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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석룡산(石龍山) 조무락골(詩山會 제38회 산행)

석룡산(石龍山) 조무락골(詩山會 제38회 산행)

산 : 석룡산(가평.화천 1,150 미터)

코스 : 삼팔교-외딴집-갈림길-정상-방립(方笠)고개-조무락골-외딴집-삼팔교(원점회귀)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30분 내려옴 2시간

일시 : 2006년 6월 18일 8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앞

준비물 : 중식,살엄음낀 막걸리

연락 : 한양기(017-729-3457)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미치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방창(方暢.김용택) 전문

 

방창의 우리말 뜻은 '바야흐로 화창함'이란다.

눈부신 봄날부터 눈발 날리는 계울까지 계절의 변화를 통해

뜨거운 생명이 고요하게 자연회귀에 이르는 과정을 노래한 시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인생은 그저 흐르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상기시킨다.

팍팍한 일상과 거친 인심(人心)에 시달리며 사는 도회인의 질척하게 고여 있는 삶에

시인의 시는 한 줄기 시원한 봄바람으로, 오랜만에 맡아보는 꽃냄새로 다가온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때를 알아 만화(滿花)가 방창(方暢)하는 이 계절을 빌려 시인은

말없이 흐르는 삶에 대한 열망을, 한없이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다.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은 지금도 고향 임실의 덕치라는 정겨운 이름의 시골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그가 없는 섬진강은 생각할 수 없고 섬진강이 없었다면 그도 없었을런지 모른다.

봄이 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섬진강에서 천렵이나 하고 올까나!

내 고향 영광의 바닷가는 지금 농꼬(망둥어 새끼의 사투리)나

깔떼기(농어 새끼의 사투리)가 한창이겠다.

 

 

 

6월의 첫째 일요일. 6월 4일의 아침. 흐리지만 오히려 높은 산을 등산하기에 좋은 날이다.

소백산 철쭉제는 5월 28일에 끝났지만 비로봉과 연화봉은 비가 자주 내려 기온이

낮아져서 철쭉꽃의 봉오리만 맺혀 있다며 차라리 6월의 첫째 일요일에 오면 만개한

철쭉꽃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관리사무소 직원의 말을 들은 터라 기대는 부풀고,

먼데서 오느라 항상 수고해주는 조 산우와 한 산우가 약간 늦어서 오기 전에

모인 산우들과 기 산우가 커피와 생강차를 배급하여 맛나게 한 잔씩 마셨다.

6시 45분, 오랜만에 명산을 간다는 설레임을 안고 힘차게 발진.

조 산우가 늦은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과속을 하니 모두가 불안해 했는데

천천히 가기를 원하니 유념해 주시기 바라나이다.

할 일이 태산 같이 많아 아직 죽기에는 너무 억울하다오.

광주에 남산타워보다 더 높은 5.18타워를 세워 놓고 나서 죽을라요.

안전, 또 안전!

 

치악산의 남쪽인 신림휴게소에 내리니 어두운 바람이 세차게 분다. 정상인 비로봉에서

연화봉까지는 1,400 미터를 넘나드는 고봉준령들이고, 평생 처음 맞아보는 세찬

눈바람에 산행을 포기한 적도 있는데다 숲이 우거지지 않은 날등이라 수시로 바람이

불어대므로 걱정이 앞서 산우들의 복장을 점검해 보니 얇은 방풍복이라도 준비한

산우가 거의 없다.

그날 비로봉에 오르는 순간까지 신경이 쓰여 맘이 불안했는데 또 다시

당부하건대 산행 때는 식량 못지 않게 몸의 보온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도움쇠는

한여름이라도 아주 가벼운 골프용 바람막이와 비옷, 바람과 비를 막을 수 있는

가볍고 얇은 윈드스토퍼를 항상 가지고 다니므로 산우들도 참고하여 항상

휴대하기 바랍니다.

내 옷 빌려 입을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소.

 

 

매표소 부근의 가게에서 차가운 냉장 옥수수막걸리 두 병을 더 보충하고 주차장에

내려 하늘을 보니 바람이 잦아들어 약간은 안도했으나 높은 산은 기후의 변화가 심해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9시 17분, 고도계의 숫자는 해발 380 미터.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차가운 입산주 타령이 나오고, 막걸리 한 되씩을 짊어진 한 교장과

전작 산우가 무거워서였는데 위 산우는 모르는 척 부지런히 올라가던데 약간은

야속했을 겁니다. 천년 고찰인 비로사를 지나고 그윽한 솔향을 풍기는 전나무숲이

끝날 무렵, 시원한 계곡 옆의 소나무 아래서 빨간 방울토마토를 안주로 입산주 한 잔씩.

수가 많고 애주가들이라 옥수수막걸리 한 되가 동이 나고 철쭉이 시작되는 산길로

접어 들었다.

꽃도 단풍과 같이 1,000 미터를 넘는 높는 산은 기슭과 정상의 만개 시기가 20일 정도

차이가 나므로 산 전체가 새빨간 단풍으로 뒤덮이거나 만개한 철쭉꽃으로

뒤덮일 수는 없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올라 가는데 키를 넘는 철쭉은 잎이 무성하게 나서 화사한

꽃의 자취를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1,000 미터를 넘어 가면서는 분분한 낙화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며 만개한 철쭉꽃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키 작은 관목숲을

지나 드디어 툭 터진 1,439.5 미터의 정상. 고도계의 시계를 보니 12시 3분.

우선 도움쇠는 세 번의 안도, 하늘이 약간 흐려 덥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아

연화봉까지 춥지 않게 갈 수 있고, 철쭉꽃이 만개하였으니 제목과 맞는 철쭉꽃산행이

되므로 계속되는 행복한 즐거움. 1,400 미터를 넘는 산들의 특징인 바위와 흙만으로

이루어진 정상. 정상석을 배경으로 멋진 한 컷. 서로 먼저 촬영을 하려는 즐거운 다툼

속에 정상에 오르면 누구에게나 피어나는 맑은 미소와 밝은 표정의 산객들과 같이

어우러진 한 컷.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인지라 충청북도에서

세운 정상석을 배경으로 또 한 컷. 영월과 정선의 경계에 있는 전국에서 가장

나이 많은 1,400년의 나이를 먹은 주목이 있는 두위봉에는 두 개의 봉우리에

두 개의 정상석이 있는데, 서로 자기 지역의 봉우리가 정상이라고 우기는

지역 이기주의의 전형적인 표상이다.

 

 

즐거운 식사의 시간!

올랐으니 먹어야지...바람도 불지 않고 덥지 않은 날이고, 정상 부근은 그늘도 없는

날등이라 대피소 근처의 편편하고 폭신한 파란 풀밭에 자리를 잡았다.

옆에는 만개한 엷은 분홍빛 철쭉꽃이 피어 있고 가까운 곳에서는 새파란 주목군락이

보인다.

삶은 낙지, 알맞게 삭힌 홍어, 홍어에 미나리 등 채소를 버무린 홍어무침, 영양가 만점의

추어탕, 양파장아찌, 약밥, 유부초밥, 족발, 오곡김밥 등등 이루 기억할 수

없을만큼 산해진미다. 높고 험한 산의 산행일수록 비례하여 음식이 푸짐해짐은

안사람들의 푸근한 배려임을 의심할 바 없다.

마나님들에게 큰절 한 번 올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나이다.

높고 험한 설악산에 간다하면 더 푸짐해질려나..ㅎㅎㅎ

산에서나 산에 관하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산사람들의 불문율이니 그러면 안되죠.

살얼음낀 막걸리로 건배하니 입이 얼얼하도록 시리다. 넘기는 목부터 식도까지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홍어와 족발과 김치를 곁들이니 삼합이 되고 양파장아찌로

입가심을 하고 추어탕으로 입을 헹군다.

아아,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그 무거운 추어탕을 보온병에 넣어 질머지고 올라온 이재웅 산우에게

감동 먹었습니다. 족발과 홍어회무침과 더불어 최고의 인기품이었습니다.

일명 먹산회답게 그 많은 음식이 깨끗이 동이 나고 함포고복이라....

마나님들이 정성스레 깎아준 과일까지 남김 없이 먹으니 먹산회임에 틀림 없음을

다시 확인.

먹산회의 모토는 '남기면 마나님들이 안 싸주니 남김 없이 먹자'이다. 하 하 하!

 

시낭송의 시간.

정해황 산우가 시를 먼저 꺼내들고 읽을 자세를 취하니 누구도 감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 좋은 시를 진지하게 정성을 다한 맑은 목소리로 읊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고 또 한 번 감동의 물결이 일어 정겹고 따뜻한 박수로 화답.

시적 호기심이 많은 위 산우가 시에 대한 해석을 물어 지면으로 답합니다.

현대시 중에서 특히 자유시는 동요나 동시 같이 쉬운 시도 있으나

상징, 비유, 전환 등의 기법을 통하면 난해해질 수 있습니다.

시인도 자기 시의 해석에 어려움울 겪기도 하는데 하물며 제 3자인 독자가 어찌

완벽한 해석이 가능하겠나이까마는 우선, 그 시의 절정(크라이맥스)부분을 찾아

내십시오. 몰두하여 읽고 또 읽다보면 자기의 가슴에 가장 가깝게 와 닫는

귀절이나 시어가 그것입니다. 이 시의 경우 기 산우가 말했듯이 3연의 부분입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의 귀절입니다. 기.승.전.결은 학창시절에 배웠으니

기억이 날 겁니다. 바로 '전'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절정을 찾아내면 해석의 반은

끝났다고 봅니다. 그 부분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 전체를 음미하면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가까워집니다.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면 좋고 안 되면 그만입니다.

시는 읽고 잊으라 했습니다. 언젠가는 꺼내어 쓸 수 있으니 굳이 머리에 담거나

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애송시 몇 개가 있다면 좋겠지요.

 

 

먹었으니 연화봉의 철쭉꽃을 보러 가자. 1시 30분. 많이 먹고 오래 쉬었다.

뒤돌아 보니 정상은 수많은 산객들로 덮여 인산인해. 연화봉까지는 어렵지 않은

날등길이라 쉬엄 쉬엄 가면서 하늘 한 번 보고 구름 한 번 보면서 처진 산우는

기다려주고 정겹게 간다. 연분홍 철쭉꽃이 만개한 연화봉에서 모두 모여 기념사진.

200 미터쯤 내려가면 국립천문대가 있으나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으며 낮이라

천체를 관측할 수도 없어 생략하고 하산. 희방사까지는 단풍나무가 우거진 급한

경사길이라 오르는 산객들이 힘들게 올라온다. 이 정도의 단풍나무군락이면

가을에는 온 산이 불붙겠다.

 

4시 30분. 희방사 계곡에 발을 담그니 시려서 1분을 못 견디겠다.

머리를 담그니 머리가 아프다. 뻥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ㅎㅎㅎ

탁족과 세심을 동시에 하니 피로가 풀리고, 내려오면서 가물었는지

수량이 적은 희방폭포를 배경으로 한 컷. 대학 2학년 때 휴교령을 핑계삼아 온 적이

있다. 비가 내려 산을 오르지 못하고 지금은 없어진 폭포 아래의 민박집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물이 불어 시끄러운 폭포 소리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기억이 있다.

수고스럽게 조 산우와 한 총장은 차를 가지러 삼가리로 가고 그들이 올 때까지

매표소 아래의 파전집에서 도토리묵과 파전을 안주로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로

1차 뒷풀이. 모두가 좋아하는 두부는 쉬 상해서 없다니 먹지 못하고 파전은 별로 였으나

묵은 맛있더이다. 그들이 오니 한 잔씩 더 하고 서울행. 9시 도착.

 

 

쉬엄 쉬엄 오르고 내려오니 모두 힘들지 않았는지 실력이 일취월장했는지 편한

얼굴들. 기 산우가 서울까지 가면 배가 고프니 송파의 추어탕집에서 추어숙회와

탕으로 2차 뒷풀이를 제안하고 모두가 동의. 기 산우가 즐거운 마음으로 조용하게

베풀었습니다.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축구경기는 후반만 보았지만

그날도 시원하고 달콤한 옥수수막걸리, 만개한 연분홍 철쭉꽃, 주목군락, 덥지 않은 날씨,

시원하게 터진 소백의 정상 비로봉, 어렵지 않은 날등길, 시원한 계곡,

우람한 희방폭포의 물소리, 좋은 친구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있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조 산우나 정 산우는 시산회의 산행만 기다려진다는데 그러한 마음들이

모여 우리를 더 즐거운 산행이 되게 하겠지요.

 

참가 : 기세환, 위윤환, 정해황, 한천옥, 박형채, 김순단, 한양기,

전작, 이재웅, 조문형, 이경식, 이원무, 김정남(13명)

 

 

 

돌아가리로다.

고향의 전원이 황폐해 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이미 마음은 육신의 종이 되었으니, 어찌 헛되이 홀로 슬퍼하리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장래 일은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음을 알았다.

실로 길 잃음이 오래지 않았으니,

오늘이 옳고 어제가 잘못되었음을 알겠노라.

 

배는 가볍게 미끄러지고, 바람은 가만히 옷깃을 스친다.

길손에게 앞길을 물으니, 새벽빛의 희미함을 원망한다.

이제야 누추한 내 집을 보고 기뻐 달려가니,

하인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아이들은 문에 나와 기다린다.

 

정원의 오솔길은 잡초가 무성하지만 소나무와 국화만은 여전하구나.

한 손으로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방에 드니 술독에 가득한 술이 나를 반긴다.

술잔과 술병을 당겨 혼자 마시며 뜰의 나무가지를 보고 기쁜 미소를 짓는다.

 

남창에 기대어 편히 앉으니 집은 좁으나 편안함이 그만이다.

날마다 뜰을 거닐어 정을 붙이고 문은 있으나 종일 닫아 둔다.

지팡이에 의지하여 뜰을 거닐다 때로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본다.

 

구름은 무심히 산 사이로 빠져 나가고

날기에 지친 새는 둥지로 돌아올 줄 아는구나.

바야흐로 해는 뉘엿 뉘엿 지려 하는데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쓰다듬으며 거니노라.

돌아가리로라! 세상과 인연을 끊으련다.

세상도 나도 서로 잊어버렸으니 다시 수레를 타서 무엇을 구하리오.

친척과의 정담을 즐기고 가야금과 책을 벗삼아 세상사를 잊으리라.

 

농부가 내게 봄이 옴을 알리니 장차 서쪽 밭에서 일을 시작해야겠다.

혹은 천막을 씌운 달구지를 몰고 혹은 외딴배를 젓는다.

때로는 조용한 골짜기를 찾고 또 허위 허위 언덕을 오르내린다.

초목은 나날이 무성해 가고 샘물은 졸졸 흐르기 시작한다.

만물이 때를 만나 생동함을 보면서 내 인생은 휴식을 찾는도다.

 

두어라, 이 세상에 남은 삶이 또 얼마나 되랴.

가고 머무는 일을 어찌 자연에 맡기지 않으리오.

어찌 황황히 어딜 가리오.

부귀는 내 소원이 아니며 하늘나라는 기약할 바 못 되니

알맞은 때에 혼자 생각에 잠겨 거닐며

혹은 지팡이를 세워 놓고 밭도 갈리라.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맑은 냇가에 앉아 시를 짓는다.

얼마간 자연의 조화에 따르거나 천명대로 돌아가리니,

천명을 즐긴다면 또 무엇을 염려하리오.

 

도연명이 지방고을의 태수 자리를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 가고자 결심했을 때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읽으면서 이제는 도움쇠도 무거운 짐도 내려놓고

머리도 비우고 한 5년쯤 은퇴하여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본다. 그럴 나이도 아니고 벌여논 일도 많은데...

희망사항이다. 신부님들이나 교수들처럼 나같은 장사꾼도 안식년 제도 없나!!!하하하

그러나 현실은 점점 반대로 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산우들의 생각도 같을 것 같아 대변해 보았습니다.

 

 

이번 산행은 석룡산으로 정합니다. 뒷풀이 때 한 총장은 근교 산행을 원했지만

내친 김에 또 원정산행을 합시다.

위 산우가 여러 번 추천한 산으로 어렵지 않은 코스이면서 녹음이 우거져

여름 산행으로 무난합니다.

석룡산은 100 대 명산에는 들지 않지만 명산의 반열에 넣어도 무방할 정도로

좋은 산입니다. 경기 최고봉인 화악산(1,468 미터)을 솟구치기

직전의 주능선에서 숨은 듯이 뻗어 있으며, 서편으로는 국망봉이 감싸고 있는

오지의 깨끗한 산이다. 남쪽의 조무락골(鳥舞樂) 계곡에는 쌍룡과 복호등폭포를

비롯하여 와폭과 담.소로 이루어진 비경지대로 가을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조무락골은 짙은 수풀 속에서 산새들이 조무락거린다(재잘거린다의 사투리)고

해서 붙여진 정감 넘치는 이름이다. 도움쇠는 명지산에서 내려와 잠시

들러본 적이 있고 2002년 10월 1일에 올라본 적이 있는데 초가을인데도 단풍이

좋았다는 기록이 산행수첩 속에 있습니다.

돌로 만든 용(龍)이 있다는 곳이니 모두 가서 찾아 봅시다.

 

모두 이제 여름이라고 말하지만 하지(夏至)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내겐 아직 봄이다.

갈수록 우거지는 녹음 밑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 올리며 시 한 수 외우며

올라 가보자. 답답했던 가슴이 서늘해지며 무거웠던 발걸음은 가벼워진단다.

하여, 사랑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던가...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산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 오름은 하늘과 가까워지기 위함이고

산에서 내려 오는 까닭은 님이 속세에서 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오.

해서, 높은 산 석룡에서 이 시를 기다려 보자.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는지.....

 

 

사랑을 위한 서시

송 하 선

 

사랑한다는 것은

햇빛의 미소를 배우는 일이다.

스산한 가을날 아침 무렵

나뭇잎새의 이슬방울들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잠재우는

햇빛의 미소를 배우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햇빛의 손길을 배우는 일이다.

스산한 가을날 저녁 무렵

알몸이 된 나무들의 간절한 기도를

차마 떨치지 못하고 쓰다듬어 주는

황혼빛의 손길을 배우는 일이다.

아, 우리네 고단한 인생살이에

사랑을 한다는 것

사랑이라는 이름의 꽃을 피우는 일은

물처럼 그러나 잔잔한 호수처럼

모두 다 끌어안으며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를 꿈꾸는 일

사랑한다는 것은

저 높은 산의 마음을 배우는 일이다.

하늘 아래 큰어른처럼 우뚝히 서서

손 아래 무릎 아래 형제들을 거느리고

묵묵히 묵묵히 미래를 명상하는

저 높은 산의 마음을 배우는 일이다.

 

2006년 6월 12일 새벽에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