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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도봉산 2 / 도봉별곡

도봉산 2 / 도봉별곡

 

 

 

산은 세상의 모든 비밀 간직하며 솟는다

높새바람이라도 불 때면

구만리장천으로 날려 보내고 웃는다

산에는 도인만 사는 게 아니니

시정잡배도 오라

온갖 서러운 사랑 더러운 사랑 다 버리고 가라

작아서 아쉬운 졸병참나무도

굳건히 뿌리 내리고

상수리나무와 키 재기 할 수 있는 곳은 산밖에 없다

우이암에 달빛 내리고

찬바람 자운봉을 감돌고 휘몰아 칠 때

죄 많은 자 오라

내 그 땀 한숨 다 받아주마

산비둘기 울음 안타깝고

하늘 높이 날지 못하는 하늬바람은 슬프다

모두 오라

너희들 차마 쏟지 못하는 비밀 내려놓고 가라

내려가서는

더 이상 죄 짓지 마라

 

문사동 푸른 물 풀려

머리 푸르게 반짝이는 금강암 지나

도봉계곡에 올챙이 개구리 버들치 숨을 때

함께 희롱하던 쇠백로는

주린 배 채울 곳이 여기뿐이더냐

개복숭아 맺는 용어천 아래 석불은

설 데가 없어

여기 숨는가

에덴*은 도봉에도 있다

 

*에덴 : 신선봉 밑에 에덴바위가 있다.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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