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과 충주호(詩山會 제44회 산행)
산 : 금수산(제천, 단양.1,016 미터)
코스 : 상학-정상-서팽이고개-상학(원점회귀)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15분 내려옴 1시간 45분
일시 : 2006년 9월 17일(일) 7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앞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중식
연락쇠 : 한양기(017-729-3457)
블로그 : 시산회(이경식) blog.daum.net/sisan20
도움쇠 blog.daum.net/yc012175 & blog.naver.com/yc012175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 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 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안도현)전문
아침에 살갗을 스치는 바람은 이미 여름이 아니다.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로 나가보자.
그 강물이 얼마나 넉넉하게 흐르는지 보자.
강변의 들녁을 바라보자. 얼마나 풍성하고 넉넉하게 무르익어 가는지...
가을이 오는 길목을 지나 성큼 가을속으로 들어 섰다.
가을 산, 한 잔의 술, 별똥별, 서러운 시, 이름모를 들꽃, 스산한 바람, 뒹구는 낙엽,
슬픈 이별, 바보같은 사랑, 부유한 들판, 넉넉한 강물, 외로운 홍시, 가을비 등으로
가슴은 타들어 가고 그 내음은 가을의 향기가 된다.
그래서 사랑은 '뜨거운 향기'라 했던가... 그 향기에 데이고 데인 상처에 고름이
맺히고 그 향기가 흉터가 되더라도 난 그 가을을 지독하게도 사랑한다.
하여, 가을이 없으면 향기로운 삶도 없다지 않는가!
구월의 첫째 일요일. 9월3일. 산행하기에 좋은 날이다.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앞에 정겨운 산우들이 모였다.
김 회장, 한 총무, 조문형, 남기인, 나창수,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박형채,
최근호 등 10인.
공작새가 아름답게 날개짓하는 곳으로 힘찬 출발.
날개펴기가 힘든 공작처럼 늦잠을 잔 산우들이 늦게 도착했으나 우리의 사랑스런
노란 애마는 홍천을 향하여 나아간다.
미사리, 양평, 홍천을 지나 10시경 산입구에 도착했으나 김 회장이 목을 모로 튼다.
3년만의 대면이라 기억이 가물거린단다. 공작골삼거리에서 입구 쪽으로 갔으나
들머리인 문바위골이 보이지 않으니 그때부터 자신이 없어하는 김 회장의 얼굴.
오른 쪽으로 잘 포장된 고개길로 접어들기로 작정하고 애마는 가뿐 숨을 내쉬고
오른다. 고개의 정상에 서니 새로 지은 팔각형의 정자가 나타나고 그 뒤로 산악회의
깃이 나무에 많이 걸려 있다. 예정은 문바위골을 들머리로 하고 안공작재를 경유하여
궁지기골을 날머리로 잡았으나 시산회가 어떤 사람들의 모임인가!
먹기는 국가대표 선수급이고 오르는 길은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하고 하산은 가장
가까운 곳으로 내려 오는 경제적인 산악인들이다.ㅎㅎ
김 회장은 항상 출발하면서 그날의 산행시와 산행지도를 나눠준다.
지도를 보니 공작재다. 재 너머의 길과 100 미터를 포장하면 신작로가 이어지는 곳이다.
도착 하자마자 시장기가 발동했던지 간이로 만든 정자에 앉아 입산주로 살얼음낀
막걸리를 한 순배씩 돌리고 순단표족발, 키위, 당근을 안주로 배불리 먹고 마신후
입산. 이른 바 입산주.
1열로 출발했는데 김 회장이 뒤로 처져서 걷는데 상태가 안좋아 보인다.
돼지고기 알러지가 있어 족발을 먹지 못한 탓으로 힘이 안 생긴 모양이다.
필자가 산행기를 기록하는 영광을 얻어서 산우들이 흘린 이야기를 듣고자
맨뒤에 걷게 되었소이다.
약초에 취미가 있는 내 눈에 산마늘 꽃이 보여 마늘잎을 잘라 산우들에게
산마늘 맛을 보게 했으니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마늘향이 산우들의 몸속에서 건강의 활력소로 작용하여
무병장수하리라.
공작산 능선이 설악의 공룡능선모양 세차례정도 오르내림을 반복하니 생각하지
못한 증상(푸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연인산 처럼 푹신한 오름으로만 생각했던 지
마지막고개인 줄 알고 힘써 올라 왔는데 또 건너에 두고개가 더!
오르고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코스가 더 힘이 든다. 우리 꾀에 우리가 넘어간 꼴이다.
쉬어가는 타임에 지루했던지 참나무 의자에서 포즈로 한컷.
뒤쳐진 김 회장이 몹씨 힘들어해 상태점검 결과
입산주때 먹은 당근 안주가 체한 모양이다. 필자가 손을 주무르고 담배를 한대 권하니
조금 나아졌다는구먼 (트림이 나오려 한다고).....
쉬는 동안 조 산우의 접입불루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강의가
여러 산우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불참한 산우들에게는 안타까운 일.
이원무 산우는 등산일마다 불참한 산우들의 산행 증거사진까지 무겁게 가지고 다녀
그 무게 때문에 허리가 휠 정도라니 세 번이상 불참한 산우들이여 속히 연락바라오.
야생화가 지천에 피고지니 초록 속에 잠겨 있을 때는 그 존재를 몰랐으나
꽃이 피니 그 정체가 알려지듯 3-40년 세월 속에 묻혀 살던 친구들이 성공하니 우리눈에
비쳐지 듯 이 또한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부디 좋은 씨앗을 맺어 멀리 멀리 퍼뜨리소서
공작산 정상 887고지에 도착했는데 김 회장의 고도계는 881 미터.
홍천과 평창쪽 산하가 한눈에 보이고 홍천강이 멀리 보이는 훌륭한 조망이다.
기념 사진 한컷하고 하산.
공작산 등정 후의 정상주와 점심식사.
마땅한 장소가 없어 다른 산행팀의 방을 빼게하고 좁지만 자리를 잡고
먼저 하산한 두 명의 산우를 불러 올려 맛있는 먹산회의 전통을 시현.
위 산우의 낙지, 이경식,.산우의 문어, 김 회장의 홍어 등등 진수성찬이라
먹는 중에도 시 읊은 거는 잊어먹고 100대 명산을 등정하는(?) 서방님의 몸보신에
온 정성을 다한 자기 마나님에 대한 칭찬과 고마움의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모두 애처가들임을 과시하는데 특히 위 산우는 어부인께서 새벽같이 일어나
식사와 반찬을 마련하고 모든 준비를 해주는 것이
하늘같은 남편에 대한 도리임을 침이 마르도록 강조함에 속이 뜨끔했던 산우들도
있었으리라.
오늘의 빅 이벤트!
하산의 갈림길에서 계곡행이냐, 올랐던 능선행이냐 ...
우리의 노란 애마를 운전해 올 운전병 2명의 선정을 주장한 나 원장.
능선길의 오르내리는 하산이 싫어 사다리타기를 주장한 나 원장.
나 원장은 힘찬 위 산우와 이경식 산우에게 강권하려 했으나.....
아뿔사. 본인이 당첨되는 게 아닌가. ㅎ ㅎ ㅎ
보조마부로 최근호 산우가 당첨.
그러나 즐거운 마음으로 가는 그들의 발걸음이 더 가벼워 보인다.
계곡행 8명의 산우들은 중간 능선으로 신속히 계곡에 접근하는데
계곡쪽에서는 다람쥐와 물뱀이 한바탕 사투를 벌리고 있어 색다른 구경을 했는데
생태계의 자기보호가 이렇듯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적자생존의 자연의
법칙이 있지만 살생이야 누가 원하는가! 그 좋은 장면을 찍으려던 이경식 산우의
마음을 외면한 채 김 회장이 뱀을 쫓는다. 뱀이 다람쥐굴을 습격하니 다람쥐가 목숨을
걸고 새끼들을 보호함에 뜨거운 모성본능이 작용한 것이다.
암컷은 약하나 어미는 강하다. 세상의 이치 중에서도 압권이다.
하산길 탁족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일.
계곡에는 맛이 달디단 다래도 있어 조 산우의 도움으로 또 다른 자연의 맛도 보고
모두들 시원하게 등목도 하고 탁족을 했는데 한 총무는 거시기만 입고
수영이라도 할 태세.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원함을 만끽했으니 그날 저녁에는 집에서
운우지정의 즐거움을 나누었으리라.
3시반경 우리의 애마를 앞세워 양평을 거쳐 남종면 분원리로 직행.
양수리 방향으로 가면 길에서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 그 방향으로 택했다.
길이 밀리지 않고, 남한강변의 경치가 너무 좋고, 맛난 붕찜을 먹을 수 있어 일석삼조!
한 총무가 경치좋고 맛있는 붕어찜과 매운탕을 잘하는 남강집에서 한턱.
어머님의 문상에 대한 답례란다. 오고 가는 정이다. 김 회장이 마나님과 애용하는
집이란다. 나는 맛좋은 오동나무집을 원했으나 산우들은 팔당호의 조망이 좋은 집을
선택했다.
씨-원한 맥주와 함께 배가 터질 만큼 먹고 헤어지기 전에 내가 그날의 동반시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을 낭송하려 하자 시가 그리 좋았던지 나 원장이 얼른
가로챈다. 해군통합병원장까지 역임한 안과의사가 눈이 어두워 시작부터 불발이다.
그러한 그는 우리에게 즐거운 한바탕의 폭소를 선사하고 무사히, 가까스로 끝을
맺는다. 한 총무에게 다시 감사드린다. 잘 먹었소이다.
산우들이여 다음 산행에는 결석 말고 모두들 참여하소서.
좋은 산과 좋은 시, 즐거운 산행이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가.
사진을 첨부해 썼으면 좋았으련만 지루하고 서투른 글 읽어줘 고맙군 그래.
모두 안녕! 건강하소서.
2006. 9. 6. 형채가
붓글씨, 약초와 들꽃에 조예가 깊은 박 산우의 산행기를 일찍 받았으나 메일이
늦어졌다. 이번에는 새벽 3시에 일어나 6시까지 정리한 것이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하여 인식을 못하여 작업 중에 있는 것과 이별해야 하니 미안하단다.
박 산우의 산행기와 시 두 편만 건졌다. 그래서 홧김에 3일간 컴과 작별하고 쉬었다.
내 탓은 아니지만 미안하다. 더 늦기 전에 메일을 보내야 하니 또 새벽에 작업한다.
시에 대한 느낌은 또 다르다. 감상의 방향도 전혀 다르다.
아! 시도 시간마다 느낌이 다를진대 하물며 다시 산다해도 인생은 얼마나
더 멀리, 더 많이 달라질까... 다시 살고 싶은 삶도 아니지만.....
바쁜 틈을 내서 수요일 오전에 겨우 작업한 것도 날아갔다. 우쒸...
카알 라일이 쓴 '프랑스 혁명사'가 그토록 전무후무한 명작이 된 이유는 그 책이
그가 두 번이나 쓴 글이기 때문이다. 그는 몇 년 동안을 수고해서 원고를
탈고했습니다. 그것을 책상에 두고 산책을 나갔다 왔는데 그 원고를 가정부가
휴지인 줄 알고 몽땅 불에 태웠습니다. 몇 년의 수고가 한 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울면서 좌절하고 있을 때 그에게 영감이 스쳐갔습니다.
"Do it now!" (지금 하라!)
이 말로 인해 그는 희망을 얻어 용기를 갖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펜에 잉크를 묻혀 글을 쓸 때 피를 짜내어 쓰듯 정성을 들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쓴 글이 바로 그 유명한 '프랑스 혁명사'가 된 것입니다.
개인의 삶도 , 한 나라의 역사도 처음부터 다시 써야할 때가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과 역경 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으면 솟아날 구멍이
반드시 있고, 잿더미 위에서도 꽃이 핍니다.
하물며 보잘 것 없는 졸문을 씀에 있어 '두 번이나'를 '겨우 두 번'으로 바꿔 생각하면
졸문도 명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산행지는 100대 명산에 드는 산이다. 차령산맥에 속한 치악산(1,288 미터)에서
남쪽으로 이어져 내려간 지맥이 한강에 떨어지기 직전에 충주호 부근에 일군
아름다운 암산이다. 퇴계 이황이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 산을 바짝 끼고 충주호의 푸른 물이 감싸고 돌기 때문에 주변경관도
아름답지만 이름 그대로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듯 기암절벽을 이룬 능선과
깊은 골짜기가 어울린 아름다운 산세가 처음부터 눈길을 사로 잡는다.
도움쇠는 2003년 1월 10일. 겨울에 올라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눈이 내리고 안개가 끼어
충주호의 아름다운 경관이나 능선의 암릉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산우들과 더불어
갈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다. 충주호는 아름다운 호수이고 제천에서
아파트를 지을 때 수 차례 가본 적이 있으며, 아련한 추억이 많은 곳이다.
오는 길에 청풍명월의 고장 청풍의 매운탕집에서 산행 끝의 뒤풀이를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을 일이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으나 13년 전의 그 매운탕집과 그 아낙은
지금도 있을 런지..... 그 아낙은 나이를 먹어도 깨끗하게 늙어 갈 것이다. 지금도
모든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맛깔스러운 맛으로 식도락의 즐거움을 나눠주고 있을
것이기에.....나도 그 친절을 연정으로 착각했을 정도였으니 젊은 날에 가져볼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ㅎㅎ
얼마나 맑고 깨끗해져야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무는 것, 지는 것을 바라보며 완성하는 이별.
그 숭고한 이별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만나고 작별한 사람들도 모두 아름다웠기를 바랍니다.
'가을 산이 아름답지 않으면 우리의 산이 아니다'는 이경식 산우의 말은 모두에게
금과옥조와 같은 말이다. 깊어 가는 가을에 가을 산에서 가을의 시를 읊어보자.
그 감흥이 다른 계절과 다를 것이다. 청풍명월의 고장 충주호를 바라보면서
읽으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 오는 지 기대해보자.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 기 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2006년 9월 13일 오후의 사무실에서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