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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도봉산 1

도봉산 1 / 도봉별곡

 

 

 

도봉산은 집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스승과 제자들이 시로 문답을 주고받았다는 문사동問

師洞은 공부방

선인봉 밑 캠프장은 침실과 주방

만장봉 암벽과 와이(Y)계곡 암릉은 위험한 놀이터

선인봉 밑 산악인의 방은 응급실

명상의 방 신선대와 선인봉

쌍봉약수 옆 계곡은 쇠백로와 올챙이 숨바꼭질 놀이방

한여름 밤 마당바위는 뭇별이 보이는 천문대

그 아래 도롱뇽이 사는 약수터

으뜸 물맛 푸른 샘

자줏빛 구름 노니는 자운봉

자운봉 옆 배추흰나비바위는 오르지 못하는 하늘정원

자운봉 오르다 들르는 찻집 시인의 마을은 사랑채

맑은 버들치 노는 도봉계곡은 연못이 있는 정원

샤워실 송추폭포

먹을거리 푸짐하게 차려 놓은 거실 송추계곡

새장도 있다 비둘기바위

에덴바위는 무허가 화장실

안방 차지는 병풍바위

부엌에는 쓰는 칼바위

놀이터 뜀바위

지붕을 받치는 기둥바위 주봉柱峰

나만의 공간 내바위

은밀한 곳 거북바위 밑 거북샘

소발굽바위는 외양간

뒤로 가면 다락능선은 무더운 다락방

다락능선 끝자리 민주의 문지기 민초샘

보문능선은 탑골승방 보문사 여인네들 안채

오색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 적막을 깨는 오후

물소리 곱게 내며 흐르는 용어천계곡은 피아노방

점심공양 무료 오백나한이 돈 낸다는 천축사

오백나한 놀이터 관음암

파르라니 깎은 머리들 금강암 옆 핏빛 단풍은 그들의 서기瑞氣 서린 얼굴 비치는 화장대 거울

비 피할까 처마바위

냉골은 칵테일코너

소의 귀, 손가락, 성모 마리아 모습의 우이암은 사시사철 일출과 월출 전망대

도봉주릉에 서면 모두 보인다

아, 물개바위도 있는데 그것은 어디에 쓰이나?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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