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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 밤골과 인수봉 뒤의 숨은 벽(詩山會 제42회 산행)

북한산 밤골과 인수봉 뒤의 숨은 벽(詩山會 제42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1안)밤골매표소-능선-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숨은 벽 암릉'-백운산장-하루재-

도선사주차장-우이동

(2안)밤골매표소-능선-숨은 벽 암릉-계곡-밤골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06년 8월 20일 (일) 9시

모이는 곳 : 전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

준비물 : 물, 간단한 간식, 살얼음낀 막걸리(중식은 하산 후나 백운산장에서 컵라면)

연락쇠 : 한양기(017-729-3457)

도움쇠의 블로그 : blog.naver.com/yc012175, blog.daum.net/yc012175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같은 사람이 나는 좋다

 

-구부러진 길(이진관)전문

 

 

구부러진 길은 천천히 가야 하는 길이다.

구부러진 길은 꽃과 사람을 만나며 가는 길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직선의 길이 아니다.

산도 넘고 사람 사는 마을도 지나서 가는 길이다.

사람과 함께 가는 길이다.

사람도 쉬운 길을 혼자서만 가는 사람이 있고

구부러진 길을 택해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가는 사람이 있다.

그 길이 고향길이고 어머니가 계신 길이면 우리는 기꺼이 그 길을 가야 한다.

우리는 어느 길로 가고 있을까!

한 번쯤 자신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고향과 어머니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영혼에 무지개가 없는 사람이란다.

아! 어릴 적 친구들마저 다 떠나버린 그 고향에 언제 다시 가보며,

이제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고운 얼굴을 언제 다시 볼까나!

"정남아! 그만 놀고 씻고 저녁 먹자"하시던

그 다정한 목소리를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까나!

 

 

4l회 도봉산 우이암 산행기(‘06.8.6)


아침부터 더위는 기승을 부려도 1호선,7호선 도봉산역은
끊임없이 등산객들을 토해 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님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또 부부끼리
어울리면서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삼삼오오 그림자를
남기며 저 거대한 도봉산의 품으로 들어갔다.

아까부터 6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초로의 할머니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나는 시산회원을 찾느라 두리번 거리고...
이윽고 할머니는 같은 또래의 할아버지를 만나더니 반갑게
손을 잡고 흔들고 곧 바로 큰길 건너 도봉산으로 들어갔다.
법이 금지한 노년의 사랑이 아닌가 싶었다.

오늘의 詩 “愛人”의 주인공 일지도 모른다는 짧은
생각이 잠시 스쳤다.
사랑도 종류가 많은데 젊은날의 사랑과 황혼기의 사랑은
아름다워 보이는데 중년의 사랑은 비판적이다.
아마 불륜의 대표적인 사랑으로 메스컴에서 자리를 매긴
탓이리라..
방금 내앞을 지나가는 저 황혼의 사랑이 불륜이면
어떻고..적법하면 어떻겠는가...
생의 종점을 향해가는 그들이 젊은 날 한번 엇갈린 사랑을
다시 찾아가는 길이기를 빌어 본다.

 

애인(愛人)
장석주
누가 지금 문 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를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걸어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마을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김정남 회장이 골라준 이 시를 우이암 밑 보문산장에서
읊으면서 우리 모두 고개를 끄떡이고 또 끄떡였다.

누가 젊은 날의 사랑에 대한 한 편의 추억이 없겠는가...?
황혼녘 소리없이 파고 들어 가슴을 저미게 하는 사랑에
대한 추억...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가 젊음에서 멀어
질수록 더 아름답게 빛나리라..

우리 민초(?) 6인은 구구절절 참 좋다를 연발하며 막걸리
마시고 감격했다.
사실 오늘의 산행은 회장, 총무, 등반대장, 감사... 힘께나
쓰는 회원들은 다 빠지고
無冠의 6명만 참석했다.
휴가 여행중이거나 더위에 미리 질려 산행을 포기했나
보다.....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시산회의 핵심(?)들은 다
온셈이라고 자화자찬 했다.
기세환, 이재웅, 이원무, 조문형, 나창수, 이경식

날씨 탓인지 우이암가는 보문능선은 다른 때 보다 길고
지루했다.
특히나 조문형은 유난히 땀을 뻘뻘 흘리는 게 전 날의
행적이 수상했으나 본인의 말에 의하면 카드놀이를
하루종일 했데나...조심하게나 잠은 자면서 카드도 즐겨야
하네.

쉬다 가다를 반복하면서도 얘기의 주제는 김회장의 絶筆
아니 徒筆事件이었다.
앞으로 초청사를 보내지 않겠다는 김회장의 이메일을 읽고
회원들은 행간에 담긴 숨은 의미를 눈치 빠르게 다 알고
있었다.
요즈음 공사가 바빠지고 가정사가 좀 있긴해도 오늘의
불참에 대해서도 이메일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회장 님,...
산행후기를 길게 쓸 수 없는 동료 회원들의 투정과 그대의
능력을 내심으로 부러워하면서 내뱉는 가벼운 죠크
수준임을 알게나...
그대의 글을 결코 폄하하고자 하는 뜻이 없음을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네...

그리고 김 회장 ,
모든 사람이 100% 찬성하는 일이란 없는 법이네.
2-3명의 회원이 약간의 목소리를 내도 무시 하게나.
자네의 산행후기를 출력해서 보는 사람도 있고...안 그런
사람도 있고.
아무튼 41회 산행결과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니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다시 보내 주게나...부탁하네.

도중에 이재웅 군이 스틱을 분실했다.
찾으러 백코스 하자는 우리의 얘기에 대하여 “잃어
버리는것도 報施네...우리는 앞으로 잃어 버리는 연습을
많이 해야하네..”.
어느 절간의 주지스님같은 말씀이지만 ...잃어 버리는
연습이 필요할 때가 벌써 됐나보네.
열심히 잃어버리는 연습을 모두 하세.
어차피 삶이 공수래공수거가 아니던가.....

더위를 피하고자 무수골은 인파와 차로 넘쳤다.
휴가를 못간 사람들이 몽땅 이리 오셨나......
물가 시원한 데서 발 담그고 한잔 하자던 우리의 계획이
여지 없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그래도 洗足은 해야 하는데...
여기 저기 장소를 물색하다 식당까지 내려와 버렸다.

식사도 못하고 택시도 없고...
결국은 남의 트럭 짐칸을 얻어 탔다.
짐칸 바닥이 왜 그리 뜨거운지.....정말 엉덩이에 불 난줄
알았다..
하여간 다소 엉뚱한 경험을 하면서 도봉역에서 하차했다.
생맥주를 높이 들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했다
“건강한 여름과 시산회원 모두를 위하여"

-이 경식 씀

 

 

읽고 또 읽어도 참으로 잘 쓴 글이다.

그의 말없는 무표정한 얼굴이 나는 좋다.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글이 나는 참 좋다.

자주 산행에 불참하여 산우들의 숨겨진 글솜씨에 다시 감탄하고 싶다.

산행후기라도 돌아가며 써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조용히 다음 신청자를 받습니다.

동반시 '愛人'이 좋았다니 cafe.daum.net/cambridgelove로 들어 가면

가수 이동원이 부르는 '애인'을 들을 수 있으니 음과 시를 함께 감상해 보십시오.

 

내가 앞으로는 공지사항만 메일로 보내고 산행후기와 동반시는 개인 블로그에

올리겠다는 이유는 바쁜 산우들은 공지사항만 보면 되는 것이고, 불참했거나 관심이

있는 산우들은 개인 블로그에 들어 와서 후기를 읽을 수 있고 지난 산행기를 볼 수도

있으며, 도움쇠는 늘 마감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처럼 허둥대지 않고 보다 알찬

산행후기를 쓰고 동반시를 선택함에 있어 더 좋은 시를 골라 산우들에게 시가 주는

감명을 제공하고자 하는 윈-윈의 개념이었으나 의도와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감에 있어 우선은 진화해야 함을 통감합니다. 본래 문학소년의 섬세한 감성이

아주 조금 있어 대학시절, 연애편지의 대필업으로 갑부(?)가 된 적이 있었으나

소박한 야망과는 달리 거칠고 스케일이 큰 건설업을 하면서는 감성이 천년 거북이의

등보다 단단한 갑옷으로 재무장된 고집스런 위인이 되었습니다. 감성을 가진

인간인지라 산행기에 대한 격려와 폄하에 감정의 기복은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에

일희일비 하면서 가슴에 담아둘만큼 한가로운 사람도 아닙니다.

결론입니다. 결자해지의 부담을 가지고 다시 친절(?)하게 초대의 글을 정중하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광복절의 신새벽에 산우들의 다정다감하고 반가운 얼굴이 떠 올라 빙그레 웃습니다.

 

 

이번 산행은 북한산의 비경(秘景)이라는 '숨은 벽'코스로 정합니다.

우리가 북한산을 오를 때 우이동, 아카데미하우스, 정릉, 북악터널, 구기동, 진관사,

산성, 구파발, 불광동 쪽으로는 올랐지만 밤골이나 사기막골은 올라본 산우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006년 1월 1일부터 10년 간의 자연휴식년제에서

해제된 구간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코스로 기존 등산로인 계곡길은 계곡이 넓으며

수량이 풍부하고 해제된 능선길은 삼각봉(이수봉, 백운대, 만경대)과 원효봉능선, 상장능선,

도봉산의 오봉능선이 보이는 절경이고, '숨은 벽'은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의

날카로운 봉우리로서 쉽게 가볼 수 있는 코스가 아니니 모두 가 봅시다. 지인 중에

'북한산 다람쥐'라는 별칭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무더운 여름에 가면 참으로 좋은

코스랍니다. 자신은 우이동으로 넘어가지 않고 능선으로 올라가서 계곡으로 내려온다고

하는데 우리도 목적지에서 회귀하든지, 아니면 백운산장에서 컵라면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 사발로 식사하고 식사 후에 결정합시다.

 

새벽에 매미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산행하기에 좋은 가을이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다가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 목사의 15인승 승합차는

안전벨트가 없어 고속도로를 달리기에는 불안하며 조문형 산우가 수고스러우니

먼 곳이나 고속도로를 달려야할 때는 25인승 중형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때 맞추어 내 블로그에 '왕복 300키로까지는 18만원, 500키로는 20만원, 500키로를

넘으면 23만원이며 기사제공, 종합보험 가입, 단 통행료와 유류비는 별도 부담'의

연락이 있어 산우들의 중론을 모을까 합니다. 가을이라 먼 곳의 산을 갈 수 있을 겁니다.

당장 치악산, 설악산, 서대산, 공작산, 금수산 등이 떠오릅니다. 가까운 곳은

정 목사와 조 산우의 신세를 지더라도 먼 곳이나 고속도로로 가야하는 산행은

안전해야 합니다.

 

 

"산은 정복될 수 없다. 다만 내가 나를 정복했을 뿐, 그곳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산악계에서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영국의 등산가 '죠지 레이 말로리'가

에베레스트를 왜 오르려 하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산이 거기에 있으므로"라는

감격적인 명언을 맨처음에 말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그것은 공식적인 공개의

의미 이상의 말이 아닙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산사람이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山是山 水是水)"라는 말을 조계종의 종정 성철 스님이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 말은 석가모니 이전의 원시불교때부터 현대불교에

이르기까지 불교도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이미 했던 말입니다. 다만 그가 한 말을

제자들이 공식적으로 공개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해서, 똑똑하고 영악한 제자들을

둔 그의 행운 덕분에 그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영원히 그의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시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감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시적감성에

부적합한 것이 아니라 글이나 말로서 나타내지 못함에 다름 아닙니다.

시인의 조건은 우선 착하고 순수해야 하며 언어의 비유, 상징, 함축, 전환 등의 기법에

능숙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그 기법의 구사능력이 부족할 뿐입니다.

하여, 착하기가 불가능한 도움쇠는 바늘구멍을 19번을 드나 들어도 틀린 일이니

어느 산우가 시 공부좀 해보소서. 자작시 한 번 들어 봅시다.

 

우리도 숨은 벽 암릉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음으로 이 시를 읊조려 봅시다.

사랑과 슬픔을 모른다면 그 또한 영혼에 무지개가 없는 사람이 아닐 런지...

기 산우의 약간 허스키한 목성이 어울릴 것 같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복효근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2006년 8월 15일 신새벽에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