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3 – 꽃바람 / 도봉별곡
어둑새벽 찬바람에 꽃잎 지는 소리
놀라 깨어보니
새벽안개 자욱한데
둥근 바람이 오히려 느릿하게 걸어서 온다
물고기는 물에서 자유롭고
새는 하늘에서 자유로우니
꽃은 바람을 만나 자유롭다
바람이 산을 만나면 무엇이 될까
외딴 섬만 바람을 유혹하는 것이 아니다
천축사 굴참나무가 골 깊은 속살 드러내고
은밀하게 유혹하면
사철 산바람은 은근하게 걸어오고
가을 한철 높새바람은 광대같이 널뛰며
달려온다
비구름은 산을 넘지 못하고
새는 높새바람을 타지 못하면 하늘에 닿지 못한다
바람에 눈이 있어
산을 만나면 웃음이 되고
웃음을 꽃에게 보내면
사랑이 된다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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