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록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48회 산행)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48회 산행)

산 : 관악산 (632 미터)

코스 : 낙성대역-능선길-정상-깔닥고개-육봉능선-과천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2시간

일시 : 2006년 11월 19일 9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낙성대역 1번 출구

준비물 : 중식, 막걸리, 나 원장이 쾌척한 흑산도 홍어가 준비됨

연락 : 한양기(017-729-3457)

블로그 : 이경식 blog.daum.net/sisan20 (산행사진)

도움쇠 blog.naver.com/yc012175 (산행기)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전문

 

 

만남과 헤어짐의 사이가 인생이다.
시작이 없는 시작이 있듯이 끝없는 끝도 있다.
헤어짐을 너무 슬퍼하지 마라.
새로운 만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놓친 열차는 아름답지만 그 꽁무니는 슬프다오.
하여, 결코 놓친 열차는 바라보지 마라.
사랑은 오고 간다.
시골의 5일장처럼 때 맞춰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무더운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쏟아지다 그치기도 한다.
오색무지개는 그때 피어 오른다.
오색무지개가 사랑이다. 여름에는 우산을 가지고 다니지 마라.
사랑의 소나기에 흠뻑 젖을 날이 올 것이다.
하여, 이별은 슬픔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일 수도 있다.

이 시에 가슴이 아려오지 않은 산우는 뼈에 사무치도록 반성하라,

그대 가슴에 아직 목놓아 그리운 사람이 없음을.....

깊어가는 가을밤에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 없음을.....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생각할수록 가슴이 훈훈해지는 정인(情人)이 없음을.....

하여, 그대의 가을이 풍성하지 않았음을 후회하라.

길고 긴 여름에 게을렀음을 후회하라.

 

 

11월의 첫 일요일. 새벽 5시. 기 산우의 전화에 잠이 깼다. 서울의 동북은 구름이

약간 끼어 있을 뿐인데 분당은 비가 내린단다. 불안했지만 일단은 만나서

결정하자며 전화를 끊고 컴 앞에 앉아 기상청에 접속하니 제천의 강수확률은

아침 9시까지 60%이다. 그렇다면 강행하자고 다짐하며 남은 40분을 잠으로 보냈다.

7시에 만나니 반가운 얼굴들은 여전하다. 아침을 먹고 오라고 문자를 미리 보냈으므로

단숨에 북단양 I.C를 통과하고 내친 김에 들머리인 상리까지 달린다.

 

 

성황당을 지나고 문인촌 방향으로 가려 했으나 우선은 쉬운 코스로 들머리를 잡기로

혼자 생각하고 비포장길을 오른다. 스쳐 지나가는 오솔길의 양쪽에 선홍빛 단풍이

절정이다. 올해 본 단풍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빛이다. 큰딸에게 디카를

양보하여 이 멋진 풍경을 찍지 못하는 것이 아쉬우나 이경식 산우의 블로그에

방문하면 볼 수 있을 테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차로 더 오를 수 없을 곳까지 오르고

내리니 예의 그 '입산주 타령'이 슬슬 나온다.

그때 등장한 이재웅 소장의 '진도 피문어'에 먹산회의 빛깔이 선명하게 나온다.

피문어에 모두 슬렁거리며 입맛을 다신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빅 히트 상품'이다.

피 빛보다 선명한 단풍 밑에서 피문어에 막걸리로 입맛을 다신 산우들의 멘트가

재미있다. "오늘 산행은 이것으로 끝이다. 흐흐흐"

 

 

9시 36분. 피문어를 아껴서 뒤풀이 때 먹기로하고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오르며

화려하게 선홍빛으로 물든 단풍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쉬이 오른다.

초록이 지치면 단풍이 든다고 노래한 서정주 시인의 노래가 무색할 정도로 힘차게

단풍이 든 만추의 금수산!!!

지름길과 남근공원의 갈림길에서 당연히 남근공원 쪽으로 오른다.

나무판에 파놓은 싯귀들이 산과 계절에 어울리게 고웁다.

남근석에 올라 타서 한 컷하는 기 산우는 언제나 여유있게 익살스럽다.

피문어의 약발이 제대로 들었는지 모두 처짐도 앞섬도 없이 잘 오른다.

중턱부터는 단풍이 져서 암릉의 형상들이 더 멋있다.

 

 

11시 4분. 1시간 28분만에 오른 정상이다. 단체증명사진을 한 컷.

정상에 홀로 고고하게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서 있는 소나무를 배경으로 영정사진

한 컷. 영정사진을 찍으면 3년 밖에 못 산다는데 삼천갑자 동방삭이의 사고방식대로

한 번씩 찍을 때마다 3년이 연장될 테니 많이 찍소.하하하! 10분 정도 정상 안착의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서쪽으로 충주호가 눈에 들어 오고

유람선 두 척이 오고 간다. 말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같은 '금수산과 충주호'이다.

서팽이고개 방향으로 내려오다 길이 헷갈리며 10여분을 아르바이트했다.

 

 

2003년 1월 10일의 산행 때는 눈길이어선지 기억이 가물거려 자신이 없다.

집에 와서 산행기를 뒤졌더니 <2003.1.10. 제85회 금수산. 1,015 미터. 매포 I.C-

상학 입구-성황당-우측 절 쪽(비구니절)-살개바위-정상-서팽이고개-

예술인마을(빈 터)-주차장. 아름다운 산이다. 오르는 길이나 하산 길이나 눈이

많아 위험하니 조심해야 함. 다시 오고 싶은 산임. 8시 20분 서울 출발,

10시 20분 주차장 도착. 정상까지 2시간, 점심 1시간,하산 2시간.>의 기록이 나온다.

3년 10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고속도로 I.C가 매포에서 북단양으로 바뀌고 정상에서의

기억 뿐인데 특히 눈오는 날의 산행은 천지가 온통 눈으로 하얗게 뒤 덮인 탓인지

기억도 하얗게 바랜다. 기록에는 분명하게 문인촌(예술인 마을)로 내려 왔고 겨우

토목공사만 끝나 있던 기억이 나는데 서팽이 고개로 내려 가는 길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일단 배를 채우자는 의견에 양지바른 무덤 가에 자리를 잡고 보따리를 푸는데 밥은

3인만 싸오고 나머지는 안주와 반찬만 싸왔는데 밥이 푸짐했던 계방산*민둥산행과

반대이다. 나 원장의 추어탕이 산에서 빛을 발하고 위 대장의 막걸리, 기 산우의

위스키, 이경식 산우의 복분자술에 취하고 충주호의 절경에 취하니 오늘 이른

점심인데 계방산과 민둥산행처럼 두 산을 오르자는 얘기가 호기롭게 나온다.

도움쇠의 기억이 가물거리며 우측 고개길로 갔다가 상천으로 빠지면 공작산 산행

때처럼 사다리타기로 차를 가지고 와야 하는데 작전상 후퇴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는데 기억이 나지 ?邦? 모르는 길을 갈 것이 아니라 정상으로

되돌아 가면 산을 두 번 오르는 것이고 그 좋은 단풍을 또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으며

예술인촌으로 내려가서 차가 있는 곳까지 올라오는 고행을 피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라!

한 번을 양보하여 두 가지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한 번의 괴로움을 피할 수 있으니.....

 

 

시 낭송은 정상에서 엄숙하게 한 총장이 읊었다. 하산하여 아껴둔 피문어에 시원한

맥주를 마실 생각을 하며 내려오니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기슭까지 내려오니 아침에

안개 속에서 본 단풍도 아름답지만 햇빛이 비치는 단풍의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위 산우는 오늘처럼 편한 산행이 좋다고 했는데 산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니

어이 하리오. 마을에 내려오면서 보니 오늘의 시처럼 노을이 비끼는 들판은 쓸쓸하게

비워간다. 마을 공동구판장 앞의 평상에 좌정하니 도움쇠의 스위스제 군용칼이 제 몫을

다하여 문어살을 자르고, 찹쌀떡같이 쫄깃쫄깃한 피문어와 시원한 맥주에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며 주흥이 도도하게 찾아드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애들처럼

마냥 즐겁다. 주흥에 겨워 나 원장이 30만원을 쾌척하여 흑산도 홍어를 희사하고

도움쇠는 코냑 X.O 한 병을 가져오기로 약속해 버린다. 이런 호기를 부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 어이 즐겁지 아니한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시원한 가을날과

가을바람, 선홍빛 단풍, 명산 금수산, 충주호의 절경과 그림같은 유람선,

찹쌀떡같이 쫄깃쫄깃한 피문어, 속이 확 풀리는 추어탕, 좋은 산우들이 있어

즐거운 날이었다. 그러나 항상 같이 했던 김, 전, 이, 정, 남, 최, 최, 임 산우, 임 수석,

김 선생 등이 오지 않아 섭섭하기도 했던 산행이었다.

 

참석 : 기세환, 위윤환, 나창수, 이경식, 조문형, 한양기, 박형채, 한천옥,

이재웅, 김정남(10명)

 

 

이번 산행은 관악산이다. 금수산행 때 금산의 서대산으로 정했으나 도움쇠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산행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므로서 서대산은 가본 산우가 없어 부득이 다음

기회로 미룬다. 집안의 행사인데 첫째 주와 셋째 주는 내가 산에 가는 주이므로 집안의

행사를 만들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잊었는지 무시했는지 셋째 일요일에 정해

놓고 통보를 하는데 행사를 주제하는 둘째 처형과 가벼운 입다툼을 했다. 본인은 매주

골프를 치러 가면서 날 더러는 한 달에 한 번만 산에 가란다. 짜증이 나서 내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가지 않으니 그 쪽에서 오는 반응도 좋지 않다. 거동이 불편한 장인을

모시고 가야하는 입장만 아니라면 내 성깔에 당연히 불참한다. 자매들과 약간 사이가

틀어진 마나님도 그 쪽에 서운한 가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왕짜증이 난다.

내 계획은 48회는 충남에서 가장 높은 산인 서대산, 49회는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괴산의 명산 대야산, 50회는 납회를 겸해 위 대장이 가고 싶어하는 양주 감악산행 후

의정부의 명물인 부대찌게집에서 행사를 치루고 2007년 시산제는 남한에서 네번째로

높은 덕유산에서 치루고 싶었는데 김이 샌 느낌이다. 나 원장의 마음이 담긴 흑산도

홍어도 준비되어 있고 육봉능선까지 간다니 많이 참석하여 내 몫까지 많이 먹어주기

바란다. 코냑은 다음 산행 때 가져갈 것을 약속한다. 납회 때도 나 원장의 흑산도 홍어가

등장할 예정이니 빠지지 말고 참석하기 바란다. 뒤풀이는 지난 해 들렀던 과천의

과메기집이 좋을 듯하다. 막걸리가 없던 홍어집 말이다.하하하!

산행후기를 박형채 산우에게 부탁한다.

 

 

시인은 '수선화에게'라는 제목의 시에서 외롭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며,

하느님도 외로울 때는 눈물을 흘리신다 했는데 깊어가는 가을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산우들은 춥고 긴 겨우살이 준비를 많이 했으리라 믿는다.

추울수록 움츠리지 말고 춥고 높은 산에 올라 시 한 수 읊으며 밀려오는 감동으로

긴 겨울을 준비하자. 연주대 밑의 양지바른 곳에서 흑산 홍어에 막걸리를 한 잔

걸치고 도도한 주흥과 긴 한숨으로 임 수석이 읊어주는 이 시를 들어 보자.

잔잔한 시흥과 함께 가슴이 뭉클한 감동이 밀려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둔다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라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간밤에 흘리신 하느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

 

2006년 11월 16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