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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연인산과 잣나무 위의 청설모(詩山會 제36회 산행)

연인산과 잣나무 위의 청설모(詩山會 제36회 산행)

산 : 연인산(戀人山. 가평. 1,068 미터)

코스 : 백둔초교-소망능선-정상-장수능선-장수폭포-백둔초교(원점회귀)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30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06년 5월 21일 8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앞

준비물 : 중식, 살얼음낀 막걸리, 교통비

연락 : 한양기(017-729-3457)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 전문

 

사랑이 그립거나 사랑을 하고프거나 사랑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시를 읽어 가슴이 시리거나 애리거나 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조년의 한시(漢詩)에 '일지춘심(一枝春心)'이라는 어귀가 나오는데 봄바람이

살랑거릴 때, 여자가 남자를 그리며 설레이는 마음은 줄기에서 뻗어나오는

하나의 가지같은 것이다. 사랑하고픈 여자에게 문자든 소리든 표정이든 이 시를

보여주거나 들려주어라. 반응이 없다면 마음을 접어라.

그런 여자와의 사랑은 사막같이 무미건조할 뿐이다. 때는 춘삼월, 호(好)시절이다.

이 시를 보낼 여자가 없다면 슬픈일이다.

이 시를 받아 보아줄 여자가 없다면 더 더욱 슬픈 일이다.

 

진달래와 라일락의 계절, 4월의 끝자락에서 여의도에서 14명의 산우가 반갑게

만났습니다. 다만 한 교장이 착각하여 여의나루에서 내려 20분이 늦었고

13인*20분=260분의 손해를 끼쳤으니 뭘로 보상합니까! 8시 50분에 힘찬 출발.

사랑의 전도사 조 산우의 능숙한 운전솜씨로 정종술 목사의 15인승 승합차를 타고

강변길을 따라 김포를거쳐 제 2의 강화대교인 초지대교를 지나고, 강화에 진입하여 넓게

펼쳐진 해변을 따라 들머리인 함허동천매표소에 도착했는데 그곳을 지나치는 것이

아닌가! 한 총장의 음모(?) 속에 정수사까지 올라 갔다.

함허동천계곡으로 오를까, 아님 진달래능선으로 오를까 하는 고민을 한 총장이

미리 덜어준 듯.....

 

아쉽지만 되돌릴 수는 없고 고도계를 보니 해발 170 미터, 470 미터 높이의

마니산 정상까지 겨우 300 미터가 남았으니 오늘은 닐니리판.....

회나 실컷 먹자는 심정도 생기고...

물구나무서기로 올라가도 올라가겠네. 이왕 버린 계획에 먼저 입산주를 하기로 하고

우선 막걸리에 위산우의 무거운 배낭을 가벼이 해줄 겸 낙지안주로 입산주 한 잔씩....

천천히 오르니 낮은 산에 비해 옹골찬 암릉이 계속되고 북한산 진달래능선의

진달래군락 정도는 아니나 암릉 곳곳에 피어있는 진달래는 고왔으나 안개와

구름때문에 하늘이 흐려 바다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양 옆에 두고 쉬엄 쉬엄

올라가며 노송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서해안의 해풍도 맞아 가면서 수 개의 암릉을

지나니 정상. 많은 산객들이 북적였으나 그 틈을 헤치고 정상석을 배경으로

단체기념사진 한 컷!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민족의 성지인 참성단은 아쉽게도 철망으로 가려 출입근지의

푯말이 걸려 있고, 겉으로 맴돌다 왔지만 몰지각한 수많은 산객들에게 훼손당했기

때문인데 어이하랴! 5년전만 하더라도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은 그 안에서

식사도 했는데...

하산길은 우리들이 싫어하는 계단길. 일 없는 사람이 세었는지 917 계단길이라

불리워집니다. 식사터를 찾아 내려가는데 올라오는 산객들의 표정이 힘들고 지친

표정들이던데 어떤 산우가 나에게 메일에 지리산만큼 힘들다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왔는데 너무 쉽다고 합디다만 산행은 그때 컨디션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기(氣)가

쎈 산이라 그 기에 반(反)하는 경우에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표지판에 세 곳의

기가 쎈 곳의 표시가 있었는데 확인할 장비는 없었지만 맞겠지요. 넓지 않은 바위위에

두 팀으로 갈라 앉아 막걸리와 김밥, 홍어, 장아찌 등으로 맛나고 즐거운 식사를

하고 동반시 '라일락 그늘에 앉아'는 박 산우의 아낙 김 선생께서 선생스럽게

시원한 해풍처럼 맑은 목소리로 읊었습니다. 편지의 마지막 줄은 읽지 못한 채....

 

한 총장은 올라온 길로 내려가자 했지만 동조해주는 산우가 없어 계속 앞으로...

마리산기도원에서 약수로 한 모금하면서 지적 호기심이 많은 기 산우가 마리산과

마니산의 차이에 관한 관심을 나타냈는데 강화에서는 마리산으로 불리워지며 원래의

명칭은 머리산이라는 의미로 두악산(頭嶽山)이었다가 머리를 의미하는 마리산으로

내려왔고, 일제 때 발음 상의 이유로 마니산으로 변경되었으나 머지 않아 본래의

이름인 마리산이라는 본명을 찾게 된답니다. 나라 잃은 설움을 당해 이름이 바뀐

산이 많다는데 언제나 본래의 이름을 되찾으려는지 안타까운 맘입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와 마니산매표소에서 조 산우와 한 총장은 정수사로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산우들은 강화의 명물인 순무로 담근 김칫국을 사던데

마나님들에게 사랑받을 일입니다. 회사 옆에 롯데마트가 있어 나도 퇴근이 이를 때는

장을 봐주기도 합니다만 반찬가게 아줌마가 아는 체를 할 때는 쑥스럽습니다.ㅎㅎㅎ

 

전등사와 초지진을 들를 예정이었으나 비싼 입장료를 내느니 그 돈으로 대명포구에

가서 회를 먹자는데 동의하고 대명포구로 힘차게 발진. 도움쇠가

앞서고 임삼환 산우와 기 산우가 따라와 어선집에서 흥정하여 6kg짜리 농어는

임 산우가 14만원에, 2.5kg짜리 광어는 기 산우가 5만원에 샀습니다. 한 총장은

자연산임을 믿을 수 없다고 했으나 대부도에서 가두리 양식을 하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자연산 광어는 배에 반점이 없어 희다 했는데 한 총장은 반점을

벗겨낸다지만 생선의 얇고 약한 피부의 짙은 색 반점을 상처 없이 벗겨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양식은 1.5kg까지가 손익분기점이랍니다. 이유는

성장속도가 여느 동물들과 비슷하여 1.5kg까지는 적은 량의 먹이로도 빨리 자라지만

그 이후는 먹는 량에 비해 크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때문에 무게에 따라 가격이

누진되지 않으므로 그 무게가 손익분기점이 된다고 합니다. 어쨌든 바닷가에서

맛있게 자연산으로 알고 먹으면 그것이 행복한 것이니 한 총장도 나처럼 맘 먹소.

뱃 속으로 들어가면 그게 그거라오. 조리사의 칼맛에 맛이 좌우되기도 하지만....

 

6kg나 되는 농어를 쌀푸대에 넣어 들고 오니 어깨가 무거웠지만

넉넉하고 푸짐하게 썰어진 회를 초장에 듬뿍 찍어 한 입에 넣고 시원한 소주 한 잔을

입 속에 털어 놓으니 회의 달콤한 맛과 소주의 시원하고 아리한 맛이 어우러져

혀 끝에 휘감기는데 천국이 따로 없습디다.

시원하고 진한 매운탕맛은 어떻고...ㅎ ㅎ ㅎ

몸에 좋다는 쓸개는 한 총장과 내가 그간의 수고의 댓가로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양하지 않고 삼켰습니다.

농어는 지리가 맛나고 광어는 매운탕이 더 좋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회가 동했는지 그 좋은 순간에 맞춰 전화를 해온 임 수석에게 중계방송을 하니

"어-메, 어메"만 반복하고, 못 온 산우들에게는 아쉬운 마음으로 미안했습니다.

기회는 항상 오고 가는 것이고 쉬이 오지 않으면 또 만들면 됩니다. 성대한

뒷풀이를 베풀어준 임삼환 산우에게 감사드리며 우리는 즐거운 산행으로

보답하겠나이다. 기꺼이 찬조해준 기 산우에게도 감사. 복 많이 받으소서.

년회비는 통장을 복사하여 나눠 드렸으니 협조하소서.

계좌번호 : 제일은행 110-20-203285 한양기

 

그 날도 좋은 산, 정겨운 산우들, 암릉 사이에 핀 진달래, 해풍, 강화순무, 소주,

농어.광어회와 매운탕이 있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우리를 위해 수원까지 오고 가는

수고를 해준 조 산우와 한 총장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참석 : 기세환, 이경식, 이원무, 조문형, 정해황, 위윤환, 임삼환, 한천옥,

박형채, 김순단, 이재웅, 한양기, 최근호, 김정남(14명)

 

 

 

이 얼마나 열렬한 황홀경인가!

 

"불덩어리들이 몸 속을 휘젓고 달려요.

당신을 사랑하는 고통이 이토록 클 줄이야.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불덩어리가 된 나의 몸을 그 고통이 흝고 잇어요.

그 고통은 당신을 향항 사랑으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팽팽해진 종기 같아요.

당신을 향한 사랑의 불덩어리로 인해 나는 재가 되어 버렸다오.

당신이 나에게 속삭인 말들이 떠올라요.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도 생각나요.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에 나의 가슴은 갈가리 찢어져요.

아픔 또 아픔.

내 사랑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당신이 이곳을 떠나리라는 말을 들었어요.

여기 있는 나를 떠날 것이라고.

지금 나의 온몸은 슬픔으로 마비되어 버렸다오.

사랑하는 그대여, 부디 내가 한 말을 잊지 말아요.

안녕, 내 사랑, 안녕."

 

먼 옛날, 이름을 알 수 없는 알라스카 인디언의 사랑의 시이다. 이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심정을 애절하게 읊었다. 우리보다 앞서 흘러간 그 유장한

세월 속에서 얼마나 많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을까? 그들이 품었던

사랑 중에서 현실로 이뤄진 것은 얼마나 되며, 그들이 허비한 열정은 또 얼마나

많을까? 나는 종종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이 지구를 거쳐간 비통한 사랑이 얼마나

많았을까 궁금해지곤 한다. 이 시는 다행히도 이 세상을 살다 간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낭만적인 삶의 증거가 아닐런지....

 

 

 

이번 산행은 등반대장 위 산우가 자주 거론했고 대명포구에서 맛난 회를 먹으면서

결정한 연인산입니다. 나는 2001년과 2002년 8월 29일에 올라본 적이 있으며

주변의 매봉, 칼봉, 명지산, 대금산, 노적봉(구나무산), 청계산, 화악산을 올라보았으나

산들이 비슷해 기억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연인산은 가평8경의 하나인 용추구곡(12km)의 발원지가 되는 산의 최고봉인데도

이름 없이 지내왔으나 1999년 가평군 지명위원회에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연인처럼

사랑과 우정이 깊어지고 소망을 이루라는 뜻에서 연인산이라 이름을 지었답니다.

5월 하순에는 '연인산 철쭉제'를 지내고 있는 명산으로 부각되었고, 말등같이 넓고

매끈한 능선에는 야생화와 철쭉이 무리를 이루고 녹엽의 잣나무와 어우러져

아름답고, 그 너른 능선은 소백산 능선을 연상케 한다. 활짝 핀 철쭉과 잣나무 위의

청설모도 볼 겸 모두 함께 올라 봅시다.

아직은 잣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아 어렵겠지만 이경식 산우는 잊지 말고 잣나무

위의 청설모를 찍어 우리에게 시각의 즐거움을 선사하소.

 

 

이번의 동반시는 산과 대비되는 강에 관한 시입니다.

'목계'는 남한강의 수많은 나루터 중 가장 번잡했던 곳이다. 경기 이천의 장호원에서

충주 쪽으로 가다 보면 목계교를 건너는데 다리를 놓기 전의 나루를 말한다. 다리를

건너면 목계가 나오는데 옛적에는 번성했던 장터이다. 근처에는 중원 고구려비와

충주 중앙탑, 탄금대가 있으며 그곳을 아우르며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지나본

사람은 안다. 나루와 장터는 우리에게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연상시키며,

또한 정착과 방랑을 대비시킨다. 풍광의 아름다움이 사철 모두 뻬어남에 그들은

정착하지 못하고 오히려 떠돌며 방랑하는 걸일까? 시인은 구름과 바람으로 방랑을,

잔돌과 들꽃으로 정착을 말하며 방랑과 정착 중,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는 바람이고 싶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떠도는

늘-바람이고 싶다.

재언하지만 기독교인들이 신의 존재를 믿듯이 나는 산신령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산에 올라 산신령에게 좋은 시 한 수 읊어주며 내려오는 우리는 그에게 무엇이며,

시원한 바람을 불어 주는 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누구 아는 산우 없소?

 

 

 

목계장터

신 경 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靑龍) 흑룡(黑龍)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 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天痴)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있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2006년 5월 15일 未明에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