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으로 모십니다(시산회 제 35회 산행)
산 : 마니산(469 미터. 강화)
코스 : 삼기리-함허동천매표소-진달래능선-정상-참성단-단군사당-개미허리-마니산매표소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자 : 2006년 4월 30일(일) 8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5호선 여의도역 4번 출구
준비물 : 중식, 교통비, 뒷풀이 횟값(자연산 광어 혹은 농어, 주꾸미)
연락 : 한양기(017-729-3457)
4월의 그대여
시간은 세월로 떠나고
4월은 깊어
봄의 끝자락에 매달렸다
만춘(晩春)의 입맞춤은
라일락 향기로 가득 하고
질투하는 비바람은
가슴으로 여민다
언약 없이 떠나버린
가느다란 벚꽃 추억
못 다한 4월의 사랑은
시리도록 그립다
4월의 그대
떠나는 걸음 무거울라 치면
가벼운 날개
파닥이는 나비 되어
내 빈 가슴 자리에 쉬어 가시게
4월의 그대
그대 위하여
내 빈 가슴 밭에
향 진한 꽃 한송이
피워 놓으리다.
-4월의 그대(추다영)전문
흐르는 것이 여울 뿐이랴. 세월이 흐르니 꽃도 흘러 가고 온다.
그래서 산도 흐른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여울은 산들 사이로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듯이 산이 흘러 바다에 닿는다는 것을, 하여 산이 물이고 물이 산인 것을
반백이 넘어 이제야 알았지만 그게 무슨 큰 의미있는 깨달음도 아닌데
우리는 그것이 성철 스님의 획기적인 깨달음으로 안다.
그것은 고대 불교의 선승(禪僧)들이 이미 뱉은 말이다. 시인의 말대로 4월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그 흔한 사랑도 못해 보고 또 봄을 보낸다.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비를 탓하랴, 흐르는 세월을 탓하랴, 속절 없이 오고 가는 사랑을
탓해 본다. 이제 매화도 지고 산수유,하얀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지고
라일락의 향이 진해진다.
집 앞 과수원의 하얀 배꽃도 한창이다. 하얀 배꽃을 달밤에 쳐다보라.
소쩍새 소리라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흐드러진 배꽃에 잠 못 이루는 밤이다.
고교시절에 배워 잊을 수 없는 이조년의 시를 다시 되뇌어 본다.
梨花에 月白하고 銀漢(은하수)이 삼경인제
일지春心을 子規(소쩍새)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病)인 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4월의 셋째 일요일, 정시에 수유역에서 정다운 11인의 산사나이들이 모이고
도움쇠는 산행지도와 동반시를 나눠줬는데 내 것은 일부러 빼고 딱 맞춰 10매만
복사해 왔으니 나도 귀신 다 됐소. 아카데미하우스행 1번 마을버스를 타고
힘차게 출발.
4.19 국립묘역에서 하차하여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발한 묘역의
정문을 지나 기념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컷. 엄숙한 마음으로 순국선열들에게
묵념을 올리고 45년 전 우리가 국민학교 2학년 시절, 이 땅의 민주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 뜻 깊은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 백련사 매표소를
통과하여 올라 가면서 나오는 독립열사 김창숙 선생의 묘역을 지나고 양일동
선생의 묘역을 지나면서는 민주와 독립을 위해 몸 바친 그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화기애애하게 산행 시작.
약수터를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시원한 약수 한 모금씩.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박형수 산우만이 무릎이 좋지 않아 약간 처질 뿐
다른 산우들의 발걸음이 경쾌한 것을 봐서는 이제 산행의 고수가 된 것 같아
도움쇠의 마음은 흐뭇해지고..... 진달래능선에서 내려오는 나이 지긋한 산객은
능선에 올라 서니 이 계곡과 15도의 온도 차이가 나며 바람이 무척 거세다는
걱정까지 하시던데 우리야 태백산, 축령산, 월악산 등에서 그 보다 더한 추위도
견딘 산객들인데 무슨 걱정! 진달래능선에 오르니 과연 바람은 거셌으나
우이동 쪽에서 올라온 수많은 산객들때문인지 오히려 시원하고 구름떼 같은
산객들과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을 벗삼아 부드러운 능선길을 따라 계속 전진.
잠시 휴식의 시간에 과일과 기 산우의 과자, 박 산우의 쑥떡으로 배를 채우고
전진 또 전진. 진달래꽃이 만발한 곳에서 사진 한 컷.또 한 컷.
모두 미남스러운 산우들! 능선의 7부에 이르니 진달래꽃은 만개하지 않고
봉오리만 맺힌 채 다음 주의 산객을 기다립디다. 1시간 40분만에
대동문에 오르자 아직 피지 않은 철쭉이 우리를 반기고, 배꼽시계는 식사시간을
알리는데 도움쇠는 더 오르고 싶었으나 모두의 생각이 금강산도 식후경의
심정이라 널직하고 편평한 장소를 물색하여 점심 보따리를 풀고 잘 삭은
홍어를 안주로 시원한 막걸리 한 잔 씩! 크...지화자, 좋다. 다만 위 산우가 없고
그의 낙지가 없어 서운했으나 그런대로 맛나게 먹었지만 김치도 없네,
그나마 박 산우의 아낙인 김 선생이 싸준 양파장아찌와 무침이 좋았습니다.
참가인원에 비해 적은 홍어의 양도 늘려야겠습니다.
배가 부르고 시흥이 도도해지자 남기인 산우가 동반시 김지하의
피끓는 시 '타는 목마름으로'를 점잖고 부드럽게 타이르며 읇조리고 기 산우는
대학시절 종암경찰서에서 한 달을 고생스럽게 지낸 이야기로 양념을 치고
도움쇠는 겨우 하루 청량리경찰서에서 곤욕을 치른 사건을 얘기했지만
기 산우의 고생에 비하면 조족지혈. 새발의 피! 그 시절의 얘기는 표현은
안 하지만 산우들 모두의 가슴에 잊지 못할 뚜렷한 아픔이 있죠. 먹었으니
사랑의 전도사 조 산우는 내려가자 했으나 이제는 안 될 말씀이고 먹산회의 전통은
이미 깨어졌나이다.
위문을 향하여 힘찬 출발! 웅장한 일출봉을 지나고 용암문,
오른 쪽의 거대한 용암봉과 왼 쪽의 부드럽게 솟은 풍만한 젓무덤 같은 노적봉을
지나면서는 약간의 체증이 있었으나 높이 솟은 만경대를 보면서 가니 힘이 솟고
드디어 오늘의 목표인 위문의 아래에 도착하여 하산길을 결정하고자 의견을
들어보니 우이동 쪽으로는 하산을 해보았으니 산성 쪽으로 내려가자는
의견의 일치! 진달래능선의 진달래꽃 군락과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띄엄 띄엄
피어 있는 모양도 나쁘지는 않더이다. 약수암에서 약수 한 모금 씩. 한참을
내려오다 너른 계곡에서 활짝 핀 개나리꽃을 배경으로 명정사진 한 컷 씩.
정해황 산우는 또 찍던데 철마다 찍으려는지....도움쇠도 처음으로 명정사진을
찍었소.
구국기원정사까지 내려와 주막집 종업원과 구파발까지 승합차로 데려다주기로
협상하고 즐거운 뒷풀이의 시간. 시원한 막걸리와 소맥, 파전과 두부김치가
푸짐하였는데 점심시간에 김치가 부족했던 탓에 약간 볶은 김치의 감칠난
맛이 좋았고 크고 두꺼운 파전과 부드러운 손두부의 고소함과 어울린 흥겨운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뒷풀이의 화기애애함은 언제나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며 변함이 없는
산우들의 인성 탓입니다. 산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기도 하지만 본래의
교양 없이는 될 수 없는 일.
다음 산행지에 대한 많은 의견이 오고 가고, 일정에 대한 의견이 있었으며
결론은 강화도 마니산, 일정은 5월 5,6,7일이 연휴이므로 가족에게
봉사하기로 하고 다섯째 일요일인 4월 30일에 거사하기로 하였습니다.
언제나 듬직한 사진사 이원무 산우는 인화비를 회비에서 받기로 했으나
번거로워 본인만은 참가회비를 내지 않고 인화비와 참가회비를 차액에
관계 없이 상계처리의 의견을 개진하여 만장일치로 의사봉을 땅땅땅, 지금까지
들어 간 인화비가 삼십만원이 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한답니다.
나 원장이 주장해 온 년회비의 안건도 이의 없이 통과. 앞으로 10만원의 년회비를
낸 산우만 정회원, 가족은 준회원이 되며, 경조사의 경우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장거리 등반 시 회비에서 보조하고 비회원에게는 참가회비를
포함한 실비를 받기로 만장일치로 통과. 4월부터 시행합니다. 도움쇠가 그날
네 번이나 주먹으로 만든 의사봉을 두드렸습니다.
도움쇠는 50회 산행을 마치고 회장의 직을 사임한다고 했지만 그 안건만은
거론하기에 너무 이르다하여 흐지부지.....
정 산우가 그만한 산행 경험이 있는 회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 했으나
나보고 영구집권하라는 얘기와 다름 아니라고 웃고 말았습니다만 나는
초대회장이 되어 시산회의 초석을 다짐으로서 회장직의 책임과 의무를 다 하고
후임이 참신하고 새로운 기획을 세워 발전시켜 나아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 생각의 전부입니다.
임시총무를 맡았던 박형채 산우는 삼악산행에 이어 이번
산행 때의 부족한 뒷풀이의 비용을 채워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날도 정겨운
산우들,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과 개나리꽃, 민주영령이 잠 든 4.19국립묘역,
가슴을 저미는 동반시, 옛 추억, 거센 바람과 푸른 하늘, 우리의 절친한 친구인
북한산의 진달래능선, 대동문, 동장대, 일출봉, 용암봉, 노적봉, 만경대, 염초봉,
원효봉이 곁에 있어 좋았고 오지 못한 산우들에게는 미안할 정도로 흥겨운
뒷풀이가 있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기 산우가 진달래와 철쭉꽃의 구별을 궁금해
하기에 기억나는대로 설명해 주었지만 14회 예봉산의 산행기에 쓴 적이 있으나
다시 상기합니다.
진달래, 철쭉, 산철쭉을 구별하는 방법은 진달래는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피고
철쭉은 꽃보다 잎이 먼저 나오거나 꽃과 잎이 동시에 피고 산철쭉은 잎이 꽃보다
먼저 나오는데 철쭉의 잎모양이 달걀형이라면 산철쭉은 긴 타원형이면서 잎에
털이 많고 점액성분이 있어 만지면 끈적거립니다.
알아 두면 좋은 상식입니다.
어느 시인이 각 달에 대한 순 우리말의 별칭을 알려 주기에 산우들에게 알려 드립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에 세종대왕께 다시 경배!
1월 해오름달-새해 아침 떠오르는 해처럼 희망을 안고 힘있게 한 해를 시작하는 달
2월 시샘달-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3월 물오름달-뫼와 들에 물 오르는 달
4월 잎새달-물 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는 달
5월 푸른 달-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6월 누리달-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
7월 견우직녀달-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달
8월 타오름달-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9월 열매달-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10월 하늘연달-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11월 미틈달-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 매듭달-한해를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35회 산행부터는 제목을 '모십니다'와 '올라 봅시다'가 아닌 제목으로 산행기를 씁니다.
이번 산행은 강화의 마니산입니다. 등산의 고수들은 산의 기(氣)를 느낀다 하고
산신령이 있다고 믿으며 남한의 산 중 지리산, 태백산, 월악산, 축령산을 꼽으나
기의 쎄기에 있어 마니산에 비하지는 못합니다. 올라본 적이 있는 산우도 있겠지만
들머리의 해발고도가 거의 0 미터에 가깝기때문에 낮지만 쉬이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닙니다. 이 산도 진달래능선이 있으나 4월에 가보지 않아 모르지만 서울보다
위도가 높아 이번 산행 시 만개할 수도 있으니 진달래와 더불어 두 번의 상춘을
할 수 있습니다. 진달래능선에서 그 기를 느껴 봅시다.
5년 전에는 도움쇠도 1,915 미터의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기보다 힘들었으니.....
함허동천은 조선 전기의 승려 기화(己和)가 정수사를 중수하고 이곳에서
수도했다고 해서 그의 당호(堂號)인 함허를 따서 함허동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계곡의 너럭바위에는 기화가 썼다는 '涵虛洞天' 네 글자가 남아 있는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마니산 동쪽 기슭에 펼쳐져 있으며, 빼어난 산세를 끼고 곳곳에 거대한
너럭바위들이 흩어져 있다. 이 바위들을 넘나들며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고, 특히 계곡 한 켠에 200m에 달하는 암반이 넓게 펼쳐져 있어 마니산의
절경으로 꼽힌다.
계곡 아래에는 한국 최고의 야영장으로 꼽히는 함허동천 야영장이 자리잡아
여름철이면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5개의 야영장 외에
체력단련장·극기훈련장·샤워장 등 각종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돌담을 두른
주변의 초가에서 민박도 가능하답니다.
강화도 하면 고려시절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한 몽고의 침입을 피해 임금들이
피난해와 30여년을 버틴 곳으로 유명하다. 고려궁지가 있는 까닭이다. 참성단은
전국체전 때마다 성화의 채화지로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를
지냈다는 제단으로 지금도 10월 3일 개천절에는 단군에 대한 제례가 크게
베풀어지는 명소다. 이 기회에 빠짐 없이 가 봅시다. 전등사의 전설도 들어볼만 하고
초지진, 용두돈대, 덕진진, 광성보 등의 포대를 거닐어 보면 구한 말의 약소국으로서
비애를 느낄 수도 있다. 제 2의 강화대교인 초지대교의 동쪽 어항인 대명 포구에
가 보면 자연산 농어나 광어 등을 싼 값에 살 수 있으니 뒷풀이는 그 곳에서 할 것을
생각해 봅시다.
교통편이 걱정이었는데 부지런하고 발이 넓은 한 총무 덕분에 동기 정종술
목사의 15인승 승합차를 빌리고 사랑의 목사 조 산우가 운전을 해 주기로 해서
시름을 해결했으나 미안해서 어찌 합니까! 새벽에 두 산우가 수원까지 가서
여의도로 오고 마니산의 산행이 끝나고 여의도에서 다시 수원까지 갔다 와야하니
두 산우의 노고와 앞으로 원정산행에 대하여 의논해 봅시다.
라일락을 5월의 여왕꽃이라 하는데 희고 보라빛의 꽃이 내는 고상한 향기때문일
것입니다. 올해는 약간 이르게 만발하여 우리의 코 끝을 간지럽히고 즐겁게 합니다.
젊은 시절, 우리는 육필로 연애편지를 쓰고 받았는데 도서관 옆길의 라일락꽃이
그윽한 향기를 날리던 날 교정에서 만났던 그미를 떠 올리며
동반하는 이 시는 도움쇠가 낭송합니다. 낮의 라일락 향에 취하고 밤에는 배꽃에
취해 정신이 없습니다.
시인이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의 말은 무엇이었을까?
사랑 아니면 이별이었을 것임을 우리는 안다.
누구, 정확히 아는 산우 어디 없소!
라일락 그늘에 앉아
오 세 영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
2006년 4월 24일 未明에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