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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과 의정부 부대찌게(詩산會 제50회 산행)

도봉산과 의정부 부대찌게(詩산會 제50회 산행)

제50회 겸 납회 산행입니다.

산 : 도봉산

코스 : 망월사-다락능선-포대능선 정상-사패산-의정부 예정이나 식사 후 하산길 결정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06년 12월 17일 9시

만나는 장소 : 망월사역 신흥대학 정문

준비물 : 막걸리 한 병, 간식(나 원장이 쾌척한 38만원 짜리 흑산도 홍어를 한 총장이 준비하고

하산 후 의정부 부대찌게 집에서 뒤풀이 점심, 납회, 집행부 선출 및 올해의 내조상

시상), 아이젠

연락 : 한양기(017-729-3457)

블로그 : 이경식 blog.daum.net/sisan20

도움쇠 blog.naver.com/yc012175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설일(雪日. 김남조)전문

 

 

이제 한 해를 접는 세밑이다.

하늘, 섭리, 은총은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신을 느끼므로서 고독을 극복하고 너그러운 삶을 살아가려는 새해의 다짐이 필요하다.

우리는 누구나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오히려 그를 극복하려한 적이 있다.

삶이 한 없이 고통스럽고 어려울 때, 혹자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혹자는 긍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의 존재를 부정하더라도 조물주의 존재는

누구나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가 모르지 않다.

누구에게나 조금은 어려웠을 올해를 보내면서 긍정적인 관점에서 경건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한 해를 마무리하자.

 

 

서대산에 다녀와서...

 

새벽 5시30분.

어김없이 알람이 울렸다.

사실 안 울려도 되는 알람이었다

난 진즉부터 깨어나서 알람이 울리기만 기다렸다.

언제부터인지 새벽에는 알람이 필요없게 되었다.

아 ! 우리는 새벽알람이 필요없는 세대에 진입했다.

그래 나이들면 어쩌다 좋은 게 하나라도 있어야지....자위하자. 그러나 그만큼 씁슬하다.

식탁에 뜨거운 콩나물국과 간단한 아침이 준비되어 있었다.

참 살다보니 별일이네.....

와이프한테 이런 서비스를 받은 지 오래다.

유난히 잠이 많은 와이프가 5시에 일어나서 서방님 등산한답시고 상을 차려놓다니...

왠일이야?

잠이 안와서 4시부터 일어나 있었지....와이프가 하품을 하면서 대답했다.

와이프도 흘러간 세월만큼 잠이 도망갔나 보다.

따져보면 이 식탁도 와이프가 불면한 결과다

“이 추운 겨울새벽에 좀 따뜻하게 나가라고 일부러 차려 놓았지요...”..이랬으면

와이프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을 텐데....

어떤 사람은 서방님을 와이프가 차로 모셔다 잠실너구리한테 인계하고 가더구먼...

사람들은 남의 사랑은 크게 보고 자기가 갖고있는 사랑은 너무 작게 느낀다.

남의 떡이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작은사랑도 크게 느끼면서 살아야지 별수 있나...

 

사실 산을 좋아하고...친구들과의 약속이니 이 추운 새벽바람을 뚫고 나가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약속이라면 나는 이 시간에 산에 안간다.

온갖 핑계를 대고 등산시간을 늦추거나 안 갔을 것이다.

7시경, 어슴푸레한 잠실 롯데앞의 도로변은 추웠다

차는 안오고 바람은 쎄고......다시 2호선 지하철역 분수대 광장으로 피신했다.

다 모이긴 했는데 한줌에도 안차는 인원이다.

겨우 6명...언젠가 불암산에 갔을 때 5명 이후 최저수준이다.

김정남, 한양기, 조문형, 이원무, 한교감, 이경식

봉고차의 반은 짐칸으로 사용해도 6명이 타기에는 여유가 넘쳐 공허하다.

불참자들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

 

가자 남쪽으로, 금산에 도착햇다.

멀리 본 서대산은 급경사였고 정상은 눈꽃이 만발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멀리 보이는 정상부위의 푸르슴한 눈꽃은 신비로웠다.

몇 번을 박고, 몇번은 찍었다.

생생하게 나와야 오늘 결석한 친구들한테 사진이나마 보여줄 수 있을 텐데...

 

가을산이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화려한 총천연색 무비라면 겨울산은 적막하고

단조로운 한 장의 흑백사진이다.

늙은 아버지와 어린 딸이 살고 있을법한 쓸쓸함이 묻어 나온다.

이 적막한 산 속으로 우리 일행 6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면서 기침소리도

남기고, 눈 밟는 소리도 남기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남기고....발자국을 남기면서 올랐다.

 

가끔은 나뭇가지에 걸쳐있는 잔설의 파편들이 눈으로 날려 들었다.

눈에서 눈물이 나니 이게 눈물인가 눈~물인가...?

어렸을 적 우리끼리 킬킬거리며 했던 애기다.

 

그래도 산에 오기를 백번이나 잘했다.

저 눈만큼 깨끗하게 일년을 마무리하는 우리의 영혼도 순백으로 세탁하고,

그 차가움만큼 이성의 힘이 충만하게 넘치기를 기대한다면 너무 지나친 욕심인가..?

 

우리 외에 딱 한팀만 만나고, 서산대사가 수학했다는 동굴을 지나니 바로 정상에 올랐다

서대산 남쪽으로는 정말의 산의 바다였다...

충청도에 이렇게 산이 많나...고개가 갸우뚱할 지경으로 산 산 산이

이어졌다.

금년 내내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산행 했음에 감사의 마음을 조용히 산신에게 고했다.

 

작전회의를 한 결과, 점심은 금산어죽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홍어와 족발을 안주삼아 소주2병과 김회장이 지참한 보리수 술을 비우고 하산 했다.

한 총장의 입심과 기억에 의존해서 그 유명하다는 어죽집을 찾아서 뒷풀이 겸 식사를 했다.

그리고 도리뱅뱅이라고 빙어튀김을 후라이팬에 원형으로 정렬해 놓은 튀김을 먹었다.

 

어디 이것뿐이랴...

금산에 왔으면 인삼구경이라도 해야지...

6명중 이경식만 제외하고 홍삼엑기스를 1박스씩 샀다.

그는 더 좋은 흑삼을 이미 먹어서 홍삼정도는 약효가 없다고 한다.

이번 12월은 홍삼엑기스의 힘으로 모두들 위대한 밤을 창조하시게나...

 

아니 홍삼을 샀으니 수삼도 사야지...

장소를 바꾸어 수삼 전문매장에 가서 한채(750g)씩 모두 샀다.

그래도 우리의 먹거리는 계속 되었다.

인삼튀김도 먹고..인삼막걸리도 먹고.....먹자판이다.

오늘도 먹산회의 본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제 서을로 가자

산에 오르고 먹을 것 먹었으면 오늘의 임무는 끝이다.

끝.

2006.12.5 이경식

 

이 산우가 다른 곳에도 글을 쓴다고 하더니 점점 글솜씨가 늘어간다.

정상 바로 밑에서 기거하는 수염난 처사의 말에 따르면 정상에서 가까이는

대둔산과 계룡산, 멀리는 월악산과 덕유산, 더 멀리는 지리산과 설악산까지 보인다

했는데 구름이 개어 맑은 날이나 지도가 없으니 확인할 바 없다. 충청남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가릴 것이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추운 날일수록

집보다는 밖에 나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심신에 좋으니 더욱 열심히 산에 오르자.

한 교장의 말대로 일차목표는 100대 명산에 오르는 것이니 그 목표는 이루자.

그날도 한 총장과 조 산우가 수고로웠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이번 납회 산행은 도봉산으로 정했다. 승합차의 정원이 15명이나 14명이 적합하기에

14명을 넘지 않으면 등반대장 위 산우가 오르고 싶어하는 감악산으로, 넘으면

도봉이나 청계산으로 가려 했으나 16명이 참가하게 되어 한 총장과 상의하여

지난 해에는 청계산에서 오리고기 로스구이를 먹으면서 납회를 했기에 이번에는

도봉으로 오른다. 다락능선으로 올라 포대능선의 토치카 위에서 소리없는 "야호"를

부르고 너른 터에서 나 원장의 흑산 홍어를 막걸리와 더불어 맛있게 먹고 마시자.

망월사 방향으로 내려와도 16명이 식사하기에 충분한, 너른 터가 있고 신선대와

자운봉으로 넘어가도 너른 터가 있다. 그때 결정하자. 산우들의 의견에

따라 1회 산행 때 올랐던, 쉬운 망월사길로 오를 수도 있다. 그러면 해를 곱게

보내는 마음으로 망월사 석수를 마시는 걸 잊지 말자. 점심 겸 납회는

의정부 부대찌게집 보영식당에서 소맥으로 한다. 시상과 집행부 개편이 있다.

재론하지만 한 총장과 나는 물러나고 2기 집행부를 선출하여 더욱 시산회를

발전시켜주기 간절히 바란다.

50회 산행과 더불어 납회를 하게 되니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우리들의 사랑방 인사동 '해인'에서의 발기인 총회 때 회장도 없고 회비도 없는

산악회를 구성하고 싶었으나 회원들의 뜻에 따라 회장의 직함을 붙이고 회비도

걷어 유익하고 즐겁게 사용했다.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었음을 산우들과 어부인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시산회는 풍성하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무형자산이며 의사의 결정 또한 전원합의체이므로 더욱 합심하여 500회,

아니 1,00회까지, 아니다 영원히 이어가자. 초대 집행부는 초석을 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많은 기대를 안고 물러 나니 새 집행부는 봉사와 희생의 마음으로 잘 이끌어 주기 바란다.

한 총장과 조 산우, 나도 더욱 도울 것이다. 모시는 글도 계속 쓰고 아는 산의 안내도

더 잘 할 것이다.

시산회 만세!

산우들 만세!

시산회여 영원하라!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 해가 가면 우리의 삶도 한 자락을 접는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끝을 향해 나아가는데 우리는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수선한 년말만큼이나 우리의 삶도 어수선하여 어디에 와 있는지

안개 속 한 모퉁이 같다. 세월이든 삶이든 사람이든 보내고 나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잘못에 대한 반성,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

미움, 원망을 남의 몫이나 탓으로 돌리지 말고 다 버리고 비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자. 비우고 버리면 시작하기가 쉽지 않겠는가. 새해는 많은 것을 이루려

하지 말고 하나라도 제대로 이루자. 그것이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동반시로 여류시인의 시를 선정한다. 이 시는 사랑의 열정에 관한 시로 해석하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벗어 나려 해도 결코 그 사랑을 버릴 수 없어 다시 그 사람에게

끌려가는 애절한 사랑의 시로 해석하면 좋겠다. 도봉의 한 봉우리에서 이 시를 읊을 텐데

홍어와 막걸리 냄새와 더불어 이 시에게 어떤 향기가 날까 궁금해진다.

누구에게나 애절한 사랑의 한 자락은 갖고 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지 않는가.

이런 시에는 날개가 있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비얍게 해준다.

우리는 그날 그 시의 날개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 가거나 숨을 수도 있다.

하여, 사랑을 숨바꼭질이라고 하지 않는가.

 

 

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2006년 12월 16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