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불암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25회 산행)

불암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25회 산행)

산:불암산(509 미터)

코스:태릉 45번 종점-불암사-정상-420고지-중계동

소요시간: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2005년 11월 20일(일) 10시

모이는 장소:전철 6호선 화랑대역 1번 출구

준비물:중식

연락:한양기(017-729-3457)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깊어가는 가을에 이정하의 시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를 읊조립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했는데 사랑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사랑이 황금을 먹고 산다고?

착각하지 말라, 사랑은 사랑을 먹고 산다.

아니면 가을비와 별똥과 한 잔의 꼬냑을 먹고 산다.

허전한 가을의 오후에 허황한 논리였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의 첫째 일요일에 총동문회 가을 등산에 참여하고자

동대문운동장역에 모였는데 시산회의 참가인원은 9월에 갔다와서인지

예정인원 11명에서 5명이나 빠진 6인에 불과했지만 전체 인원은 150여명에

달해 4대의 관광버스에 나눠타고 흐린 날씨였지만 힘차게 전진. 오는 차 중에서

막걸리와 홍어냄새를 풍긴 25회 후배들은 기사에게 핀잔을 들었는데 우리

모두에게는 회가 동했지만 기사에게는 고역스런 악취였을 겁니다.

 

오대산에 도착해보니 단풍은 이미 지고 산기슭 곳곳에 낙엽송만 노랗게 물들어 있어

그나마 조그마한 위안이 되었습니다. 여섯명이라 상원사도 적멸보궁도 지나치고

거의 쉬지 않고 정상인 비로봉에 쉬이 도착했는데 李와 李 두 사진사가 불참해서

기념사진도 못 찍고 정상 부근에서 즐거운 식사시간에 어김 없이 홍어,

낙지와 머리, 김순단표 고추장아찌와 양파장아찌에 포도주와 막걸리로 입맛을

다시고 설악의 정상 대청에서 못 다 부른 시 도종환의<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을

조용히 읊고는 하산.

 

내려 오니 28회들이 홍어에 막걸리 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아파트 10층 사는

후배 김종환의 안부를 물으니 회장직을 그만 두고 오늘은 오지 못했다 하는데

기 산우는 우리의 회장직은 종신직이라고 불만(?)을 터트립디다.

나도 이젠 못 내려갑니다. 내놓을 때 받지...쿠데타라도 벌이소서. 하 하 하!

용기있는 산우는 나서소서. 신선한 수혈도 간혹은 필요합니다.

총동문회 산악회장 김영수 선배도 합석하게 됐는데 우리의 모임이 시산회임에

긍지를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박형채 산우는 회장 앞에서 그날의 동반시를

읊고 싶어 시를 꺼냈지만 외면하고 가버렸는데 우리도 앞으로 동문회 산행모임을

참석할 때는 참고하겠습니다. 박 산우 내지는 시산회를 무시한 괘씸죄죠!!

봄가을의 정기산행 때 중복되지 않도록 정보교환도 집행부에서 신경을 써야했는데

소홀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귀경은 차들이 몰려 시간은 걸렸지만 조용한 가운데 무사히

서울에 도착하고 늦어서 뒤풀이는 생략했습니다.

9월에 이은 오대산행에 기꺼이 동참해준 산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기세환,한천옥,위윤환,박형채,한양기,김정남(무순) 6명이 참여하였습니다.

 

 

딸의 책상에서 우연히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라는 책을 흝어 보다가

흥미있는 내용이 보여서 간추려 몇 자 적어 봅니다.

 

사랑의 화학작용

낭만적인사랑이란 뇌에 있는 특정한 세 가지의 화학물질과 복잡한 회로의 작용으로

인해 생겨나는 영원하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이다. 인류에게

사랑의 감정이 없다고 가정하면 끔찍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인류 생존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닐 수 없죠.

 

마구 흔들어다오, 감미로운 도파민이여!

뇌 속에서 도파민의 수치가 올라가면 극단적인 집중력뿐 아니라 결코 흔들리지 않는

동기부여와 목적지향적인 행동이 생긴다. 이것들이야 말로 낭만적인 사랑의

핵심이고 그런 연인들이 경험하게 되는 황홀경과 관련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은 열망까지도 도파민의 높은 수치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뇌 속에서 도파민의 수치가 올라가면 성욕의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도 올라간다.

 

높은 노르에피네프린 수치!

도파민에서 나오는 두 번째 화학물질인 노르에피에프린은 연인의 기분을

고조시키는데 이 흥분제의 수치가 올라가면 흥분과 과도한 에너지,불면증,

식욕의 상실 같은 형상이 나타나는데 밤에 문득 깨어 났을 때 또오르는

얼굴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과 식욕의 상실은 적당히 살을 빠지게 하여

신진대사의 기능을 활성화 시켜 얼굴을 아름답게 하고 육체를 균형잡히게 한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것이 바로 이 호르몬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저항할 수 없는세르토닌!

세 번째 화학물질은 그리스의 시인 호머가 말한 그 마법과도 같은

'저항할 수 없는'느낌에 개입되는 세르토닌인데 앞의 물질들과는 반작용을

하는데 반대로 수치가 내려가면 애인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한다.

연인들은 사랑에 사로잡혀 살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애인에 대해 끊임없이 반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형태

그리스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섹스를 자주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왔는데

그들이 분류하는 사랑의 형태는 여섯 가지이다.

 

첫째 에로스(Eros) 매우 특별한 파트너에게 열정적이고 색정적이고 환희에

차고 많은 에너지를 쏟는사랑을 말하는데 욕정과 낭만적인 사랑의 결합으로본다.

 

둘째 마니아(Mania) 과도하고 질투심 강하고 비이성적이고 소유욕에 불타는

예속적인 사랑이다. 열정적인 사랑에 빠질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매달리고 비논리적이고 소유욕을 강하게 보인다.

 

셋째 루두스(Ludus) 장난스럽고 심각하지 않고 한 사람에게 전념하지 않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사랑이다. 이런 연인들은 한 번에 여러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그들에게 사랑은 예술의 한 형태인 연극일 뿐이다.

유희와 경박함이 결합된 미지근한 욕정의 변형으로 보인다.

 

넷째 스토지(Storge) 애정어린 동료애, 형제애, 자매애 혹은 우정 같은 사랑이고

깊고 특별한 우정이되 감정의 표출이 배제된 형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보다는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더 즐긴다.

'열광이나 어리석은 짓이 없는 사랑'인데 애착의 한 형태로 보인다.

 

다섯째 아가페(Agape) 점잖고 이기적이지 않고 의무를 다하고 모든 것을 베풀고

이타적이고 정신적인사랑이다. 또 다른 형태의 애착이다. 이런 연인은 자신의

감정을 열정이 아닌 의무로 받아들인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관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 때 그 관계를 기꺼이 포기하려 든다.

그런생각에서 그들은 경쟁자에게 기꺼이 굴복할 것이다.

 

여섯째 프라그마(Pragma) 적합성과 상식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사랑이다.

말하자면 '쇼핑 리스트'사랑이다. 실용적인 연인은 계속 점수를 매긴다.

그들은 관계의 결점만 아니라 관계에서 생길 이익까지 추구한다.

이런 이들은 과도한 헌신이나 감정 표현에 감동받지 않는다.

그들에게 우정은 인간관계의 스코어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이것을

사랑으로 볼 수는 없다.

 

이혼의 진화

인류의 조상은 600-700만년 전부터 생겨난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것은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인류 화석의 연대를 측정한 것이며 물론 그전의 화석이

나오면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때의 부부관계는 오늘날의 관계와

달라 사랑하고 애를 낳고 보살펴 주는데 필요한 4년간만 같이 살다가 더 좋은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해 헤어지는데

이를 <연속적인 일부일처제>라 이름을 붙인다.

오늘날 말하는 '열정의 유효기간'이라는 36개월과 열정이 식어 헤어지기 위한

준비기간 12개월을 합한 48개월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통계로 볼 때 결혼한 지 4년 후에 이혼이 급상승한다는 것은 인류의 유전자가

그렇게 되어 있고 원형질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35년 안에 인간의 혼인제도는 '일부일처제'에서

'다부다처제'나 '혼인이 없는 사회'로 갈 수 있다고 예측하는데 황우석박사

같은 과학자의 연구로 인간복제가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면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전혀 허황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혼인 없이도 인류는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혼의 진화>라 이름 붙여본다.

해서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우리도 4년에 한 번쯤 짝을 바꿔보면서 살아 봅시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니겠나이까!!!

 

 

이번 산행은 불암산으로 정합니다. 명산 수락산과 맥을 같이 하며 멀리서 보면

부처님이 좌정하신 것처럼 묵직한 암봉입니다. 들머리를 당고개로 하거나

당고개로 하산하면 왕복 2시간이면 내려오므로 가장 긴 들머리와 날머리를

택합니다. 수락산 하산길에 이계신 산우가 멋드러지게 뒤풀이를 베풀었던

곳이 들머리가 되겠습니다. 날머리는 도움쇠의 보금자리가 있는 곳입니다.

 

먼 길 산행시 관광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데 주변에 산악모임이 있으면

동반하면 좋을 듯합니다. 아니면 우리 나이에 맞는 산악회를 따라 가든지

해야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겁니다. 산우들의 의견과 정보를 부탁합니다.

 

회사의 주차장이 좁아 길 건너 소공원을 지나 사설주차장에 차를 세워둡니다.

소공원 안에는 청단풍,홍단풍,당단풍,단풍나무,고로쇠나무,후박나무,

은행나무 등 이름 모를 나무들이 단풍이 들고 집니다. 한여름의 초록이 지치니

단풍이 들고 이제는 추풍에 지쳐 단풍도 집니다.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길은 한글고비(古碑)가 있다 해서 한글고비길이라 하는데

인도 안 쪽의 샛노란 은행나무잎이 지면 인도 바깥 쪽의 빠알간

느티나무잎이 나타나는데 나는 이 길을 이중 단풍길이라 합니다.

지금은 은행잎이 지고 느티나무의 단풍이 절정입니다.

 

가을이 되면 이루지 못하고 있는 조그만 소망을 떠올립니다.

양수리나 양평의 남한강변에 터를 잡고 진흙으로 벽을 쌓고 지붕은 초가지붕,

남으로 큰 창을 내고 마당은 철마다 피는 꽃들을 심고 마당 한 가운데는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 빨간 단풍을 선물해주는 느티나무를 빼놓으면

안 돼겠죠. 은행나무도 단풍나무도 심을 겁니다. 집의 절반은 나무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온돌로 꾸며 따뜻한 밤을 지낼 수 있게 하고 절반은 돈 안내는

까페식으로 꾸며 산우들이 와서 토요일 오후에 마당에서 바베큐 구이를 하고

성탄절 이브에는 캠프파이어도 하고 추운 겨울에는 벽난로 옆에서 꼬냑 한 잔에

노변정담(爐邊情談)을 나누고 집을 지을 때 초가지붕을 잇거나 흙벽을 쌓는

노력봉사를 해준 분들에게만 연중개방합니다. 집의 이름은 '사랑의 인사' 나

'사랑의 향기'가 어떻겠습니까?

꿈은 * 이루워집니다.

다만 고스톱은 사양합니다. 하 하 하--

 

이번 산행의 동반시는 모가지가 길어 슬픈 '사슴'으로 유명한 노천명 시인의

시를 정합니다.

그는 사슴 같이 온화한 인상이었지만 성질은 칼 같았고 자신에게도 엄격했답니다.

먼저 갔기에 우리는 그의 '사슴' 같은 아름다운 시를 더 이상 접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고교시절 가을 문학의 밤에 밤 늦게 도서관에서 나올 때 들렸던 시를,

낭송자의 이름조차 모르지만 가을 밤에 어울리던 낭낭한 목소리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박목월의 '나그네' 노 시인의 '사슴'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조지훈의 '승무'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그 중에서 홍사용의 시를

내 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껏 센티해지는 계절입니다.

그러한 낭만이 남아 있는 자신이 고맙기도 합니다.

바람부는 스산한 가을의 불암산에서 이 시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기다려 봅니다.

 

 

추풍에 부치는 노래

노천명

가을 바람이 우수수 불어 옵니다

신이 몰아오는 비인 마차 소리가 들립니다

웬일입니까

내 가슴이 써-늘하게 샅샅이 얼어 듭니다

'인생은 짧다'고 실없이 옮겨 본 노릇이

오늘 아침 이 말은 내 가슴에다

화살처럼 와서 박혔습니다

나는 아파서 몸을 추스릴 수가 없습니다

황혼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섭니다

하루하루가 금싸라기 같은 날들입니다

어쩌면 청춘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었습니까

연인들이여 인색할 필요가 없습니다

적은 듯이 지나 버리는 생의 언덕에서

아름다운 꽃밭을 그대 만나거든

마음대로 앉아 노니다 가시오

남이야 뭐라든 상관할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밤을 도와 하게 하시오

총기(聰氣)는 늘 지니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금싸라기 같은 날들이 하루하루 없어집니다

이것을 잠가 둘 상아 궤짝도 아무것도

내가 알지 못합니다

낙엽이 내 창을 두드립니다

차 시간을 놓친 손님모양 당황합니다

어쩌자고 신은 오늘이사 내게

청춘을 이렇듯 찬란하게 펴 보이십니까

 

2005년 11월 16일

 

산을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시산회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