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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소백산과 철쭉꽃(詩山會 제37회 산행)

소백산과 철쭉꽃(詩山會 제37회 산행)

산 : 소백산

코스 : 삼가리-비로사-정상-연화봉-희방사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30분. 내려옴 3시간 30분

일시 : 2005년 6월 4일(일) 6시 30분

모이는 장소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앞

준비물 : 중식, 살얼음낀 막걸리, 교통비

연락 : 한양기(017-729-3457)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 날을 시작하고 있다

 

-처음처럼(신영복)전문

 

1963년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 졸업

1965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1965년 숙명여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강사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 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

198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

1988년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1989년~ 성공회 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한국사상사등 강의

1998년 3월 출소후 10년만에 사면복권

 

그의 화려하지만 가슴이 저리는 슬픈 이력이다.

박 정권에 의해 조작된 일명 통혁당 사건으로 20년 20일의 억울한 수감생활을

해야했던 그입니다. 모진 시련은 인간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드물게는 그것은 인간을

승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는 긴 시간의 시련을 통해서 어떤 증오나 편견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끊임 없이 단련했습니다. 그가 만일 증오의 늪에 빠져 복수를 다짐했다면

오늘의 그가 있을 수 없고 그가 적화통일의 혁명을 꿈꾼 공산주의 혁명가였다면

성공회대에서 그를 받아 주었겠습니까!

 

지인에게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의 소주가 산(山)소주의 후속이며 신영복 교수의

시 제목이라는 말을 듣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검색을 해 보니 수천만원의 사례금을

거절하여 1억원의 장학금으로 전용된다니 우리 사회는 이러한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평화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책 <더불어 숲>을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저녁으로 순대국을 먹을 때 건배의 구호를 "처음처럼"으로 했더니 위 산우가

궁금해했는데 시산회를 결성할 때의 초심으로 끝까지 가자는 뜻이었습니다.

 

 

5월21일. 셋째 일요일. 맑은 날이다. 절기로는 소만(小滿)이니 여름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식물의 성장이 왕성해지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나 원장과 최 교수가

오랜만에 얼굴을 비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고, 기 산우만 김밥때문에 약간 늦고

거의 정시에 가평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

최 교수가 자신의 소설 <후지산 정상에 태극기 휘날리며 .......>를 6권을

내 놓았으나 모두에게 나눠드리지 못했으나 다음 기회에 가져 온다니 기대합니다.

실은 사서 봐야하는데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 원장의 건의대로 남양주 사릉부터 새로운 길이 뚫려 청평까지는 논스톱.

들머리인 백둔초교는 이미 폐교가 되어 있었고, 내친 김에 차로 시멘트포장길을

끝까지 올라 가니 자연학교가 나오고 고도계는 330미터. 코스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유명한 가평 잣나무, 전나무가 무척이나

반기더이다. 잣꽃이 피어 송화가루는 날리는데 열매를 맺지 않아서인지 청설모는

보이지 않고 아직 떨어지지 않은 작년의 솔방울만 달려 있었습니다.

그늘이 드려진 길이어도 땀이 마냥 흐르는 소만다운 날입디다. 가파르지 않은

소망능선을 따라 쉬엄 쉬엄 올라 가다가 과일도 먹고 초코릿도 먹으면서 날로

우거지는 녹음과 화사한 철쭉도 관상하면서 오르다 보니 장수샘이 저 아래 보이고

"시원하겠다 내려올 때 한 잔 하자"고 한 마디씩. 내려올 때 한 잔씩을 예약하고

계속 오르니 어느 덧 시원하게 터진 너른 터의 정상. "야! 멋있다"는 산우들의 감탄사가

터지는데 도움쇠도 같은 마음!

정상은 산객들로 가득차고 너도 나도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데

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일. 13인의 미남들!

 

정상에서 우정봉까지는 능선에 방화선(防火線)이 나 있는데

그게 길이 되고 그 길따라 수많은 산객들이 오고 가는데 장관이더이다. 근처의

칼봉이나 매봉도 방화선이 있는데 산불이 많이 발생했던 듯합니다. 식사터를 찾는데

철쭉과 관목숲이 우거진 가운데 이름 모를 큰나무가 우뚝 솟아 그늘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어 정하고 내려 오면서 잘 생긴 철쭉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그날 두 찍쇠는 많이 바빴을 겁니다. 타칭 국제미남 나 원장이 가장 많이 찍던데

선 볼려고 그러나....ㅎㅎㅎ

세상은 공평한 것이라 의외로 여복이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압니다.ㅎㅎㅎ

 

널찍히 자리 잡고 식사의 시간! 화사한 철쭉꽃 옆에서 역시

진수성찬이 펼쳐지고 11병의 막걸리에 홍어, 낙지, 전, 장아찌, 김밥, 유뷰초밥 등이

나오고 주고 받는 잔 속에 가득차는 우정이라는 이름의 행복! 홍어 특유의 냄새에

옆 女산객들의 탄성이 나오는데 전도사는 아낌 없이 퍼 주고 대신 비빔밥을

받았는데 맛은 별로였고 실속 없이 배만 불렀습니다. 식사시간 내내 MBC방송의

헬리콥터는 20여분을 오가며 산객들과 철쭉꽃을 촬영하고 배가 불러올 즈음,

시낭송의 시간! 오랜만에 나온 경제학의 대가(大家) 최 교수가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이라며 읊조렸는데 목성은 좋았으나 전공인 경제학처럼 조금은

딱딱했습니다만 나만의 생각이고 교수스럽게 읊었습니다. 도움쇠도 신경림 시인을

좋아해서 자주 그의 시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옆의 여산객들의 반응이 전혀 없었으니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산길을 잡는데 올라 올 때 장수능선의 이정표가 보이지

않기에 올라온 길로 내려가려 했으나 모두의 의견이 장수능선으로 내려 가자고

합의하여 도움쇠가 "우측으로 전진"이라 한 잠깐의 부주의한 실수가 산우들에게

예정된 하산시간 한 시간 반에 두 시간을 더한 세 시간 반의 고된 훈련을 시키고

말았으니 6시간이 소요되는 소백산행을 위한 사전 훈련이었다고 자위하고

해서하소서. 1,020봉에서 갈라지는 능선이 연인능선이고 장수샘이 있는 9

30봉에서 갈라지는 능선이 장수능선인 것을 올라갈 때 알고 있었으나 잠시 잊고

착각했으니 자만함과 경솔함의 탓입니다.

그래도 시원한 계곡물에 땀어린 얼굴도 씻고 탁족으로 더위를 해소했으니 산행

마지막에 즐기는 시원한 행복입니다. 더우기 2시간이나 더 산림욕을 했으니

건강에도 좋고 뒷풀이 때의 맥주, 막걸리, 시골손두부, 도토리묵이 더 맛났으므로

상계합시다. 벌로 도움쇠가 차를 가지러 가니 의리 깊은 한 총장은 무거운 다리를

끌고 동행해줘서 쉽게 승합차를 가져왔나이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격언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나이다.

 

돌아오는 길에 모자를 놓아두고 온 박 산우를 위하여 기꺼이 회차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조 산우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 따뜻한 박수를 보냅니다.짝 짝 짝...

청설모는 만나지 못 했지만 이러한 우정과 이해, 실수, 송화가루, 잣나무,

정상 부근의 화사한 철쭉꽃, 시원한 계곡물, 즐거운 뒷풀이, 늦어져서 저녁으로

먹은 맛난 순대국과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의 소주가 있어 그날도 내내 즐거웠습니다.

정종술 목사와 조문형 산우에게 감사 드립니다.

참석: 기세환, 이경식, 이원무, 한양기, 조문형, 박형채, 나창수, 전작, 이재웅,

정해황, 최용식, 위윤환, 김정남(13인의 연인들)

 

 

 

성적 친교(性的 親交)

 

즐겁고 황홀한 섹스도 낭만적인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섹스는 유익하다.

만약에 정말로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시기가 적절하고, 그리고 이런 형태의

활동과 자기표현을 즐긴다면 말이다. 애무와 마사지는 긴장을 풀게 하고 애착을

일으키는 뇌화학물질인 옥시토신과 엔돌핀의 생산을 자극한다. 섹스는 피부와

근육을 조화로운 상태로 유지시켜 준다. 그리고 황홀한 오르가슴을 느길 때면 여자의

경우에는 옥시토신이, 남자의경우에는 바소프레신이 뇌에서 방출된다.

섹스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높이고 그 호르몬은 로맨스의 연료가 되는 도파민의

생산을 촉진한다. 신기하게도, 정액까지도 낭만적인 열정에 기여할 수 있다.

정자를 담고 있는 이 묽은 '수프'에는 뇌가 도파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아미노산인

티로신뿐만 아니라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도 들어 있으며 이 액체에는 성욕을

높여 줄 수 있는 테스토스테론, 여성의 성적 각성과 오르가슴을 돕는 에스트로겐,

파트너와 결합의 감정을 도와주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들어 있다.

또한 베타 엔돌핀이 함유되어 있어 여성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을 경감시킨다.

사랑하는 파트너와 즐겁고 황홀한 섹스가 장수의 비결이며 원기가 넘쳐나는

아름다움의 원천이 되는 확실한 원인임을 의심할 바 없다.

하여, 우리도 자주, 그리고 즐겁게 섹스하고 건강하게 삽시다.

 

 

이번 산행은 한 달 전에 예고했던 백두대간(소백산맥)의 중간 쯤에 위치한 소백산으로

정합니다. 중부권에서는 가장 뛰어난 명산으로 주능선에는 상월봉,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 등 평균 1,400미터가 넘는 대능선이 웅장하면서도 부드럽게 뻗어 영주를

감싸고 있으며, 강한 서북풍으로 날등에는 광야를 연상케 하는 초원지대가 많고

주목단지와 철쭉군락지로서 유명할 뿐 아니라 설경이 뛰어난 산입니다.

도움쇠는 대학시절부터 올라본 산이며 2001년 겨울에 종주할 생각으로 비로사를

경유하여 정상인 비로봉에 올랐다가 생전에 처음 보는 엄청난 폭설을 만나

되 돌아온 적이 있고 2002년의 5월에 철쭉을 구경하러 삼가리에서 올라 희방사까지

종주해본 적이 있습니다. 시간은 많이 소요되나 어렵지 않고 쉬엄 쉬엄 가면

초심자도 충분히 오를 수 있습니다. 관리사무소에 물어 보니 소백산철쭉제는

5월 28일에 끝나지만 연화봉의 철쭉은 아직도 봉오리만 맺어 있다니 시산회가

오를 때는 만개한 철쭉을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빠짐 없이 참여하여 툭 터진 연화봉에서 화려하게 만개한 철쭉꽃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한 컷 합시다.

이번 산행의 동반시입니다. 상처 없는 영혼을 가진 자가 있다면 그는 세상을 헛 살았거나

영혼이 없는 자이다. 흐르는 이유를 말했다면 이미 강물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것보다

볼 수 없는 것이 더 많고 들을 수 있는 것보다 들을 수 없는 것이 더 많음을

우리 모두가 안다.

그러나, 산이 침묵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 누구 또 아는 산우 없소?

나와 맑은 술 한 잔 앞에 놓고 선문답을 주고 받아 봅시다.

이 시는 소백의 정상 비로봉에서 한 송이 철쭉꽃과 함께 우리의 피곤한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안해줄 시임을 믿습니다.

이 시는 영혼이 피곤한 산우가 자청해서 읽어보소서!

 

 

여기에 우리 머물며

이 기 철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

안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안들리는 곳에서도 새가 운다고

아직 노래가 되지 않은 마음들이 살을 깁지만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보석이 된 상처들은 근심의 거미줄을 깔고 앉아 노래한다

왜 흐르느냐고 물으면 강물은 대답하지 않고

산은 침묵의 흰새를 들쪽으로 날려보낸다

어떤 노여움도 어떤 아픔도

마침내 생의 향기가 되는

근심과 고통 사이

여기에 우리 머물며

 

2006년 5월 29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