늘어서서 기념사진 한장 찍고...

 

출발은 같이 했으나 오르는 중간에 뿔뿔히 흩어져서 친구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몇 명의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가다보면 어느덧 흩어져 있고, 사실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뒷면만 봐서는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정말 장관이었다. 캄캄한 어둠속에 한줄기 뜨겁고 샛빨간 용암이 흘러내리듯 헤드랜턴 불빛들이 꾸뿔 꾸불 칠흑같은 어둠속을 휘젖으며 오르고 있었다. 사방이 보이지 않는 야간 산행이고 동행하는 무리들이 많아서 얼싸덜싸 올랐지만, 사실은 꽤 긴 코스다. 정상 근처에 오니 피곤과 함께 하품이 쏟아진다. 4시간 정도 걸려서 대청봉에 올랐다.

 

동해 바람은 매서웠고 아직 일출은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일출은 장엄하게 올랐으나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순식간에 동해 멀리서 오늘의 태양으로 크게 떠 올랐다.

 

여명속에서 머리카락 휘날리며 추위에 떠는 친구들의 모습을 몇 장 찍고 중청휴게소로 향했다.

여기라고 여유가 있으랴... 발 디딜 틈도 없었지만 비집고 앉아 김종국이 그의 체구만큼이나 푸짐하게 준비한 아침식사를 나눠먹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어쩐지 그 친구 배낭이 크더라... 산에 갈땐 배낭 큰 친구옆으로 붙는게 상책이다.ㅎㅎㅎ

 

옆 사람들이 먹는 뜨근 뜨근한 된장국 ... 정말 맛있게 보였다. 우린 냄새만 선물받고 맛은 각자 상상하면서 다음에는 나도 국을 가지고 오리라고 생각해 본다. 이제 아침식사도 끝나고 인증사진도 찍었으니 한계령 휴게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백담사나 설악동 쪽으로 하산은 했으나 한계령 휴게소 쪽으로 하산은 처음이다. 서북능선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내려오면서 끼리 끼리 연신 사진을 찍었다. 사실 서북능선으로 내려오면서 오른쪽으로 멀리보이는 용아장성의 모습은 정말 절경 이었다. 그대로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주변을 두루 두루 둘러보고 싶은데 길 바닥이 험했다. 돌들이 하늘을 향하여 삐쭉 삐쭉하게 일어서 있는 바람에 주위의 풍광보다는 땅바닥만 보고 걷는 경우가 많았다. 야간에 이 코스로 등산했으면 꽤 위험할 뻔 했다. 생각보다는 하산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실 김정남 회장은 서북능선으로 올라서 오색쪽으로 하산해야 한다고 주장 했지만... 그가 산행에 불참하여 들머리와 날머리를 반대로 잡은 것이다.

 

이런 와중에 나는 사진을 찍다가 일행이 보이질 않자 먼저 하산 한줄 알고 따라 잡을려고 바람처럼 산을 달려서 일행보다 2시간이나 먼저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새벽2시부터 시작한 산행은 14시에 마감하였다. 12시간이나 등산을 한 셈이다.

 

차에 타보니 조문형은 치질악화로 옆으로 누워있고... 자리를 잡고 앉으니 피곤이 스르르 몰려온다.

하긴 이정도의 노고도 없이 설악이 자신을 보여 주겠는가...? 그게 동내의 뒷산도 아니고...

 

누군가가 다시는 설악산에 안온다고 푸념을 하였으나 그건 지금의 애기고 하룻밤만 지나면 또 다시 설악이 그리워질 것이다. 이 땅의 등산객이 설악의 단풍과 암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앞으로도 수 없이 설악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