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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봄의 도봉을 올라 봅시다(詩山會 제32회 산행)

봄의 도봉을 올라 봅시다(詩山會 제32회 산행)

산 : 도봉산

코스 : 도봉산역-광륜사-은석봉-다락능선-포대능선-신선봉-뜀바위-주봉-칼바위-

오봉고개-우이암-우이동-우이계곡 뒤풀이골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2시간 30분

일시 : 2006년 3월 19일 (일) 10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1호선 도봉산역(바로 전에 도봉역이 있으니 착오없기 바람) 1번 출구

전철 7호선 도봉산역(1호선으로 건너 와서 1번 출구)

준비물 : 중식, 정상주(서울막걸리 1병씩으로 위윤환 산우의 강압적인 부탁)

연락 : 한양기(017-729-3457)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여라 내 사랑이여라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 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설악산의 '한계령'을 불렀던 동년배의 포크송 가수 양희은의 <하얀 목련>입니다.

목련은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하여 영춘화(迎春花)라고 한다.

봄바람이 분다.

홍매화는 이미 피었고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도 곧 따라 온단다.

다음에는 벛꽃이 피겠지. 따뜻한 마음으로 봄꽃들을 맞이하자.

도봉에서 우이동으로 하산할 때는 길가의 담 높은 어느 집에 피어 있을까.....

활짝 피어 우리를 반겨줄까.....

아직 피지 않았으면 뒤풀이 때 노래방에 가서 꼭 부르자.

 

 

3월의 첫째 일요일. 3월 5일의 아침에 낙성대역에서 9시에 만났는데 겨우내

보지 못했던 남기인 산우, 최용식 교수를 위시한 14명의 정다운 산우가

모였습니다. 전작 산우, 나 원장, 임삼환 산우는 사정 상 참가를 못했으나

전날의 일기예보에는 약간의 비가 뿌린다했지만 그만한 비에는 끄떡없는 산우들,

걱정스러운 전화도 없었으니...

앞으로도 시산회는 전천후 산악회입니다.

 

총동문회 시산제를 관악산의 관악사지에서 매년 행하는데 시산회는 눈꽃과

상고대가 아름다웠던 태백산에서 했지만 무시할 수 없어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총동문회 시산제에 동참하는 것으로 가름할까 하는데 산우들의 의견은

어떤지 내년에 의견을 정리해 봅시다.

다만 시산회는 들머리를 과천이 아닌 낙성대역으로 정하고 완만한 산길을 따라

그 동안 못 다한 즐거운 화제의 얘기꽃을 피우면서, 쉬엄쉬엄 양쪽의 아기자기한

암릉도 보면서, 과일도 먹어가면서 올라 가는데 사랑의 전도사 조문형 산우가

쉼터에 놔두고 온 스틱을 가지러 내려간 동안에 가뿐 숨도 고르면서 천천히

올라 가다 10여분을 쉬었을까...

누군가 가져가 버렸는지 땀으로 멱을 감고 올라오는 안타까운 표정을 보니

"아깝다 지팡이여"가 절로 나옵디다. 지하철상표면 그간의 공로를 감안해서

회비로 사주면 좋았을 텐데 고가의 코오롱표 스틱이라 안 돼겠죠. 양해하소서.

 

정상과 행사장인 관악사지의 갈림길에서 등반대장 위 산우가 정상으로

가서 행사장으로 내려가자는 주장을 했으나 대부분의 산우가 우선 행사장으로

가서 행사에 참여한 후 식사하고 정상에 오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서

언젠가 길을 잘못 인도했던 최용식 교수가 이번에는 자신있게 앞장서서 출발.

과연 식사 후에 정상까지 올라갈까 하는 게 모두의 의심.ㅎㅎㅎ

시산회 산행 역사상 먹은 후 올라간 적이 없는데...

먹으면 내려가는 먹산회인데 과연 전통이 깨질런지...

 

최 교수의 정확한 선도로 행사장에 도착하니 제단을 마련한 행사주관자만 있어

우리는 먼저 식사하기로 결정.

즐거운 식사의 시간!

홍어회, 조개살, 순단표 냉이무침등의 안주로 시원한 서울막걸리에

"크--"소리 한 번. 기 산우의 매화-주와 조 산우의 복분자로 보충해서 맛나게

먹었지만 시원한 막걸리가 부족했던 위 산우는 내내 불만스러워 했습니다.

항상 무겁지만 푸짐하게 싸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그의 말에 귀기울이고

다음 부터는 서울막걸리 두 병 씩!!! 식사가 끝날 무렵 반가운 신참이 출현!

그의 이름 박형수! 전직 세무서원, 현직 프리랜서 부동산중개인. 그에게

술 몇 잔 권하고 신참이 시 낭송을 하는 관례에 따라 신현림의 <사랑이 올 때>를

낭송을 하는데 군대에서 구령을 붙이듯 해서 사실은 배꼽이 약간 간지럽습디다.

박 산우! 시낭송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랍니다. 자주 참석하여 자주 듣고...하하하...

실은 이번 산행의 동반시는 위 산우가 읊조리기로 미리 광고하여 목을

가다듬고 오는 준비까지 마쳤다는데 시켜주지 않는다고 불만스런 표정. 뒤풀이에

눈이 어두워 박형수 산우를 시켰지만 도움쇠가 그리 약속을 어기거나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나이다. 태백산 시산제 때 춥고 늦어 읽지 못한 서정윤의

<사랑한다는 말은>을 준비해서 그에게 낭송하도록 했고 속이 넓은 산우이니

불만의 반은 풀렸으리라 믿어집니다. 나도 밀린 시가 없으니 밀린 숙제를 마친

것처럼 개운한 심정입니다. 대학교 때 하숙집 룸메이트인 19회 김선칠 선배도 만나고,

그가 홍어무침에 막걸리를 주는데 소같이 큰 눈이나 소박한 마음씨는 변함이 없었는데

세월의 덧없는 흐름 앞에서는 그나 나나 어쩔 수 없는 주름들...시산제에 참여하고

5만원의 거금을 돼지입에 끼고 한 해의 무사한 산행을 다시 빌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20회의 수가 가장 많았으니 산우들에게 감사할 일입니다.

 

여기서 관악산의 사나이 최용식 교수의 선도로 식사 후에 정상에 오르는

시산회 초유의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먹으면 내려가는 일명 먹산회인데

일 주일이 지난 지금도 모를 일입니다.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하하하

가파른 정상까지 산객이 많아 쉬엄쉬엄 어렵지 않게 오르고 정상에서 한 컷!

사진인화비는 회비에서 부담하오니 이원무 산우나 이경식 산우에게 잘 보여

많이 찍으십시요. 서울대 쪽으로 내려가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시낭송에

홍어회와 막걸리를 미리 먹여 작업해놓은 박 산우가 있어 뒤풀이를 하려면

과천으로 내려가는 게 좋다는 의견이 다수...

 

연주암을 거쳐 시원하고 달콤한 약수도 먹어가며 계곡에서 과일과 연양갱,

초코릿을 나눠 먹어가며 쉬기도 하고...

먹거리동네를 지나가면서는 대충 들어가서 뒤풀이를 하자 했지만 총무가

그레이스호텔 옆의 두부마당이 깨끗하고 싸고 맛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총무의

카리스마에 눌려 끌려갔지만 삼겹살집으로 바뀌고 그는 낭패스런 표정!

그가 반대를 무시하고 굳이 거기까지 간 것은 예전에 봐둔 고운 처자가 있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나만의 오버 센스일 것이고, 옆의 낙지고을로 들어서서

홍어회, 낙지볶음, 꽁치과메기를 안주삼아 소.맥.막걸리로 즐겁게 산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홍어를 팔면서 '막걸리가 없다'는 가벼운 해프닝도 있었지만

과메기 맛은 좋았습니다. 사정 상 미리 떠난 세 산우는 아쉬웠습니다.

신참 박형수 산우가 흔쾌히 쏘았는데 매우 성대한 뒤풀이었나이다.

박형수 산우는 과용했지만 우리는 즐겁게 잘 먹었습니다. 그날도 좋은 산,

맛난 술과 음식, 즐거운 뒤풀이, 훌륭한 시, 정겨운 산우들 덕분에 내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참석 : 기세환, 남기인, 박형채, 조문형, 이원무, 이경식, 이재웅, 임용복, 정해황,

박형수,한양기, 위윤환, 한천옥, 최용식, 김정남 (15명)

 

 

 

<살아있는 동안에 꼭 해야 할 49가지>

라는 베스트 셀러를 딸의 서가에서 본 것은 1년 전입니다. 최근에 보면서

산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나 내용이 길어서 전체를 실을 수는

없고 다만 49가지의 제목만 알립니다. 산우들에게 읽어볼 것을 권해 봅니다.

 

책의 저자는 중문학을 전공했으며 편집자 경력이 풍부한 '탄줘잉'이라는 중국인으로

막심 고리키의 "목표를 추구하면 할수록 인간의 능력은 점점 더 발전하고, 사회에

이로움을 준다"는 말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으며 진지한 사유와 독특한 관점,

담백한 문체가 돋보이는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우리가 미리 생각하고 꼭 해야할 일을 찾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이 책에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할 일을 담았습니다.

어쩌면 쉽고, 어쩌면 대단히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또 환경에 따라

양상이 다를 것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마음을 열어 주세요. 이 책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그 무엇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오늘 당장 하나부터 시작해 봅시다. 다만 천천히..."

- 2004년 12월 중국에서 탄줘잉 -

 

 

1.사랑에 송두리째 걸어보기

2.소중한 친구 만들기

3.은사님 찾아뵙기

4.부모님 발 닦아드리기

5.영광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6.고향 찾아가기

7.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외쳐보기

8.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

9.마음을 열고 대자연과 호흡하기

10.두려움에 도전해보기

11.경쟁자에게 고마워하기

12.추억이 담긴 물건 간직하기

13.사람 믿어보기

14.다른 눈으로 세상 보기

15.마음을 열고 세상 관찰하기

16.동창 모임 만들기

17.낯선 사람에게 말 걸어보기

18.사랑하는 사람 돌아보기

19.단 하루, 동심 즐겨보기

20.동물 친구 사귀기

21.3주 계획으로 나쁜 습관 고치기

22.인생의 스승 찾기

23.큰 소리로 "사랑해"라고 외쳐보기

24.혼자 떠나보기

25.남을 돕는 즐거움 찾기

26.혼자 힘으로 뭔가를 팔아보기

27.일기와 자서전 쓰기

28.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29.작은 사랑의 추억 만들기

30.날마다 15분씩 책 읽기

31.정성이 담긴 선물하기

32.나만의 취미 만들기

33.용서하고, 용서받기

34.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기

35.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기

36.건강에 투자하기

37.악기 하나 배워보기

38.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기

39.고난과 반갑게 악수하기

40.나무 한 그루 심기

41.약속 지키기

42.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우기

43.먼 곳의 친구 사귀어보기

44.사소한 것의 위대함 찾아보기

45.자신에게 상주기

46.꿈을 설계하고 성취하기

47.자신의 능력 믿기

48.세상을 위한 선물 준비하기

49.잊지 못할 쇼 연출해보기

 

 

뒤풀이 때 이번 산행은 청평산, 유명산, 용문산, 검단산, 백운봉, 감악산 등의

후보지를 물리치고 강촌의 삼악산으로 기차를 타고 가자고 결정했으나 7시 30분에

청량리역에 모여 출발해야하는 시간 상의 제약이 있는데다 강촌역에서 내려 삼악산

입구까지 걸어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버스를 대절해야 하는데 총무의 말에

따르면 독지가가 나서주길 바랬지만 없어서 서울 근교인 도봉산으로 정했습니다.

회비가 많이 모일 때까지 기다립시다. 오봉을 포함한 4번의 산행 중 3번을

망월사역에서 모여 들머리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도봉산역으로 모여 광륜사

방향으로 들머리를 잡습니다. 능선코스로 어렵지 않으며 도봉의 웅장한 암봉을

보면서 오를 수 있기에 꼭 권하고 싶은 코스입니다. 초심자나 여성들은 반할만한

코스이니 쉬엄 쉬엄 올라가 봅시다.

 

포대능선의 막바지에서 산객이 많아 암릉이 막히면 우회하는 길이 있으니 토치카가

있는 716봉에서는 모두 모여야 합니다. 힘이 남아 항상 먼저 빠르게 가는 위 산우는

꼭 잊지 마소. 정상인 자운봉은 오르지 못하니 정상으로 간주하는 신선대까지

오르고 2005년 6.25의 날에 박형채 산우의 발목부상으로 가지 못한 뜀바위,

주봉(柱峰), 칼바위, 우이암 코스로 갑니다.

 

도봉은 시내 쪽보다 뒤쪽의 암릉미가 빼어납니다. 날이 좋다면 이원무 산우나 이경식

산우는 절경을 찍어 회원들에게 큰 사진을 인화해 주면 좋겠지요.

날머리는 이경식 산우가 좋아하는 무수골이 아닌 뒤풀이하기에 좋고 가보지 않은

우이동으로 합니다. 그의 말처럼 아름답지 않은 가을산이 없듯이 포근하지 않은

봄산도 없겠지요. 코스는 긴 듯하나 완만한 경사이고 주위의 경치가 절경이라

경치를 보며 따라 걷다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도움쇠가 보장합니다.

 

<2006년에 꼭 가볼 산>을 미리 정해 봅니다. 물론 산우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1.철쭉제로 유명한 5월의 소백산(비로사-정상-연화봉-천문대-희방사) 순단여사가

꼭 가보고 싶답니다. 순단표 장아찌를 맛있게 먹는 죄(?)로 꼭 갑시다.

2.7월의 감악산. 경기 5악 중의 하나로 산불방지기간이 지나면 갑니다.

등반대장 위 산우가 여러 번 거론한 산입니다. 원주 신림에는 감악봉이 있죠.

3.8월의 백두산. 도움쇠는 현장을 오래 비울 수가 없어 올해는 곤란합니다.

산우들이 계획해 보십시요.

4.단풍철의 설악산(설악동-비선대-금강문-마등령-오세암-백담사-용대리)

마등령을 오르지 않고는 설악에 올랐다고 말하지 마라는 절경

5.12월의 눈 덮인 덕유산(상공리-백련사-정상-리프트카를 타고 하산)

눈이 많아 겨울에는 항상 눈이 쌓여 있습니다.

이외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라도 의견을 제시하십시요.

100대 명산을 메일로 보내드린 적이 있고 다행히 도움쇠가 가보지 않은 산이

별로 없습니다. 친절히 안내합니다.

 

 

강은교님의 <우리가 물이 되어>를 동반시로 하려 했으나 어느 시인이 권하기에

눈이 번쩍 띄어 <봄의 금기사항>을 먼저 동반합니다. 그 시도 훗날 동반할 테니

미리 감상하소서.

 

그 누가 있어 이러한 아름다은 시어를 사용하여 봄과 사랑을 노래하겠나이까!

봄들, 산벚꽃, 졸음, 들녘, 풀꽃, 햇살, 꽃 향, 꽃술........

사랑은 그처럼 낮고 여린 빛깔을 빚어 보이는 것이라며

남녘의 봄들로 가 사랑의 고백을 바라보아라 합디다.

시인은 왜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했을까?

어렵지 않은 시이므로 여러분들이 해답을 찾아 보십시요.

읽을수록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입니다. 이런 고운 시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들의 기쁨이고 행복이고 보석보다 더 귀한 문화자산입니다.

세종 임금께 다시 감사합시다.

컴퓨터 자판의 속도가 중국한자보다 5배 빠르고 일본가나보다 3배가 빠르기에 우리가

IT 강국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였다는 것을 우리가 압니다.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면 이번에는 틀림 없이 위 산우가 알아서 낭송하소.

 

 

<봄의 금기사항>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그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어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얽히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

 

-신달자(1943~ ) -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1945~ )-

 

2006년 3월 11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