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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서대산에 올라 봅시다(詩山會 제49회 산행)

서대산에 올라 봅시다(詩山會 제49회 산행)

산 : 서대산(충남 금산 903 미터)

코스 : 원흥사 입구(해발 190 미터)-원흥사-정상-석문-구름다리-용굴-레저타운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06년 12월 3일 (일) 7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 너구리상 앞

준비물 : 중식, 주류, 아이젠(겨울등산의 필수품)

연락 : 한양기(017-729-3457)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 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원규)전문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이자 모성의 산이다.

그만큼 크고 높고 깊고 넓다. 지리산을 잘 안다는 말은 몇 생을 걸지 않고서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리산을 잘 모른다는 말이 언제나 정답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과 자연이 그러하겠지만 알 듯 잘 모르겠고,

가까이할수록 멀어지고, 멀어질수록 어느새 가까워지는 경이로운

산이 바로 지리산이다. 그러니 지리산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서는

한몸이 되는 수밖에 없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언제 어느 곳이든 조용히 왔다가 흔적도

없이 가시라. 굳이 지리산의 명소와 명인을 만나려 하지 마시라.

명소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 망쳤으며, 명인은 대개 속세의 허명으로

지리산을 상품화하는 장사치에 불과하니 조용히 찾아와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거닐다 가시라. 스스로 지리산의 푸른 눈빛을 닮은 명인이 되어 돌아가시라.

섬진강변에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지리산을 바라보다가 배고프면

재첩국이나 한 그릇 드시고 제발 그냥 가시라. 그러면 발자국을 따라 그대가

사는 처소까지 말없이 동행하는 지리산을 보게 되리라.

지리산의 시인 이원규의 말이다.

 

병술년도 저물어 가는 올해의 끝자락에서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내린다.

찬비에 마음이 스산하고 심란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찌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이 없으며 죄업에 대한 반성이 없겠는가!

죄를 짓는 것은 인간이며 용서는 신의 몫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지리산에 가서 산신령이라도 만나고 오면 온전하지 못한 한 해를 보내는 울적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달래질까봐 꿈에서라도 지리산을 꿈꾼다.

올해의 산행계획 중에 종주는 못하더라도 산우들과 중산리-법계사-천왕봉-제석봉-

장터목산장-중산리계곡의 코스를 다녀 오고 싶었으나 이루지 못했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한다. 하산은 자연휴식년으로 통제된 칠선계곡으로

내려 오자. 설악의 흑선동계곡처럼........

 

11월19일 詩山會 관악산 산행기(박형채)

 

 

오늘은 내가 일찍 도착했는데 이재웅 산우가 먼저 도착해 계단 오르기로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9시20분에 10명의 산우들이 부족한 막걸리와 소주를 보충하여 629미터

관악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25분쯤 걸었더니 첫 번째 쉼터가 있어

흑산도 홍어맛을 보자는 열화와 같은 산우들의 요구에 한 총장은 흔쾌히 짐을 덜고

맛있게 먹었다.

임삼환 산우가 쫀득한 흑산도 홍어의 맛을 길들여 놓았으니 김 회장표 홍어가 앞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은 우선 맛나게 먹는 게 최고..

10명의 산우들이 둘러 앉아 남 서울의 경치도 감상하면서 순식간에 홍어 3접시

막걸리 3-4병을 비웠다. 이원무 산우가 계방산과 민둥산에서 즐겁고 아름다운 모습을

찍은 사진을 나눠 주니 서로 나눠 보면서 오늘도 추억만들기를 잘 해보았으면 하는

마음들이리라.

 

모두들 만족한 표정으로 에너지를 보충하여 씩씩하게 정상을 향해 전진,

한 20분쯤 올랐을까... 쉼터에 아리따운 여성 산우들이 휴식 중이었다.

과일과 커피를 먹고 있었는데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10명 모두 다 관심을 보이며

자연스레 합석의 영광을 얻게 되었다.

특히 조 산우와 한 총장, 이재웅 산우는 눈이 번쩍 번쩍 빛났다.

그간에 소망하던 사건이 오늘에야 성사된 듯한데 김 회장과 오락부장(?) 기 산우가

하필 오늘 빠질게 뭐람. 매우 안타까운 일이로다.

조 산우는 우리 모임을 시를 사랑하는 고등학교 동창들이라 소개하면서 막걸리를

여성동지들께 돌리고 한 총장과 위 산우는 홍어의 우수성을 예찬했다.

이재웅 산우는 시산회의 오늘의 시 -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를 읊어가며

한껏 시심을 불러 일으키고 온갖 재롱을 떠는 등 소시적 실력을 발휘하였다.

여성 산우들이 자신들은 충북의 산골 소녀 출신이고 영동군 노근리 근처 상극중학교

78학번 동창들이란다.

 

오늘의 시를 알리고 나니 하필 오늘따라 사랑이란 단어가 한 자도 안 들어 있어

김 회장이 이런 일이 있으리라 미리 예견하고 사랑의 시를 빼버리지는 않았는지. ㅎ ㅎ

간 고등어 어죽만 먹었지 이렇게 독특한 음식을 접해보지 못한 처지라며 이좋은

홍어를 꺼려하는 거란다.

이렇게 쉬어 가다간 저녁쯤 정상에 도착 할지도 모를 일....

6명의 여산우들이 중턱에서 되돌아가 시험을 보는 친구 한 명과 낙성대서 도킹해야

하는 계획이란다.

우리와 끝까지 동행 할 수 없겠다싶어 스틱을 하나 여산우(혜숙 님) 회장께 선사(?)하여

정상까지 동행하기를 바랬고 나 원장이 도우미로 등장하는 미덕을 보였다.

할매바위를 지나고 조금 쉬고 또 가다 쉬고 정상 20분이면 되니 천천히 가도 된다며

달래서 드디어 관악문까지 진출하였다.

 

이제는 우리와의 인연을 떨쳐버릴 수 없는 처지라 여총무님(인실 씨)께서 아이스크림도

한 개씩 사줘서 입에 물고 즐겁고 안전하게 6명의 여산우와 정상 연주대에 도착하였다.

날씨도 화창하고 맛있는 홍어도 먹고 아리따운 여성 산우도 옆에 있고 오늘 연주대

정상에서의 증명사진 촬영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리라.

무려 다섯 컷을 누른 뒤 방빼기를 했으니 이것도 사건의 하나 일 것이다.

연주암 위쪽 헬기장에 둥지를 틀고 점심시간으로 들어 갔는데 16명 대식구의 자리가

비좁을 수밖에 없어 겨우 둘러앉아 진수성찬에 꿀맛같은 점심이었다.

한 총장이 택배받은 흑산도 홍어, 위 산우의 감칠맛나는 낙지, 조 사장의 삼합용 족발,

섬섬옥수 정성들인 유부초밥 등 새로운 메뉴가 풍성하여, 순단표 무우채, 식초마늘,

깻잎, 양파, 정 산우의 맛나는 찹쌀 쑥떡이 오늘엔 관심 밖이었다.

6명의 새로운 식구가 없었다면 홍어회의 풍성함 만큼 음식을 남겨서 마나님들께

꾸중을 들을 뻔했다.

 

하산은 연주암에서 여성동지들이 불공을 들이고 난 후 남서쪽 능선을 통해 과천역쪽

해장국집을 뒤풀이 장소로 정해 놓고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김삼모 산우의 과천 사랑을 들으며 신도시 지역의 물망에 서는 가장 유력한 곳임을

설명하며 집값 급등의 배경을 알려주었고 자신이 군복무를 이곳 과천서 하였기에

이사를 오게 되었단다. 복을 많이 받았음이리라.

하산이 거의 끝날 무렵 여성 산우회장께서 어느분이 시를 잘 쓰시는지 물어와

김 회장을 염두에 두고 오늘 급한 일로 불참했는데 다음 번엔 만날 수 있을거라

대답했으니 김 회장 다음을 기대하시라.

요리저리 길을 찾아 내려오니 이태조(두 번째 부인인 강씨) 부원군 안릉쪽으로

안착하여 오늘의 산행이 끝을 맺게 되었다.

오늘은 듣기 싫은 정치이야기, 부동산이야기가 없고 비교적 조용한 산행이 된 것은

아리따운여성 산우들의 등산 동행에 신경 쓴 결과라 자평한다.

뒤풀이는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해장국으로 배를 체우고 정해왕 산우의 특별한

쑥떡을 배급받고 난 후 끝났는데 충청도 양반가의 딸이라서 그런지 극구 계산을

하고서리 우리 시산회 회원만 남겨둔채 자리를 뜨는 아름다움도 멋지더라.

부디 행복하고 오늘처럼 건강한 산행이 계속되는 동창모임 되길 빌며 산행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두 번째로 부탁한 산행기의 내용이 이렇게 신선하고 알차다면 장황하게 미사여귀나

늘어 놓는 것에 불과한 도움쇠의 산행기를 밀치고 앞으로 이경식 산우나 박 산우가

산행기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서대산의 산행기는 이경식 산우에게 부탁해 본다.

납회 산행은 미리 기 산우에게 부탁한다.

 

 

*사랑의 지도(地圖)

 

미국의 부부문제 치료 권위자인 가트맨 박사가 개발한 ‘사랑의 지도 검사’〈표 참조>는

배우자에 대해 얼마만큼 아는가를 측정하는 질문. 20가지 항목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남녀의 차이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사랑의 지도>

1. 배우자의 가장 친한 친구 두 명의 이름은?

2. 처음 만난 날 배우자가 입었던 옷은?

3. 요즘 배우자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일은?

4. 양가 친척 중 배우자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5. 양가 친척 중 배우자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6. 배우자가 앞으로 5년 안에 꼭 이루고자 하는 꿈은?

7. 배우자가 어릴 때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은?

8. 배우자가 어릴 때 가장 수치스러웠던 일은?

9. 배우자가 관람하기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10. 배우자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11. 배우자에게 가장 큰 경쟁자 (또는 적수)는?

12. 배우자가 요즘 가장 걱정하는 일은?

13. 배우자가 가장 싫어하는 동물은?

14.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15. 배우자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16.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17. 배우자가 가장 두려워 하는 일은?

18. 배우자가 힘들 때 가장 가고 싶어하는 마음의 고향은?

19. 배우자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나 음악은?

20. 배우자의 주민등록번호는?

 

알아맞힌 답이 많을 수록 배우자와 친밀도가 높습니다.

부부가 따로 작성한 후 함께 맞춰보기 바란다!

 

*<사랑의 지도>란 우리 뇌에 저장되어 있는 "배우자에 대한 인식의 공간" 이라고

가트맨 박사는 정의한다.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많을수록 인식의 공간이

넓을 뿐 아니라 상세지도처럼 세부 사항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서로에 대한

친밀함과 신뢰감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여러 번 거론했으나 가보지 못한 서대산에 가보자고 박찬재 전 동창회장의

큰딸결혼식에서 박형채 산우, 기 산우, 한 총장, 도움쇠가 결정했다. 등반대장

위 산우에게는 후에 추인받았다.

서대산은 지형적으로 평이한 충남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경계였던 이 산의 등성이에는 축성의 흔적이 드문드문 남아 있고 장연대의 석문,

북두칠성바위 등 암군이 곳곳에 있으며 명당자리에 위치한 직녀탄금대를

감싸고 있는 서편의 연화봉능선에는 암봉이 병풍처럼 펼쳐 절경을 이루고 있다.

산세에 비해 정상의 표지석이 빈약하나 널따란 정상에 서면 사방이 막힘 없이

트여 있어 조망이 좋다. 도움쇠는 2003년 2월 4일에 오른 적이 있으나 눈 내린

겨울이어서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하얀 눈이 내린 산의 등산은 역시

기억까지도 하얗게 바래게 하는 것 같다. 산행일지에 보면 <91회 등반. 원흥사-정상

-구름다리-용골-레저타운, 오름 1시간 30분, 점심 30분, 내려옴 1시간 30분,

봄 가을에 와도 좋을 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식도락에 일가견이 있는 한 총장이

금산의 어죽과 인삼막걸리, 홍삼진액에 관한 타령을 자주 했으니 그것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함께 올라 보자.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12월 17일. 한해의산행을 마무리하는 납회 산행이다. 50회. 반백의 산행이다.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예정대로 감악산에서 내려 와 도움쇠가 맛을 보장하는

의정부의 부대고기 원조집에서 간소하게 납회를 할 예정이다.

맛난 음식을 싸 주신 어부인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있을

것이며 집행부의 개편도 있을 예정이니 빠짐 없이 참석해 주기 바란다.

 

 

관악산행의 동반시에 사랑타령이 전혀 없어서 서운했다는 박 산우의 산행기에 자극받아

사랑으로 도배질한 시를 동반시로 정한다. ㅎㅎㅎ

시인은 1962년 대구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 재학 중에 신춘문예에 당선될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나 열정이 뛰어난 사람이다. 시집과 산문집의 제목 자체가 시적이다.

특히 그의 시나 산문의 주제는 사랑에 관한 것이 많아 도움쇠도 동반시나 프롤로그시에

자주 인용했다. 그의 감수성에 반해 사서 보았던 그의 시집이 아직도 내 서가에 꽂혀

있다. 시인의 감성이 해가 저무는 서대산의 정상까지 따라와서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주는지 사뭇 기다려진다. 특별히 그의 시집과 산문집을 소개한다.

 

시 집

우리 사랑은 왜 먼 산이 되어 눈물만 글썽이게 하는가 -1991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1994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1997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1999

한 사람을 사랑했네 -2000

 

산 문 집

우리 사는 동안에 -1992

소망은 내 지친 등을 떠미네 -1993

나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1996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1997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1 -1998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2 -1999

아직도 기다림이 남아 있는 사랑은 행복하다 -1999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2000

지금, 마지막이라 해도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2003

 

 

 

한 사람을 사랑했네 1 / 이정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는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 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 전에는 결코 잊지 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2006년 11월 27일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내리는 날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