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24회 산행)
산:오대산
일시:2005년 11월 6일 (일) 8시
모이는 장소:전철 2.4.5호선 동대문 운동장역 1.2번 출구 앞 공용주차장
준비물:회비 2만원,중식
연락:한양기(017-729-3457)
"오 ―― 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 ――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 ―― 매 단풍 들것네"
남도의 자랑스러운 명산 월출산이 우뚝 서 있는 강진의 시인 永郞 김윤식 님의
<오--매 단풍 들것네>입니다.
남도 사투리 중 대표적인 감탄사를 짧지만 맛깔나게 표현한 시이면서 깊어가는
가을에 단풍, 누이, 붉은 감과 그 붉은 잎, 추석, 바람을 나열하므로서 우리의
고향까지 생각나게 하는 시입니다. 미당 서정주 님은 단풍은 초록이 지쳐야 든다
했지만 영랑은 "오--매"라는 단 두 글자로 우리의 마음을 단풍으로 물들게 합니다.
청명한 가을날에는 가족과 단풍나들이도 하고 맑은 바람도 쐬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해 봅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나들이로는 가을과 단풍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광릉수목원을 추천해 봅니다.
10월의 셋째 일요일은 아침부터 청명했으며 기온도 등산하기에 최적의
날씨였습니다. 도움쇠는 바빠졌고 연락쇠는 한중한(閒中閒)을 즐기느라 두 번의
문자메시지와 한 번의 E-mail만 보내고서 별도의 확인없이 연락에 소홀했지만
8명의 산우가 시간을 어기지 않고 수유역에 모였으나 오랜만에 참석한
규율반장인 나원장이 늦었으니 시산회의 규율은 땅으로 추락(?)...
본인은 환승에 착오가 있었던 듯했으나 그의 담백한 성질대로 별 변명없이 합류하고
마을버스 1번을 타고 아카데미하우스로 출발. 나원장을 기다리는 동안 박시건
산우는 먼저 출발했다고 연락이 왔는데 산행이 늦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았으니
산행을 자주 하다보니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긴 듯 합니다. 앞으로 근교산행 때는
별도의 확인 없이 두 번의 문자메시지와 한 번의 메일만 보내기로 했으니 모이는
장소까지 도착이 늦을 것 같거든 출발 전에 미리 연락을 주기 바랍니다.
방향이 비슷한 산우끼리는 서로 연락을 해 두는 것이 좋겠지요.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버스를 내리고 매표소 앞에서 동반시와 산행지도를
나누고 한 총무가 전 날 명지산행을 해서 불참하게 되어 회비를 걷고 관리하는
임시총무를 박형채 산우로 결정.
코스 안내도 앞에서 간단히 그 날의 진행방향과 소요시간을 브리핑하고
등산 시작. 대동문까지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으나 도움쇠가 말하는
소요시간에 대하여는 믿음이 가지 않는 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산우들이 눈에
띄었으나 도움쇠가 일 주일에 화.금요일 두 번씩 3년에 300회 산행의 목표를
가지고 열성적으로 산행해보니 당연히 근력이 좋아지고 심폐기능이 강화되어
1,950 미터의 지리산 천황봉을 중산리 매표소에서 한 번의 휴식도 없이
3시간 30분에 등정했을 정도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의 기준이오니
적용함에 있어 잘 새겨 들으시고 착오없기 바랍니다. 지금은 나도 그렇게 빨리
오르지 못 할 겁니다. 산행 중에 동장대에서
용암문 쪽에서 온 젊은이 들이 다만 진달래능선으로 내려가는 코스만을
도움쇠에게 묻고 나는 그들에게 손짓으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재웅 산우가
옆에서 이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 1.4배를 더하라는 말에 도움쇠는
충격(?) 먹었습니다. 그들은 내게 소요시간을 물은 것이 아니었는데 이 산우의 넌센스...
코스도 1.4배로 축소시킬 수 있나 ...하하하
하긴 난이도는 축소시키기도 하겠네요.
또 말씀드리지만 산행을 잘 하려면 첫째, 등산근육--대퇴부 뒷 쪽--이
발달하여야 하는데 아파트계단을 오르 내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아파트
관리소장 이재웅 산우가 주장했는데 동감입니다. 둘째는 심폐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꾸준한 운동만이 지름길입니다. 셋째는 개인적으로 터득한 것인데
평소에 단전호흡법을 배워 산에 올라갈 때 단전호흡을 하면서 올라가면 숨이 차지
않음을 체험했습니다. 물론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합니다. 빠르게 가면서 휴식을
자주 취하는 것보다 쉬지 않고 천천히 오르는 것이 시간은 절약이 되나
우리들의 산행이야 간식도 먹어가며 쉬엄쉬엄 가는 것이 좋겠지요.
사랑하는 님이 목적지에서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매표소에서 고도계를 보니 10시 39분 였는데 포도와 배, 바나나, 초코릿도 먹어
가면서 쉬엄쉬엄 올라 갔지만 골프근육은 발달한데다 지독한 노력파여서
골프모임에서는 메달리스트 단골 수상자이나 등산근육은 덜 발달해 약간
처지는 나원장과 동행했어도 대동문에서 20 미터 떨어진 진달래능선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삼거리에 오니 고도계의 시간은 11시 39분, 딱 한 시간.
예정한 시간보다 10분 빨라 오랜만에 도움쇠의 체면을 세웠는데
기 산우가 앞으로는 도움쇠의 말을 믿기로 했답니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너희를 명산으로 인도하리다...
추계복음 제1장 제1절...ㅎㅎㅎ
대동문에 올라서니 왼 쪽으로 보현봉과 문수봉이 보이고 오른 쪽으로는
오늘의 목적지인 백운대,인수봉,만경대 등 삼각봉이 눈 앞에 펼쳐지고 쉬지 않고
복원된 성벽을 따라 가니 옛날 장군들의 지휘소인 동장대에서 멋진 한 컷을
빼놀 수 없는 일. 앞으로는 씨-익 웃으며 말 없이 정스럽게 사진을 건네주는
이원무 산우에게 잊지 말고 그 동안 밀린 사진 인화료를 지불합시다.
동장대를 지나고 곡성(曲城)을 지나는데 우리는 성벽을 따라 가고
이경식 산우와 최용식 교수는 지름길로 가고 다시 합류하였는데 오고가는
수많은 산객들로 길은 신작로 같았고 일요일의 명동길을 옮겨 놓은듯합디다.
북한산장의 너른 터에 자리잡고 즐거운 식사의 시간!
마나님들이 정성스레 차려준 진수성찬에 도움쇠의 홍어, 나원장의 돼지고기,
묵은 김치의 삼합에 살얼음 낀 막걸리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졌고
"가을 산이 아름답지 않으면 우리나라 산이 아니다"고 늘 주장하는
이경식 산우는 위윤환 산우가 부득이 빠진다 해서 삶은 낙지를 준비해 왔으니
기 산우의 맛난 포도주까지 곁들이니 그것은 육.해군의 합동작전에다
동서의 결합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합니다.
그러나 먹산회의 전통에 먹칠(?)하는 사건이 벌어져서 음식이 남아서 되싸가는
불상사가 발생했는데 오르는 동안에 간식을 너무 많이 먹었습니다.
특히 초코릿과 바나나가 주범이었으니 앞으로 바나나는 싸오지 마십시요.
싸오더라도 내려갈 때나 뒷풀이 때 내놓으십시요.
북한산장의 너른 터는 지금은 삼림이 울창하나
30년 전에는 벌거숭이였는데 산행을 좋아하는 처남과 올 때는 사위 중에
유난히 저를 아껴주셨던 장모님이 불고기를 재워 두었다가 싸주시고 우리는
사방이 트인 그곳에서 맛나게 고기를 구워먹으며 소주 서 너 병은 거뜬했고
점심은 물을 끓여서 컵라면으로 해결하고 남은 국물은 커피 대신 들이키면
그날은 행복한 날이 되어 그 기분은 일 주일이나 지속되어 다음 산행이 기다려졌던
기억이 납니다. 2003년의 8월에 장모님이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1남 6녀의 자식부부 중에 마나님과 나만 임종을 지킨 것은 우연이
아닌 특별한 필연으로 생각됩니다. 평소에도 나를 사위가 아닌 큰아들로 여기신
것은 임종을 지킬 예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였겠는지요. 하여 북한산장의 너른 터는
내게 장모님을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매 년 건강검진을 하셨지만
유난히 대장내시경 검사를 싫어 하셔서 그것만을 생략했던 것이 엄청난 비극이 될 줄은
가족 모두가 몰랐고 모두의 책임입니다. 여러분도 노부모께서 살아 계시면 유념하십시요.
늙고 병드신 부모님은 효도를 기다려주시지 않습니다.
배가 불러올 즈음 오랜만에 최 교수의 예의 그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도현의
<가을사랑>이리는 시를 읊었는데 그 시가 여러분 들에게는 어떻게 다가 왔는지
궁금합니다. 정신이 없어 시인의 이름을 빠뜨린 걸 기 산우가 시끄럽게(?)
지적했는데 내가 요즘 나사가 하나쯤 빠진 듯하니 해서(海恕)하소서.
즐거운 식사의 시간에는 최 교수의 간단한 경제학 강의도 있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목적지를 향해 전진. 그러나 오랜만에 참석한 나 원장의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하여 용암봉과 노적봉의 코스를 포기하고 용암문에서 도선사로 빠지기로
결정하고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용암봉과 노적봉 코스는 용암봉에서 노적봉의
아래 쪽을 바라보는 멋진 코스이며 북한산의 또 다른 면을 볼 수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언젠가는 꼭 갑니다. 나 원장도 골프근육만 발달시키지 말고
등산근육도 발달시키는 노력도 해주기 바랍니다.
박시건 산우는 백운대를 오르고 내려와서 위문 쪽에서
기다렸으나 우리가 도선사 쪽으로 하산하는 바람에 뒷풀이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경식 산우가 앞장 서서 우이천 옆의 주막에서 뒷풀이를 했는데 박 산우가
술울 사양한 것은 그의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좋은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
체중감량과 금주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끊을 때 확실히 끊어야 하며
주변의 친구들이 쓴 소리를 해서라도 도와줘야 합니다. 도움쇠는 앞으로 산행 때
그와 같이 술을 먹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산행 때 그가 술을 먹으면 내가
술을 사양하겠나이다. 한양기 총무와 상의해서 결정한 사항인데 뒷풀이 외의
술은 먹고 싶은 산우가 직접 사서 먹어야 하며 회비나 공금에서 사는 일은
없기로 하였으니 양해하기 바랍니다.
관악산 뒷풀이 때의 술은 막걸리가 주를 이뤘으나 이번 뒷풀이 때는 도움쇠만
막걸리를 마시고 다른 산우 들은 맥주를 마셨는데 회비로 먹는 것은 맥주,
산우 중에서 베푸는 경우는 막걸리인 것을 보면 어찌 해석해야 합니까!!!
그날도 좋은 산우들이 있고 훌륭한 산이 있고 가을향이 물씬 풍기는 시가 있고
맛난 음식과 차갑고 향기로운 술이 있었고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건강이 있어
내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이번 산행은 총동문회의 가을 산행지인 오대산입니다. 9월 4일 제 20 회 산행 때
다녀 왔지만 하늘도 흐리고 안개가 끼어 풍수 명당의 전형인 능선의 줄기를 보지
못 했고 단풍도 들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던 곳이기도 하지만
봄 가을의 총동문회 정기산행을 외면할 수 없어 부득이 또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북한산 산행 때 11월의 첫째 주에는 포천 명성산의 억새를, 셋째 주에는
광고인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의 입석대와 서석대를 보려 했으나
사정상 계획을 수정합니다. 명성산은 한 총무가 가족과 함께 10월 23일에 다녀
왔지만 이미 억새털이 떨어지고 없더랍니다. 무등산은 광주까지는 각자의 계획대로
개인적으로 가고 정해진 시간에 증심사에서 만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으나
참가하는 산우들의 수가 10명이 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미룰 예정입니다.
오대산의 단풍은 보면 볼수록 좋으므로 적극 추천하오니 부디 산우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바랍니다. 관광버스 예약 때문에 좌석 수가 한정되어 있어 한 총무가 미리
연락을 할 겁니다.
봄철 관악산의 산행 때 20회의 참가자수가 가장 많아서 자랑스러웠던 만큼
이번 산행에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대학시절의 가수 '뚜아에 모아'를 아십니까?
박인희와 이필원을 기억하십니까?
그들이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에 곡을 붙여 부른 노래의 가사입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이 멋진 사나이, 연애쟁이 박인환은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 갔지만
가을이 되면 늘 서늘해지는 우리들 가슴에 스며든다.
영원한 로맨티스트 박인환! 언제라도 멋진 사랑을 할 준비가 돼 있는 준비된 연인!
그렇지 않고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 가을 바람소리를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낭만적인 보헤미안은 우리에게 한 시절의 쓸쓸함을
주고 갔다. 해서 가을이 되면 나는 늘 박인환을 떠올린다.
그것도 늦가을, 낙엽이 몇 잎 남지 않은 만추(晩秋)에---
내 삶 동안에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
우리가 사랑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음이 얼마나 축복입니까!
우리 사랑합시다.
이번 산행에 동반할 시는 설악의 정상 대청에서 못 다 부른 도종환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입니다. 다음 시는 도움쇠의 애송시이며 산우들도
가을이 되면 잊지 말고 한 번쯤 기억하면 좋을 시라고 생각해서 산행후기에
붙여 봅니다.
목마와 숙녀(木馬와 淑女)
박 인 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2005년 10월 25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