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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에 올라 봅시다(詩山會 제30회 산행)

북한산에 올라 봅시다(詩山會 제30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진관사-선녀탕-비봉-진흥왕순수비-사모바위(하산길은 식사 때 결정)

소요시간 : 오름 1시간 30분 내려옴 1시간30분

일시 : 2006년 2월 19일 10시

모이는 장소 : 전철 3호선 구파발역 2번출구

준비물 : 중식,정상酒(서울 먹걸리가 좋습디다)

연락 : 한양기(017-729-3457)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그랬다지요>-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하니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을 봄이와도 봄같지 않더라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하니 자연히 옷 띠가 느슨해지니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을 이는 허리 몸매를 위하였음이 아니었도다.

 

춘래불사춘은 김종필이 써서 유명해진 귀절인데 이 시의 주인공인 왕소군은

흉노의 왕 선우에게 정략적으로 시집간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사람으로

비운의 여인입니다. 새 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이 이와 같지는 않아야죠.

 

삶은 우리를 넓은 거리 한복판에 내다 세우고는 어디든 가라 한다. 가다 보면 원하던

길이 아닌 잘못된 길일 수도 있다. 그래도 가슴 졸이지 마라. 길은 어디로 가든 통한다.

막히면 돌아 서고 방향이 틀렸으면 꺽어 들면 된다. 우리들 마음의 강, 섬진강의

시인인 김용택의 마음처럼, 천천히 폭 넓게 흐르는 섬진강처럼

가끔은 넉넉하고 느슨하게 살자. 고된 들일을 하는 아낙도 쉴 참에는 질끈 동여맨

허리끈을 잠시 풀어놓는단다. 고된 산일을 하는 나뭇꾼들도 쉴 때는 수건을 풀어

땀을 닦는단다.

 

 

 

2월의 첫째 일요일. 5일에 수락산역 1번 출구에서 모였는데 10명의 산우가

모였습니다. 가고자 했던 코스가 통제소를 들머리로 한 코스였으므로 3번

출구를 모이는 장소로 정해야 했는데 실수로 1번 출구로 메일과 메시지를

올렸기때문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습니다. 도움쇠가 요즘 나사가 두어 개쯤

빠졌는지 전과 같은 총기(?)가 없어졌다는 산우들의 우려가 들어 있는 우정어린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거의 약속시간에 맞춰 홍일점인 순단표 장아찌의

주인공을 포함하여 새로운 산우 임삼환 농협지점장까지 동참하여 10명의

반가운 산우가 모였습니다. 2004년 제 8회 산행 때 길을 잘못 선택해서 힘들고

추웠던 깔딱고개로 인도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하여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우측으로"의 신호에 맞춰 올라 갔는데 생소한 길인지 맞는 길인지

'안개 속 한 모퉁이'처럼 몽롱합디다. 5년 전의 여름에 편평한 능선길에 차려진

간이주막을 지나칠 때마다 시원하고도 텁텁한 막걸리를 한 잔씩 하면서 올라간

기억은 나는데 길은 도무지 기억이 또렷하지 않으니 벌써 치매기가 있는지...

철전주를 지나치면서 나온 주막의 코스를 표시해놓은 사진지도를 확인하고서

안도했습니다.

 

5년이 지나니까 코스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가 봅니다. 자세히 봉우리를 헤아려

보니 도봉산에만 오봉이 있나 했는데 수락에도 오봉이 있습디다. 훗날

이 코스를 지나는 회원들은 540 고지부터 정상까지 자세히 보십시오.

분명 오봉입니다. 640 미터의 높이에 가장 긴 코스를 선택했으니 경사도가

낮아 어렵지는 않으나 오고 가는 산객들의 수가 해가 다르게 늘어난데다

540 고지부터는 좁은 바위 틈에서 조우하는 산객들의 수가 많아지니 시간은

지체되지만 그런 김에 쉬면서 가니 힘들 것은 없어도 시간은 많이 소요되어

1시쯤 정상 못 미쳐 쉼터에서 터를 잡고 즐거운 식사의 시간.

 

추울 것으로 예상하여 빵, 연양갱, 떡, 컵라면등으로 간단히 때우고 내려가서

신참 임삼환 산우에게 뒤풀이 주최의 영광을 드리려했으나 기 산우의 한 줄에

오천원은 됨직한 커다란 김밥 한 통에 순단표 버섯전에 각종 장아찌와 묵은 김치,

정 산우의 맛난 쑥떡, 신참 임삼환 산우의 홍삼 등을 안주 삼고 컵라면을

술국 삼아 술 몇 순배에 배가 불러와서 시낭송의 시간이 왔으나 하필 식사터가

등산로이니 산객들의 왕래가 잦아 뒤풀이의 시간으로 미루고 정상에 올라 한 컷.

한가로운 코스로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석림사코스로 하산.

하산 중에 멋진 바위를 배경으로 한 사진촬영장소가 있어 박 산우 내외는

질투나도록 정스럽게 가족사진도 찍고 정해황 산우 등은 독사진을 찍는데

서거할 때의 명정사진으로 사용하겠다니 죽음과 관련된 유머치고는 재미있었는지

모두 빙그레 웃고.....

수준높은 시산회원들의 유머수준도 프로급입니다. 하하하...

정 산우! 이왕에 비문도 미리 지어 드리리라.

"내 평생에 누구보다 많은 것을 생각했으나 하나도 실행하지 못 했는데 다만 한 가지,

멋쟁이 시산회원들과 명산에 올라 멋진 시낭송은 많이 했노라"

 

임삼환 산우와 이경식 산우는 뒤풀이를 하고 싶어 했으나 나머지 산우들은

하산의 시간이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아서 배가 꺼지지 않았는지 다음으로 미루자는

의견들이 많아 도움쇠가 다음으로 미루자고 결정했습니다. 숨겨진 이유인즉,

위 산우가 참석하지 않은 뒤풀이는 의미가 없다는 기 산우를 비롯한 산우들의

강력한 주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 산우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오!

푸짐한 식사의 시간에도 위 산우의 부드럽게 삶아진 낙지와 살얼음 낀 막걸리를

못 잊어 했으니...

 

또 시낭송의 기회를 잃고 다음 산행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종점인 장암역의 객차 한 칸을 전세내어 이원무 산우의 사진 인화비는

회비에서 부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결정하여 한 총무에게 통보하였습니다.

산행후기를 쓰는 것을 산우 모두에게 넘기고자 한 것은 불발에 그쳤습니다만

그날도 산행내내 배부르고 즐겁고 화기애애한 하루였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도움쇠의 표정이 어두웠던지 걱정을 많이 해주었는데 너무 심려마소서.

내 본래 눈이 커서 마음을 잘 들키지만 큰일을 준비하는 비장함이지 어려움이

있어서는 결코 아닙니다. 요즘은 오히려 눈이 작아 마음을 들키지 않는

포커페이스의 소유자가 부럽습니다.

이번 산행 때는 그러한 마음을 털고 가겠나이다.

참석 : 기세환, 박형채 부부, 이재웅, 정해황, 이원무, 이경식, 임삼환, 김정남( 10 인)

 

 

왕소군의 이야기가 나와서 중국의 4 대미인을 올려 봅니다.

우리도 이런 미인들과 더불어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

 

 

◆서시(西施) - 침어(沈魚)

『 서시의 미모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조차 잊은 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

 

춘추 전국 시대의 "서시"는 춘추 말기의 월나라의 여인이다. 어느 날 그녀는

강변에 있었는데 말고 투명한 강물이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비추었다.

수중의 물고기가 수영하는 것을 잊고 천천히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래서 서시는 침어(浸魚)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서시는 오(吳)나라

부차(夫差)에게 패한 월왕 구천(勾踐)의 충신 범려가 보복을 위해 그녀에게

예능을 가르쳐서 호색가인 오왕 부차(夫差)에게 바쳤다. 부차는 서시의 미모에

사로 잡혀 정치를 돌보지 않게 되어 마침내 월나라에 패망한다.

 

 

◆ 왕소군(王昭君) - 낙안(落雁)

『 왕소군의 미모에 기러기가 날개짓 하는 것조차 잊은 채 땅으로 떨어졌다. 』

 

한(漢)나라 왕소군은 재주와 용모를 갖춘 미인이다. 한나라 원제는 북쪽의 흉노와

화친을 위해 왕소군을 선발하여 선우와 결혼을 시킨다. 집을 떠나는 도중 그녀는

멀리서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를 보고 고향 생각이 나서 금(琴)을 연주하자 한 무리의

기러기가 그 소리를 듣고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으로 덜어졌다.

이에 왕소군은 낙안(落雁)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 초선(貂嬋) - 폐월(閉月)

 

『 초선의 미모에 달도 부끄러워서 구름 사이로 숨어 버렸다. 』

 

초선은 삼국지의 초기에 나오는 인물로 한나라 대신 왕윤(王允)의 양녀인데,

용모가 명월 같았을 뿐 아니라 노래와 춤에 능했다. 어느 날 저녁 화원에서 달을

보고 있을 때에 구름 한 조각이 달을 가렸다. 이것을 본 왕윤이 말하기를 "달도

내 딸에게는 비할 수가 없구나.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 고 하여

이 때부터 초선은 폐월(閉月)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초선은 왕윤의 뜻을 따라

간신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시키며 동탁을 죽게 만든 후에 의로운 목숨을 다한다.

 

 

◆ 양귀비(楊貴妃) - 수화(羞花)

 

『 양귀비의 미모에 꽃도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

 

당대(唐代)의 미녀 양옥환(楊玉環)은 당명황(唐明皇) 에게 간택되어져 입궁한

후로 하루 종일 우울하게 보냈다. 어느 날 그녀가 화원에 나가서 꽃을 감상하며

우울함을 달래면서 무의식중에 함수화(含羞花)를 건드렸더니 함수화는 바로

잎을 말아 올렸다. 당명황이 꽃을 부끄럽게 하는 아름다움에 찬탄하여 그녀를

절대가인(絶對佳人) 이라고 칭하였다.

 

 

 

 

이번 산행지는 30회 기념산행의 적지라 생각되어 북한산의 비봉과 사모바위

코스로 정했습니다. 아차산 코스도 거론됐고 양평 쪽의 용문사를 경유하는

용문산 코스는 이원무 산우가 오르고 싶어하는 코스... 정상 뒤 쪽의 함왕봉,

장군봉 코스나 양평 시내에서 바라보이는 피라밑형의 멋드러진 백운봉 등이

거론됐으나 나창수 원장도 참석한다니 2004년 납회 때 돼지 삼겹살에 차가운

막걸리를 입산주로 맛나게 먹었던 추억의 비봉-사모바위 코스로 정했습니다.

하산해서 치뤘던 뒷방의 납회는 지금도 모두의 가슴에 남아있는 잊지 못할 추억거리.

사랑의 정의에 관한 경연도 시끄럽게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으며 이원무 산우의

"정답이 없다"가 당선됐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누가 주장한 지 모르지만 지금도

"뜨거운 향기"라는데 동의합니다. 하산길은 사모바위 근처에서 식사할 때 정합니다.

삼천리골을 경유하는 원점회귀 코스, 승가사를 경유하는 구기동 코스가 무난하나

내친 김에 정릉 청수장으로 빠지는 것도 좋을 겁니다. 어렵지 않으며 북한산순수비도

있는 아름다운 코스이니 가족과 함께 올 것을 권합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내음이 묻어날 것 같은 북한산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 모두 사랑이 되어

봄길을 걸어 봅시다. 다음의 시는 우리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고 뒤에서 오는 여인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2006년 2월 16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시산회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